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인 줄 모르고 술·담배를 했어요"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 입력 2021. 08. 05. 10:18 수정 2021. 08. 05. 10:25
얼마 전 임신 5개월 된 임신부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내과에서 협진을 의뢰하여 외래를 방문하였다. 그녀는 임신인지 모르고 매일 밤 술을 먹고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초음파 검사상 아기에게 뇌의 기형이 있었고 임산부의 간수치가 현격히 상승되어 있었다. 그녀는 임신인지 몰라 술과 담배를 피우면서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된 사실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다.
가임기 여성은 임신 3개월 전부터 건강한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임산부의 경우 임신 기간 동안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다음은 임산부가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들이다.
▶술:
알코올은 태반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엄마가 임신 중에 술을 마시게 되면 태아의 뇌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아기에게 안면기형, 정신지체, 중추신경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아이큐가 정상적인 아기의 60~70% 수준밖에 안 되는 선천성 장애인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임산부 중 약 11.5%가 임신 중 1회 이상 술을 섭취하며, 1.4%가 전체 임신 기간 동안 술을 마신다고 한다. 따라서 늘어나고 있는 가임여성의 고위험 음주와 폭음에 대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100%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임기 부부라면 무조건 금주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2020년 11월 태아알코올증후군예방연구소(Fetal Alcohol Syndrome, FAS연구소)를 설립하여 이에 대한 예방 및 교육에 대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카페인:
카페인 또한 알코올처럼 쉽게 태반을 통과하는 물질이다. 카페인의 섭취는 태반의 혈류량을 제한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영양소와 산소를 막음으로서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신 기간 동안 매일 커피를 3잔 이상 마신 임산부는 그렇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저체중인 아이를 낳을 확률이 1.9배 이상 증가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임신 중 1일 300mg 미만의 카페인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나,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임신 중 100-199mg의 카페인 섭취도 태아의 성장 장애 위험을 1.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임신 중 카페인 섭취는 피하거나 줄일 것을 권고한다.
▶흡연 및 간접흡연:
임부의 흡연은 태아의 호흡기 및 기관지를 자극하고, 태아의 성장 저해, 천식악화, 그리고 심각할 경우 유산을 유발한다. 또한, 임신부에게 태반 조기박리나 조기양막 파열, 다양한 신체적 위해를 준다. 다행히 임신 중 흡연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편이나 타인이 피우는 흡연에 의한 임신부의 간접흡연 또한 위험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임신준비 및 출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임산부 중 25% 이상이 직장이나 가정 내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다고 한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1.6배 이상 증가함으로 직접적인 흡연만큼 아기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아빠의 흡연이 태아에게 해롭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또한, 임신 시도 중 아버지가 흡연을 할 경우에도 정자 수와 농도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버지들도 임신을 준비할 때는 이점에 유의해야한다.
아기가 태어난 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가정의 경사이다. 가임기 부부는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신을 준비해야한다. 철저한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 검진을 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특히 음주나 흡연 같은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은 직접적으로 아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음주나 흡연을 미화하는 방송은 가임기 부부에 안 좋은 생활습관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여성의 고위험 음주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은 궁극적으로 임산부가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인지하여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개발 및 입법화를 추진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고 2020년에는 이미 출생아보다 사망자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운 시대일수록 가임기 부부들이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