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딸(43)과 큰아들(41) 미혼 아들(38)을 둔 66세의 동갑내기 중장년부부의 남편입니다 딸과 아들이 결혼한지는 12년11년이 되었네요
딸은 명절이면 시댁에서 하루전에 음식을 하며 명절을 보내다가 명절날 점심때 친정인 우리집에 옵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서울에 살기에 명절전날 한두해 오다가 손자 낳고부터 설날 아침에 ktx을 타고 10시경 대구의 시댁으로 옵니다 그러니 설 음식은 동갑내기 시어른의 몫이지요 한 해 두 해 하다보니 속끓을 때가 많았습니다 처음 한 두 해는 차편을 핑계 대길래 이해를 했지요 5년전 부터는 '언제 올거니'하고 명절전에 마누라가 전화하면 '엄마는 해마다 명절날 아침에 출발하는줄 알면서 왜 묻노' 라고 말하는 아들놈이 미웠지요 이제는 당연한듯 보무도당당 하게 명절 아침에 옵니다
오늘도 마누라랑 웃으며 음식을 장만 합니다 이번 설 장은 거의 제가 봤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백수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마누라 만2년차 직장인입니다 학교 환경미화원 입니다 시간이 많고 방학까지 있어 딱 맞는 직업이랍니다 물론 월급도 본인에게 만족하고요 그렇다고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한만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마누라를 위해 백수의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여 보름전부터 한가지씩 사다 날랐지요 그래서 싸게 구입한것도 많습니다 사과나 배 오징어 가자미 무우같은건 많이 덕을 본 것같습니다 그리고 메모하여 하루 하루 준비 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특히 제가 먹고 싶고 제맘에 드는 걸 살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나중엔 준비되어 지는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까지 있어 정말 뿌듯 했습니다
이제 오늘 굽고 뽁고 지질 시간입니다 마누라랑 아침먹으며 각오를 다집니다 우리 하다가 힘들면 누워 쉬자 그리고 또하다 힘들면 아이들 한테 해 먹으라고 줘버리자 하고 약속했습니다 tv아침마당을 보며 우리 동그랑땡 한번 만들어보자 했더니 두부어깨고 참치캔넣고 야채넣어 반죽해 놓고 30분 휴식중 입니다 마누라 준비해서 후라이팬에 올리면 저는 뒤집고 튀기고 잘합니다 그것도 몇년하니 제법 능숙합니다 후라이팬 두개를 사용합니다 빠르게 굽고 뒤집습니다
나쁘게 보면 많은게 열불 나겠지만 좋게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2015년 7월말일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골수이형증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약은 없습니다 병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골수이식이 최선의 방법이나 나이가 많아 이식은 힘이듭니다 '' 라는 선고를 받았지요 그후 약 1년을 힘들게 서울대병원을 다니다가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었지요 마지막 방법 골수이식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성공율이 많지않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택했습니다 지금 8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죽음앞에 흔들리던 생명이 어제 교수님께서 다학제진료를 했어요 저는 다학제진료를 한다기에 많이 걱정했어요 또무슨 풀수없는 실마리가 있는지 겁이 났어요 그런데 다행이 브리핑의 자리였고 나이가 많아 위험한 환자를 골수이식하여 잘 치료하고 있는 사례를 여러교수와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던 것같았습니다 골수이식으로 많이 힘든 한해 였지만 이제 운전하고 걸을 수있고 마스크를 쓰지만 산책도 합니다
오늘은 작은설 어느 설날 보다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다학제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감격스러웠지요 그러니 지짐굽고 음식하는게 즐겁습니다 하다가 힘들면 쉬고 그래도 힘들면 누워 잘겁니다 마음은 아이들 만날 기쁨으로 음식을다하고싶습니다 세뱃돈도 봉투에 넣어 준비 했지요 많지는 않지만 존주놈 생각에 웃음을 지어봅니다 오늘하루 기쁘게 사는게 행복입니다 살아있는 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