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 98에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박열 생가터'가 있다. 생가터 오른쪽 뒤로 박열기념관이 있고, 왼쪽 뒤로 가네코 후미코의 묘소가 있다.
1759년 1월25일 로버트 번즈Burns가 태어났다. 그는 〈Auld Lang Syne〉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출생 영국 시인이다. 본래 ‘오랜 옛날부터’라는 의미로 쓰인 관용어 올드랭사인은 우리나라에서 “석별의 정”으로 알려져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번즈가 세상을 떠나고 5주년이 된 1801년 이래 1월25일을 ‘번즈의 날’로 기려 왔다. 그 이후 ‘번즈의 날’은 점점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요즘은 지구촌 행사로 정착되었다. 그만큼 올드랭사인이 인류의 애창곡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는 뜻이다.
강소천이 우리말로 옮긴 올드랭사인의 노랫말을 읽어본다. “(1절)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 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네”
“(2절) 잘 가시오 잘 있으오 축배를 든 손에 /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만 흘리네 / 이 자리를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1788년 어느 날 번즈는 한 노인이 옛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우연히 듣고 기록해 두었다가 가사로 재창작했다. 그 가사에 윌리엄 쉴드가 곡을 붙였다. 노래는 영미권 국가에서 새해맞이 축가로 광범위하게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07년 이래 1948년까지 애국가 곡조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애국가 곡조로 쓰였던 올드랭사인
가나다 순으로 게재되어 있는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을 보면 1번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이다. 이름이 가네코 후미코? 일본인이 한국 독립운동유공자라고? 살펴보니 1903년 1월25일 태어나 1926년 7월23일 세상을 떠났고, 묘소는 경상북도 문경에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남편 박열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다가 1923년 투옥되어 1926년 옥중 의문사했다. 올드랭사인이 우리나라의 애국가로 불리기 시작한 1907년 그의 나이 4세였고, 현행 애국가가 정부 공식 국가로 채택되는 1948년보다 22년 전인 1926년 24세로 타계했다.
그렇다면 가네코 후미코도 올드랭사인을 한국 독립을 위한 애국가로 불렀을 것 아닌가?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20세부터 한국을 도우려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그 후 4년 동안 올드랭사인을 한국의 애국가로 부르다가 조국의 감옥에서 까닭도 모르게 죽어간 일본 여인이라니…. 그런데도 정작 한국 사람인 우리는 올드랭사인을 졸업식 환송가로만 알고 불렀다니….
박열 생가(복원)와 그 뒤로 보이는 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