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애(정소영)는 두한(안재모)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협박과 두한이 적어도 삼 년 이상 감옥살이를 해야 한다는 오빠의 말을 듣고 죄책감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나미꼬(이세은)는 인애를 만나 두한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두한을 사랑한다면 그만 놓아주라고 부탁한다. 종로 시장을 순찰하던 마루오카(최재성) 경부는 삼수(성우진)와 번개(최상학)가 상인들한테 돈을 받는 모습을 목격한다. 마루오카 경부가 왜 상인들을 갈취하냐고 호통치자 번개는 정기적인 세금을 걷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마루오카 경부는 세금은 나라에서만 걷는 것이라며 삼수와 번개를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김영태(박영록)는 마루오카 등장 이후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마루오카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종로가 마루오카에 의해 정리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하야시(이창훈)는 종로 사업 재개를 결심하고, 종로 2정목의 점포들을 사들이라고 명령한다.
한편 인애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군(김윤중)과 약혼을 하겠다며 대신 두한을 형무소에서 나오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하는데….
# 1 서대문 형무소 외경(밤)
육중한 시멘트 담벽 너머로 형무소 건물이 어둠 속에 잠겨있다. 그 위로 소름이 끼치는 듯한 철문 여는 소리.
# 2 동 복도
중간 철문이 열리며 두한이 간수들에 의해 어두운 복도로 끌려 들어오고 있다. 각 사방의 죄수들이 철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한을 보고 있다. 두한은 걷는 것조차 힘에 겨운 듯 계속 절뚝거린다. 이윽고 어느 감방 앞에 이르러 간수들이 문을 따고 안으로 두한을 밀어 넣는다.
간수: 들어가. 말썽 피우지 말고 조용히 지내. 알았나?
# 3 동 감방
죄수들이 정좌해 있는 그 한가운데로 두한이 쓰러진다. 감방문이 닫히자 죄수들이 다가가 두한을 부축한다.
죄수1: 괜찮소?
두한: 예.... 괜찮습니다.
죄수2: .......? (놀라며) 혹시 김두한 형님 아니십니까?
두한: ...................?
죄수2: 두한 형님 맞죠? 저 서대문 작두 형님 밑에 있는 놈입니다. 예전에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두한: 아 그래...?
죄수2: 여기서 형님을 뵙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죄수3,4를 향해) 형님 쉬시게 자리를 펴.
죄수3,4: 예... (부리나케 자리를 펴는데)
죄수2: 이제부터 저희들이 형님을 모시겠습니다.
두한: 됐어.. 이러면 내가 불편해.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닌데... 서로 편히들 지내야 하지 않겠냐?
두한은 아무렇게 벽에 기대어 앉는다. 죄수2와 3,4는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두한의 그 모습 위로...
김영태(E): 영철이가... 어떻게 돼?
# 4 관철여관 마당(밤)
김영태가 셔츠바람으로 밖으로 나온다. 정진영과 보고하러 먼저 달려온 번개가 따라나온다. 문영철이 김무옥과 성식에게 부축을 받고 들어오고 있다. 와싱턴, 양코, 영근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따르고 있고, 삼수, 병수, 털보들도 보인다. 문영철이 무릎을 꿇는다.
김영태: 그 꼴이 뭐냐? 도대체 정신이 있는 놈이야!
문영철: 면목 없습니다, 형님..
김영태: 무옥이 넌 뭐하고 있었어? 영철이가 어긋나가면 너라도 말렸어야지...
김무옥: 죄송합니다, 형님..
김영태: ...........한심한 놈들.. 데려가 눕혀.
돌아서 들어가려는데...
문영철: 형님... 인사를 드리러 온 겁니다.
김영태: ......뭐, 인사?
문영철: 지는 사람은 종로를... 뜨기로 했습니다.
김영태: 뭐야.....?
문영철: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상대를... 너무 얕봤습니다. 제 입으로 한 약속이니까.. 지키게 해주십쇼..
김영태: ............한심한 놈.
싸늘하게 들어가 버린다. 정진영이 안쓰럽게 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김무옥이 문영철을 일으킨다.
김무옥: 꼭 가야쓰겄냐? 이 몸으로 으딜 갈라고...? 오늘 밤은 그냥 여그서 자고...
문영철: 가야지.. 은근슬쩍 눌러 앉으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냐? 미안하다, 무옥아..
김무옥: 아따 그러길래 뭐땀시 그런 약속을 혀? 그냥 싸움이나 허제..
문영철: 그러게 말이다. (한숨) 앞으로가 걱정이다. 그 마루오까 말이야.. 웬만하면 마주치지 마라..
김무옥: ................
문영첡: 성식아 가자..
성식이 문영철을 부축하고 그렇게 밖으로 나간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김무옥의 표정에서...
# 5 그 방
김영태와 정진영이 마주해 있다.
김영태: 두한이가 없으니까 모든게 엉망이구만.. 앞 일이 캄캄해...
정진영: 영철이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 겁니다. 번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 마루오까란 순사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김영태: ...? 의도적이라니...?
그 때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김무옥이 얼굴을 내민다.
김무옥: 형님, 들어가도 되겄습니까?
김영태: 들어와..
김무옥: (무릎을 꿇고 앉으며) 잘못혔습니다, 형님.. 형님 말씀대로 지가 어떻게든 뜯어말렸어야 하는 것인디...
김영태: 편히 앉아..
김무옥: 아닙니다, 형님..
김영태: 편히 앉아.
김무옥: ...예, 그럼...
정진영: 영철이는... 어떻게 됐어?
김무옥: 떠났구먼.. 당분간 마포에 가 있겠다고 혔습니다, 형님..
김영태: .......알았다. (진영에게) 계속해보게.. 그 마루오까란 자가 의도적이었다니?
정진영: 종로회관에 술을 마시러 온 것부터가 이상합니다. 시비를 건 것도 그 사람이 먼저라고 했구요.
