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에 핀 꽃
백순금
왜적들 발굽 소리 거친 바람 휘돌아도
충무공 호령 맞춰 당항만 들썩이며
동 트는 검붉은 속시개
피비린내 풍긴다
야생의 짙은 눈이 번쩍이는 소소강
해로공략 승전고에 마중물 붓던 의녀
구국혼 일깨운 충절
배롱꽃으로 웃는다
지지 않으리
―의기(義妓) 월이를 생각하며
백영현
충절의 피 어린 뜨거운 산하(山河)
교교한 달빛아래 몸 닦으시고
시퍼렇게 떨리는 그대의 분기(奮氣)
그 울림 사무치는 임진년 하늘아래
여울목 거슬려 누워있는 파선(破船)들
가시지 않는 그대 충절
부끄럽다 부끄럽다
아프지 않으리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리
이제는 더 이상 지지 않으리
아,
그대 이름 부를 때마다
나라가 되어 산하가 되어
응집의 힘
조수남
산삼 캤던 자리
한 삼십년 지나
다시 가보면
그만한 산삼 다시 본다했던가
보라,
이 땅
이 하늘
이 사람들
수 천 수만의 월이가 되는
지금,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꿈이고 사랑이고 희망을 사는
여기,
꽃자리, 그 꽃 다시 핀다
응집의 힘
조수남
산삼 캤던 자리
한 삼십년 지나
다시 가보면
그만한 산삼 다시 본다했던가
보라,
이 땅
이 하늘
이 사람들
수 천 수만의 월이가 되는
지금,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꿈이고 사랑이고 희망을 사는
여기,
꽃자리, 그 꽃 다시 핀다
월이에게
윤 홍 렬
오늘도
‘세월이 그렇게 만만히 녹아 흐르더냐?’ 속삭이며
당항포 기슭에 연꽃으로 피어난 당신을 봅니다
당신이
그렇게 쪽빛 마음 졸이며 애태우던 속싯개도
하늘 담아 불어오는 바람에 살아 움직입니다
당신이
뿌린 몸은 흙이 되고, 흘린 피는 물이 되고
한(恨) 서린 마음은 감도는 바람으로 남았습니다
오늘도
세월 속에 흐르는 당신을 감싸 안고 숨 쉬며
그토록 염원했던 고귀한 일상(日常)을 누려봅니다
월이 진혼곡
-장 재-
무기정 뒤뜰 가득 구救국國화花 피었어라
어화둥둥 둥가둥가
열일곱 유월이여
그대를 사랑하오 눈물로 사랑하오
어화둥둥 둥가둥가
열일곱 유월이여
가신 듯 오시옵고예 머물듯이 가소서
*무기정=홀이름씨, 둥가둥가=둥개둥개 방언, ~~예=선어말어미(부산,경남 방언)
*본디 이름은 서버들, 기생 이름은 유월이, 묻힌 곳은 두호 개펄, 나이는 17세(고성박물관 광장(옛 무기정 터)에서 행한 월이 초혼제에서 무속
월이,살아있다
전순옥
내 나이 열여섯엔
그 이름 소녀였지
사춘기 병이 들어
울 엄마 혼을 뺐던
그 또래 월이 이야기
가슴으로 안아본다
요즘 애들 무얼 먹고
무얼 하며 놀까
열여섯살이어서
열여섯을 살고 있을까
빵집에 들렀다
착각에서 깨어났지
볼이 터지게 빵을 물고서
일본 제품 사지 말자!
우리도 살아있다 외치는 거야!
월이는 죽지 않았어 죽어서도 살아있어.
‘월이’ 시화전 원고
월 이. 1
정 영 도
어스름이 내리고
주막에 쌓이는 발자국
굳어진 표정으로 비처보는
이상한 형상 때문에
월이의
결단은 보따리를 풀고
떨리는 선을 그었다
속시개에 불꽃이 화산처럼 오르던 날
날렵한 수군의 전술은 승리를 거두고
월이여
푸른 영혼의
조국의 여인이어라
바람꽃
정이향
늘어진 바람은 그냥 불지 않는다.
꼬박 세운 충혈된 눈과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가
소리없이 울고 있다
파란만장으로 지난 세월
월이의 가녀린 허리를 감지 못하고
벗어나고 있다
오늘밤을 기약한다
찬 바다였음 더 더욱 좋겠다.
왜장의 몸에서 오르는 소름꽃
활짝 필 소름꽃이라면
하나가 되어도 좋으리.
하염없이 쓰러질 바람과 함께
이 밤은 천천히 그녀를 향해 오고 있다
당항포 푸른 바다는 휘영청휘영청
그녀를 삼킬 준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