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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로 살펴보는 한국현대사
1.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날!
기쁨의 아리랑
울며 넘던 피눈물의 아리랑 고개 / 한번가면 소식 없는 탄식의 고개
기쁨 싣고 떼를 지어 뛰넘어 오네 /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에요
기쁨 싣고 돌아 오는 아리랑 고개
꽃도 피고 잎도 피는 아리랑 고개 / 우리 부모 뼈를 묻은 아리랑 고개
막대 끌고 돌아보며 흘러 갔더니 / 원수 갚고 떼를 지어 뛰넘어 오네
붉게 붉게 무궁화 핀 아리랑 고개 / 웃음 소리 넘쳐나는 승리의 고개
원수 피로 삼천리에 땅을 걸구고 / 보금자리 터 세우며 뛰넘어 오네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에요 / 기쁨 싣고 돌아 오는 아리랑 고개
광복가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깊더니 / 삼천리 이 강산에 먼 동이 튼다
동포여 자리차고 일어나거라 / 산 넘고 바다 건너 태평양까지
아아 자유의 자유의 종이 울린다
2. 1950년 6월 25일, 통한의 한국전쟁
전우야 잘자라·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고개를 넘어서 물을 건너 앞으로 앞으로 / 한강수야 잘 있더냐 우리는 돌아왔다.
들국화도 송이송이 피어나 반기어주는 / 노들강변 언덕 위에 잠들은 전우야
터지는 포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 / 우리들이 가는 곳에 삼팔선 무너진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오른다 네 얼굴이 꽃같이 별같이
굳세어라 금순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데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1.4이후 나홀로 왔다.
이별의 부산 정거장·홍동아 작사, 박시춘 작곡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 살이 설움도 많아 /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자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우네 / 이별의 부산 정거장
단장의 미아리 고개·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떠난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뒤 돌아보고 또돌아 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 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잃어버린 30년·박건호 작사, 남국인 작곡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그리웠던 삼십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 하며 /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 못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 목메이게 불러 봅니다.
직녀에게·문병란 시, 박문옥 작곡, 김원중 노래
이별이 너무 길다 /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딛고 다시 만날 / 우리들
여인아 여인아 /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도 끝나야 한다 /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구 위에서·이적 작사, 작곡
할머니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태어나서
육이오 전 월남했죠
육남매를 키우시며 고향 얘긴
좀처럼 안하시며 지내왔죠
금강산에 유람선이 다닌다는 시절에도
가보시자 할 수 없는 걸
할아버지 돌아가신 그 이후로
할머니 두 눈은 보이지 않으니...
그래 그렇게 그래 그렇게 우린 만나게 될까..
이 작고 둥근 지구 위에서
테레비나온 귀순배우 남한 말을 모르는게
우스갯소리가 되고
‘훌라우프’를 ‘윤돌리기’라 한다니
박장대소 방청객도 웃어댔죠
글세 내가 이상한지
아님 맘이 불순한지
얼굴이 더 붉어지네
뭐가 그리 우스운지 모르지만
‘훌라우프’ 혀 굴릴 때 마음 아파
그래 그렇게 그래 그렇게 우린 만나게 될까..
이 작고 둥근 지구 위에서
아이들이 죽어가요 이젠 모두 쓰러져요
끌끌끌 혀를 차는데
아픈 마음 바로 뒤에 조심스레
‘합치면은 저걸 어째’ 생각들죠…
쌀가마니 보내자면 못믿는다 말리면서
내 코가 석자라는데…
이제 여기 서울 평양 사이에는
철조망 보다 높은 벽이 쌓였네요
그래 그렇게 그래 그렇게 우린 만나게 될까..
이 작고 둥근 지구 위에서
3. 1960년 4월, 밎주주의를 향한 외침
진달래·이영도 시, 한태근 곡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 그날 쓰러져 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 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4. 1961년 5.16 군사 구테타
노란 샤쓰입은 사나이·손석우 작사, 작곡, 한명숙 노래
노오란 샤쓰입은 /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나는 좋아
미남은 아니지만 / 씩씩한 생김 생김
그이가 나는 좋아 / 어쩐지 맘이 쏠려
아 아 야릇한 마음 / 처음 느껴 본 기분
아 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신중현 작사, 작곡, 김추자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서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어린 동생 울면서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말썽 많은 김총각 모두 말을 했지만
의젓하게 훈장달고 돌아온 김상사
동네 사람 모여서 얼굴을 보려고 모두 다 기웃 기웃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 동네 잔치하네
폼을 내는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믿음직한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5. 재건과 건설의 시대
새마을 노래·박정희 작사, 작곡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서로서로 도와서 땀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 부자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 새조국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일하는 해의 노래·박목월 작사, 이희목 작곡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자 / 새살림 일깨우는 태양이 떴다.