김무옥: 그건 그렇습니다, 형님.. 저희들은 그냥 조용히 나갈라고 그렸는디..
김영태: 싸움을 막아야 할 경찰이 싸움을 걸었다......?
김무옥: 참말로 이상한 순사였구만이라우. 싸움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고요. 유도를 헌 것 같던디.. 지보다 한참 윗길이었구만이라우.
김영태: 그 정도야? ........뭐 하긴 영철이가 그렇게 당했을 정도라면.... 도대체 어떤 괴물이길래...........?
# 6 유도장(아침)
마루오까가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관원들이 수련이 한참이다. 잠시 후 유도복 차림의 서장과 함께 유단자들로 보이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마루오까: 어서 오십쇼, 서장님..
서장: 아닐세.. 여기선 서장이 아니라 마루오까 사범의 평범한 제자일 뿐일세.. 허허허.. 이 사람들을 소개하지. 모두들 이곳 조선 땅에서 유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들일세.. 오늘 마루오까 사범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이곳까지 왔다네..
마루오까: 에...
관장1: (고개를 숙이며) 한 수 배우겠소이다.
마루오까: 그것은 어렵지 않으나 사정을 봐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관장1: 물론이오.
마루오까: (근엄하게) 그럼 준비를 하십시오.
관장들은 일렬로 줄을 선다. 마루오까는 도복끈을 단단히 조이고 자세를 잡는다. 관장1이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달려들면 마루오까는 그대로 업어치기 기술로 제압해버린다.
마루오까: 다음!
관장1은 다시 줄을 서고 관장2가 뒤이어 마루오까에게 달려들면 마치 기술을 선보이듯 빗당겨치기로 뉘어버린다. 관장2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쉽게 일어서지 못한다.
마루오까: 다음!
연이어 관장3, 그리고 관장4, 관장5가 차례로 기술을 걸어보지만.... 단 한 차례의 기술로 관장들은 나가떨어진다. 마루오까는 지치지도 않는 듯 계속 관장들을 상대한다. 그 무시무시한 마루오까의 모습에서.......
# 7 종로서 외경
# 8 동 안
미와와 형사들이 소파에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미와: 송치가 됐으니 그래도 좀 살만 하겠구만.. 긴또깡이 말이야..
오무라: 사법계에서 단단히 혼을 낸 모양이더군요. 그 사람들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도 않더군요. 하하하...
미와: 하지만 좀 안되기도 했어.. 어쩌다가 그렇게 대단한 집 여자를 알아가지구 말이야.. 하여간 사내들은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하하하..
모두들: ...(웃는다).......
오무라: 도대체가 정신이 없는 놈입니다. 주먹패 주제에 그런 부자집 여식을 넘보다니요?
미와: 원래 무모한 녀석이 아닌가? 주먹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지껄인 녀석이야. 그리고 나만 보면 늘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곤 해..
모두들: (다시 웃는다)...........
문달영: 이번에 제대로 혼이 났으니 정신을 차리겠지요.
미와: 그럴 녀석이 아니야... 긴또깡 그 녀석은 구제 불능이라구.. 이따금씩 그렇게 불러다 가둬놓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녀석이라구..
김태서: .....(끄덕인다)....
미와: 그건 그렇구... 중경에서 잠입했다는 그 불령선인 말이야.. 아직까지도 아무런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오무라: 예... 아직까지는....
미와: 하여간 끈질긴 놈들이야.. 그렇게 우리에게 걸려들었으면서도 도무지 포기할 줄을 모른단 말이야.. 요시찰 대상들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 분명 어디에선가 흔적을 남겼을거야. 알겠나?
그들: 하이, 경부님...
미와: ..............
# 9 우미관 앞
김근역이란 사내가 모자를 꾹 눌러쓰고 삼수들이 지키고 있는 그 곳으로 다가간다.
김근역: 말씀 좀 물읍시다.
삼수: ................?
김근역: 여기 혹시... 김두한이라는 사람이 있소?
삼수: 두한...형님이오? 그건 왜요?
김근역: 아저씨뻘 되는 사람이올시다. 만나 볼 수 있겠소?
삼수: 지금은 안계시는데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오십쇼..
김근역: 어디 멀리 갔소?
삼수: 예, 아주 멀리 가셨어요. 한 몇 년 뒤에나 오실 겁니다.
김근역: ........? 그게 무슨 말이오? 몇 년 뒤에나 오다니?
삼수: 그렇게 됐습니다.
김근역: 좀 자세히 말해줄 수 없겠소.. 소식만이라도 알았으면 하오.
삼수: 에이 참.. 되게 귀찮게 그러시네... 감옥에 가셨어요. 아무 죄도 아닌 것 갖구 감옥에 가셨다구요.. 이제 아셨습니까?
김근역: 가, 감옥....?
놀라는 그의 표정에서...
# 10 서대문 형무소 외경
# 11 동 면회 대기실
많은 면회객들이 기다란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설향과 아이란도 접수표를 들고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울음이 터져나올 듯한 표정들이다. 면회를 마친 가족들이 쏟아져 나오고 간수 하나가 밖으로 나온다.
철창 반대편 문이 열리고 두한이 간수와 함께 들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설향과 아이란이 철창으로 다가선다.
설향: 서방님....
아이란: 오라버니...
두한: (의외인 듯.. 그러나 미소 지으며) 어떻게들 왔어요?
설향: ......(눈물)....
아이란: 설향아... (두한 보며) 몸은 좀... 괜찮으시요?
두한: ......괜찮아요.
아이란: 설향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바람난 서방님.. 뭐가 좋다고...(눈물이 나 외면한다)....
두한: ..................
아이란: 뭐해, 이것아.. 여기 울려고 왔어?
설향: (눈물 닦고) 식사는... 잘 하세요? 많이 답답하시죠?
두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설향: 솜옷을 넣었어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바닥이 많이 차다고 그러더군요.
