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찰조직에서 최대의 화두는 단연 ‘쇄신’이다.
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쇄신 刷新’은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이라 적고 있다.
쇄신에 쓰이는 ‘쇄’의 한자어는 刷인데 이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쇄할 쇄’라는 뜻 외에도 ‘쓸다, 털다, 닦다’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가죽까지 벗기는 강력한 혁신이나 개혁과는 그 의미가 상대적으로 작고 약해 기존에 폐단이 있는 법령과 제도를 버리되 이를 대체할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고, 기존에 있는 것들의 폐단을 찾아 이를 쓸고, 털고, 닦아낸다는 개선을 의미한다.
최근 ‘초심 찾기’ 운동도 그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나름 추측해 본다.
그리고 중앙경찰학교에서 그와 유사한 또 동기생 행사도 준비하는 것 같고... 현재 경찰서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 타서로 전보한다는 등 쇄신대책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고 오늘은 타시도 전보에 대한 부분만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다행히 김기용 청장님께서도 이를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고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라고 지시하신 사실은 ‘경찰청장 지시사항‘ 메일을 통해 확인한바 있다.
경찰의 68년사에서 이미 수차례 반복적으로 시행했던 ‘장기근무 직원들에 대한 강제순환식 전보’의 명분은 언제나, 항상, 늘 변함없는 ‘고인 물이 썩는다’는 오로지 속담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 속담의 명제는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를 짓던 천수답과 기우제가 전부였던 조선시대 이전의 농경사회에서 감히 누구도 썩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만큼 명확한 진리였다.
그 시대에 고인 물은 퍼내지 않는 한, 예외없이 썩는 물이 되었지만 현대는 산소공급기만 설치하면 고인 물은 썩지 않게 할 수도 있고,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다.
그렇듯 산소공급기 등의 다양한 기구나 방법을 통해 고인 물을 썩지 않게 이용할 수 있음에도 기우제로 농사를 짓던 구시대의 제도나 기구를 그대로 놓고 더욱이 썩었다는 물은 그대로 두고 전혀 효과도 없는 그저 그럴 것이라는 미신으로 물고기만 웅덩이를 순환시키는 것이 바로 장기근속자 강제순환 전보이다.
참고로, 산소공급기는 자체 내외근간의 인사교류나 부정부패 예방교육 등에 대한 내실화를 의미한다.
이 인사제도는 여러 개의 고인 웅덩이가 있는 조직에서 썩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웅덩이에서 오래된 물을 퍼서 다른 웅덩이와 오래된 물끼리 퍼 옮기는 부질없는 일이다.
만약 오래되면 모두 썩게 되고 그 물이 썩어서 순환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세상의 오래 산 사람은 모두 썩었다는 황당한 결론이고, 또한 그 물을 쏟아 부은 다른 웅덩이도 그저 다른 썩은 물로 다시 오염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록 한곳에 오래 머물렀지만 썩지 않은 물은 너무도 억울한 피해자가 된다.
또한 그러한 억울함은 결코 조직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를 일일이 해명하듯 원근무지로 돌아올 때까지 어색한 설명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러한 개인적 정신적인 피해 외에도 당사자의 경제적인 손해액은 지방의 경우, 운이 좋아 인근의 경찰서로 발령 나더라도 2년 정도 출퇴근하면 교통비 등으로 대략 계산해도 최소 1,000만원을 넘긴다.(전체 10만명의 1%인 1,000명만 강제순환 당해도 그 피해는 매년 100억원. 도로에서 졸음운전하는 경찰관 매일 1,000명 추가...)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에서 출퇴근으로 인한 불필요한 유류소비도 문제지만 개인 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낼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고, 또한 그들의 절대다수가 발령 받은 경찰서의 지역경찰관서에 근무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매일 교대근무를 마치고 그것도 출퇴근의 절반을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집으로 목숨을 걸고 졸음운전을 반복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는 인사가 아니라 형벌이고, 사실상 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음주운전이나 과속운전보다 사고가능성이 높고 피해정도도 훨씬 크고 위험하다.
장기근무자에 대한 강제순환 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로기준법상 주거지 또는 현근무지에서 원거리 강제 발령시 반드시 사용주는 해당 근로자에게 이사비용, 체류비용, 교통비용 등에 대한 비용을 보존해주어야 하고 그래서 사법부의 판결은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강제발령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어느 공무원 조직도 아직은 그러한 대우를 받는 곳은 없다. 더욱이 우리는 희생을 애국으로 교육받는 가장 홀대받는 경찰관이 아니던가.