새로운 뜻 부푼 꿈을 일손에 모아 / 가난을 물리치자 행복을 심자
일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 일하자 올해는 일하는 해다.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자 / 일하는 팔다리엔 힘이 솟는다
노래하며 씨 뿌리며 웃으며 가꿔 / 이제는 누려보자 잘 살아보자
일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 일하자 올해는 일하는 해다.....
잘살아보세·한운사 작사, 김희조 작곡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금수나 강산 어여쁜 나라 한마음으로 가꿔가며
알뜰한 살림 재미도 절로 부귀영화 우리 것이다.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김상범 작사, 작곡, 현숙 노래
아빠가 떠나신지 사계절이 갔는데
낯선곳 타국에서 얼마나 땀 흘리세요
오늘도 보고파서 가족사진 옆에 두고
철이 공부 시키면서 당신만을 그립니다.
염려마세요 건강하세요 당신만을 사랑하니까
※청량리 맘모스 카바레에서 현숙이 그 노래를 부를 때였다. 갑자기 업소 사장이 현숙의 매니저인 김상범에게 다가와 엉뚱한 부탁을 한다. 「타국에 계신 아빠께」 때문에 손님 다 끊기게 됐어요. 제발 그 노래만은 부르지 말아 주세요. 카바레에 찾아온 여자 손님들이 춤추며 즐겁게 잘 놀다가 「타국에 계신 아빠께」만 흘러나오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옷가지를 챙겨 나간다는 것이었다.
블랙 코리아
술이 하도 당겨서 사러가잖아? 그때마다 동양인 새끼가 쫀쫀하게 잔돈을 세고 앉았겠지. 검둥이는 다들 지긋지긋해 하지. 사람들만 보면 도둑놈 취급이니 말이야. 누구 덕에 장사하는 줄 아냐. 자식아 헤이! 너야 너. 짝 찢어진 눈의 멍청아! 뭘 봐 안 훔쳐가 멍청한 자식, 이봐 이봐 이봐 돈이나 빨리 세. 따라오긴 뭘 따라와! 쪼그만 궁둥이에 한방 박아줘? 미국에 있는 니네 가게 몽땅 보이코트 할 수도 있다구. 내가 한마디만 하면 다들 가만히 안 있는다구. 그러니 검둥이 주먹을 우습게 보지 말라 이거야. 확 불 붙여줘? 때려 부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블랙·코리아의 겟토라구. 블랙 코리아! 알았냐? 이 멍청아.
※미국에서 가장 과격한 랩퍼 아이스큐브의 『사망진단서』에 수록된 곡. 재미교포와 흑인의 갈등을 읽을 수 있다. 이 노래가 든 앨범 『사망 진단서』가 150만장의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던 무렵, “로드니 킹 사건”이란 알려진 사건, 즉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집단 폭행한 사건 공판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인 경찰관 4명은 주 재판소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직후 사우스 센트럴 지구를 시발로 한 방화는 순식간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동으로 부풀어 갔다. 아이스 큐브의 불길한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사노라면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가 새는 판자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한숨일랑 쉬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교 「님과 함께」 남진 (1972)
저 푸른 초원 위에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 한백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되어 / 겨울이면 행복하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6. 유신시대, 그 자유에 대한 갈망
어떤 말씀
어머님의 말씀 안 듣고 머리 긴 채로 명동 나갔죠
내 머리가 유난히 멋있는지 모두들 나만 쳐다봐
바로 그 때 이것 참 야단났군요 아저씨(경찰)가 오라고 해요
웬일인가 하여 따라 갔더니 이발소에 데려가 내 머리 싹둑
어머님의 말씀 안 듣고 짧은 치마 입고 명동 나갔죠
내 치마가 유난히 멋있는지 모두들 나만 쳐다봐
바로 그때 이것 참 야단났군요 아저씨가 오라고 해요
웬일인가 하여 따라갔더니 그 다음은 말 안할래요.
왜 불러·송창식 작사, 작곡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설 땐 무정하더니
왜 자꾸 자꾸 불러 설레게 해
아니 안되지 돌아서선 안되지
아니 안되지 돌아보면 안되지
그냥 한번 불러보는 그 목소리에
다시 또 속아선 안되지...