두한: ..................
설향: 저 걱정 안할게요. 서방님.. 아니 두한씨는... 이겨내실 수.. 있을 테니까요....(다시 눈물)....
두한: .........미안합니다, 설향씨.. 정말 미안합니다.
설향: ....................
두한: ....................
# 13 박인애의 집 방안
수척해진 모습의 박인애가 넋을 놓고 앉아 있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다.
인애부(E): 너는 아직 이 애비를 몰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나는 그 놈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수도 있고,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 그걸 원하는 게냐? .....이 애비는 그럴 수 있어. 그럴 만한 힘이 있어... 긴 말 하지 않겠다. 니가 진심으로 그 녀석을 원한다면 이 애비 말을 따라. 그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
괴롭게 도리질을 친다. 잠시후 미스터박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미스터박: 인애야...
박인애: ...............알아보셨어요? 어떻게 될 것 같대요?
미스터박: ......여기 저기 다니면서 알아봤는데...(한숨)...
박인애: ...............?
미스터박: 적어도 삼 년 이상은 받을 것 같다더라...
박인애: 사, 삼년이요?
미스터박: (끄덕인다)............
박인애: 말도 안돼요. 어떻게 삼년씩이나... (눈물).........
미스터박: 그분은 예전에 우리를 구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은 꼴이 되어버렸구나..
박인애: 방법이 있을 거에요. 그렇죠, 오라버니...?
미스터박: 글쎄....... 역시 아버지가 소를 취하하시면 형이 한결 가벼워 질거라고는 하는데...
박인애: ...................
미스터박: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삼년 뒤를 기약하는 수밖에... 너무 걱정말거라.. 김두한씨는 잘 견뎌낼 거다.
박인애: (도리질) 아니예요. 그렇지가 않아요.
미스터박: ................?
박인애: 두한씨가 무사히 나오도록 내버려두시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는 그렇게 하실 분이예요.
미스터박: ...............?
박인애: ..................
# 14 삼청동 골목길
최동열이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을 깊은 생각에 빠진 채 가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최동열이 걸음을 멈춘다. 조모의 집 앞이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안으로 들어선다.
# 15 동 집 안방
대쪽처럼 미동도 없이 앉은 조모와는 달리 오씨는 크게 놀라고 있다.
오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한이가.... 형무소에 갇히다니요?
최동열: 그렇게 됐습니다. 두분께서 아시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오씨: 어쩌다가요? 어쩌다가 우리 두한이가 그리된 것입니까?
최동열: 그레...
조모: 됐습니다.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는 일이 그러하니 들으나 마나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최동열: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조모: 독립운동을 하다가 그리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부끄러운 이야기, 듣고 싶지 않습니다.
최동열: ...................
오씨: ....................
최동열: 그러시는 이유를 잘 알고 있으니 더는 말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조모: 그러시구려... 에미가 배웅해 드리거라..
오씨: 예, 어머님...
최동열이 인사를 하고 오씨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 16 집 앞
최동열과 오씨가 나오고 있다.
오씨: 죄송합니다.. 요사이 좀 풀리시는가 싶었는데.. 그 말씀을 들으시고 다시 노여워지셨나 봅니다.
최동열: 아닙니다, 사모님... 충분히 그러실 수 있는 일이지요.
오씨: ...............
최동열: 내일쯤 제가 두한이에게 가볼까 합니다. 혹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오씨: 면회를... 가신다구요?
최동열: 예.. 제가 두 분을 대신해 들여다 봐야지요.
오씨: 그러시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최동열: 사모님께서요?
오씨: 가봐야지요. 자식이 죽을 죄를 지었어도 자식은 자식이 아니겠습니까? 가봐야지요.
최동열: ...................
오씨: 제가 내일 아침 일찍 최기자님 계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최동열: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 그리고... 두한인 절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그리된 것이 아닙니다.
오씨: .....................?
최동열: 시간이 없어 길게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자세한 말씀은 내일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씨: (비로소 미소) 그랬을 겝니다. 우리 두한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리가 없지요.
최동열: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오씨: 예...
최동열이 멀어져 간다. 다시 어두워지는 오씨의 얼굴에서...
# 17 명월관 외경(밤)
김영태와 유지들이 모여 앉아 있다.
유지1: 돈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얼마가 됐든 갹출을 해서 내어놓겠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만..
김영태: 유능한 변호사도 선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볼 생각입니다.
유지2: 음......뭐 김사장의 말대로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김영태군,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네.
김영태: ......................?
유지2: 죄질이 아무리 나쁘기로서니 젊은 처자와 잠깐 경성을 빠져나간 것이 무에 그리 큰 죄가 된단 말인가?
유지3: 이 사람아.. 그 처자가 누군지도 모르나? 그 유명한 일신상회 박회장의 외동딸일세..
유지2: 나도 알지.. 하지만 그깟 일로 그런 중형이 예상된다고 하니 하는 말일세.. 자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을 듯도 싶은데......?
김영태: 체포과정에서 충돌도 있었고, 또 그 박회장이란 사람이 경찰에 많은 압력을 넣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지2: (끄덕이며) 그렇구만.. 에잉 몹쓸 사람 같으니라구..
김영태: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두한군이 바로....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순간, 방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유지1: 기.. 김좌진?
유지2: 그 청산리 전투를 이끈 백야 김좌진 장군 말인가?
김영태: 예, 그렇습니다. 경성으로 거주가 제한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유지2: 오.. 그랬구만.. 어딘가 모르게 다른 주먹들과 다르다 했더니만......
유지들: ..................
김영태: 두한군이 없이는 이 곳 종로를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여기 계신 분들께서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 종로의 운명은 풍전등화와도 같습니다. 유지 어르신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유지1: 자... 다들 들으셨소이까. 여기 영태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돈 몇 푼 내는 것 갖고는 힘들 것 같소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지... 다들 의견을 모아보십시다.
