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7 "짐을 챙길 동안 널 묶어 두어야겠다. 뭘 먹을 수 있도록 다리만 묶 어 두마." 그는 거친 손놀림으로 그녀의 다리를 의자에 단단히 매어 놓았다. "언제든지 기회를 만들어서 나를 죽여 봐라. 네 남편을 죽인 원한을 갚아야지 그때에는 뱄속의 아이를 떼어 놓도록 해. 괜히 두 사람의 생 명 이 어쩌느니 하고 우는 소리를 하지 말란 말이야." 그는 이쪽저쪽을 기옷거리면서 필요한 물건을 가방 속에 던져 넣었 다. 밀리카는 탁자 위의 프라이드 치킨을 내려다보면서 움직이지 않았 다.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는데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정을 봐 주지는 않았어. 그걸 명심해, 이년 아." 짐을 대강 꾸린 모양인지 고영무는 가방의 지퍼를 잠그고는 허리를 켰다. 그리고는 힐끗 밀리카를 바라보았다. "난 간다. 넌 다리에 묶인 끈을 네 손으로 풀고 나가. 20분쯤 걸릴게 다. " 지미가 앞에 맞은 사내를 바라보던 시선을 들자 테이블 옆에 서 있 던 앨버트와 시선이 마주쳤다 앨버트가 보일 듯 발 듯 머리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이봐요, 파올로 씨, 커피 한잔 드시겠소?" 자리에서 일어서며 지미가 말하자 사내는 머리를 저었다. 회끗희꽃 센 머리에 배가 튀어나온 중년의 사내였다. 검은 눈동자와 혹갈색의 피부는 어김없는 남미의 혼혈인이다. "난 한잔 마셔야겠는데, 잠깐만 실례하겠소." 지미가 방을 나오자 복도의 벽에 기대 서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앨버트가 보였다. "앨버트, 이건 완벽한 증거 아넘니까? 이젠 크링거를 꼼짝 못하게 잡을 수 있어요. 그놈은 50년은 받게 됩니다. " 방에서는 시치미를 떼고 있던 얼굴이 지금은 활짝 펴져 있었다. "저 친구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증인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최근의 일정을 샅샅이 외우고 있는데, 그것이 우리측의 정보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어요, 앨버트." 손가락으로 앨버트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시농을 되풀이하고 있었 으므로 앨버트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거의 들론 듯한 표정과 몸짓 으로 지미는 그만큼색 앨버트에게 다가갔다. "앨버트, 저 친구는 신이 우리에게 보내 주신 선물입니다. 증거를 확 실하게 보관해서 연방 법원에 올리면 됩니다. 망설일 것 없어요,앨버 트 벽에 등이 닿았으므로 앨버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지미의 어깨를 밀었다. "이봐, 그만해." "무슨 말이오, 앨버트. 그만하라니? 제 발로 찾아온 증인을 그만두란 말이오?" "그만 나한테 다가오란 말이야. 빌어먹을. " 입맛을 다신 지미가 반 걸음쯤 물러나서 앨버트를 바라보았다. "저 친구가 콜룹비아에서 마약을 가져온 건 틀림없는 것 같아 미스 터 고의 이야기하고도 딱 들어맞아." 앨버트가 담배를 휴지통에 던졌으나 빗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크링거에게 넘긴 것도 확실해, 머스키의 창고에서 크라우스에게 넘기고 돈을 받았고." "그래요, 엘버트. 돈은 이미 콜롬비아로 흘러갔구요." "그리고 저 친구는 더 이상 콜를비아로 돌아가기가 싫어서 시민권과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자수해 오고 말이야." "상황과 조건이 틀림없이 맞아들어 갑니다. 저 친구는 이제 증인보 호 서클에 집어 넣어야 됩니다. " 앨버트는 손 끝으로 턱을 쓸었다. 아침 일찍 마약부 사무실로 찾아온 사내 파올로 벤사는 그야말로 거 물이었다. 이제까지 LA 마약부에 그같이 큰 사건을 물고 자수해 온 사 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파올로 멘사이고 콜룹비아의 마약조직인 폰타 나 그룹의 간부라고 밝혔다. 그는 보고타의 일성그룹 지사 주재원인 고영무를 이용하여 마약을 실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머스키 자재 창고 에 랄여 있던 마약을 크링거의 부하인 크라우스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낱낱이 자백했던 것이다. "좋다, 지미. 사건이 너무 활짝 열린 채 품 안에 안겨져서 내가 잠깐 어리둥절했던 모양이야. 파올로를 지금부터 증인보호 서클에 넣어라." 그렇게 되면 파올로는 24시간 연방 수사관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 에게는 안전한 도피처가 보장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보스. 이제 크링거를 잡는 것은 시간문계입니 다. 영장은 내가 가지고 갈람니다. " 지미가 커다람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스,설령 이 일이 조직간의 분쟁으로짜여진 일이라도 우 리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는겁니다. " 앨버트도 결론은 그렇게 맺고 있었으므로 입술을 부풀리며 웃었다. "그리고 지미, 이 일은 너와 나, 그리고 요한슨만 알고 있도록 해." 지미의 어깨를 두드리고 난 앨버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셨다. 자신의 의자에 않아 책상 위로 두 다리를 델은 앨버트는 한동안 벽 을 노려보았다. 이것은 크링거에게 불만을 품은 마약조직이 크링거를 매장시키려고 만들어 낸 함정이었다. 그 마약조직은 파올로의 증언에 따르면 폰타나 그룹이라고 하였는 데, 그것이 폰타나 그룹인지 카를로스 그룹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 제는 콜를비아의 공급 그룹과 크링거 사이에 알력이 생긴 것이다. 어 쩌면 이것은 싸움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앨버트는 책상 위에 놓인 두 다리를 내려놓고는 온몸을 굳혔다. 그 는 야롯한 긴장감과 함께 홍분을 느끼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LA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가 40만 명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50만 명 이라고도 하였으나 이민국이나 주정부에서도 정확한 통계 숫자를 내 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불법 체류자들이 많기 때문인데,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몇 년 씩 눌러 살고 있는 교포들이 있는가 하면 남미로 이민 갔다가 맥시코 를 통해 밀입국한 교민들도 적지 않았다. 사람이 모여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직이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LA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의 도시를 옮겨놓은 것처럼 한국어 간판이 수두룩했고 한국어 신문이 발행되었으며,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있었다. 미국에서 영어를 쓰지 않고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최대광과 신용만은 코리아 타운의 중심가에 있는 국제 빌멍의 커피 숍에 앉아 있었다. 주위에 앉아 있거나오가는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고,가끝 씩 눈에 띄는 흑인이나 백인이 오히려 이방인처럼 느껴지고 있다. "야, 및 시냐?" 시계를 내려다보던 최대광이 신응만에게 불쪽 물었다. "2시 5분." 시계를 보지도 않은 신용만이 대답하자 그는.이맛살을 찌푸렸다. LA에 도착한 지 사흘째가 되는 날이다. 고영무를 만날 것을 기대하고 온 그들은 아침에 그의 전화를 받고는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오후 2시 약속인데도 1시도 안되어서부 터 기다리고 있었다. "이 거, 형님이 늦는데." 