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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124화] 진상이 궁금한 국세청 간부 부인의 폭로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가 그제 언론에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홍씨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현 정권이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정권 실세를 겨냥한 인사 로비가 횡행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로의 핵심은 2007년 12월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이 청장 직을 보장받기 위해 다음 정권의 실세에게 주려고 10억원을 조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청장은 안 국장에게 "내가 7억원을 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라. 그러면 차장에 중용하겠다"고 했고, 안 국장이 거절하자 이듬해 3월 서울지방청 국장으로 좌천시켰다는 것이 홍씨의 주장이다.
남편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마자 홍씨가 '정권 실세'를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의구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개인 비리 사건에 정치적 성격을 덧칠해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씨의 주장에 주목하는 것은 폭로 내용의 중심에 한 전 청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장이 됐지만 현 정권 출범 후 근 1년 동안 청장 직을 유지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임은 물론이다. 또 그는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지인들과 골프를 친 뒤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등과 함께 식사를 해 인사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1월에는 2007년 3월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고가의 그림을 인사 로비용으로 선물한 의혹이 불거져 결국 청장 직을 사퇴했다. 이처럼 인사 로비 의혹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 한 전 청장이기에 홍씨의 폭로를 허투루 보기 어려운 것이다.
사건 실체 규명은 검찰의 몫이다. 무엇보다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의 조기 귀국이 시급하다. 한 전 청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는 한 그를 둘러싼 인사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은 겉돌 수밖에 없다. 한 전 청장도 떳떳하다면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는 것이 과거 국세 행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자세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124화] 온갖 국가정책 뒤흔드는 세종시 수정안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의 대략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기업·연구소·대학 등을 대거 유치해 교육과학중심도시나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어느 쪽이든 내용은 비슷하다. 세종시를 기업, 연구기관, 교육 세 부문으로 나눠 기업 쪽엔 복합클러스터단지·녹색기업단지·녹색생활단지를 조성하고, 연구단지 쪽으로는 22개 연구기관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교육기관 이전지에는 자립형사립고·과학고·외국인학교 등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정주 여건을 좋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외와 특혜를 부여해야 하는지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다. 교육·과학 분야 국가정책을 뒤흔들 정도다. 우선 파격적으로 값싼 토지가 제공되고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게 분명하다. 정부는 국가 산업단지와 외국인 투자지역을 동시에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목고와 외국인학교를 유치해 세종시 입주기업 직원의 자녀들에게 입학 특혜를 주겠다는 발상까지 포함돼 있다. 도대체 형평성을 생각이나 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기업과 연구소 유치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애초 계획대로 행정부처와 기업, 연구소 등이 적절히 결합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훨씬 수월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정안이 제시하는 청사진도 명확하지 않다. 기업이 초점인지, 연구기능이 우선인지, 공단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교육 명품도시를 하겠다는 의도인지 알 수 없다. 일단 그러모아 공간을 채우겠다는 식이다. 그것보다는 행정부처가 중심이 된 원안이 훨씬 품위 있고 경쟁력 있는 세종시를 만들어낼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아무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혁신도시만 해도 이전하는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줘야 하지만 그럴 기업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굳이 지방으로 간다면 각종 특혜를 주는 세종시로 가지 혁신도시로 갈 이유가 없다. 세종시 수정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 해도 애초 목표였던 국가 균형발전은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어제 혁신도시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도시는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여기서 한발 빼기 위한 절차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도대체 균형발전의 의지가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조선일보 사설-20091124화] 4대강 기공식 장면을 통해 본 세종시 문제
22일 영산강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사업이 정치논리에 좌우돼선 안 된다"며 "영산강은 (4대강 사업 중) 가장 시급한 곳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이제 호남의 숙원이 풀리게 됐고, 4대강 중 영산강을 가장 먼저 살려야겠다는 저의 꿈도 이뤄지게 됐다. 영산강은 4대강 중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친환경적으로 복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영산강 사업 예산은 2조6000억원으로 단위 면적으로 따질 때 4대강 중 가장 많다.