유지2: 우선은 그 총독부와 검찰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유지들: ..........(끄덕인다)....좋은 생각이오.
유지3: 종로 상인들 명의로 탄원서를 제출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게 의논이 분분하고... 김영태가 흐뭇하게 끄덕인다.
# 18 서대문 형무소 외경(밤)
담당 간수가 그 복도로 들어서는 간수장에게 거수경례를 올린다. 간수장 뒤에는 건장한 간수들 서넛이 따라붙고 있다. 담당 간수가 돌아서며 사방을 향해 소리친다.
간수: 각방 천체 차렷! 취침에 들어가기 전, 황국신민의 서사 제창이 있겠다. 시작하라!!
간수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 무섭게 각 사방에서 소리가 터져나온다. 간수장이 복도를 지나가며 사방들을 둘러본다.
죄수들: 하나, 우리는 황국신민이다. 충성으로써 군국에 보답한다.
죄수들: 하나, 우리 황국신민은 서로 친애 협력하고 단결을 굳게 한다.
죄수들: 하나, 우리 황국신민은 인고 단련, 힘을 길러 황도를 선양한다.
간수장이 어느 사방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다.
간수장: (사방 안을 보며) 왜 이 사방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사방 안의 죄수들이 모두 두한의 눈치만 본다.
간수장: 여기는 벙어리들만 있나? 왜 대답이 없는가!
두한: 내가 하지 말라고 시켰소.
간수장: 뭐.... 뭐라? 하지 말라고 시켜?
두한: 그렇소. 내가 시켰소.
간수장: 간수!
간수: 하이!
간수장: 저기 저 놈 누군가?
간수: (들여다보고는) 긴또깡이라는 요시찰 인물입니다.
간수장: 요시찰? 끌어내라. 정신이 번쩍 들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켜라.
간수: 하이!
감방문이 열리고 간수들이 달려들어 두한을 구타하고는 밖으로 끌고 나온다. 그러나 동료 죄수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죄수2가 철창을 부여잡고 울상이 된다.
죄수2: 형님...
# 19 인서트
어두컴컴한 징벌방 안에서 손발이 묶인 두한이 간수들에게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있다.
간수들: 빠가야로... 빠가야로 조센징...
그렇게 계속되는 폭력 위로...
해설: 황국신민의 서사. 1937년 10월에 제정된 이 해괴망측한 구호는 민족의식을 말살하려는 황국신민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일제는 모든 조선인들에게 이것을 외우라고 강요하였으며, 각급 학교의 조례와 모든 집회에서 제창할 것을 또한 강요하였다. 그리고 모든 출판물의 제일 앞장에 이 황국신민의 서사를 게재하도록 하였는데, 놀라운 것은 문안을 만든 사람이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총독부 학무국 촉탁으로 있던 이각종이 문안을 만들었고, 총독부 학무국 사회교육과장이던 김대우가 관련 업무를 집행하였다고 한다.
# 20 서대문 형무소 면회 대기실
최동열과 오씨가 면회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김영태와 함께 유지 대표 둘이 들어온다.
김영태: 이 쪽에 잠시 앉아 계십시오. 제가 접수를 하고 오겠습니다.
유지1: 알았네..
그러다가 김영태가 최동열을 보고 갸웃한다.
김영태: 저 선생님..
최동열: .................?
김영태: 최동열 선생님 아니십니까?
최동열: .....저를 아시는 분이십니까.......?
김영태: 두한이와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종로에 있는 병원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
최동열: (떠올리며) 아... 그래요. 기억이 나는 것도 샅소. 두한이 면회를 왔소?
김영태: 예, 저희가 한 발 늦은 것 같습니다.
최동열: 허허.. 미안해서 어쩌나.... 두한이 큰어머님께서 오셔서 말이오.
김영태: 예? 그럼 이 쪽 분께서...?
오씨: ......................
김영태: 인사가 늦었습니다. 두한군 하고 함께 일하는 김영태라고 합니다.
오씨: (인사하며) 예....
김영태: 두한군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두한군께는 친어머니 이상인 분이시라구요.
유지1: 아니 그렇다면... 김좌진 장군의...?
유지2: (끄덕인다).........
김영태: 참으로 심려가 크실 줄 압니다. 하지만 두한군의 구명을 위해 여기 이 두 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계시니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유지들: .................
오씨: ...........? (일어나 유지들을 향해) 그런 줄도 모르고 앉아만 있었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유지1: 아, 아닙니다.. 결례라니요?
오씨: 우리 두한이를 위해 애를 써주고 계시다니 제 자식을 대신해서 깊히 감사드립니다.
유지1: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두한군은 한시라도 우리 종로에 없어서는 안될 청년입니다. 우리 상인들에게는 보배와 같은 사람입지요.
유지2: 그렇습니다. 정말 장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오씨: .....부끄럽습니다.
김영태: 그런데 최선생님.... 면회신청은 하셨습니까?
최동열: 그렇소. 시간이 꽤 지났는데 간수들이 통 부르지를 않는구려.. 저기 또 나오는구려..
그때 간수가 다가와 죄수들의 수번과 방번호를 부르며 면화자들을 들여보낸다. 그러나 두한의 이름이 끝내 불러지지 않자, 최동열이 막 돌아서는 간수를 불러세운다.
최동열: 이보시오. 한참 전에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 면회를 하지 못하고 있소. 확인을 좀 해주시겠소?
간수: (서류를 펼치며) 이름이 뭐요?
최동열: 김두한이오.
간수: 김두한... 김두한....1918년생...김두한 맞소?
최동열: 그렇소.
간수: 그 사람은 지금 면회가 금지되어 있소.
최동열: 아니... 면회가 금지되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간수: 김두한은 이곳 형무소의 규칙을 어긴 죄로 지금 징벌방에 갇혀있소.
최동열: 도대체 무슨 규칙을 어겼기에 그랬단 말이오?
간수: 황국신민의 서사를 거부했소.