다시 커피충의 입구를 바라보던 최대광이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리다 가 물었다. "안 그러냐?" "안 그래," "야, 인마, 10분이나 늦었단 말이다. " "1분이야." "헝넘이 혹시 ." "이런 돼지 같은 자식이 잔소리는 그저 ." "이 새끼는 쥐새끼 같은." 그러다가 최대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싫다. 그 서슬에 탁자가 들씩 한쪽으로 들렸고, 커피잔은 흔들리다가 겨우 멈줬으나 엽차잔이 털색 넘어겼다. 그러나 최대광은 이미 통로 쪽으로 바지에 물을 적신 채 달 려나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신용만은 입구를 들어서서 이쪽으로 다가오i"者 는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형님!" 제딴에는 조심한답시고 소리를 죽였으나 최대광의 목소리는 그래도 켰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돌아보았다. 더구나 최대광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는데다가 검은 얼굴에 상기까지 되어 펀붉어져 았놀t 다. "형님!" 최대광이 고영무의 한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대광이 오랜만이구나." 고영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신용만이 레이블 사이로 다가왔다. 그는 한 발짝쯤 떨어진 곳에 멈 춰 서더니 허리를 숙여 절을 하고는 고영무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래, 잘들 왔다. " "형넘,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신용만이 그를 따라 자리에 앉으며 다시 인사를 차렸으나 최대광은 아린입술을 잡아뜯을 듯이 우물거리면서 머리를 숙이고만 있다. "너희들이 왔다는 이야기를 정환이한테서 어제 들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어제는 전화를 못했는데, " 고영무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신용만이 눈을 깜박이다가 시선을 내렸다. 일년 도 안된 기간이었으나 고영무는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얼굴의 생김 새는 물론 그대로였으나,피부는 검게 타 있었고 부딪치는 시선이 섬 쪽했다. 짧게 깎은 머리에 베이지색 바바리 코트를 걸쳤고 노타이 차 림이었다. "너회들을 만나니까 든든하다. " 곤웍,들칸복퓨을 둘러보며 이를 드러내고 옷자 신용만의 가승이 가 라혼榮다. 웃는 更步은 하나도 현하지 않은 것이다. ,· "형넘." 최대광이 며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형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회들 때문에 어머님이." 신용만이'그를 따라 머리를 숙였다. "어머넘이 돌아가신 것은 저희들 책임입니다. " 최대광의 부리부리한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어머넘의 원수도 못'갚고 이렇게 도망쳐 와 가지고." 그가 소맷자락으로 눈을 훔쳤으므로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다시 힐 끗거렸다. 고영무는 한동안 최대광을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그를 바라본 신용만의 가승이 다시 뛰었다. 커피숍이 내려다보이는 2충의 라운지에서 김영지는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래충에 가득 찬 사람들의 소음이 올라오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거인이 뛰어나가 맞아들이는 상대가 고영무인 것만은 확실 했다. 그들은 친으로 보아도 감격적인 해후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인이 감정이 북받치는지 소매로 눈을 밖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 내도 머리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고영무의 얼굴은 전보다 많이 여위 어 있었고,제만에는 고생을 한때문인지 검게 그을어 있다. 그가 감자 기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으므로 김영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그렇게 웃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오빠를 죽이고 나중에는 항 구에서 아버지까지 살해하고 도망친 놈이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실어 증에 빠진 폐인이 되어 있다. 김영지는 베란다의 기둥에 어깨를 기대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고영무를 만나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삶의 목표였고 기 력의 원천이었다. 그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몸도 버렸다. 그러나 막상 그의 얼굴을 내 려다보고 그가 풍기는 분위기를 보자 온몸에 퍼지는 전을을 느핀 것이 다. 놈은 가벼운 상대가 아니었다.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과 야수 같은 거친 힘이 그에게서 번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다시 아래쪽을 내려다본 김영지는 눈을 동그람게 뜨고는 숨을 죽였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딘 것이다. 그의 동생들이라는 두 사내도 따라 일어났는데 그들과 작별할 모양 인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옆자리에 놓인 핸드백을 움켜쥔 그녀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라운지의 입구는 안쪽에 있었으므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그녀는 계산을 치르고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커피숍의 측면은 유리벽이었으므로 그녀는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세 명의 사내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서둘러 빌팅의 현관으로 나간 김 영지는 현관 계단에 우두커니 서 있는 두 사내를 보았다. 그녀는 그들 에게 다가갔다. "야, 가자." 말끔한 사내가 거인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가는 행인들에게 어깨를 부딪치 며 아래쪽을 내려다보았으나 고영무는 보이지 않았다. "야, 인마, 춰해?" 다시 사내가 소리치자 거인이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코리아 타운 끝 쪽에 있는 아파트로 갈 것이다. 아침부터 그들의 집 앞 카패에 맞아 있다가 미행해 왔던 터여서 이내 짐작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층의 주차장으로 내려간 고영무는 서너 발 짝 안쪽으로 발을 을겼다. 넓은 주차장 안에는 수십 대의 차량들이 질 서있게 세워져 있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빛이 어둑한 주차장 안을 비추고 있었다 다 시 두어 걸음 안쪽으로 들어서자 그의 발소리가 벽에 부및치며 울렸 다. 고영무는 대여섯 줄로 늘어선 가지 각색의 승용차를 臺어보았다. 그 러자 왼쪽의 끝부분에서 승용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책 비추고는 이내 꺼졌다. 검정색의 대형 승용차였다. 고영무는 그쪽을 향하여 발걸음을 떼었다. 승용차의 앞쪽으로 다가가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알폰소가보였다. 