정부는 기공식을 먼저 호남지역을 흐르는 영산강과 충청권을 흐르는 금강에서 가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정치적 이간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은 "광주와 전남은 350만 시·도민과 함께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맑고 푸른 강물이 흘러넘치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물류와 관광의 황금벨트로 만들어가겠다"며 "오늘의 대역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영산강은 녹색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지역발전의 큰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박준영 전남지사도 "논란이 있지만 영산강만큼은 오랫동안 뭔가를 하지 않으면 강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다 함께 갖고 있었다. 영산강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지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과 박 지사의 말은 광주·전남지역의 다수 여론을 그대로 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영산강의 현실은 이미 강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유량은 한강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쉽게 오염될 수밖에 없어 오염도는 한강의 두 배에 이른다. 오염물질이 하굿둑 상류에 퇴적돼 물 환경 여건이 황폐화한 결과다. 앞으로 영산강은 3000만㎥를 준설해 물그릇을 크게 하고, 2개의 보를 만들어 수량을 풍부하게 만들게 된다. 오염원이 된 하천변 경작도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법으로 그만두게 하고 연계사업으로 자전거길 정비와 생태 환경도 꾸미게 된다.
민주당은 영산강을 포함한 4대강 살리기를 "대운하의 변종"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지역의 현실이나 요구와 지역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나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선 영산강 살리기에 나선 박 시장과 박 지사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의 말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중에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영산강을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정당의 말만 수렴한다면 영산강도 그대로 두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자치단체의 여론은 영산강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문제의 현장을 찾아 설명하고 설득하자 그 자리에서 전에 듣지 못한 지역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장면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4대강 논란의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진실을 보게 됐다.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 문제 역시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한다면 미처 생각지 못한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세종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계기다.
[서울신문 사설-20091124화] 여야 행정개편 합의, 변죽만 울리지 말길
세종시와 4대 강, 미디어 법 등으로 평행선을 긋던 여야가 모처럼 손을 맞잡았다. 2014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자치단체 통합을 목표로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를 설치키로 어제 합의한 것이다. 합의에 따라 가칭 ‘지방행정체제 개편법’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만들어지면 지방행정개편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전국 순회 공청회에서 개편법의 내용 등이 가닥 잡힐 것이라고 한다.
전국 230여개의 기초 지자체를 60~70개 정도로 재편하자는 행정개편의 큰 방향에는 이론이 없다. 쟁점은 도(道)의 존폐와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추진은 하되 ‘폭탄’은 피해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정부차원의 행정개편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해당 지자체 주민들의 여망을 정치권이 모른 체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대상으로 선정한 4곳을 시범사례로 큰 그림을 그릴 여건이 마련된 것도 등을 떠밀었다.
