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의원과‘인면수심’
정치 1번지 종로구의회의 명예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종로구의회 32년 역사상 초유의 의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6일 인용되어 의장이 직무에서 배제되는 사태를 맞아 혼란을 야기했는데, 그 혼란 속에 직무가 정지된 의장이 사퇴서를 제출하여 본회의에 상정시켰지만 의원절반이 이를 부결시켜 사퇴도 못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초래되기도 했다.
맥락을 따져보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일이지만 너무나 감정적으로 흐르는 모습들이어서 마치 고사성어 ‘새옹지마’의 끝이 어떻게 귀결될지가 알 수 없는 것처럼 마냥 의구스럽다. 사실 ‘새옹지마’의 그 끝은 어떻게 귀결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종로구의회 사태의 맨 처음 시작은 지난해 7월 실시된 제9대 종로구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 때부터다. 그 이전 1개월 전에 열린 종로구 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명 당선되고 국민의힘 의원 5명이 당선되어 전반기 의장은 분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중에서 나올 전망이었지만 갑자기 수일 전 민주당 라도균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변수가 발생하고 또한 라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면서 분란은 시작됐다.
졸지에 구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소수로 몰린 민주당 의원들의 비협조적 태도가 이어지면서 의장 선거의 절차적 하자까지 논쟁거리를 남기는 가운데 의장 선거가 끝났고, 이후 원 구성도 마쳐 지난 6개월간 종로구의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일면을 보였다.
하지만 연말 갑자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법원에 의장 선거 무효소송을 냈고, 이어 올해 년 초에 의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진 것이 지난 6일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서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재형 국회의원까지 참여한 가운데 논의를 하여 결국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사퇴를 하기로 결의를 했다.
이는 지난해 의장 선거에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다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시비를 걸었으니 이를 깔끔하게 의장 사퇴로 막고, 다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서 새롭게 의장 선거를 하면 될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취지였다. 왜냐하면 다시 의장단 선거를 해도 지금과 같은 의장단을 구성하면 되니까...여기서 국민의힘 이응주 의원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히 지난번 의장 선거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였으며, 비록 가처분은 인용됐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승소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자신감이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지만 여타 의원들은 본안 소송까지 갈려면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러면 구의회가 계속 불안정하게 혼란을 겪을 것 이라며, 하루속히 원 구성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결정도 결국에는 같은 속셈을 내비치는 꼴이 된다. 한마디로 지금의 의장단이 다시 의장단을 구성하겠다는 저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맹점으로 읽힐 수가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점을 개탄했다. 지난 14일 열린 종로구의회 본회의에서 의장 사퇴 안건 처리에 앞서 터져 나온 구의원 의사진행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이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 의장 선거에서의 절차 하자를 인정하고 있음은 차치하고 다시 의장을 차지하겠다는 개인적 욕심을 크게 성토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돋보였다기보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속셈이 너무 뻔했다.
하지만 본안 소송이 끝난 후라고 해도 새로 열리는 의장단 선거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이 또한 부질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시간이 지금이냐, 나중이냐, 그 차이일 뿐 내용은 같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새로 의장을 선출한다고 해도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의 의장 사퇴 부결 처리는 다분히 ‘몽니’인 셈이다. 그 ‘몽니’의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냥 심술인 셈이다. 라도균 의장이 의장놀음을 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든 훼방을 놓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거친 용어가 또다른 분란을 일으켰다. 지난번 본회의장 의사진행 발언 중 이미자 의원이 ‘인면수심’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라도균 의원을 인격 모독(?)한 것이 불거진 것인데, 사실 ‘인면수심’이라는 용어가 흉악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전적 차원에서 보면 다소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라도균 의장이 얄밉다고 해도 동료 의원을 흉악한 짐승처럼 빗댄 것은 금도를 넘는 것이다. 종로구의회 의정 사상 처음으로 발생된 일이어서 그런지 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는데, 이에대해 라도균 의장이 이미자 의원의 ‘인면수심’ 발언을 듣고 젊잖게 응수한다는 발언이 “이미자 의원을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발언한 것 역시 성희롱이라는 이미자 의원의 지적으로 똑같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는 해프닝이 나타났다.
꾀죄죄한 종로구의회, 과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것인지 마냥 아쉽게 다가온다. 누가 봐도 뻔한 자리다툼에 대한민국 1번지 종로구민은 마냥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난 제8대 구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역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내로남불’의 일종이고, 이번 라 의장에 대한 ‘몽니’ 역시 소아병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