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view)'를 돌파한 이는 누굴까. 놀랍게도 국민 요정 김연아가 아니다.
그는 바로 기타 신동 정성하. 만 14살에 불과한 이 소년은 기타에 있어서는 김연아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활약 중이다. 2006년, 유튜브에 나타난 열 살의 꼬마는 한 곡을 불과 3~4일 만에 마스터하며 영상으로 올렸다.
프로 뮤지션도 2주 이상 걸리는 과정을 이 무적의 소년은 3년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해냈다. 연습량이 많아지면 쇠로 된 기타 줄에 손가락이 붓기 일쑤지만 연습은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정 군의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감성 표현에 놀라움을 표하곤 하는데, 이것이 타고난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꾸준한 연습량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그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아바, 비틀즈, 캐논 등 올드 팝에서 락, 클래식 명곡 그리고 가요까지 넘나든다. 폭넓은 레퍼토리는 팬층의 확대로 이어졌다. 편곡은 물론 작곡 실력도 범상치 않다. 많은 이들이 소년의 잠재력을 숨죽인 채 지켜보는 이유다.
처음엔 알아보는 사람 없는, 무명의 기타 잘 치는 소년이었지만 240여 개의 곡을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는 동안 그는 '유튜브의 스타'가 되었다. 최근엔 국내 모 은행의 TV광고까지 촬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이로운 변화는 세계 정상의 뮤지션들이 소년에게 직접 러브콜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협연이나 초청연주는 모두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 '스웰시즌', 세계적인 록밴드 '미스터 빅'의 내한공연에서 아티스트의 초청으로 무대에 올라 연주했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토미 임마누엘(Tommy Emmanuel), 트레이스 번디(Trace Bundy), 코타로 오시오(Kotaro Oshio)와 무대에 올랐다.
지난 13일엔 데이비드 포스터가 연출한 미국의 대규모 자선 무대에 비욘세, 브라이언 맥나이트,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서기도 했다. 한 달에 세 번, 일 년 동안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이 공연을 통해 정 군의 음악에 매료되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정성하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방식은 '핑거스타일'이다. 기타 하나로 멜로디와 리듬, 박자를 동시에 표현하는 주법.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에서 주인공의 기타 연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정 군은 독일에서 첫 음반 레코딩을 마쳤다. 자작곡 2곡과 직접 편곡한 팝송 1곡 그리고 그동안 유투브에서 인기를 얻었던 팝송 11곡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이도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독일의 유명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울리 뵈게르샤우센이다.
언젠가 정 군은 악보도 없는 울리의 '탱고'라는 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이를 본 미국의 기타리스트가 울리에게 악보를 요청하면서 울리와 정성하 군의 인연이 맺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곡을 연주한 꼬마 천재에게 감동한 울리는 소년의 멘토이자 음악 친구를 자처했다. 2008년 내한공연한 울리는 정성하 군을 자신의 무대에 초청했고 정 군의 첫 앨범도 자신이 프로듀싱하겠다고 나섰다.
레코딩을 마친 그는 이런 평을 했다. "남다른 재능을 가졌고 유튜브 스타인 것은 분명했지만 아직은 신인이기 때문에 앨범을 만들기 전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성하는 감정 표현과 테크닉뿐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정상급 연주자처럼 해냈다. 이건 분명 기적이다" 라고.
청심국제중학교 2학년. 연주를 하는 의젓한 모습 밖으로는 여느 10대와 같은 철부지에 수줍음도 많은 소년이다. 하지만 '롤모델이 있느냐'는 물음엔 똑 부러지게 자신의 포부를 대신한다. "올리도 있고 토미 엠마누엘, 코타로 오시오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연주자의 곡을 소화해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죠."
지난해 2월 서울을 시작으로, 독일, 태국, 미국, 핀란드
등에서 단독 공연 '러쉬'를 해온 정성하 군은 오는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세계 재즈 스타들 사이에서 최연소 뮤지션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