고영무는 그의 옆자리에 들어가 랄았다. "고, 크령거 저택의 약도를 대충 그려 왔는데 참고로 하시오." 알폰소가 접혀진 종이를 캐비닛에서 꺼내더니 그에게 건네 주었다. "그 집은 크링거가 살기 전에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가 살던 집 이었어요. 그래서 구조가 패 알려져 있지요." "고맙습니다, 알폰소." "경비원은 10명에서 12명 정도요. 그런데‥‥‥‥ 알폰소가 머리를 돌려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각종 전자 경비장치가 시설되어 있다고 합니다. 레이저에 전기에, 진동에 반응하는 장치까지 설치되었다는데. " 종이에 그려진 약도를 보면서 고영무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종 이에는 경비장치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고, 정원에는 복사 세 마리를 기르고 있답니다. " "크라우스도 이 집에 있습니까?" 고영무가 묻자 그는 머리를 한쪽으로 누였다. "글쎄, 그것은‥‥‥ 그가 크링거와 자주 만나는 줄은 알지만." "돈은 크링거가 가지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고영무가 다시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 "알폰소, 무기는?" "됫자리에." 머리를 돌려 뒤쪽 자리를 보자 커다란 골프 가방이 놓여 있었다. 고 영무는 문을 열고 나가 됫좌석으로 자리를 옮졌다. 그는 골프 가방의 뚜껑을 열었다. "좋군요." 그가 만족한 듯 눈을 치켜 뜨고는 가방 안에서 총신이 짧은 기관총 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긴 탄창이 대여섯 개 쌓여 있었으므로 그는 탄 창 한 개를 철컥 소리와 함께 끼웠다. "이스라엘제 우지요. 1분에 6백 발이 나가는데,탄창은 60발들이 다 섯 개를 준비했어요." 알폰소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 쏘아 보았습니까?" "쏘아 봤어요, 군대 시절에." 고영무는 가방 안에서 수류탄을 꺼내어 손에 쥐어 보았다. 겉부분이 매끈한 미 육군용 수류탄이었다. "수류탄은 10개 준비되었고,혹시 몰라서 소음기를 끼운 리볼버 신 형을 넣어 두었소. 열 발들이 탄창 다섯 개하고." "됐습니다, 알폰소." "언제 할겁니까?" "내일 밤이 될지 모레가 될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어요.우선 그쪽 을 내 눈으로 한번 보고 싶으니까. 크링거를 만나기도 전에 당신 말대 로 개죽음을 당하기는 싫습니다. " "정말 혼자 하는겁니까?" "흔자 하는 것이 낫습니다. 나 외에는 모두 적이니까 구분하기도 쉽 고." . W "난 내 돈을 찾아야 됩니다. 그것은 내 몫이니까, 그러려고 이미 밀 리카는 페르난도에게 돌려 보냈어요." 알폰소가 퍼뜩 머리를 들어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고, 2억 달러는 대형 가방으로 다섯 개나되는부피요.짐의 이야기 로는 그것을 열 개의 가방으로 나눠 담았다던데 " "대 단하군요." 남의 일처럼 말하면서 고영무가 머리를 젓자 알폰소는 한동안 그를 바라본 채 잠자코 있었다. "안에서 크링거를 만나게 되면 방법이 생기겠지요. 부피가 크다고 화물차를 집 앞에 대기시킬 수도 없지 않습니까?" 고영무가 리볼버의 무게를 달아 보듯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크링 거는 그 돈이 누구 돈인지 이제 확실히 알게 될겁니다. " "크라우스요, 고. 그놈이 크링거의 명령을 받고 집행을 하는 놈이 오." "크라우스." 머리를 끄덕이며 고영무가그의 이름을외우듯다시 불렸다. 크라우스는 2충 서재에 앉아 앞쪽에 놓인 대형 TV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삼각 관계에서 다시 오각 관계로 발전되는 한심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리모콘을 눌러 채널을 바펀 보았으나 아이들과의 게임이나가 족퀴즈 같은 것뿐이어서 다시 드라마로 채널을 옮겼다. 그의 좌측 앞 쪽에는 10개가 넘는 TV수상기가 진열되어 있었는데,삼중으로 놓여 진 그것들은 모두 경비용 카메라로 찍혀지는 화면이었다. 그쪽의 테이블 앞에는 그의 부하인 행코크가 앉아 화면을 들여다보 고 있었다. 제일 아래쪽은 담장 밖과 담장, 정문, 정원, 현관의 순으로 정렬되어 있었고 가운데의 화면들은 뒤충의 현관에서부터 로비, 뒤쪽 창문, 응접 실, 서재로 나누어져 있고 맨 위쪽은 2층이었다. 행코크의 옆쪽에는 붉은 단추들이 진열된 금속 박스가 音여 있었다. 그것은 집 안잡의 모든 부분과 연결된 전기 스위치였다 크라우스는 이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정원을 가로질러 가는 경비원 을 감전시켜 즉사시킬 수도 있다. "이봐, 행코크, 다저스의 로간이 지난 시즌에 홈런을 몇 개나 쳤지?" 크라우스가 묻자 행코크가 둥근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세 개요, 보스." "망할 자식, 연봉값을 못하는군." 다저스의 팬인 행코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크라우스가 저택 의 야간경비를 맡고 있는 날이어서 경비원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금발 의 미남인 그는 겉으로는 말끔한 샐러리맨처럼 보여 누구에게나 첫눈 에 호감을 왔다. 그러나 크라우스는 변덕이 심한 성격에 잔인했다. 그리고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으므로 부하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웃다가도 권총을 뽑아 핀는 사내인 것이다. "행코크, 보스는 지금 어디에 있지?" 크라우스가 다시 묻자 행코크가 앞쪽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아래층 서재에 들어가 계십니다. " 서재의 안쪽에는 카메라가 비쳐지지 않는다. 크링거는 서재에서 작 년부터 할리우드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여배우 수잔 버들과 헐떡이고 있을 것이다. 크링거는 어느 영화에선가 단역으로 나온 그녀를 보고는 홀딱 빠져 있었다 그녀에게 최신형 포르쉐를 사준 보상을 지금 받고 있을 것이 었다.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크라우스는 길게 뻗었던 다리를 움츠리고 두 리번거리다가 이윽고 허리에 찬 휴대폰을 뽑아 들었다. 방 안에서 휴 대폰의 벨이 울렸을 때는 가끔씩 착각이 온다. "여보세요." 그가 응답하자 저쪽에서 잡음과 함께 부하인 퍼킨스의 목소리가 들 려 왔다. "보스, 페르난도는 이쪽 산타모니카의 별장에 있습니다. " 크라우스는 휴대폰을 고쳐 쥐었다. "확실해? 확인했어?" "네,보스. 부하들이 경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별장주변에 놈들 이 좌악 깔렸습니다. " "흥. " 크라우스는 어깨를 들씩이며 코웃음 소리를 내었다. 생각했던 대로 였다. 그는 길길이 뛰었지만 이쪽을 공격하지는 못한다. 애꿎은 부하들 만 회생시킬 뿐이고 그렇게 되면 마약부와 경찰들의 공개적인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즐룹비아의 고원지대에 있는 카를로스가페르만도를 소환하게 된다. 크링거가 카를로스에게 전화를 해서 이쪽의 억울한 사 정을 낱낱이 말해 주었던 것이다. "이봐, 퍼킨스, 놈들에게 눈을 떼지 말라구. 움직이는걸 잘 감시해." "알았습니다, 보스." 휴대폰의 스위치를 끈 크라우스는 두 손을 높이 치켜 들고 기지개를 켰다. 벽에 걸린 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밀리카, 이제 들어가 쉬어라." 페르난도가 말했으나 밀리카는 머리를 저었다. "괜찰아요, 페르난도. 신경쓰지 마세요." 그녀는 창가에서 몸을 ◎어 소파에 앉아 있는 페르난도에게 다가갔 다. 그가 머리를 들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그의 얼굴에는 짙은 피로가 깔려 있었다. "페르난도, 돈을 빼앗겨 어떡할 작정이죠?" 소파의 둥받이에 두 손을 짚은 그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년 신경볼 것 없다. 