모두들: ...............?
간수가 안으로 들어가면....
유지1: 그랬구만... 그래서 면회가 금지된 게로구만...
유지2: 황국신민의 서사를 거부하다니... 허허허. 역시 두한군이구만. 참으로 보통 배짱이 아니야..
유지1: 그러게 말일세.
최동열이 오씨를 본다. 오씨는 조금 상기된 표정이다.
# 21 삼청동 외경
조모(E): 거긴 무엇하러 다녀왔느냐? 내 그리 일렀거늘...
# 22 동 방안
형무소에서 돌아온 오씨가 조모와 마주해 있다.
오씨: 말씀 드리지 않고 다녀온 것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두한이는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그리된 것이 아닙니다, 어머님...
조모: 듣기 싫다.
오씨: 그 아이는 제 몫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저 주먹만 휘두르는 무뢰배가 아니라 아범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본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조모: ...............?
오씨: 거기서 종로의 유지분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두한이가 있기에 종로의 조선 상인들이 마음을 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구요.
조모: ..................
오씨: 안타깝게도 두한이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두한이가 징벌방에 갇혀 면회가 금지되었다고 하더군요.
조모: 또 무슨 일로?
오씨: 황국신민의 서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조모: 뭘 거부해?
오씨: 황국신민의 서사라고 우리 조선인들이 일본의 신민이 되겠다고 맹세하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하게도 우리 두한이가 그걸 하지 못하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조모: 그래....? 그래도 아직은 기개가 살아있는 모양이구나..
오씨: 어머님과 제가 그 동안 두한이를 너무 어리게만 본 것 같습니다. 두한이는 저 나름대로 아범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조모: 알아들었으니 그만 하거라. 나는 그래도 그 아이가 하는 일이 탐탁치가 않아. 모든 일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느니라. 하지만 지금 그 아이가 들어선 길은 정도가 아니야.
오씨: ..................
조모: 이제 종로의 상인들에게 그 아이가 없어서는 안되게 되었다니 더욱 빠져나오기가 힘들게 되었구나.. (한숨)
오씨: ...................
# 23 사쿠라 외경(밤)
나미꼬가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꽤나 취한 모습이다. 술잔에 술을 따르려는데 시바루가 술병을 막는다.
시바루: 그만 드십쇼. 많이 취하셨습니다.
나미꼬: 됐어요. 하나도 취하지 않았어요. (뿌리치며 술을 따른다).....
시바루: ................
나미꼬: (술을 마시고는) 그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괴롭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이런 기분 시바루상은 모를 거예요.
시바루: ................
나미꼬: 그렇게 보지 말아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이상한가요?
시바루: .......김두한은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미꼬: 의외네요.. 시바루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시바루: 이렇게 적이 되어 서로 갈라서 있지 않다면 그 사람과 저는 좋은 친구가 됐을 겁니다.
나미꼬: 고맙네요.. 이제야 우군을 만났네요.
시바루: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있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사장님이 그렇습니다.
나미꼬: ........틀렸어요. 잘못 본 거예요. 김두한 그 사람, 결국 내게로 오게 될 거예요. 반드시 그렇게 되게 만들 거예요.
시바루: ..................
# 24 권번 방안
설향과 아이란이 마주해 있다.
아이란: 너 정말 안 갈거야? 대체 어쩌려구 그래? 어머니한테 무슨 꾸중을 들으려구?
설향: 오늘은 그냥 쉬고 싶어..
아이란: 알아.. 두한 오라버니 때문에 이러는 거 다 안다구.. 하지만 서방님은 서방님이고 일은 해야지.. 누군 좋아서 가니? 우리 영철씨도 마포로 쫓겨가 있다구..
설향: 좀 누워야겠어..
아이란: 나두 몰라.. 니 맘대로 해...
그렇게 일어서려는데 권번 선생이 들어온다.
아이란: 어, 어머니...?
설향: .............(일어나 앉는데)..........
권번선생: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게냐? 인력거 온 지가 언젠데...?
아이란: ...설향이가 몸이 좀 아파서요...
권번선생: 또....? 어디 보자.. 어디가 얼마나 아픈 게냐?
설향: .................
아이란: 저번에 아픈 게... 다시 도졌나 봐요..
권번선생: 저런.. 조심하지 않고.. 알았다... 그런 몸으로 손님을 맞는 것두 예의가 아니다. 명월관엔 내가 이야기를 하마..
권번선생이 그렇게 나가면 아이란이 한숨을 내쉰다.
아이란: 너 때문에 내 간이 다 오그라 붙어. 어이그...
설향: .................
# 25 명월관 어느 기방
지배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운경과 어떤 사내가 술을 마시고 있다.
지배인: 저 손님... 죄송합니다만 설향이는 못 올 것 같습니다.
정운경: 아니 왜? 무슨 일이 있소?
지배인: 몸이 좀 아픈가 봅니다. 저.... 다른 아이들을 들일까요?
정운경: 아니오. 됐소. 그만 나가보시오.
지배인: 아 예...
지배인이 밖으로 나가면...
사내: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꼭 그렇구만.. 허허허... 어떻게 생긴 아이이길래 자네가 그렇게 푹 빠져버렸는지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운경: 들지...
그렇게 잔을 드는 정운경의 모습에서...
# 26 마포 포구(밤)
마포패 두목 용식이와 몇몇 부하들, 그리고 문영철과 성식이 술을 마시고 있다.
용식: 자 어찌 됐건 우리 마포에 온 걸 환영하네.. 들게...
문영철: ............(단숨에 술을 마신다).......
용식: 어떤 자인지 정말 궁금하구만... 마루오까라고 했는가?
문영철: ....................
용식: 일본 순사들 중에서 그렇게 대단한 자가 있었다니 놀랍구만... 순사한테 당했으니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말이야...
문영철: 그만 하십쇼, 형님...
용식: 두한 아우님이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자네의 복수를 멋지게 해주었을텐데....정말 안타깝구만...
