청주 기별에 학교 급식에 대한 좋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지난 27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실에서는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충북본부 준비위주최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의 이빈파 사무처장을 모시고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도 열정적인 분들이 참석하셔서 좋았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회기가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여 아쉽지만, 좋은 말씀과, 꼼꼼한 준비, 그리고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기사는 여성민우회 남정현 부대표께서 정리하여 청주 기별에 올리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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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충북본부 결성(9월 4일 예정)을 앞두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의 이빈파 사무처장과의 간담회가 8월 27일 오후 2시 충북참여자치연대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절절한 호소와 강한 주장이 어울어진 이빈파 사무처장의 주요 말씀을 게재해본다.
< 충북이 아직 없었거든요 >
충북에서도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코자 연대모임을 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급식개선 국민운동이 전국 각지로 번져나가면서 지역에서 연대 조직이 속속 결성되고 있는데 경기도,강원도,충북이 아직 없었거든요.
조례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현안과 주민의 요구에 근거한 법적근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차별성과 개성을 가지고 창의적이고 구체적으로 내용도 만들어내고 방법도 다양하게 고민해서 좋은 성과를 내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찔찔이" 라는 이름 들어보셨어요? >
제 얘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집이 관악구입니다. 학부모로서,지역주민으로서 학교문제,교육등을 고민하면서 학교운영위원 협의회라는 조직을 관악구와 동작구가 함께 협의해 만들었습니다. 제법 준비된 학교운영위원이랄 수 있는데요. 학부모 입장에서 보니까 학교가 문제가 참 많더라구요. 우선 돈을 너무 많이 걷는거예요. 급식비,앨범비,책값등......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몇천원에서 몇만원까지 돈을 생각없이 내다보니 참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니까 다른 것 보다도 급식이 참 문제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한끼당 1,100원 수준치곤 비교적 잘 나오는 구나." 라구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식판이 너무 더럽다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벌레가 나왔다는 얘들 얘기도 들리는가 하면, 얘들에게 먹여도 될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수입농축산물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기도 하구요. 여러분 찔찔이 라는 이름 들어보셨죠? 질기고 종이쪽 같은 값싼 수입고기를 말하는데 그걸 우리 얘들이 먹는다는거예요. 학교운영위에 문제제기해서 교장선생님께 항의했죠. 어떻게 그런 재료를 쓸 수 있느냐구요. 교장선생님께선 오히려 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소리냐. 그래도 우리학교는 다른데보다 싸게 구입하는데... "
< 위탁업체와 학교>
그렇게 시작된겁니다. 여지껏은 우리들도 무관심했구 알지도 못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을 비로소 문제제기 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는 우선 부실한 급식의 원인과 경로를 추적하면서 식재료 공급 위탁업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업체를 보니까 비교적 깨끗하더라구요. 고기도 도장이 꽝꽝 찍혀있고 절단기도 깨끗하고.... 별다른 느낌이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빡 잊고 그곳에 서류를 놓고 왔습니다. 며칠후 다시 들른 그 업체는 놀랍게도 교육청에서 감사지적 받고 폐업을 하게된 업체였고 교장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인적 관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왜 어째서 추석날, 업체에서 선생님들께 사과박스라든가 하는 선물을 돌리는 걸까요? 분명한 건 사과살 돈 이상가는 돈이 남겨져서 그런 사례를 하는게 아니냐구요. 결국 급식비에서 재료값, 사과값, 이익등을 빼고나면 실제로 값싸고 부실한 식재료를 살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원리도 알게 됐습니다. 일년 반동안이나 이곳저곳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자연히 공부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시작은 그랬습니다. 불결한 급식 우리 얘 안먹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사실은 급식에서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가 농축돼 있음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위탁업체와 학교(장)와의 관계가 어떤줄 아십니까? 실제로 재계약 시점이 다가올 때는 학교장이 노골적으로 요구합니다. " 계약할건가 안 할건가 " 업체는 몇천만원을 갖다 바치거나 학교 시설물 턱 지어주고.... 그래도 하겠다는 것은 돈이 남으니까요. 결국 아이들 식단과 급식환경만 열악해지는거죠. 업체의 계약수준이 열악하면 결국 고스란히 우리 얘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얘들 먹는 급식은 교육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산자를 생각하고 우리 전통 먹을거리 문화도 생각하고 과정까지의 경로속에서 지역사회도 생각하고 합리적 식생할 습관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입니다. 무조건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식품중에서 최상의 질을 먹여야 합니다.