그래서 당사자가 그토록 반대하는 상황에서 원거리 발령을 통해 새로운 근무지에서 더욱 청렴해지고 새로운 업무능력도 배가해서 돌아온다고 단정하며 장기근속자 강제순환 전보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으면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서 섬뜩함마저 느낀다.
이는 우리 경찰조직을 배신하고 명예를 실추시켜 중징계를 당한 후에 타시도로 전보된 일부 직원들마저도 ‘이중처벌’이라 조직을 원망하는 격앙된 현실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까지 희생하며 묵묵히 근무해온 사람들을 향해 어느 날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고인 물이 썩는다. 당신은 한곳에 오래 근무했다”며 그러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신은 타시도에 가서 2~3년 정도 근무하고 돌아오라고 강요하는데 “아. 예”라고 순응할 리는 만무하다.
만약 그래도 순환하겠다면,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와 '주거지에서 출퇴근 시간 등이 차이가 없는' 직원으로 한정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의 직원들에겐 모두가 억울한 피해자가 되고 이 조직에 대한 반감과 원망만 커진다.
그로 인해 얻는 경찰 개인이나 조직의 실익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유일하게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보내는 이들의 마음속에 그들이 깨끗해지고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싶은 결코 이룰수 없는 불가능한 바람만 생길 뿐이다.
경찰조직을 개혁하겠다는 황당한 꿈을 꾸며 이 조직에 입문해 투쟁하면서 '경찰복지와 근무여건 개선' 없이 경찰조직의 개혁은 사실상 완성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한 20년 동안 단 한번도 그 초심을 버리거나 퇴색시키지 않았고 오늘까지 굳건히 지켜왔으며 그 덕분에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과분한 박수도 받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남대문경찰서, 4기동대, 순창경찰서, 익산경찰서, 경찰청혁신기획단, 경찰청기본과원칙구현추진단, 군산경찰서를 돌며 전보되었지만 다행히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그래서 8번이나 옮긴 나로서는 이번 15년 장기근속자 강제순환 전보 대상자도 아니다.
그러나 경찰개혁을 위해 온몸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중에 하나가 경찰관에게 잃어버린 초심은 경찰관 각자의 책임보다는 그 초심을 가지고 묵묵히 근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온갖 불합리하고 부당한 지시와 강요로 좌절시키고 이를 지키려는 직원들에게 상처만 주었던 경찰조직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이렇게 비판의 글을 올린다.
그래서 지금 경찰청이 되찾으려는 초심찾기도 일선 직원들에게 초심을 되찾으라는 요구보다 경철청 스스로 그것을 되살리려는 노력으로 추진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주객이 전도되면, 지금 강행하려는 웅덩이의 일부 물바꾸기 인사 결과는 결국 방치된 썩은 물웅덩이는 그대로 남아 있고, 애매모호한 ‘도로묵’이란 물고기만 남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인 물이 썩는다’는 속담속에서 물의 의미는 좋지 못한 조직이나 단체의 복지현실이자 근무환경이고, 그래서 사람은 결코 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며 굳이 비유한다면 물고기가 적합하다.
지금 물웅덩이속의 물고기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맑고 깨끗한 물로 환경을 바꿔주거나 산소공급기로 용존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이지 결코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환경의 다른 물웅덩이로 물고기를 퍼옮기는 강제순환 전보는 결코 아니다.
썩은 물고기만 수시로 물웅덩이에서 제거해 물이 썩지 않도록 수질만 잘 관리하면 물고기는 결코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게 됨에도 수십년 동안 썩은 물웅덩이, 즉 열악한 환경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물고기들에게 적반하장격으로 웅덩이의 물이 썩은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물고기들만 억울하게 된다.
그 때문에 강제순환 전보는 재고되어야 한다. 아니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부득이 전보해야 한다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근무연수 기준이 아닌 스스로 전보를 원하는 직원들로 상호순환 전보를 기준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는 억울함이야말로 경찰조직이 억만대에 걸쳐 경계해야할 최대의 적이고 그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보호해야 할 최고의 사명을 갖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찰의 쇄신과 초심도 그러한 척박한 환경개선속에서 되살려지고 완성되어야 한다.
※ 강제순환 전보로 인한 수많은 잘못된 사례중에서... 2개만... 열거한다.