문영철: 두한이도.... 해봐야 알 겁니다. 제가 두 사람 모두하고 싸워봤지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용식: 오,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문영철: 그렇게 유도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누구라도 한 번 잡혔다하면 그 길로 가는 겁니다.
용식: 그래....?
# 27 인서트(몽타쥬)
- 마루오까가 어느 골목에서 이름없는 종로패 사내들을 닥치는대로 내던지고 있다.
- 놀음판을 박차고 들어오는 마루오까.. 건달들이 기겁을 한다.
- 한 건달이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리면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칼을 뽑는다. 마루오까가 여유 있게 웃으며 역시 집어 던져버리고... 그 사내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지면 부하 순사들이 달려들어 수갑을 채운다.
# 28 종로통
마루오까와 정복 순사들이 종로 거리를 순시하고 있다. 건들거리며 근처를 지나가던 우미관패들 몇이 슬그머니 골목으로 꽁무니를 감춘다. 마루오까들이 거리를 가로질러 사라지면 그제서야 어귀에서 고개를 뺀다.
# 29 야시장
삼수와 번개가 장부를 들고 고깃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들의 걸음걸이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삼수: 안녕하셨습니까?
고깃집: 어서들 오게. (사이) 어깨가 축 처졌구만.. 쯧쯧...
번개: 흥도 안나고.... 요즘은 통 그렇습니다.
고깃집: 두한이가 없는 동안 자네들이 잘 해야지.. (돈을 건네주며) 자 여기 있네.
삼수: 고맙습니다.
고깃집: 기운들 차려. 힘들 내라구.
그들: 예.
그들 나가면 고깃집 주인은 안타까운 듯 혀를 찬다.
# 30 종로 어느 상점
삼수와 번개가 문 앞에 서있다. 곧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손에 쥔 가게 주인이 밖으로 나온다.
주인: (돈을 건네며) 두한이 그렇게 되는 바람에 고생들이 많겠구만..
삼수: 고생이랄 게 뭐 있나요? 아무튼 감사합.......
그때 갑자기 누군가 삼수의 손목을 잡아챈다. 보면 마루오까가 서있다. 기겁하는 삼수... 마루오까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고통스러운 듯 손에 쥔 지폐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마루오까: 너희들 지금 상인들을 갈취하는 것인가?
번개: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정기적인 세금을 걷고 있었을 뿐입니다.
마루오까: 세금이라니.....? 너희들이 뭔데 세금을 걷는단 말인가? 세금은 나라에서만 걷는 것이다.
삼수: .........그게 그러니까요...
주인: 순사 나으리... 이 돈은 저희 상인들이 이 사람들한테 주고 싶어서 주는 것입니다요.
마루오까: 겁먹을 것 없다. 이놈들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만 들어가라...
주인: 그, 그런게 아니라요...
마루오까: 들어가라고 하지 않나. 너도 함께 잡혀가고 싶나?
주인: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친다)
마루오까: 너희 두 놈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증거물 압수해...
순사1: 하이.. (돈을 줍는다)....
번개: 이건 말도 안됩니다. 이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순사2: 경부님, 수갑을 채울까요?
마루오까: 이런 조무래기들한테는 수갑도 필요없다.
마루오까는 그대로 삼수와 번개의 멱살을 양손으로 잡아 끌고간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 놀라운 힘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 31 우미관 외경
김영태(E): 삼수하고 번개가 잡혀가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32 동 사무실
김영태와 정진영, 김무옥, 양코가 있고, 털보가 굳어져 서있다.
털보: 세금을 걷는 게 불법이라고 마루오까에게 마구잡이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들은 척두 안하구요.
김영태: 젠장, 또 마루오까란 말이야. 도대체 우리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정진영: 점점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루오까는 우리를 노리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양코: 아니 뭣땀시? 사고도 안치고 조용히 있는 우덜을 어째 건드리냐고?
김영태: .....(도리질).... 안되겠어. 이대로 가다간 하야시패가 아니라 마루오까에게 완전히 와해가 되겠어.
정진영: 하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두한이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양코: 무옥아, 아무래도 니 밖에 읎는 것 같다. 그 자식이 그렸잖혀.. 도전은 은제든지 받아주겄다고..
김무옥: .....나, 나가...?
김영태: 그건 안돼. 영철이도 힘 한 번 제대로 못쓰고 당했다고 하지 않았냐? 무옥이마저 잃으면 우린 끝이야.. (사이) 아무래도 내가 마루오까를 만나봐야겠다.
정진영: 만나서 어쩌시려구요?
김영태: 한 번 부딪쳐 봐야지..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어...
# 33 혼마찌깡 거실
미우라가 하야시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미우라: 오야붕의 예상대로 종로는 마루오까의 손에 의해 완전히 정리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야시: 그런가?
가미소리: 마루오까의 실력도 놀랍지만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신 오야붕의 혜안이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야시: 아니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다. 난 호랑이와 용이 겨루는 보다 근사한 그림을 원했다.
미우라: .......? 김두한 말씀이십니까?
가미소리: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김두한이 그렇게 어이없이 사라질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야시: 어쨌든 종로가 조용해지고 있다니, 그동안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업 설계도를 다시 꺼내야 할 것 같구나...
가미소리: (반색하며) 그럼...?
하야시: 미우라!
미우라: 하이..
하야시: 네가 그 일을 맡아서 처리해라. 종로 2정목 시장의 점포들을 은밀히 사들이도록 하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미우라: 하이.. 알겠습니다.
하야시: 형무소에 있는 김두한에게는 다소 미안한 일이지만 그 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수는 없는 일이지.. 실로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이 아닌가? 하하하...
사야꼬가 찻상을 들고 온다.
사야꼬: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하야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소. (사이) 아침부터 처제가 보이질 않던데 벌써 사쿠라에 출근을 한 것이오?