※이 노래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 중 군입대를 앞둔 이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을 나누는 장면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장발 단속에 쫓기는 대학생들의 도주장면에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면서 문제곡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이 노래 내용이 장발 단속 경찰에 저항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확대 해석된 것이다.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시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 치떨리는 노여움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물 좀 주소·한대수 작사, 작곡 (1974)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곧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한대수가 광포한 목소리로 이렇게 시대의 갈증을 서술했을 때, 이 노래와 그 주인은 곧 막다른 골목에 감금되어야 했다. 경남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한대수가 69년말 귀국하여 가진 공연은 이 땅에 새로운 노래 씨앗을 파종하는 전환적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슬로건은 한마디로 자유였다. 그러나 그의 노래 중 열 여섯 마디의, 단순하고 압도적인 락 템포에 실은 이 「물 좀 주소」만큼 70년대 내면적 억압의 표층을 뚫고 나오는 젊음의 자연발생적 폭발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첫 4마디가 방황할 권리를 지닌 젊음의 도전이라면, 하강하는 마지막 4마디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내세운 유신독재에 휘말린 이상의 좌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유신 당국은 감수성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를 비열한 방식으로 대중과 격리시켜 놓았다. 74년과 75년에 나온 그의 두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모조리 수거됐고, 테이프 원본까지 압수하여 파기함으로써 자유의 부활을 원천 봉쇄하였다. 입에 재갈이 물린 상황에서 한대수의 유일한 선택은 다시 이 땅을 떠나는 것 밖에 없었다.
주여 이제는 여기에 ·김지하 시, 작곡 김민기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소서
고향도 없다네 지쳐 몸 눕힐 무덤도 없이
겨울 한 복판 버림받았네 버림받았네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소서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소서
가리라 죽어 그리로 가리라.
고된 삶을 버리고 죽어 그리 가리라
끝없는 겨울 밑 모를 어둠 못견디겠네
이 서러운 세월 못견디겠네
이 기나긴 가난, 차디찬 세상 더는 못견디겠네
어디 계실까 주님은 어디
우리 구원하실 그 분
어디 계실까 어디 계실까
고래사냥·최인호 작사, 송창식 작곡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 보이는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우리들 사랑이 깨진다 해도 /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해도
우리들 가슴 속에는 뚜렷이 있다. 한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삽입 곡으로 만들어졌으나 노랫말 속의 ‘고래’가 말썽이 돼 금지곡으로 묶이고 말았다. 최인호는 검열 당국에 불려가 ‘고래’가 무엇인지에 대해 심한 추궁을 받았다고 한다.
불나비·작사, 작곡 미상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그리워
하얀 꽃들을 수레에 싣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우린 불나비
오늘이 이 고통 이 괴로움 한숨섞인 미소로 지워버리고
하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앞만보고 걸어가는 우린 불나비
오- 자유여… 오- 기쁨이여… 오- 평화여…
내 마음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활화산이요 뛰는 맥박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버릴 것 같아 친구야 가자 가자 자유 찾으러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테야
푸른 하늘 넓은 들을 찾아 갈테야.
7. 80년대, 또 한번의 좌절
그때 그 사람·심수봉 작사, 작곡(1978)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며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사람
※박대통령의 만찬자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심수봉은 당시 ‘손금자’란 가명으로 자주색 벨벳 상의와 짙은 밤색 스커트를 입은 뒷모습만을 내놓은 채 “그때 그 여인”으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사건으로 상당 기간 여러 기관에 불려 다디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연예활동 금지였다. 대통령 시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수로서의 생명이 사실상 끝장난 것이었다. 「그때 그 사람」은 한국가요사에서 등장한 숱한 노래 중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에 휘말린 노래다. 아울러 역사의 또 한 페이지를 마감지은 역사적 배경음악이기도 하다.
70년대에 바침·신해철 작사, 작곡
하늘이 그리도 어두웠었기에 더 절실했던 낭만
지금 와선 촌스럽다 해도 그땐 모든 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 70년대를.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가위를 든 경찰들
지금와선 이상하다 해도 그땐 모든 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 70년대를.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
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간 그 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말을 삼긴 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만의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5월 출정가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고 어디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피 피
※「5월 출정가」의 원곡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루시엥 모리스(Lucien Morrisse)를 추모하여 미셀 뽈나레프(Michel Polareff)가 1971년 작사, 작곡한 곡. 그 옛날 할머니가 그처럼 정성들여 가꿨던 아름다운 정원이 도시계획으로 불도저에 밀려 할머니에 대한 추억마저 함께 사라졌음을 안타까워한다는 내용의 노래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1. 오래전 할머니가 살아계셨던 때,
할머니가 가꾼 정원에는 꽃들이 피어났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할머니에 대한 추억들만이 남아있고
너의 손안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남아있질 않구나
누가 할머니를 죽였던가?