도대체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정부미 구곡을 먹이다니요. 우리 얘들에게 맛있는 밥 한끼 먹일 수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작년이었습니다. 농민들과 함께 한 100일 걷기대회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면서 우리 농민의 고통과 현실을 뼈저리게 이해했습니다. 우리 농업회생의 유일한 방법은 우리 것을 누군가가 안정적으로 소비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생각입니까? 아이들에게 국내산 최우수 식품을 먹이게 하고 우리 농업도 살려내는 길. 그리고 이에 필요한 예산지원을 우리 사회가 책임지므로써 급식을 본연의 공교육 위치로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바로 학교급식개선운동의 내용이라는 겁니다. 2002년 7월, 농업회생과 학교급식의 연계선에서 함께 고민하는 워크샾을 하면서 이 문제가 결국은 같은 지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급식을 통한 WTO, 반부패, 반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는 결의를 하게 됩니다. 2002년 11월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를 정식발족하고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시민단체연대회의"를 출범한 후, 전국에서 들불같은 국민운동이 시작되게 된 것입니다.
< 제 2의 6월 항쟁입니다. >
저는 지금 들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6월항쟁이후로 이처럼 빠른시간에 이처럼 광범한 단체들이 결집해서 이처럼 뜨겁게 운동을 하고 있었던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 상황을 말씀 드릴께요.
인천 남동구와 대전 유성구외에 과천의 교육경비보조를 위한 교육발전기금운영관리조례(무상급식 실현)는 이미 교육현장에 적용되고 있구요. 의회에서 심사중인 전남조례와 의원발의를 한 광주조례, 주민서명과 교육위원 전원 찬성으로 발의해 의회에 계류중인 전라북도 조례, 마산,진주,창원이 연대한 경남운동본부는 이미 주민발의 서명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100% 직영급식체제인 제주는 친환경농산물사용 의무화를 명시한 조례를 준비중이구요, 이외에도 충남,대전,원주,춘천,고양,파주,대구,김해,인천등지에서 운동본부가 결성돼 전국적 회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의 친환경 농산물 원칙선언은 우리의 궁극적인 운동방향과 내용을 설정한 것이어서 우리 운동이 자치입법이나 제도 개선운동 차원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대안적 유토피아,공동체 건설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주에서 우리 농산물 사용규정의 조례가 만들어졌고 현재는 재심의 요청으로 주춤하고 있으나 저희는 낙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제도나 정책은 바뀔 수 밖에 없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우수농산물, 직영체제 , 무상급식이 주요 골자 >
너무 잘 아시겠지만 다시 요약해봅니다. 우리가 원하는 급식개선운동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가능한 친환경농산물)을 쓰자는 겁니다.
김포쌀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서울의 어느 학교에 김포쌀이 공급되는데 김포군청에서 인센티브를 지급 (30% 지원)해서 실제 가격은 정부미와 별루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요. 푸석한 쌀 먹다가 윤기 흐르는 김포쌀 먹으면서 밥 무지 잘 먹는댑니다. 식품운송에 대한 사회적 낭비, 국도 혼잡으로 인해 연간 20억원의 물류비 손실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해당 자치단체내의 지역농가에서 생산된 우수 농산물의 급식으로의 공급을 통해 지역 자급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직영이어야 합니다.
학교급식이 교육이며 우리나라는 국가주도의 공교육 원칙이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급식시설과 설비,운영에 대한 책무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2003년부터 새로 재계약 시점에 놓여있는 현재의 위탁체제를 점진적으로 직영화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시설인수비용등 예산 말씀 하시는데요. 전국적으로 위탁의 비율은 18%정도입니다. 지역은 직영이 많거든요. 현재 기계약된 대부분의 위탁업체는 학부모로부터 시설감가상각비 명목으로 초기시설투자비용을 회수한 상태이므로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인건비 정도인데 현재 위탁급식비 수준에서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습니다.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의 실업문제 말씀하시는데요. 직영체계에서 그대로 흡수하면 됩니다. 학교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생협을 구성해 투명하고 건강한 운영체계를 통해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입니다.
셋째, 점진적인 무상급식이어야 합니다.
의무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무상지원이어야 합니다. 국가는 이미 교육을 책임지고 국민은 그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는 만큼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진행되었던 각종의 경제논리와 계약에서 파생되는 부패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자치단체의 통제적 관리를 통한 무상교육 실천이 기본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도대체 공적인 투자로서 학교급식에 우선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확보하자는데 주저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나아가 '친환경 급식 농업 직불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제주의 아라중학교,광주의 조대부여중,횡성의 광덕 초등학교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들을 확산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 그 누구도 토를 달아선 안됩니다. >
학교급식개선 국민운동은 비민주적 학교행정과 부패척결, 세계화 일로의 경제 및 수입개방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토와 농업이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우리모두는 이 운동에 동참해야합니다. 이 운동은 아이들의 천부인권적 기본권(행복권,건강추구권)을 지키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학교급식은 무조건 최상이어야 합니다. 우리 얘들이 먹는 일입니다. 여기에 그 누구도 어떠한 토를 달아서는 안됩니다. 충북운동본부 여러분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