우리는 2006년 2월 제17대 국회가 만들었던 확정안을 기억한다. 당시 정치권은 정부차원의 지방분권화추진위를 만들어 시·군·구를 통합하고, 도는 폐지키로 했었다. 다계층 행정구조가 행정비능률과 주민불편을 심화한다는 이른바 ‘옥상옥’ 논리를 수용했다. 사실 전문가들은 행정개편의 시작이자 끝은 도의 처리에 달렸다고 본다. 그런데 18대 국회는 도 존속으로 꼬리를 내렸다. 다만 자치기능을 폐지하거나, 기초단체 감독권을 없애거나, 광역시 또는 도끼리 통합을 유도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개편을 놓고 정치권은 총론은 같지만, 각론은 다른 이율배반을 보여왔다. 18대 국회는 임기 중 반드시 합의를 이행해 100년 묵은 낡은 행정체제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124화] 한ㆍ중ㆍ일 공통표준 제정 추진해 볼 만하다
한 · 중 · 일 3국은 경제통합으로 가기 위한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공통표준화를 과연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18,19 양일간 중국에서 열린 동북아 표준협력포럼을 통해 한 · 중 · 일 3국이 고령자 · 장애인 관련폼목들을 시작으로 민간부문의 단체표준에 착수하고, 단계적으로 국가표준으로 발전시켜 이를 국제표준화하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호 정보교환 목적으로 시작된 동북아 표준협력포럼에서 3국이 공통표준을 향한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은 단일 경제권의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사실 한 · 중 · 일이 자리잡고 있는 동북아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주목받는 경제권이다. 지난해 3국 경제규모를 보면 GDP와 교역량이 세계 전체의 16.8%와 15%에 달했다. 그럼에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3국의 경제발전단계가 다르다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이 주도하는 NAFTA 등에 비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노력이 미흡(未洽)하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표준이다. 지금의 국제표준은 EU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EU가 경제통합에서 정치통합으로 발전하면서 앞으로 국제표준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만약 동북아 지역에서 표준에 관한 상호협력을 통해 3국이 공동의 보조를 취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중국의 시장규모,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 등이 결합할 경우 EU나 미국과 충분히 겨룰 수 있는 국제표준화가 가능한 분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은 3국간 협력이 고령화 분야부터 시작되지만 녹색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미국 등에 뒤진 IT나 방송 · 통신 등에서도 새로운 기회 창출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통표준은 한 · 중 · 일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통표준이 여러 산업분야로 확대되면 3국간 역내교역이 더욱 늘어나 단일 경제권을 그만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동북아 표준협력포럼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1124화] 아프리카 외교 대폭 강화해야
아프리카 15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한ㆍ아프리카 포럼이 내일까지 열린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 포럼은 올해부터 아프리카연합(AU)과 공동 개최하면서 장관급 협의체로 격상됐고 어제는 이명박 대통령 주최 만찬도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은 자원의 보고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 지역 외교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 한ㆍ아프리카 외교 변천사를 보면 과거 남북한 냉전시대에는 남한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노력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 이후엔 큰 국제행사를 유치하거나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일회성 외교만 있었을 뿐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은 사실상 전무했다. 한ㆍ아프리카 포럼이 3년 전 출범한 것도 미국 유럽 중국 등 강대국들이 앞다퉈 아프리카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나서자 때늦은 뒷북 외교를 하는 식이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ㆍ아프리카 관계는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때마침 한국도 대외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려 `받는 외교`에서 `주는 외교`로 전환하는 시점이므로 아프리카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규모는 지난해 유ㆍ무상을 합쳐 1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이것도 3년 새 2.5배나 늘린 것이다. 최근 일본이 50억달러 무상 원조를 약속하고 중국이 100억달러 장기저리 차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 `통 큰` 지원을 하는 것과 비교가 안된다. 우리로선 지원금 규모로 경쟁하기 어렵지만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위해 늘리는 ODA 재원을 아프리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 개발 경험과 인적 자원 육성 등을 활용한 다각적인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4강 외교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방한 정도를 제외하곤 일단락됐다고 본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말만 요란하고 실제로 미흡했던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아프리카 정상외교에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124화] 비정상적인 대출금리 구조 개선해야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산금리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대출금리 결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금리결정 체계를 바로잡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에 붙이는 마진(이익률)이다. 