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_NbglKUp6E?si=AtCDz8toGBehOIpT
2018년 9월 말 추석 무렵, 평소 사회활동을 같이하며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내게 골프를 함께 배워보자고 제안하였다. 그는 이미 몇 달 전에 골프를 시작했는데 따로 레슨 받는 것은 아니고 골프연습장에서 잘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을 쳐보니 제법 재미가 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골프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스크린 게임도 하고 가끔은 동남아 골프 여행도 할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동안 각종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댄스의 장점을 설명하며 댄스 배우기를 권유해 왔던 나로서는 골프에 대해선 별로 흥미가 없었으나 앞으로 댄스도 배울 테니 골프부터 같이하자는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그리고 당시 나는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퇴직 후에 주변 동료들과 재밌게 놀기 위해서는 댄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자칫하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제안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른 몇몇 사람을 추가하여 소확행이라는 동호회 모임을 만들고 단체로 그물망 연습장 티켓을 끊어 주말마다 시간 나는 대로 골프 연습을 시작하였다. 회원 중 다수는 이미 수준급이었고 그중 내가 가장 초보였다. 골프채도 없이 남의 것을 빌려 유튜브 동영상을 스승 삼아 연습에 돌입한 지 3주쯤 되었을 때 뜻밖에 필리핀 골프 원정의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이미 다른 4명이 한 조가 되어 필리핀 골프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출발 하루 전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내가 땜빵으로 투입된 것이다. 연습장에 서너 번 기본 실력으로 필드에, 더군다나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호기심이 작동하여 거절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붙었다.
도착 다음 날 오전부터 라운딩을 시작했는데 티샷할 때 골프공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완전 초보가 골프채를 휘둘러봐야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만무하였다. 채를 땅바닥에 처박거나 헛스윙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도 쪽팔려 죽을 지경인데, 어쩌다 한번 맞은 공은 물에 풍덩하거나 어디로 날아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캐디가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내게로 살짝 다가와 클럽 잡는 법부터 직접 지도를 해주었다.
하루에 27홀을 돌았는데 매 홀을 돌때마다 뜨거운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사라진 공을 찾아 헤매면서 도대체 비싼 돈 주고 이 미친 짓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골프채를 확 분질러버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골프채를 놓지 않고 귀국 후에도 매월 1회 정기 모임에 참석하였다. 주로 스크린을 많이 하고 가끔은 필드에도 나갔다.
몇 개월이 지나도 초보 수준에서 맴도는 나는 게임을 할 때마다 골프 선배들의 공 잘 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몇 사람은 싱글 수준이었는데 골프에서 싱글이란 기준타 수 72타에서 한 자릿수 오버파를 치는 스코어를 말한다.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싱글골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쳤다 하면 양파(더블 파)를 밥 먹는 듯이 하는 나 또한 싱글이 되기를 바랐고 어서 빨리 싱글이 되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아뿔싸! 그 기도가 문제였다. 나는 1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 정말 싱글이 되었다. 하느님이 우리 아내를 먼저 데려가 버린 것이다. “아! 하느님, 내가 기도한 싱글은 그 싱글이 아니에요. ㅠㅠ ”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싱글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기도를 잘못하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싱글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맘속으로 기도하면서 산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신다. 그런데 하느님도 요즘 바빠서 정신이 없는가 보다. 이러한 사연을 가사에 담아 곡을 만들어보았다.
가사
(Verse 1)
바람 선선하던 추석 무렵, 지인의 손에 이끌려
댄스화 대신 골프채 잡고 서툰 걸음을 뗐지요
퇴직 후 혼자 남겨질까, 왕따가 될까 겁이 나
남의 채 빌려 휘두르며 무작정 시작한 길
(Verse 2)
연습장 서너 번 가본 실력에 필리핀 원정이라니
티샷도 모르는 초보가 뙤약볕 아래 땀만 죽어라 흘렸네요
헛 스윙에 공은 물에 풍덩, 마음은 타들어가던 그날
"이 미친 짓 왜 하나" 싶다가도 오기가 생겼어요
(Pre-Chorus)
남들 다 치는 '싱글' 한 번, 나도 꼭 해보고 싶어
홀컵에 딱 붙는 샷, 이븐 파의 그 영광을 꿈꾸며
매일 밤 두 손 모아 간절히도 빌었어요
"하느님, 저도 어서 빨리 싱글 되게 해주세요“
(Chorus)
아뿔싸, 내 기도가 하늘에 닿기는 했나 본데
배달된 응답은 너무나 엉뚱하고 가혹했어요
싱글 소원 이뤘지만 그 싱글이 아니었네요.
하느님, 제가 빌었던 건 그게 아니에요
(Bridge)
1년 남짓 흐른 뒤에 아내를 먼저 보내고
텅 빈 거실에 앉아 골프백만 멍하니 바라보네요
소원이 이뤄졌다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눈물 섞인 벙커 샷에 가슴만 툭툭 터집니다
(Chorus)
하늘이 너무 바빠서 제 말을 오해했나 봐요
간절했던 내 기도가 독이 되어 돌아왔네요
원하던 숫자는 못 찍고, 빈자리만 커져가는데
오늘도 필드 위에 서면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요
(Outro)
아... 한 끗 차이 말이 씨가 되어 가슴을 치네요
갈수록 홀컵은 멀기만 하고, 외로움은 더욱 뼈에 사무치는데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이일을 어찌할 꼬
아하~ 이일을 어찌할꼬
노래 속에서 언급되는 '벙커샷'은 단순한 골프 기술을 넘어, 주인공이 겪는 극심한 슬픔과 상실감을 상징하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