시간인가 아니면 더이상 즐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2. 오래전 할머니가 살던 때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무위에는 가지들이 있고 또 가지 가지마다 나뭇잎들이 있었다.
이 나뭇잎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를 부르곤 했었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던가?
시간인가 아니면 더이상 즐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3. 불도저는 할머니를 죽였고, 꽃들을 십장(什長)들의 망치로 바꾸어놨다.
노래를 부르는 새들은 이제 작업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구나
이 때문에 너를 애도하겠는가?
누가 할머니를 죽였던가?
시간인가 아니면 더이상 즐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가
바위섬·배창희 작사, 작곡 김원중 노래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광주항쟁을 은유적으로 표현
오월의 노래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져 흩어지고 꽃향기 머무는 날
묘비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이렇듯 봄이 가고 꽃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수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양천의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오월의 햇살」 이선희 노래
어디선가 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 / 보이는 건 쓸쓸한 거리 불어오는 바람뿐인데 /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쓸어올리면 / 가던 걸음 멈추어서서 또 뒤를 돌아보네 / 어두운 밤 함께하던 젊은 소리가 허공에 흩어져가고 아침이 올 때까지 노래하자던 내 친구 어디로 갔나 / 머물다 간 순간들 남겨진 너의 그 목소리 / 오월의 햇살 가득 건너 우리 마음 따스하리
어머니의 노래·김종서 작사, 작곡
Part - Ⅰ 「땅 Ⅰ」
Part - Ⅱ 「어머니의 노래」
Mother! 흐린 두 눈에 내일의 꿈을 꾸나요. 마냥 녹슬어만 가는 당신의 어린 아이들 무장한 캐터필러 광란의 노래 다 포근히 감싸며 안아 주셨죠. Mother! 폭 패인 두 뺨에 슬픈 눈물 고이네! Mother! 이젠 알아요. 내일도 해는 뜨는 걸 하지만 날개 돋힌 오만은 차갑게 그 빛을 가리네. Mother! 다 포근히 감싸며 안아 주셨죠.
(랩) 시커멓게 그을린 동심들과 컴퓨터의 포로가 된 내 아이 도시에 엉켜진 거미줄 전파 공해 이 거리를 헤매는 표정없는 얼굴들. Mother! 다음 세상엔 무엇이 기다리나요.
Part - Ⅲ 「땅 Ⅱ」
타오르는 연기 뒤로 전사들의 메아리. 내 형제를 지키는 자랑스런 T.N.T 이글대는 태양 아래 춤을 추는 자동차 구멍뚫린 하늘 아래 내리쬐는 검은 빛 다시 한번 들려줘 어머니의 노래를 희미하게 식어가는 어머니의 노래를
Part - Ⅳ 「안녕히」
이제는 모두 지워버리고 이젠 잠을 잘 시간. 때로는 힘겨운 나날들 한숨 뒤로 묻어요. 그대 품에 가득 안기어 어제의 수고에 감사드려요. 새들도 모두 집을 찾는데 우리 이젠 안녕히 슬픔도 이젠 안녕히
오월의 꽃 Ⅱ·박석주, 최소리 기타, 이희복 노래 (1998)
끝없이 외치련다 자유의 소리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날의 소리를
오월의 꽃으로 가신 님의 그 외침을
오월의 꽃으로 가신 님의 그 외침을
오월의 꽃으로 가신 님의 그 외침을
불씨·한돌 작사, 작곡 신형원 노래 (1982)
그 누가 나를 / 사랑한다고 해도
이젠 사랑의 불꽃 / 태울 수 없네
슬픈 내 사랑 / 바람에 흩날리더니
뜨거운 눈물 속으로 / 사라져버렸네
텅빈 내 가슴에 / 재만 남았네
불씨야 불씨야 / 다시 피어라.