어차피 나갈 돈이었다. 이놈한테든 저놈한데 든." "하지만 페르난도." "글째, 괜찰다고 했잖아?" 페르난도가 몸을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밀리카, 매린의 장례식은 어제 부카라망가에서 치러졌다고 한다. 카를로스도 참석했으니까 그의 영혼도 만족했을거다. " 부카라망가는 그의 고향이었다. 고향에는 부모와 두 동생이 있었다. "그래, 밀리카. 네 가습이 아프겠다만 넌 어떻게 할 작정이냐 "페르난도,내 걱정은 말아요.나는 오빠가 걱정이 되어서,나 때문 fl 밀리카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카를로스가 문책하지 않을까요? 2억 달러나 째앗겼는데." 페르난도는 이제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는 밀리카와 시션이 마주치 자 머리를 돌리고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카를로스한테서 전화가 왔다. 크링거 쪽에서 미리 그에게 선수를 친 모양이야. 내가 2억 달러를 강탈당한 것을 알고 있었다. " 그의 말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난 눈치였어, 그의 말투를 들어 보면 안다.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면 화가 난 증거다. " "내가크링거 이야기를 해도 믿어 주지 않더구나.어졌든 나는독단 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공금을 썼다. 그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 "폐르난도." 페르난도는 며칠 사이에 깊어진 듯한 눈으로 밀리카를 바라보았다. "그놈, 고영무라고 했던가? 그 한국놈, 나는 웬일인지 그놈에 대해서 원한이 雲어진다. 물론 매린을 죽인 복수는 해야겠지만." "널 놓아 준걸 보면 은혜와 원수는 분명히 가리는 놈이야." "난 그놈에게 복수하겠다고 템세했어요, 페르난도." "해야지. 매린을 위해서, 그리고 네 및속의 아이를 위해서도." "폐르난도." 밀리카가 그를 쪽바로 바라보았다. "아이를 지우겠어요." 턱을 번적 치켜 든 페르난도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애비 없는 자식은 키우기가 싫단 말이냐 그의 말끝이 조금 떨렸다. "매린이 죽어서 어제 땅에 묻혔다. 그런 말이 네 입에서 나오다니. " ‥‥‥‥ "난 너희들을 자랑스럽 게 여겼었다. "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 오빠도 알고 저도 알아요. 그리고 죽기 전 의 매린도 알았을거예요." 그녀의 말소리는 차분했고 눈빛은 가라앉아 있었다. "페르난도, 우리 중에 아무도 자랑스러운 사람은 없어요." 갑자기 페르난도가 입을 벌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밀리카, 난 콜름비아로 돌아가면 카를로스에게 처형당할지도 모른 tl." "가지 말아요, 폐르난도." "난 배신자가 될 수는 없다. " "그래도 매린의 아이를 델데냐?" 페르난도카 낮게 물었다 한동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밀리카는 이윽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도 ◎겠어요, 페르난도." 최대광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카페 수선화를 나와 좌우를 두리번거 렸다. 화장실에 들렸다가 나왔으므로 먼저 나간 흥성희를 찾는 것이다. 밤 11시가 넘어 있었으나코리아 타운의 번화가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길 건너편의 모퉁이에는 사람들이 몰려 서 있는 것이 싸움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려고 이쪽에서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영락없는 신촌이 나 방배동 거리의 풍경이었다. 목을 뽑아 두리번거리던 최대광은 이윽고 홍성희의 모습을 찾아 내 었다. 카페 옆의 첫길에 서 있었는데 두어 명의 사내에게 둘러싸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흥성희는 코리아 타운에서 음식점이나 카페, 장사가 잘된다면 룸살 롱이라도 차릴 작정이었다'. 그래서 신용만을 아파트에 남겨 두고 그녀 에게 이끌려 업소들의 순례길에 나선 것이었다. 휘적이며 그녀에게 다가간 최대광은 그녀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봐요,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어서 가 봐요. 난 동행이 있 어." "오,갓 뎀." 머리에 질끈 끈을 동여맨 사내가 낄낄거리고 웃었고,홍성희 앞에 선 가죽 점퍼의 사내는 그녀 쪽으로 턱을 뽑아 내밀고 있다. "무슨 일이여?" 최대광이 다가가 그들을 내려다보자 사내들은 주춤하는 눈치였다. "아니 글쎄, 이 작자가 나보구 드라이브하자고 하는데." 흥성희는 화가 나 있었다. 최대광에게 바짝 붙어 서서는 가죽 점퍼 의 가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행이 있다는데도 부득부득 팔까지 잡고." "선 오브 비치. " 점퍼 입은 사내가 뱉듯이 말하고 몸을 돌렸으나 최대광이 팔을 델어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어첫밤 신용만으로부터 영어 욕부터 배워 놓은 참이었다. 목털미를 잡힌 사내가 주출 반 발짝쯤 뒤로 끌려오자 띠를 두른 사 내와 반코트의 사내가 아연해 긴장을 하고는 최대광 쪽으로 몸을 돌렸 다. 길이어서 행인들은 별로 없었으나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바 라보았다. 그러자 이쪽은 미국이고 영어를 쓰는 경찰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최대광에게 떠올합다. 그는 점퍼의 목덜미를 쥐었던 팔을 놓자마자 불끈 주먹을 쥐고는 사 내의 머리 끝을 내려쳤다. 장도리로 대못을'박는 자세였는데 장도리에 잘못 맞은 대못처럼 점퍼는 허리를 휘청하더니 앞으로 한 발짝우측으 로 두 발짝 걷고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비치가 뭐여, 이 씨발놈아." 눈을 부라리며 주저앉은 사내에게 점잖게 훈시하듯 말하고는 앞쪽 의 두 사내에게 한 걸음 다가졌다. 그러자 그들은 펄책 뛰듯이 몸을 물리고는 셋길의 좌우로 온몸을 공 중에 띄운 것처럼 줄행랑을 쳤다. "대광씨, 저 사람 봐." 최대광의 팔을 끼고 서너 발짝 걷던 흥성희가 키득거리며 턱으로 옆 쪽을 가리켰다. 점퍼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건들거리고 있는 것이 술에 만취 한 사내 같았다. 이제는싸움판에 익숙한것이 최대광만은 아니었다.
[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8
4. 대습격 밝은 왜건의 운전석에 앉은 고영무는 50미터즘 앞의 철문을 바라보 고 있었다. 철문의 앙쪽은 2미터즘의 벽돌담이었는데,담의 어느 부분 엔가는 고압선이나 레이저 광선이 걸쳐 있을 것이다. ·고영무는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8시 반이었다. 철문의 안쪽은 1백 평쯤 되는 널찍한 잔디밭이었고, 잔디밭 건너편의 흰 대리석으로 지은 2층 건물 안에는 크링거가 들어가 있었다. 건물의 구조와 집 안쪽 의 사정은 어제 저녁에 세 시간 동안이나 약도와 맞춰서 눈에 익혀 두 었다. 고영무는 어깨를 잔뜩 치켜 올리면서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숨을 델어 내었다. 차 안에서 맴돌고 있을 자잘한 먼지들이 몽땅 패 속에 들 어갔다가 나왔을 것이다. 저택의 철문 앞에서 도로까지는 10미터쯤의 거리였다. 거리에는 십 여 대의 차량들이 길가에 세워져 있었는데,아무래도 경호원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 같았다. 고영무는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는 슬그머니 가속 기를 밟았다. 왜건은 시동이 걸려 있던 참이라 소리 없이 철문 쪽으로 다가갔다. 철문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안쪽에 됫짐을 지고 서 있는 경비원의 모습 이 보였다. 