문제는 이 비중이 커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지난 2005년만 하더라도 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실질금리를 반영하지 못하자 역마진을 우려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해 1~9월 중 시중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의 금리는 가중평균으로 연 5.65%였다. 이 가운데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7%포인트로 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가산금리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금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로 은행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대출금리가 6%에 육박하는데도 아파트 담보대출 수요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가산금리 급등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경기회복을 위한 저금리정책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하강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로 인하했고 원화ㆍ외화유동성 공급확대 등 금융완화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시중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리구조가 왜곡되고 저금리정책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침 금융연구원이 23일 공개토론회를 열고 가계대출 가산금리 결정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해 주목된다. 토론회에서는 한은이 발표하는 가중평균 금리 등을 새 기준으로 하자는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됐다. 그동안 CD나 은행채를 기준으로 한 대출금리는 은행의 편의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기준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새로운 금리결정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이진녕(논설위원)-20091124화] 여야 분단정치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며칠 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간의 회담 예고 기사를 접했을 땐 새삼스럽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꼭 따로 시일을 정해서 만나야 하나.’ ‘회담을 해서 무슨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회담을 하기로 한 것도 뉴스거리가 되나.’ 서로 만나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기본인 여야가 마치 휴전협상 하듯 격식을 갖춰 회담해야 하는 나라, 만나는 것 자체까지 관심거리가 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의 사무실은 모두 국회 본관 2층에 있다.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다.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3층 귀빈식당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더러 이런저런 국회 내외 행사에 함께 참석한다. 회담 사흘 전인 16일에도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의 출판기념회장에서 나란히 앉았다. 더구나 같은 상임위(운영위)에 소속돼 있다. 안 대표는 4선(選), 이 대표는 3선으로 정치의 속성을 알 만큼 알 만한 관록이다. 그런데도 지금 두 사람의 정치적 거리는 남북만큼이나 벌어져 있다.
지금의 원내대표는 과거 대통령이 당 총재이던 때나 3김(金)의 ‘제왕적 당 대표’ 시절 원내총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상과 대표성이 높다. 원내정당화의 취지대로라면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의정활동은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두 당의 원내대표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나. 당의 눈치나 살피고 과거 원내총무처럼 당의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여야 간엔 주의주장만 넘칠 뿐 대화는 없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 정치이다. 대통령이 격주로 라디오연설을 하니, 이젠 당 대표들까지 덩달아 나서 주의주장을 쏟아낸다. KBS MBC SBS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의 라디오에서는 아침마다 여야 정치인들의 강변(强辯)이 홍수를 이룬다. 정치인이 등장하는 TV 토론프로그램은 이성과 논리의 토론장이 아니라 오로지 상대방을 거꾸러뜨리려는 싸움판 일색이다. 국회에서는 대변인들의 성명전(戰)과 의원들의 기자회견전이 춤을 춘다. 흡사 남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형 확성기를 통해 서로 선전선동 대결을 펼치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언론을 통한 모든 주의주장은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기록된 말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다보면 강성 발언은 또 다른 강성 발언과 강성 행동을 부르기 마련이다. 여야 간엔 지금 이런 대치 전선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곳곳에서 마치 백지에 도장을 찍듯 주의주장과 선전선동을 마구 내갈기는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판국인데, 원내대표끼리 만난들 무슨 대화가 되고 무슨 타협이 가능하겠는가.
영국의 의회(하원)정치를 흔히 크리켓 경기에 비유한다. 모든 경기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고, 상대가 있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고, 철저하게 룰과 심판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 의회정치는 어떤가.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하고 있는가. 여야 간 ‘분단정치’가 만병의 근원이다. 핵심은 소통이다. 원내대표들이 일차적 키를 쥐고 있다. 무슨 일이 있든 없든 간에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만나보라. 진정으로 뭔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124화] 혼외 자식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꿈꿨던 카를 마르크스의 집에도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있었다. 22세 때부터 67세로 숨을 거두도록 내내 하녀로 일한 헬렌 데무스였다. 요리와 설거지, 생활비 관리까지 도맡았지만 땡전 한 푼 받지 못했다. 한술 더 떠 마르크스가 수시로 몸을 탐하는 바람에 그녀는 아이까지 갖게 됐다.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했던 무렵이었다.
