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쌍용차 경영진이 정리해고가 단행되는 8일 이후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공장 출입구를 폐쇄하고 쇠파이프.화염병 등을 준비한 채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두말의 조사 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사실상 무력 충돌만 남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끝까지 맞서 싸워 반드시 공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1000여명의 노조원들의 옥쇄 파업이 진행 중인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사흘 전까지 출입이 가능했던 공장 정문은 2층으로 쌓인 컨테이너로 막혔고, 붉은색 마스크를 두른 노조원 3~4명이 교대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노조는 당분간 노조원 가족들의 툴입도 통제하기로 했다. 한 노조원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입구 세곳을 완전히 봉쇄했다"며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근 쌍용차 노조 기획부장은 "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경고한 데 이어 전단까지 뿌ㅡ려 파업을 방해하고 있지만 목표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반드시 공장을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들은 노조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2m길이의 쇠파이프와 죽봉. 새총. 화염병 등을 준비해 놓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원 김모씨도 "차체 공장 주변과 본관 곳곳에 쇠파이프와 죽봉을 수북하게 쌓아놨다"며 "무장한 경찰에게 맨몸으로 맞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노조원 200~300명은 매일 쇠파이프를 들고 공권력에 투입에 대비한 방어 연습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측이 일부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리고 있다"면서도 "공권력이 들어오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원들은 한목소리로 "공권력이 투입돼 조도장공장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쌍용차와 노조뿐만 아니라 현 정권 자체가 끝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노조원은 "공장 안에는 시너.기름.화학가그 등 화재에 취약한 물질로 가득 차 있다"며 "만약 충돌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면 불을 끌 수 조차 없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장에 남아있는 노조원들 대부분은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정이래고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희망 퇴직을 신청한 노조원들 상당수는 파업에서 이탈했고, 이로 인해 노노(勞勞)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한 노조원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원들 사이에 파업 이탈자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일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지난 달 31일 직장 폐쇄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에 법적 문제는 업다"며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가 진행될 경우 공권력 투입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동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외부 단체가 대정부 투쟁을 위한 동력으로 직원들을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며 외부세력은 떠나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외부 세력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맞지만 파업의 핵심은 정리해고의 철회"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당분간 공권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디 않고 노사 간 협의가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강덕중 평택경찰서장은 "노사가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 노사 간 협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모두 합의 도출을 위한 대화는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인 협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병길 평택시 산업환경국장은 "공권력 추입이라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시 차원에서 노사간 대화를 계속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위원장. 송명호 평택시장,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지난 주말 공장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1600역 개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5일 대규모 집회를 갖고 "쌍용차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협력업체들은 70% 이상의 생산 급감으로 인해 운영난을 겪고 있는 데 쌍용차 노사는 '옥쇄파업'과 직장폐쇄로 대립,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