양복의 호주머니 부근이 두툼한 것으로 보아 무기를 찔러 넣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철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차들아 주차해 있는 열의 제일 앞부분이었다. 경비원이 철문 안쪽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 다. 고영무는 긴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철문으로 다가갔다. "누구십 니 까?" "크링거씨의 손님이오. 오늘 저녁에 초대를 받았는데."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내는 의심쩍은 시선을 흴끗거리면서 허리에 찬 휴대폰을 들었다. 고영무는 재빨리 안쪽을 둘러보고는 철문의 쇠창살을 한손으로 움 켜쥐었다. 전화기를 귀에 대었던 경비원이 전화기를 내리더니 허리춤 으로 손을 옮겼다. 그러나 고영무가 코트 속에서 빼낸 한 손이 그보다 빨랐다. "퍽." 5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여서 가슴을 움켜쥔 경비원이 뒤로 넘어졌다 한 손에 소음기가 끼워진 리볼버를 들고 고영무는 칠문의 쇠창살 위로 기어올랐다. 그러자 저택의 2충 창에서 감자기 고함소리 가 터져 나왔다. 철문의 맨 꼭대기는 지상에서 3미터 정도였다. 그 끝 에 겨우 발을 딛고 선 참이다. 2층의 창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도 똑똑히 들렸다. "잡아라! 저놈을 쏴 죽여라!" 고영무는 저택의 좌우에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사내들의 흐랫한 윤 곽을 보았다. 어두운 밤이었으나 정문의 양쪽 기둥에서 빛나는 등의 빛에 의해 자신은 무대 위에 선 연극배우처럼 온몸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철문의 꼭대기에서 앞과 뒤 중 어느 쪽으로 떨어져 내릴까를 한순간에 결정해야 했다. 그는 안쪽으로 코트 자락을 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빛이 보였고 쇠창살에 맞아 총알이 취었다. 2층 저택은 금방 수라장이 되었다. 이쪽저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 고 총소리가 났다. 그리고 저택에 있는 방의 불은 모두 켜졌다. 고영무 는 어제 보아 두었던 철문 안쪽의 차도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 는 수류탄 한 개가 이미 쥐어져 있었다. 차도 가에는 조그만 대리석 받 침과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 이 저택의 전 주인이었던 배우의 어설픈 수집품 과시일 것이다. 동상 옆으로 몸을 붙이자 총알이 여러 발 대리석 받침에 맞아 취었 다. 고영무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50미터 정도였다. 그는 수류탄 의 안전편을 뽑고는 팔을 한껏 젖힌 다음 2층의 둘째 방을 향해 수류탄 을 던졌다. 그를 향해 처음 고함 소리를 내던 방이고 아직도 두 사람이 그를 향 해 소리치면서 총을 쏘아 대고 있다. 수류탄이 나는 몇 초 동안이 그에 게는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그의 수류탄 최고 투척 거리는 72미터였다. 총알이 다시 두어 발 대리석 받침에 맞아 튀었고 좌측에서 두 사나 이가 상체를 바짝 굽힌 채 다가왔다. 그러자 저택의 2충에서 엄청난 폭 음과 함께 수류탄이 폭발했다. 창가에서 이쪽을 향해 총을 쏘던 사내 가 폭풍에 휩쓸려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 손으로 우지 기관총을 편 고영무는 좌측의 사내들을 향해 방아쇠 를 당겼다. 5초쯤 당기고 나자 탄창이 비는 칠컥 소리가 들렸는데, 총 탄이 벗발처럼 날아가 다가오던 사내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탄창을 바위 끼는 사이에 개짓는 소리가들려 왔다. 그것은 낮고으 렁대는 소리였다. 대리석 조각 사이로 머리를 내민 고영무는 검은 물체가 쓴살같이 이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두 마리는 중앙에서, 한 마리는 좌측에 서였다. 탄창의 노리쇠를 잡아당기고 나자마자 고영무는 개들을 향하 여 방아쇠를 당졌다. 중앙의 두 마리는 총알에 맞아 온몸을 뒤집으면 서 허우적거리다가 죽었으나, 좌측의 한 마리는 땅바박에 자빠지더니 이쪽을 향하여 안간힘을 쓰듯 기어왔다. 기관총의 총알이 다시 바닥이 났다. 고영무는 허리춤에 끼워 둔 리 볼버를 꺼내자마자 가까이 다가온 복사의 이마를 향해 쏘아 대고는 다 른 손으로 수류탄 한 개를 꺼내었다. 소낙비가 떨어지듯 대리석 받침대에 총알이 휩쓸고 지나갔고 요란 한 기관총 소리가 났다. 안전핀을 뽑아 든 고영무는 힐끗 저택을 바라 보았다. 저택의 경비 기능과 전기에 이상이 있는 것같이 보였다. 2층과 아래충에 켜진 불빛은 서너 개에 불과했고 2충의 창문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고영무는 이제 불꽃이 번쩍이는 아래쪽 현관을 향해 수류탄을 힘껏 던졌다. 요란한 폭음을 내면서 수류탄이 현관에서 폭발하자 사내들의 어지 러운 고함과 비명이 섞여 들렸다. 고영무는 주머니에 든 수류탄을 모 조리 바닥에 털어 놓았다. 그리고는 한 개씩 저택을 향하여 던지기 시 작했다. 저택은 불길에 싸이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퍼부어지던 총탄도 뜸해 겼다. 타오르는 불길이 보였고, 가끝씩 충성이 일어났으나 그쪽을 향해 던진 고영무의 수류탄에 이내 제압을 당했다. 이윽고 고영무는 열 개의 수류탄을 모두 던진 다음 우지 기관총을 들고는 저택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뛰쳐 나갔다. 저택의 불길 옆에서 요란한 총성이 다시 들리더니 고영무의 어깨에 뜨거운 충격이 왔다. 휘청거리며 몸을 흔들던 고영무가 중십을 잡고 달리면서 그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저택은 이제 폐허가 된 것같 이 보였다. 수류탄 열 발이 창마다 뚫고 들어가 폭발한 것이다. 탄창을 갈아 끼 우는데 왼쪽 어깨에 통증이 밀려와 왼팔을 쓰기가 힘이 들었다. 오른 손으로 우지를 움켜쥐자 왼팔이 아래로 덜렁거리며 흔들렸다. 고영무 는 부숴져 내린 현관의 문짝을 뛰어넘어 저택의 안으로 뛰어들었다. 2 층의 계단 위에서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뿐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는 눈을 치켜 뜨고 재빨리 좌우를 살켰다. 아래층 서재에 않아 장부를 보고 있던 크링거는 밖의 복도를 달리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머리를 들었다.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총소리가 났는데 2충의 상황살인 듯했다. 그쪽에서 무엇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러자 다시 이쪽저쪽에서 십여 발의 총소리가 들렸는데 모두 이쪽에서 발사되는소리였다. 크링 거는 서류를 접었다. 그러자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면서 온 집 안이 흔 들렸고,자신의 눈 앞 벽에 걸려 있던 CIA국장제임스워렌과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들이 바박으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집 안은 수라장이 되었다. 총알 소리가 요란했고 고함 소리도 들렸다. 크링거는 입을 벌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의 불은 꺼졌다가 다시 켜졌는데 3초즘 지나자 다시 꺼져 버렸다. 상황실이 일격을 받아 전기와 보안 장비가 파괴된 것이다. 그러자 곧 무시무시한 폭음이 옆쪽에서 들렸고 닫혔던 서재의 문이 폭풍으로 활짝 열리면서 유리와 종이 조각들이 쓸아져 들어왔다. 크링 거는 테이블 한쪽 귀퉁이에 등을 대고는 쪼그리고 앉았다. 오늘의 보 안 책임자는 휴스턴이었다. 그는 2층 상황실에 있었을 것이다. 수류탄 이 다시 집 안에서 폭발했다. 이제 부하들이 비명 같은고함소리를 지 르고 있었다. 