출산 후 남의 집에 맡겨 키운 하녀의 아들 프레디를 마르크스는 평생 자기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혁명 지도자로서의 명성에 금이 갈까 전전긍긍하던 끝에 친구이자 동지인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한 짓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엥겔스는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진 않았다. 말년에 인후암으로 말을 못하게 되자 죽기 전 석판에다 이런 글을 남겼다. ‘프레디는 마르크스의 아들이다’. 정작 정비공으로 산 프레디는 자기가 그렇게 유명한 아버지를 둔 줄은 끝내 몰랐다고 한다(폴 존슨, 『지식인의 두 얼굴』).
제 자식을 나 몰라라 한 비정한 아버지가 마르크스뿐인 건 아니다. 여권 운동의 물꼬를 튼 『인형의 집』의 작가 헨리크 입센은 문단 데뷔 전 약국 조수로 일할 때 10살 연상의 가정부와 관계를 맺었다. 아들을 낳은 뒤 고향으로 돌아간 그녀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작가로 크게 성공한 뒤에도 이들 모자를 전혀 돌보지 않던 입센을 중년이 된 아들 한스가 어렵사리 찾아갔다. “이건 네 어머니 때문에 주는 거다.” 입센은 푼돈을 쥐여주곤 아들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 두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들 말고도 패륜을 저지른 아버지는 숱하게 많았다. 아이 어머니는 100% 확실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 남녀의 생물학적 특성이 좋은 핑계가 되기도 했다. “아비들이 어미만큼 양육에 열을 올리지 않는 건 자기 자식이라 확신할 근거가 없기 때문”(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씨는 못 속이는 법이다. 검푸른 머리칼의 프레디는 누가 봐도 마르크스의 판박이였다. 한스 역시 깜짝 놀랄 만큼 생김새가 입센과 닮았다고 한다.
요즘은 친자 확인 DNA 검사까지 있으니 발 뺄 생각은 꿈도 안 꾸는 게 낫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낙태도 철저히 막는다니 남자들, 처신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게다. 안 그랬단 최근 구설에 오른 공직자 꼴 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091124화] 등록금 점거농성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립대학 10곳을 ‘캘리포니아주립대(UC)’로 묶어 UC의 분교 형태로 운영한다. UC의 분교들은 미국 주립대에서도 명문으로 꼽힌다. 공동의 총장이 있지만 각자의 캠퍼스에 대한 소속감이 강한 UC의 대학생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9일 UC평의회가 등록금을 32%나 인상하고 900명을 해고한다는 날벼락 같은 결정을 내리자, UCLA를 시작으로 UC버클리, UC샌타크루즈 등의 학생들이 일제히 ‘아니요’를 외치며 대학 건물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다.
UCLA 2학년에 재학 중인 루시 청(여)은 이번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7500달러였던 등록금이 내년엔 1만1000달러로 치솟게 된다며 한숨을 내쉰다.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경우 책값과 기숙사비까지 합쳐 내년 학비가 1만7000달러나 된다. 다른 주나 해외 유학생의 학비는 3만달러가 훌쩍 넘는다. 그는 점거농성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등록금 폭등에 대한 학우들의 분노는 공감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한다는 그는 “앞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눈 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마크 유도프 UC 총장은 UC의 내년도 적자가 12억달러에 달한다며 등록금을 올리면 5억500만달러를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파산 상태인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200억달러의 적자를 메워야 하는 판인데 달리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의 방만한 운영을 의심하지만, UC 측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더 내려 하지 않는 주민들을 원망한다. 언론들이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시위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던 등록금 시위는 UC샌타크루즈가 지난 일요일 3일간의 농성을 풀면서 일단락됐다. 유도프 총장은 민주주의에서 의사 표시는 권리라며 농성 학생들을 비난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생들의 분노와 농성장의 풍경이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우리에게 남의 일 같지 않다. 부서진 아메리칸 드림의 잔해 같기도 하고 무거운 학비의 짐이 전해지는 듯도 하다. 그런데 우리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 것일까. 올해 초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3보1배’ 시위를 한 학생 대표는 ‘왜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외치고 행동하지 않느냐’는 말에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