※이 노래는 5공 초기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패배감을 노래하고 있다. ‘불씨’는 야망과 정열과 투쟁과 항쟁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불꽃은 타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비록 자기변명, 자기 정당화에 불과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두고 보자는 최소한의 자존심, 바로 불씨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불꽃은 꺼져버렸지만 또 타오를 수 있는 불씨만큼은 가슴 속에 살아있기에 ‘절대적인 힘’에 부딪쳐 물러나도 권토중래를 기약한다는 자기 위안의 의미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에 대학가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여러분·윤항기 작사, 작곡, 윤복희 노래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께
네가 만약 서러울때면
내가 눈물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윤복희의 히트곡 「여러분」은 ‘단 한 분’의 심기를 건드려 불경죄로 쓴맛을 본 대표적 노래다. 이 노래는 원래 ‘가수 남진과의 이혼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윤복희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의 오빠였던 윤항기가 1979년 만든 노래였다. 1주일간 문을 닫고 버티던 윤복희는 결국 이 노래로 문을 열고 힘없이 악보를 따라 부르던 그녀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이들 남매는 「여러분」이 단 한사람이 아닌, 세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듬해 서울 국제 가요제에 출품했다. 오빠는 지휘봉을 잡고 동생은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어쨌거나 「여러분」은 여러사람이 좋아했던 곡이었다. 전두환 대통령도 그 「여러분」중의 한 명이었다. 「여러분」의 인기 덕분에 조영남과 함께 청와대 영빈관에 초대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내외 귀빈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자리였다. 그 지엄한 자리가 「여러분」의 생명이 끝날 자리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대에 나서기 전 노래 연습을 할 때였다. 청와대측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정중하게 가사를 바꿔 달라는 거였다. 노랫말 중에 ‘네가’ 혹은 ‘너는’하는 부분이 반말투여서 대통령 앞에서 부르는 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복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네가’ 대신 ‘그대’ ‘당신’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노래의 가사를 바꾸는 것은 곡을 바꾸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요구를 물리쳤다. 영빈관 객석과 무대와의 사이는 5m정도 됐다. 먼저 무대에 오른 윤복희는 내외빈이 가득한 무대를 향해 「여러분」을 불렀다. 열창이었다. 그러나 그 ‘네가’가 결국 말썽이었다. 문제는 반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 내외를 향해 아예 손가락까지 까딱대니 대통령은 물론 주위 분위기까지 어색하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불경’도 이만저만한 ‘불경’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 이후로 그녀에게 청와대 초청은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노래의 방송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여러분’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말았다.
8. 아 대한민국, 조국에 대한 찬가
나의 조국·박정희 작사, 작곡
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 한라산의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네
무궁화꽃 피고져도 유구한 우리역사 / 굳세게도 살아왔네 슬기로운 우리겨레
영롱한 아침해가 동해에 떠오르면 / 우람할 손 금수강산 여기는 나의 조국
조상들의 피땀어린 빛나는 문화유산 / 우리 모두 정성다해 길이길이 보전하세
남북통일 이룩한 화랑의 옛정신을 / 오늘에 이어받아 새마을 정신으로
영광된 새 조국에 새 역사 창조하여/ 영원토록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세
조국 찬가·양명문 작사, 김동진 작곡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반만년 역사 위에 찬란하다 우리문화
오곡백과 풍성한 금수강산 옥토낙원 완전통일 이루어 영원한 자유평화
태극기 휘날리며 벅차게 노래불러 자유대한 나의 조국 길이 빛내리라
꽃피는 마을마을 고이 잠든 해변마다 공장에서 광산에서 생산 경쟁 높은 기세
부드러운 거리엔 재건보건 노래소리 늠늠하게 나가는 새 세기의 젊은 새나라
태극기 휘날리며 벅차게 노래불러 자유대한 나의 조국 길이 빛내리라
아! 대한민국·박건호 작사, 김재일 작곡 (1983)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우리의 마음 속의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후렴)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우리 대한민국 아- 우리 조국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1980년대 초반 가수들은 앨범을 낼 때마다 앨범 마지막에 건전가요를 한 곡씩 의무적으로 실어야만 했다. 5공화국이 ‘사회 정화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강요한,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관제였다. 이른바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자는 뜻이었다. 이를 관할하는 곳이 이른바 사회정화위원회라는 데였다. 이 위원회는 1983년 ‘국민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사뭇 거창한 의도 하에 한국방송공사와 함께 건전가요만으로 옴니버스앨범을 제작키로 했다. 박건호씨 등 중견 작사,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고 가수도 직접 추천하는 등 앨범 제작 실무를 맡았다.