그리고 수류탄은 계속 떨어져 내렀다. 크링거는 페르난도가 30여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총공격을 하고 있 을거라고 믿었다. 그가 이렇게 무모한 놈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 었다. 그는 미국의 LA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집 안은 이미 불 길과 연기에 싸여 있었고총소리가뜸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부하들이 페르난도에게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크링거는 서랍을 열고 안에서 소형 베레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가 이내 뚝 그쳤다. 그리고는 바로 옆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전기가모두 나가 2충과 옆쪽 응접실에서 타오르는 불길로 겨우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뿐이다. "크링거! 크링거, 어디 있나 나와라!" 크링거는 숨을 죽이고 손에 쥔 권총을 세웠다. 목소리와 함께 발자 국 소리가 털어졌다가 다시 다가왔다. "크링거! 이 비겁한 놈! 나와라!"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페르난도의 목소리는 아 니었다 갑기 요란한 총소리가 들렸다가 이내 그쳤다. "크링거!" 목소리가 서채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크링거는 온몸의 근육을 긴장 시켰다. 베레타를 편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는데 총을 겨눌 때 총이 미끄 러질 것같아 걱정이 되었다. "크링거! 나오면 살려 준다!" 크링거는 다가오는 소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곧 사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 왔다. 2층에서 번지는 불길로 사내의 얼굴이 보인 것이다. 크링거의 가슴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았다. 사내는 동양인이었다. 그렇 다면 한국인이다. 며칠 전 페르난도의 부하를 납치해서 인질금을 요구 하던 그놈일지도 모른다. "크링 거!" 성난 듯한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자 크링거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나 여기 있다. 쏘지 마라." 그는 베레타를 한 손에 쥔 채로 두 손을 들었다. "내가 크링거 길패드릭 이다. " "이 개새끼, 빨리 이쪽으로 와!" 동양인의 두 눈을 바라본 크링거의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 나갔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그의 앞으로 다가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동양 인은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한쪽 볼은 곁은 검댕으로 얼룩져 있었다. "자, 돈을 내라. 내 돈,2억 달러." 기관총으로 배를 겨누면서 동양인이 말했다. 그는 응접실 기둥에 상 반신을 기대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빨리!" 그리고는 드르륵 하는 연속 발사음이 들리면서 크링거 옆쪽으로 총 알이 흘러 나갔고 크링거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 한쪽 팔을 움켜쥐었 다. 총에 맞은 것이다. "아아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으므로 크링거는 입을 한껏 벌리고 커다람 게 비명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아직 통증은 느끼고 있지 않았다. "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대답하지 않을 땐 남아 있는 50발을 모두 네 뱃속에 처넣어 주마. 돈은 어디 있어?" 사내가 얼음덩이 쑤시는 얼음송곳 같은 말투로 물었다. "여기 ." 크링거는 서둘러 대답했다. 정문을 타고 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아마 10분이 조금 넘었을 것이다. 벽에 기대 선 고영무는 크링거의 얼굴에서 일렁거리는 그림자를 보 았다. 바활쪽 응접실에서 타오르는 불및이 그의 얼굴에 불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크링거, 지금은 시간이 없다. 나하고 같이 나가야 돼." 고영무가 그의 앞으로 다가서서 기관총의 총구로 문 쪽을 가리켰다. "네가 앞장을 서라. 정원으로 뛰어야 한다. 정문 앞에는 내가 타고 온 차가 있어." "이것 봐, 차고에도 내 차가 있는데." 크링거가 팔을 감빠며 턱으로 옆쪽을가리켰다. 이제 그의 얼굴에서 는 놀람과 공포의 표정이 가셔 있었다. 바찬에서 사내들의 외침 소리 가 들려 오자 퍼뜩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네 차고는 수류탄을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이 자식아. 자, 나가!" 고영무는 그를 앞세우고 서재를 나왔다. 갑자기 2층에서 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와 앞쪽의 벽에 맞아 통겨 나갔다. "난 크링거를 데리고 있다! 잘 들어라! 이쪽으로 한 번만 더 총을 쏘 았다가는 이놈을 죽이겠다!" 고영무가 방아쇠를 반 초쯤 잡아당기자 드르륵 하는 발사음과 함께 총알이 2층으로 랄아졌다. "네 부하들에게 소리쳐라! 그렇지 않으면 널 죽이고 가겠다. " 총구로 그의 등을 밀면서 고영무는 크링거에게 바짝 다가붙었다. "딘지 마라! 美지 마!" 크링거가 소리쳤고 그들은 현관을 빠져 나왔다. 밖은 어두웠고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집 안에서 발산되는 불의 열기와 일렁거리는 불빛이 잔디 위까지 넘실거 렸다. 왼쪽의 숲 속에서 사내 한 명이 소총을 겨누고 서 있는 것이 보 였다. "루크! 쏘지 마라!" 그를 발견한 크링거가 먼저 소리쳤고 그들은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 나갔다. 크링거는 오른쪽 팔을 감싸구 있었는데 보폭을 크게 떼어 정 충거리며 잔디 위를 뛰었다. 그들은 점점 어둠 속으로 들어쳤고 달려 가면서 뒤를 돌아본 고영무의 시선에 현관과 집 모통이 근처에서 어른 거리는 두어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 었다. "자, 그 차에 타라. 네가 운전을 해!" 정문의 앞쪽에 세워 둔 그의 낡은 왜건을가리키며 고영무가소리쳤 다. 크링거의 몸을 방패로 하고 그는 한 바귀 몸을 돌려 차 안으로 들 어갔다. 크링거가 운전석에 올랐다. 그는 총에 맞은 팔을 핸들 위에 올려놓 았다. "달려! 이 자식아! 곧장 달리란 말이다!" 고영무가총구를 그의 귀에 대면서 버럭 소리치자크링거는 힘껏 액 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는 요란한 타이어의 마찰음을 내면서 퉁기듯 이 달려나갔다. 크링거의 집 쪽으로 델은 도로는 직선 도로로 좌우에 가로수만 세워 져 있어서 어두웠다. 1킬로쯤 달리떤 도시로 들어가는 공용도로가 나 온다. "어디로 가나?" 직선 도로를 곧장 달려가면서 크링거가 물었다. 그의 백발이 이마 위로 한움큼 흐트러져 내려와 있고,와이셔츠 차링인 그의 한쪽 팔은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우회전하고 나면 간이 변소가 있을게다. 그곳에서 세워!" 1킬로는 금방이었으나 고영무에게는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고 크링 거가 꾸물대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는 총구를 크링거의 귀에 대고 다 시 밀었다. "밟아라, 크링거. 허들수작 했다가는 시체를 버리고 간다. " 고물 왜건은 머리를 불쪽 들어 속력을 내고는 공용 도로로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뒤집혀질 듯이 기울어지면서 타이어가 터지는 듯한 소리 를 내었다. 