10년 전, 지금은 퇴직하신 전북지방청 000前청장께서 '고인 물이 썩는다'며 당시 승진자와 10년 이상 근무한 경사 계급까지 해당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엄청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씩 타서 강제순환 전보를 강행한 적이 있는데 고작 1년여만에 폐지되었다. 그 이유는 그해 음주운전 등 자체사고를 일으킨 문제 직원들의 80% 정도가 강제순환으로 전보된 직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1982.4.26 경남 의령경찰서 궁유파출소에 근무하는 우범근 순경은 만취해 동거녀와 싸운 후, 홧김에 예비군 무기고에서 칼빈소총과 수류탄을 꺼내 4시간 동안 3개 마을을 돌며 주민 56명을 살해하는 사상초유의 경찰총기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재발방지를 위해 1개월 동안 진상조사를 벌여온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범근 총기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과 원인으로 '징계자에 대한 타시도 전출'이라 보고했다. 당시 의령경찰서 전체 직원들의 78%가 징계를 받고 타시도에서 전보된 직원들이었다.
첫댓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지합니다..
지상최고로 존경하는 광주청도 경위이하 근속등 승진자와 15년이상 한 경찰서에 근무한자 강제이동 조치 중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하여 불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C
불...기왕이먼 고향 충남으루 보내주던가


구구절절 옮은말씀 입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강행한다면 그곳으로 유류비, 교통비등을 지불해가며 출퇴근 하는 직원들이 몇명이나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쇄신이라는 단어를 아랫물에게만 투척하는 현실.......휴...............ㅠㅠ
잘 읽었습니다. 항상 글을 읽어보면 기분이 좋습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나도 20년넘게 했는데 정년퇴직보다는 명예퇴직을 꿈꾸고 있는 사람입니다.....요즘 초심을 강조하는데 나는 경찰들어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고 내 자신과 양심에 비추어 보아도 열심히 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발전은 없었습니다.....현재 경찰청에서 말하는 초심은 경찰에 입문하여 자기발전(승진)없이 묵묵히 일하는 일개미로만 열심히 살다가 퇴직하라고 하는것 같아 조금 씁쓸하데요.....진정한 초심은 찾을 사람들은 초심을 잃고 오로지 자기 영달에만 관심있었던 우리 경찰 경정급 이상이 아닐까요.....
공감합니다.
공감,,,,역시 님은 글빨이 넘 좋아,,,,나역시 글 좀 쓴다는 소릴 듣고 부천에서 <非공상자>들을 <공상>으로 만들어 <공상박사>로 명성을 떨친적이 있소만.........................................늘 님의 글을 읽노라면 속이 시원해 지는 것을 실감하며.......................이 글을 청장님께 친피보고하시는 것은 워쩔까요??? ,,,,,아울러 징계로 타청, 타서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수 많은 동료들에게 이번 여름엔 선물을 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3년 대신 2년 이라는 유배생활단축이 전부 였답니다,,,,,늘 고맙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시간 발령 출근 한시간 퇴근한시간 걸려서 출근하게 생겼습니다
구구절절 지당하신 말씀만 하셔서 글이 길어도 하나도 지루한줄 몰랐습니다..... 우리 카페에 펌하겠습니다..죄송 ^&^~
정말 철회되어야 합니다.
과연 누구의 생각으로 이렇게 밀어 붙이지는 한심할 뿐입니다.
사실 지금도 야근하고 아침에 퇴근할때는 차 막히면 졸음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무섭고 섬뜩합니다.
모든문제를 어찌 하위직들에게만 전가하시는지....!
통보 받고 명퇴 생각중입니다 앞으로 10년 정도 남았는데 미래가 안보이네요
더불공감합니다
이걸 쇄신안으로 내놓은 사람이 누구 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물고기를 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는 두고 수질관리를 해야한다" 는 데 너무 공감합니다. 타지방청 희망해서 전 경찰서에 전입한 지 13개월만에 경위승진자로 다시 타서로 발령되었습니다. 내신서에 고충사유에 그렇게 절절히 주장했는데 읽어보기는 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억울하다는 것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 맞겠지요. 늘 느끼지만 다른 부서에 비해 경무, 인사시스템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내부고객만 상대해서 인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말씀입니다.
정말 속이 시원합니다 저도 장기근무자로 발령받아 근무하는데 1시간넘게 출퇴근 하여 도로에 버리는 돈만 계산해도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