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슈탈호프(마상 경기장) 외벽 '군주의 행렬' 벽화
25,000장 마이센 도자기도 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공습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다. 드레스덴은 ‘독일의 피렌체’라 불린다. 그 별명은 드레스덴이 독일 최고의 문화 도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 드레스덴을 미국과 영국은 1945년 2월 13일∼15일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영국과 미국 폭격기 1249대가 3900톤의 폭탄을 드레스덴에 퍼부었다. 건물 90%가 파괴되었고, 시민 2만5천∼13만5천 명이 죽었다. 사망자 수가 불분명한 것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그 엄청난 주검을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 화염방사기로 동시에 불태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구상 가장 친미적인 한국인들은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이 폭격을 당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문화선진국인 영미가 ‘독일의 피렌체’에 어마어마한 폭탄을 투하했을 리 없다고 여긴다. 사실을 말해도 “어디서 그런 가짜뉴스를 듣고 와서 퍼뜨리나? 당신 반미주의자로군. 빨갱이 아냐?” 한다.
이 글 제목 ‘드레스덴과 이종암’을 보면서 누군가는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지사가 드레스덴을 방문한 적이라도 있단 말인가?”라는 궁금증을 가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무 관계도 없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은 '덕'국Deutschland 유학을 가려고 텐진天津 '덕'화학당에 재학한 일이 있지만 이종암은 그런 바도 없다.
이종암을 드레스덴과 묶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이종암 고택이 파괴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이다. 일본 왕궁에 폭탄을 던질 준비차 고향 대구에 들렀다 피체된 이종암은 4년5개월15일째 고문을 당하다가 사망 직전 가출옥되지만 단 열흘 만에 순국했다. 생애 최후 시기 열흘의 대부분을 보낸 고택이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다.(그 집 앞에는 '이종암 생가' 명패가 틀린 채로 붙어 있다. 틀렸으니 바로잡으라고 여러 해째 말하고 있지만 고치지 않는다. 그것도 '보수!'인가?)
고택 일원은 재개발 예정지로 공지된 상태이다. 100미터 옆에 있던 이육사 고택이 2018년 어느 날 부서져 없어졌듯이 이종암 고택도 곧 그런 운명을 맞이할 터이다. 이종암 지사가 독립운동 자금을 확보했던 은행 건물도 2021년 어느 날 재개발 바람에 밀려 종적을 감추었다.
영미의 드레스덴 무차별 파괴를 우리는 쉽게 비난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있다. 대구읍성을 친일파 대구부사 박중양이 없애버린 일도 그렇다. 그것이 어찌 박중양 혼자 저지른 일일까! 우리 한국인들이 보고만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권영재, 《내 고향 대구》).
현진건 생가도 번지조차 없이 사라졌다. 식민지 시대 일이라고 변명하지만, 한국인들이 없앤 것이다. 영미는 맹렬히 드레스덴을 부수었고, 우리는 부지런히 우리 것을 부수고 있다.
드레스덴 엘베 강변
2월 15일(수)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청 대강당(2층)
"이상화 문학관, 그리고 우현서루와 현진건" 강연(강사: 정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