앞쪽에 희미한 간이 변소가 보였고, 그들 옆으로 고속을 내는 승용 차들이 스쳐 지나갔다. 고영무는 뒤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먼 쪽에서 번쩍이는 경계등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쪽은 패사디나 경찰국웨 소관 이었다. 그가 이번의 공격에서 제일 불안하게 생각했던 것이 마지막 1킬로였 다. 저택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거나 어디가 없어진다면 그것으 로 그만이다. 그러나 크링거를 데리고 나온 후 공용 도로까지의 1킬로 사이에서 경찰들과 마주치게 되면 그것으로 끝장인 것이다. 경찰과대 치해서 크링거를 인질로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영무는 2층의 상황실 을 먼저 공격하였고 작전 시간을 10분으로 잡았던 것이다. 패사디나 경찰국과 크링거의 집은 자동차로 15분 거리였으므로 상 황이 벌어지자마자 자동으로 그쪽에 신고가 가면 직선 도로의 입구에 서 그들과 만날 수도 있었다. 왜건은 간이 변소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일단 1단계는 성공한 셈이다. 고영무는 총알이 들고 들어간 어깨의 통증을 그제야 비로소 느꼈다. 크링거가 차의 속력을 줄이면서 주름진 얼굴로 힐끗 이쪽을 바라보 았다. "차를 세워, 엔진은 끄지 말고. 브레이크만 걸어 놓아라." 한 마디씩 자르듯 말하고는 고영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짙 은 어둠에 싸여 있었고 서너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으나 차의 불 은 꺼져 있었다. 30미터쯤 앞쪽으로 간이 변소와 무인판매대가 회미한 등불 밑으로 겨우 보였다. 고영무는 그에게 총을 겨눈 채 차 뒤쪽에서 넓적한 테이프를 집어 들었다. 검정색 비닐론 테이프는둥글게 말려 있었는데 금속이나나무 조각을 이어 붙이는 강한 접착력이 있었다. "팔을 뒤로 돌려 " 고영무가 덕을 들며 말하자 크링거가 그에게 둥을 보인 채 두 팔을 뒤쪽에서 모았다. "내 팔에 총알이," "죽지는 않아, 이 자식아. 닥쳐!" 크링거는 입을 열지 않았다. 테이프로 그의 팔을 여러 차례 휘둘러 감은 고영무는 총을 내려놓고는 윗도리의 단추를 풀었다. 다행히 총알 이 어깨에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조금씩 피가번져 나 오고 있었는데, 만일 관통했다면 아파트의 양쪽 문을 열어 놓아 바람 이 쏟아지는 것처럼 피가 뿐어 나왔을 것이다. 고영무는 넓은 테이프를 10센티쯤 이빨로 들어 내었다. 그리고는 총 알이 들어간 자국 위에다 테이프를 붙였다. 떼어 낼 때 어떻게 되더라 도 이제 피는 흘러내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아 그 한국인인가?" 언제부터인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크링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 다. 고영무는 힐끗 그를 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 온 고영무가 크링거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됫자리로 가서 누워 있어라. 이제부터 운전은 내가 한다. " 크라우스는 입을 책 벌리고는 앞쪽에 펼쳐져 있는크링거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택이라고는 결코 부를 수 없는 흥가가 되어 있었 다. 살아 남은 부하의 이야기에 의하면 서너 명의 사내가 수십 발의 수 류탄 공격을 시작으로 쳐들어왔다는 것이다. 우아한 건축양식이어서 패사디나 근교에서는 볼 만한 저택으로 소 문난 이곳이 이제는 처참한 쓰레기와 흉한 내부 구조를 드러내고는 곳 곳에서 연기를 뽑어 내고 있었다. 경찰차와 소방차들이 저택의 정원에 가득 들어차 있었고 앰블런스 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그들 사이를 빠져 나갔다. 크라우스가 정원에 가득 차 있는 경찰들을 바라보면서 이맛살을 찌 푸리는데 이마에 검댕을 묻힌 로벨이 절름거리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보스, 금고는 끄떡없습니다. 침실의 문짝이 부서졌지만 그쪽은." 크라우스는 정원의 구석으로 몇 걸음 자리를 옮기고는 그를 향해 셨 다. "몇 놈이었어, 로벨?" "저는 2층의 주방에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는‥‥‥ 하지만서너 명은 넘었습니다. " "페르난도 일당이었나?" "그런 것 같았습니다. " "크링거씨를 끌고 간 놈은 거인이었습니다. 그놈은 제가 보았습니 다. 맥시코 인 같더군요." "콜를비아 인이야, 로벨." 그들 스페인계 혼혈은 가끝 멕시칸과 혼동될 수도 있다. 그러자 크 라우스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정원의 어둠 속으로 다시 두어 걸음 물 러섰다. 정원을 가로질러 경찰차 사이로 걸어가는 앨버트 존슨과 지미 골드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둘러 저택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런 빌어덕을."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지미 골드는 입 밖으로 욕설을 및어 내었다. 그는 쓰레기 동산이 된 크링거의 저택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오르 는 모양이었다. 앨버트의 뒤를 따르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계산으로는 크링거가 이렇게 납치되고 공격을 받아서는 안되 는 것이다. 크링거는 집에 얌전히 엎드려 있으면 이틀 아니면 늦어도 사흘 후에 마약부의 소환장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쯤 되고 보면 크링거는 여른을 타게 된다. 크링거의 변호사 그룹들은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들은 크링거가 약자이며 정의롭고 얼마나 봉사활동을 많이 린는가를 PR할 것이고, 여론이 그쪽으로 몰리면 주지사나 백악관도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들은 경찰서장인 그렌트에게로 다가갔다. 정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아서인지 그렌트는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는 부서진 저택을 둘 러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 물린 담배는 아래쪽으로 늘에져 있었다. "그렌트, 나치들의 공격인가?" 앨버트가 그의 옆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그는 어깨를 한 번 들씩 을렀다. "앨버트, 안 나타나는 데가 없군. " "크링거가 할리우드의 갈보하고 요즘 배를 맞춘다던데, 그것과 연관 이 있을까?" 그렌트가 힐끗 앨버트를 바라보더니 아직 불똥이 남아 있는 나무 토 막 한 개를 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일러한테 시달리게 생겼어, 젠장." 마일러 프랑크는 LA 시장이다. 크링거는 워싱턴에도 발이 넓었으므 로 어느 놈이 또 나설지도 모른다. "어느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적군의 진지를 공격하는 것처럼 철저히 부줬어. 대단해, " 연기를 내뽑는 그렌트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혀올랐다. "목격자 말은 정신들이 나가서인지 어느 놈은 세 놈이 공격했다고 하고 어느 놈은 여섯 놈이라고 하는데, 이쪽은 다섯 명이 죽고 여섯 명 이 부상이야. 온전한 놈은 세 놈밖에 없어. 그런데 저쪽은 사상자가 한 놈도 없어." 앨버트와 지미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자 그렌트가 말을 이었다 "놈들은 공격해 와서는 곧장 크링거만 채 갔단 말이야. 인질로 하기 위해서 공격한 것 같아." "다른 건 손대지 않았나?" 