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의 인류가 사용한 말 중에 [알/ar]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어 “우렁차다, 우람하다”의 어원이기도 하며 “아주”의 어원이기도 한 말이다.
옛날 사람들의 발음은 오늘날의 우리들만큼 명확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알]이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얼, 올, 울, 을, 일...] 처럼 발음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의 발음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알, 얼, 올, 울, 을, 일...] 등으로 소리내는 그 말은 ‘거대한 것, 아득할 정도로 넓거나 높거나 먼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거기서 나온 것이 ‘울릉도, 울산, 울진’ 같은 지명이고, 이미 앞에서 말한 ‘우렁차다, 우람하다’ 같은 말이다. “한강”은 큰 강이란 뜻인데 예전에는 “아리수”라고 했다. 아리수의 [아리]는 크다는 뜻이다.
[울]은 크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높다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몽골어로 산을 [울/uur]이라 하고, 여진어로는 산을 [아린]이라 한다. 한국어 ‘봉우리’는 [峰+울]로 된 말이다.
이처럼 [알, 얼, 을, 울...] 은 거대한 것을 뜻하는 말이었으며, 사람의 이름에도 많이 쓰였다. 고구려의 “을소, 을파소, 을지문덕”에 쓰인 [을]이나 신라의 “김알지, 알영”에 쓰인 [알]이 그러하다. “을지문덕”은 “울지문덕”이라고도 했다 한다.
경남 함안을 옛날에는 아라가야라고 하였는데, “아라”는 거대하다는 뜻이다. 제주도에 있는 “아라동”과 “오라동”도 마찬가지다.
<삼국사기>에 “乙音(을음)”이라는 이름이 실려 있다. 고구려 대조왕 22년(74) 주나(朱那)를 공격해 그 왕자를 사로잡아 고추가로 삼았다고 하였는데, 왕자의 이름이 바로 “乙音”이다. 우리말 이름 [을음]을 한자로 乙音이라고 음차표기한 것이다.
<사리영응기>는 조선 세종 31년(1449년)에 간행된 책인데, 거기에 “許우루미”라는 이름이 실려 있다. 새로 만든 우리 문자 한글을 사용해 “우루미”라고 표기하였다. [우룸]이란 이름을 연진발음하면 [우루미]가 된다.
[을음]과 [우루미]는 같은 이름이다. 거대하다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다. 약 1400년의 차이가 있지만 그 이름은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써온 이름이 친숙하다 보니 관습처럼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언어의 다양한 변천과 분화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이름 속에 들어있는 언어의 유전자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을음]과 [우루미]는 오늘날의 [우람]에 그 맥이 이어진다. “우람”이란 이름은 2천년의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름인 것이다. “아라, 아리, 우리, 아름, 아람, 우람” 같은 이름도 마찬가지다.
보통 성이 조씨이거나 고씨인 경우에 [아라]라는 이름을 많이 짓는다, “조아라, 고아라” 같은 식이다. 하지만 성씨를 빼고 나면 [아라]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제부터는 올바르게 알고 자긍심을 가지시기 바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을파소, 을지문덕, 알지, 알영’에 쓰인 그 [알]이다. “아름답다, 아리땁다” 같은 말들도 같은 원시어소 [알/ar]에서 분화된 말이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임금을 가리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어디서 왔을지 그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알/ar]의 유전자를 지닌 “우람, 아람, 아름, 우리, 아라, 아리” 같은 이름들은 ‘큰 사람’ 즉 ‘위인(偉人) 대인(大人)’의 의미를 지닌 이름이며, 그 속에는 ‘아름답다, 아리땁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조선 세종31년(1449)에 간행된 <사리영응기>란 책에는 한글로 표기된 이름이 여러 개 실려 있다. 그 이름들을 풀이하여 전자책으로 출판했다.
우리말 이름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인명풀이 - 타내와 똥구디>라는 ebook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링크 : http://www.upaper.net/soburdori/1075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