사야꼬: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어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 김두한이라는 사람 때문에 나간 것 같아요.
가미소리: 김두한이라니요? 나미꼬양께서 왜?
사야꼬: 예? (하야시 보며) 제가 이야기를 잘못 꺼낸 건가요?
하야시: ..................
가미소리: 저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아니 될 말입니다. 김두한은 우리의 적입니다.
하야시: 그만 해라, 가미소리.. 나미꼬의 사적인 일이다. 자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가미소리: .................
하야시: ...................
# 34 박인애의 집 앞
나미꼬를 태운 택시가 달려와 그 앞에 선다.
# 36 그 차 안
나미꼬: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기사: 예, 알겠습니다.
나미꼬가 차에서 내려 그 집을 본다.
# 37 동 집 거실
가정부가 차를 놓고 간다. 박인애의 인애부와 인애모가 마주 앉아 있다.
인애모: 언제까지 저렇게 놔두실 작정이세요? 우리 인애 말이예요. 저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시려구요?
인애부: 그냥 내버려두시오.
인애모: 학교라도 가게 해주세요. 그 사람이 감옥에 갇혀있다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인애부: 됐소. 스스로 고집을 꺾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내 말 알아 듣겠소?
인애모: 고집을 꺾지 않으면요? 그땐 어쩌시려구요?
인애부: 꺾게 돼 있소.
그때 현관에서 집사가 들어와 인애부에게로 다가온다.
짐사: 저.. 회장님.. 아가씨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인애부: 손님...........?
집사: 일본 여자분이신데 친구라고 합니다요.
인애부: 일본 여자 친구?
인애모: 아마 학교 친구일 거에요. 만나게 해주세요.
인애부: ..........들여보내.
집사: 예.
집사가 밖으로 나간다.
# 38 동 마당
나미꼬가 정원에 있는 파라솔에 앉아 있다. 박인애를 지키는 두 사내가 저만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박인애가 현관에서 나온다.
나미꼬: 여기예요.
박인애: (의아한 듯 다가오면)...........?
나미꼬: 박인애씨? 반가워요. 전 나미꼬라고 해요.
박인애: 누구...시죠? 처음 뵙는 분 같은데........
나미꼬: 앉으세요. (사이) 그렇게 계속 서 계실 건가요?
박인애: .........(앉으면).......
나미꼬: 미인이시네요. 김두한씨가 첫눈에 반할 만 했겠어요.
박인애: ............?
나미꼬: (둘러보며) 정말 대단한 집이네요. 아주 근사해요.
박인애: 죄송합니다만 지금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찾아오신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나미꼬: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죠. 제가 박인애씨를 찾아온 건.....김두한씨 때문이에요.
박인애: .................?
나미꼬: 결론부터 말해 두 사람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어요. 박인애씨도 아마 느끼고 있을 거예요. 안 그런가요?
박인애: 당신.... 누구예요?
나미꼬: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정말 중요한 건 두한씨가 지금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거예요.
박인애: ................
나미꼬: 미안한 이야기지만 두한씨가 저렇게 된 건 바로 박인애씨 당신 때문이 아닌가요? 물론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박인애: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군요. (돌아서며) 그만 돌아가세요.
나미꼬: 인애씨가 김두한씨를 잡고 있을수록 두 사람 모두 불행해질거예요. 당신 아버지는 절대로 김두한씨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아니 김두한씨의 목을 더 조이겠죠. 내 말이 틀렸나요?
박인애: (발악하듯) 그만... 그만 해요!
나미꼬: 제 말이 지나쳤다면 사과드리죠. 하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나요?
박인애: ..................
나미꼬: 인애씨 마음먹기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질 거예요. 당신 아버지를 움직일 사람은 박인애씨 당신 뿐이니까요.. 김두한씨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김두한씨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서는 안될 사람이예요.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라겠어요.
나미꼬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다. 박인애는 그렇게 서 있다. 한없이 슬프고 괴로운 박인애의 모습에서...
# 39 서대문 형무소
덜컹 철문이 열리며 피투성이가 된 두한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진다. 죄수들이 우르르 몰려와 두한을 부축해 눕힌다. 두한은 여전히 의식이 없다.
죄수2: 형님, 두한 형님....
죄수1: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만.. 사람을 어떻게...?
죄수2: 뭐하고 있어, 이 자식들아... 어서 모포 펴지 않구!
죄수3,4: 예, 형님..
두한: ...................
# 40 명월관 마당(밤)
김무옥, 양코, 와싱턴 등 우미관패들이 대기해 있다. 어떤 지시가 있었는 듯 그들은 굳은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잠시 후 사복 차림의 마루오까가 들어온다. 마루오까를 쳐다보는 우미관 식구들의 눈빛이 매섭다. 정진영이 다가가 고개를 숙인다.
정진영: 오셨습니까, 마루오까 경부님? 저 끝방에 자리를 봐놨습니다.
마루오까: 안내해라.
정진영: 예...
정진영이 마루오까를 안내해 사라진다.
# 41 동 별실
김영태가 초조한 듯 손목시계를 본다. 밖에서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진영(E): 형님.... 마루오까 경부님께서 오셨습니다.
김영태: 안으로 모셔라.
김영태가 일어나 한쪽으로 가 선다. 문이 열리고 마루오까가 들어온다. 마루오까는 성큼성큼 상석에 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마루오까: 당신이 나를 보자고 했나?
김영태: 그렇습니다, 마루오까 경부님. 우미관의 김두한 오야붕을 모시고 있는 김영태라고 합니다.
마루오까: 우미관....? 오야붕....? 가소롭구나. 인사나 받자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니 용건부터 꺼내 놓아라.
김영태: 이곳으로 모신 이유는 경부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마루오까: ...................?
김영태: 경부님께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제 부하들에게 폭력을 가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희들을 괴롭히시는 저의가 무엇이십니까?
마루오까: 건달 주제에 아주 건방지구나.