앨버트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그렌트는 머리를 저었다. "손대지 않고 부줬지 수류탄으로.요소요소 수류탄을 던진 솜씨를 보면 아랍권 테러단 같기도 하고." 델버트와 지미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부하가 그렌트를 찾아 그가 자리를 떠나자 지미가 머리를 저었다. "알 수가 없어요, 앨버트. 크링거에게 이렇게 도전해 올 세력이 있다는 것부터가 사건입니다. " "기다려 보자구,지미.크링거를 납치해 갔으니 저쪽에서 무언가 연 락을 해 오겠지. 조건을 내걸든가." 지미가 머리를 돌려 정원의 한쪽을 살펴보았다. 아까까지 있었던 크 라우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제 1인자였다. 크링거의 위아래를 출어보던 최대광이 다가가서 그를 번책 안아들 었다. 눈을 둥그렇게 몰 크링거가 그를 내려다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 다. "야, 인마. 앉아서 움직이지 마." 손가락으로 크링거가 앉은 의자를 가리키며 최대광이 말했다. 야, 인마는 한국말이고 나머지는 영어였으므로 '야, 인마. 돈 무브'가 되었 다. "형님, 총알이 보이는데요." 소파에는 고영무가 비스듬히 기대 앉아 있없는데 신용만이 그의 원 도리를 벗기고는 상처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병원에 가야겠는데." "그것 빼면 된다. 알코올로 소독하고." 고영무가 가법게 말하였으므로 신용만이 입맛을 다셨다 "영화에서는 보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럼 놔 둬라. 소독이나 하고 덮어 둬," "어디, 내가 한번." 최대광이 말하며 다가왔으므로 신용만이 눈샙을 찌푸리고 그를 노 려보았다. "넌 저쪽으로 가 있어. 불빛이나 가리지 말고." "이 새끼는 괜히." "거기 술병을 이리 내라." 고영무가 턱을 들어 선반 쪽을 가리켰으므로 신용만을 향해 으르렁 거리려던 최대광이 몸을 돌렸다. "형넘,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굽니까?" 이윽고 신용만이 알코올을 적신 솜으로 그의 상처 부위를 조심스레 딴으면서 물었다. 어깨에서 3센티쯤 내려온 부분이 둥글게 부풀어 있었는데,중심 부 분은 10원짜리 동전만하게 패어 있었다. 2센티쯤 안으로 반짝이는 총 알의 됫부분이 보였는데 끊임없이 붉은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고영무는 위스키 병을 그의 손에 쥐어 주는 최대광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고영무가 아파트 앞에서 전화를 해 온 것은 밤 11시가 되었을 때였 다. 달려나간 그들은 왜건에 앉아 있는 고영무와 됫좌석에 묶여 누워 있는 크링거를 보고는 단숨에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 지만 고영무가 사람을 납치해 온 것이다. 시키지 않았어도 최대광은 크링거를 쌀자루 레듯이 들고 아파트로 날랐고, 신용만은 왜건을 몰고 길도 알 수 없는 시내로 들어가서는 버리고 왔다. 고영무는 머리를 끄덕였다. "저놈은 미국 마약조직의 거물이다. " 택으로 크링거를 가리키며 고영무가 입을 열었다. 간간이 병을들어 한 모금씩 위스키를 삼키면서 고영무가 이제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 동안 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과연 우리 형넘이오."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최대광이 크게 감동을 받은 얼굴로 머리를 끄 덕였다 "형넘, 앞으로는 내가 나설테니까 좀 쉬시지요." 고영무가 빙긋 웃었다. "형님, 그럼 돈을 받으면 돌려보내실 계획입니까?" 힐끗 크링거를 바라본 신용만이 물었다. 고영무가 머리를 끄덕였다. - "어차피 저놈 돈도 아니니까 우릴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물론 그때 가 봐야 알겠지민." 크링거는 분위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묶 여 있는 몸을 흔들면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이봐, 한국인. 날 인질로 해서 돈을 받을 생각이라면 크라우스를 통 해 주게. 그의 휴대폰 번호를 내가 알려 주겠네." "친절하군, 크링거. 그 돈은 네 금고에 있나?" 크링거가 리리를 끄덕였다. "잘 아는군. 이번의 폭격에도 금고는 멀정할걸세." "금고에 얼마나들어 있지?" "글쎄, 3억 달러쯤 될까? 난 건설업을 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이 필요 하다네." "마약을 판 돈이겠지. 그 중 2억 달러는 내 몫이야, 크링거." 크링거는 이제 진정이 되어 가고 있는 듯 입술 끝으로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을 의웠다. "자네에게 '노'라고 대답해야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 니 대답하지 않겠네." "널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크링거. 너는 대답을 선택할 여유 가 없다. " 고영무가 그를 향해 팅그레 옷었다. "유명 인사라는 놈이 애들에게 마약 판돈을긁어모아치부를 하고, 나중에는 돈을 강도질해 가다니 치사한 놈이야, 너는." "널 페르난도에게 보내 줄까?" "당신이 그와 그만큼 가까운 사이안" "네 부하에게 다섯 명이 즉었다. 그 보상은 어떻게 할테냐 "돈 때문에 생긴 일이야.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 " 크링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에게 백만 달러씩만 주면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게 될거다. " "대단하군, 크링거." "난 이런 경험이나 기반을 항아올리는 데 네 나이보다 많은 30년이 란 세월이 걸렸다. 난 어서 이곳을 나가고 싶다. " "오늘은 안돼, 크링거, " 고영무가 머리를 저었다. "돈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받는 장소와 시간을 정해야 하니까." "그리고 너는 돈으로 해결이 된다고 했지만 당사자들한테 물어 봐야 할 것 같다. 네 마음대로 정할 문제가 아냐, 크링거." 신용만은 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중이었고 최대광은 하품을 했 다. 가방의 뚜껑을 닫고 지퍼를 끌어올린 페르난도가 허리를 펴고 밀리 카를 바라보았다. "밀리카, 마르코에게 부탁해 놓았으니까 안심은 된다마는 콜롬비아 로 돌아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그는 답답한 듯 백타이를 잡아당겨 매듭을 느슨하게 내렸다.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사업을 하려면 카를로스는 내가 필요해." "페르난도, 난 어린애가 아니에요." 눈셉을 치켜 올린 밀리카가 그를 義아보았다. "콜롬비아에서는 벌써 소문이 퍼겼다고 해요. 오빠는 돌아가면 죽어 -a.. " 페르난도가 어깨를 들씩이며 얼굴에 웃음을 띄줬다. "넌 어려서부터 고집쟁이였지.아마 우리 가문의 피가 그런가 보다. 나도 남 못지않으니까. 그렇지만 너는 내 말은 잘 들었지, 밀리카." "애를 떼는 것까지는 네 뜻대로 해라. 하지만 내 일에 대해서는 그만 걱정하고 여기 남아 있어라. 이것은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힐끗 시선을 들었던 페르난도는 입맛을 다시더니 가방의 고리를 채 웠다. 노크 소리가 다급하게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리고 마르코가들어셨 다. 얼굴의 표정이 놀란 것처럼 눈을 치켜 뜨고 입을 조금 벌리고 있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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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 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