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학교 명물 ]장애학생 서예치료 `특수학급 교육 접목 꿈`

[문계성]

전주금암초 문계성 교사 "감각기능 훈련으로 장애 극복"

강인석(kangis@jjan.co.kr)

입력 : 06.10.15 19:59

▲ 전주금암초등학교 특수학급 전담교사인 문계성 교사가 개별학습실에서 장애학생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주금암초등학교(교장 차명득) 개별학습실.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애학생 6명의 통합교육을 위해 마련된 개별학습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1대1 수업을 하고 있다. 특수학급 전담교사인 문계성 교사(59)가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1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귀뚜라미가 되는 과정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책의 내용을 배운 학생은 붓을 들어 화선지에 ‘귀뚜라미’라고 글씨를 쓴 뒤 귀뚜라미를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쓴다. 학생과 선생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어 6학년 학생의 수업시간. 정신지체 1급인 이 학생도 ‘메뚜기야 뛰어라’란 제목의 책을 공부한 뒤 화선지에 ‘메뚜기는 벼 잎을 먹어요’라고 글씨를 쓴다.

문 교사의 장애학생 수업은 항상 붓으로 끝맺음하고, 그는 이를 “서예치료”라고 칭한다.

문 교사는 원래 특수교육 전공이 아니었다. 군산교대를 졸업한 뒤 지난 1969년 교단에 첫 발을 디딘 그는 교직 10년째이던 지난 78년 “열성으로도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깨달음에서 특수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10년 정도 가르치면 교직에 도통할 줄 알았는데 장애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79년 특수교사 자격을 딴 문 교사는 이후 8년간 장애학생들을 가르쳤다.

지난 99년 2월 원광대에서 석사학위(교육대학원 서예교육 전공)를 취득하고 이어 2001년 전주대에서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한 문 교사는 서예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익산초등학교 재직당시 2~3학년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서예치료를 시도한 그는 서예가 감각기능 훈련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고, 지난 2003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있는 아동에 대한 서예치료 결과보고’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주미산초등학교 재직당시에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갖고 있는 4학년 학생에게 서예치료와 함께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 따라하기, 헬스 자전거 등 보강운동을 꾸준히 지도했고, 이 학생은 1년 만에 목발을 벗어던졌다고 소개했다. 헬스 자전거 페달을 단 한 바퀴도 돌리지 못하던 학생이 서예치료를 통해 감각기능이 좋아지면서 상태가 호전됐다는 것.

문 교사는 퇴근후 학교 인근 전당마을 노인 10명을 대상으로 매주 1회씩 20차례 서예치료를 실시해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서예치료 전후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혈압과 당뇨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 그는 이 결과를 지난 3월 원광대에서 열린 제1회 한국서예치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올해 3월 전주금암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문 교사는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2학년 학생이 선긋기 서예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선지에 점 3개를 찍은 뒤 이 선을 따라 ‘ㄱ’자를 그리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했고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

문 교사는 “장애정도가 심해 비록 표현은 못하지만 화선지에 찍힌 점을 따라 방향을 정해 좌·우로, 위·아래로 선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지시 따르기’과정이 학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3월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제2회 한국서예치료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학생의 서예치료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붓과 장애학생 치료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아쉬워하는 문 교사는 “대근육 운동이 가능해야 소근육 운동을 할 수 있고, 감각기능 훈련을 통해 소근육 운동이 이뤄지면 연필을 잡고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예를 하지 못하는 선생님도 운용체제만 배우면 서예치료를 할 수 있다”는 문 교사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적용이 가능한 서예치료법을 개발해 교육과 접목시키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