「아, 대한민국」은 이 과정에서 태어났다. 정부에서는 이 노래를 조용필이나 민해경이 부르기를 원했다. 이왕이면 톱스타가 부르는 게 홍보 효과가 크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건호씨는 정수라를 택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처음에는 별 신통한 반응이 없었다. 한달쯤 지나자 반응은 운동장에서 왔다. 응원가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었다. 건전가요라는 비인기 종목(?)의 핸티캡을 벗어던지고 「아, 대한민국」은 그 해 정수라에게 ‘MBC 10대 가수 신인상’을 안겨 줬으며 40만장의 앨범이 팔려나가는 진기록을 남겼다. 1983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온 국민의 감정을 하나로 승화시켰다. 이른바 ‘관제 노래’임에도 「아, 대한민국」이 이처럼 히트를 하게 된 것은 상당 부분 당시 사회 분위기 덕이기도 했다. 5공 독재가 무르익던 1983년, 1984년 무렵엔 KAL기 피격사건,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 북한의 남침땅굴 발견 등 메가톤급 공안 사건들이 연거푸 터지면서 국민들에겐 어느 때보다 반공의식이 고조되었다. 이런 와중에 「아, 대한민국」의 탄생은 불안한 국민감정을 하나로 묶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방송사에서도 정책적으로 이 노래를 꾸준히 내보냈다.
※비교 ① 「아, 대한민국」 정태춘 작사·작곡 (1990. 4)
우린 여기 함께 살고있지 않나 / 사랑과 순결이 넘쳐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 잔인하게 유린 당하는 정숙한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식민독재와 맞서 싸우다 /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꺽고 /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비교② 「아름다운 강산」 신중현 작사, 작곡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푸는 내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희망을
(후렴)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푸는 내마음
우리는 이땅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하얀 물결 넘치는 저바다와 함께있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보고파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 나의 마음 나의 마음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마음 너와 나 우리 영원히 영원히 사랑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다 모두다 끝없이 다정해.
※1973년 청와대로부터 신중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대통령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전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젊은 혈기의 신중현은 세상돌아가는 판세와는 무관하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5분 뒤 공화당에서 전화가 또 걸려 왔다. 역시 같은 내용의 전화였다. 정치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상대의 끈질긴 설득을 물리쳤다. 그런 일이 있고 2개월 뒤 신중현은 「아름다운 강산」을 발표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을 위한 노래보다 이왕이면 온 국민이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는 의도에서였다.
9. IMF …흔들리는 한국
어머님께 박진영 작사, 작곡, god 노래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지 않았어 /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요즘 아이들은 고생을 몰라 이렇게 말하곤 하는 어른들에게 대들 듯 나온 그룹 지오디의 「어머님께」. 도시락 반찬을 비웃는 부잣집 아이를 때려 학교에 불려온 어머니, 그 녀석 어머니께 머리 숙여 빌었던 어머니, 그러나 식당을 열고 잠깐 행복해 하신 어머니, 피곤하신지 곤히 잠들었다 영영 깨어나지 않은 어머니…… 가수 박진영이 프로듀싱한 그룹 지오디. 교포인 박준형(25)부터 81년생 김태우까지 신세대 5명의 멤버가 부른 이 노래는 대중적 인기 뿐 아니라 ‘가출했다 돌아왔다’는 사연까지 화제 만발이다. 박진영이 작곡, 작사한 이 노래는 8세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할머니와 함께 사는 박준형의 얘기에 살을 붙인 것. 힙합 리듬을 입은 세련된 곡조. 특히 편곡은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2Pac’의 「Life Goes」를 인용한 곡으로 완성도가 높다. 세련된 멜로디에 얹은 궁핍한 시대의 서정은 IMF로 ‘태어나서 처음 고생을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큰 반향을 얻고 있다. 고생을 모르는 신세대들에게도 IMF, 시련은 시련이었나 보다.
오락실· 최준영 작사, 작곡, 한스밴드 노래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장난이 아닌 걸 또 최고 기록을 깼어.
처음이란 아빠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용돈을 주셨어. 단 조건이 붙었어
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어.
가끔 아빠도 회사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 성적 아신 건 아닐까.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 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 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 아빠
늦은 밤중에 아빠의 한숨소리
옆엔 신나게 코골며 잠꼬대하는 엄마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니까
아침은 오고 또 엄마의 잔소리 도시락은 아빠꺼 내꺼
아빠 조금 있다 또 거기서 만나요
오늘 누가 이기나 겨뤄봐요.
승부의 세계는 오 너무너무 냉정해
부녀간도 소용없는 오락 한판
아빠 힘내요. 난 아빠를 믿어요.
아빠 곁엔 제가 있어요. 아빨 이해할 수 있어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