김영태: 그렇습니다. 저희는 건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종로에 있는 상인들을 보호해왔습니다.
마루오까: 상인들을 보호했다? 불량배들이 불량배들로부터 상인들을 보호했다니........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 아닌가?
김영태: ................
마루오까: 이제부터는 종로의 상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경찰들이 할 것이다.
김영태: 경부님께서 말씀하시는 종로의 상인은 일본인들이 아니신지요? 종로에는 조선의 상인들이 더 많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대부분은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노점상들이며 보호를 받을 수조차 없는 이들입니다.
마루오까: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노점상이든 상관없다. 나는 경찰이다. 모든 걸 법에 의해 집행할 것이다. 너희들은 종로를 떠나라. 나는 이미 너희들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다. 만약 한 놈이라도 남아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김영태: 고양이도 빠져나갈 길을 터주고 쥐를 쫓는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 곳에는 수많은 제 아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경부님께서 이렇게 나오신다면 우리도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루오까: 하하하.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었구나. 나는 네 부하들에게 언제든 도전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너희들 방식대로 말이다. 한꺼번에 다 쓸어버려주마.
김영태: 당신이 죽을 수도 있소.
마루오까는 말없이 일어선다.
마루오까: 내게 그런 협박이 통할거라 생각했나? 너는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마루오까는 세차게 방문을 열고 나간다.
# 42 그 밖
마루오까가 나오자 우미관의 어깨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포위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긴장해 있고 기가 꺾여 있다. 마루오까는 개의치 않겠다는 듯 그 안으로 들어선다. 정진영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친다.
마루오까: 어느 놈부터 허리를 꺾어줄까? 어서 덤벼 보거라.
부하들이 서서히 살기를 띄우며 하나 둘 마루오까에게 다가선다. 막 부하 한 명이 마루오까를 향해 달려드는데....
김영태: 물러 서!
부하들은 김영태의 일갈에 흠칫 멈춘다.
김영태: 길을 내드려라. 그 분은 종로서 마루오까 경부님이시다. 어서!
부하들은 하는 수 없이 한 발 한 발 물러선다.
마루오까: (김영태를 향해) 보기보단 똑똑한 놈이로군.
마루오까는 터벅터벅 문을 빠져나간다. 그 절망스런 김영태의 표정에서.....
# 43 카페 비너스
최동열과 김이수가 마주해 있다.
김이수: 두한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최동열: (한숨처럼) 나도 잘 모르겠네... 재판을 받아봐야 알겠지..
김이수: 참으로 안타깝네 그려.. 사랑이 어떻게 죄가 된단 말인가? 독립투사의 아들은 사랑할 자유도 없느냐, 이 말이야...
최동열: 우리 모두의 책임일세... 나라를 빼앗긴 죄 말이야..
김이수: 분통이 터지는구만.. 참으로 분통이 터져...
최동열: ......(말없이 술만)...
# 44 뚝섬(낮)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갈대숲이 허리를 꺽으며 울어대고 있다. 박인애가 두한과 만났던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할퀴고 지나간다. 그녀의 눈물 어린 얼굴 위로.... 지난 날 두한과의 추억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현실이 되면...
박인애: 두한씨 미안해요... 미안해요...
# 45 서대문 형무소 면회실
박인애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창살 안으로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두한이 들어선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며 말이 없는 두 사람.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가늘게 떨고 있다.
두한: 인애씨.....
박인애: ................
두한은 힘겹게 창살에 다가선다. 박인애는 상처투성이인 두한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표정이다. 박인애는 창살 안으로 손을 넣어 두한의 얼굴을 만져본다.
박인애: 얼굴이... 왜 이래요?
두한: 별 거 아닙니다.
박인애: (쏟아질 것만 같은 울음을 참으며) 왜 이렇게 된 거에요? 바보 같이... 두한씨 싸움 잘하잖아요?
두한: 난 괜찮아요. 걱정말아요..
박인애: ...............
두한: 인애씨야말로 괜찮은 겁니까? (미소) 또 집을 나온 건 아니겠죠?
박인애: ...(슬픈 미소)...
두한: 그 동안 많이 수척해졌어요.
박인애: .............(눈물을 감추려 얼굴을 내린다)
두한: 면회 시간이 길지 않아요. 그렇게 눈물만 흘리고 있을 겁니까?
박인애: 두한씨..........
두한: 미안하다거나 그런 말 인애씨한테 듣고 싶지 않습니다. 난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하루가 십년 같고 백년 같더라도 난 이겨낼 겁니다.
박인애: .................
두한: 날 믿는다고 했죠? 그거면 됩니다.
박인애: 기... 기다릴게요. 영원히 두한씨를 기다릴게요. 영원히.......
박인애는 두한의 두 손을 가져와 얼굴을 파묻는다. 두한은 앳된 소년처럼 은은하게 미소짓는다.
# 46 그 밖
면회소를 나오는 박인애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운전사는 시계를 보며 은근히 재촉하는데..... 박인애는 천천히 차에 오른다.
# 47 박인애의 집 외경
# 48 동 거실
박인애가 들어오고 있다. 인애모가 안절부절하며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인애부와 박인애를 번갈아본다.
인애모: 어디를 나갔다 온 거야, 이것아... 어서 아버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오는 박인애.. 인애부는 여전히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인애부: 잘 다녀왔느냐?
박인애: ..................
인애부: 니가 원하는대로 하루동안 시간을 주었다.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박인애: 약속은 분명히 지키겠습니다.
인애부: 지금은 이 애비가 원망스럽겠지, 허나...
박인애: 아뇨. 원망하지 않겠어요. 다 제 탓이라는 거 알아요.
인애부: 다행이구나...
박인애: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뿐이에요. 그 사람이 무사하게 형무소에서 나오는 거예요.
인애부: 노력해 보마..
박인애: 하지만... 그 사람이 다치면 아버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인애부: 뭐야?
박인애: 영원히,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