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넷째 날, 피렌체)

[비스마르크]

(2015. 5. 6. 피렌체-로마)

몬테카티니도 브레셀로와 마찬가지로 잠만 자고 떠난 곳이지만, 몬테카티니는 호텔 자체도 낭만적인데다가 주변에 마을이 있어서 지난 밤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한 후 호텔식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 9시에 버스를 타고 피렌체로 출발하였다. 전날 피사를 미리 보고 왔기 때문에 이날 일정은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이날부터는 현지가이드 이상규씨가 동승하여 안내를 맡았다. 그는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마이크를 잡고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 열강을 하였다. 1시간쯤 지나 버스가 피렌체 시내로 들어서니 많은 차량으로 잠시 정체가 되었다. 오전 10시 20분경이 되어 우리는 피렌체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도착하였다.

 

 사진 1) 몬테카티니 두파크 레지나 호텔의 고풍스런 엘리베이터

사진 2) 아침 식사

사진 3) 피렌체 시내의 교통체증

사진 4) 미켈란젤로 광장

사진 5) 미켈란젤로 광장의 노점상

영어식 지명으로 플로렌스(Florence)라고도 불리는 피렌체는 분지에 세워진 인구 50만 규모의 역사적인 도시로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도시는 원래 수도 로마를 방어하기 위하여 BC 1세기경 시저가 만든 요새(要塞)로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 의하여 형성되었는데 도시가 발전하여 14~16세기에는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브루넬레스키,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등이 이곳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였고 그 중심에는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이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 서니 중세풍 주황색 톤의 지붕으로 가득한 피렌체 시가지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광장에 잠시 머물며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광장언덕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올리브 나무와 기타치며 노래하는 청년을 보았다.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 길을 가로지르는 전기줄에 매달린 구두가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하루 종일 피렌체 시내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여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여행 둘째 날 베니스에서 발목을 접질리어 고생한 박경원 선생이 이곳에서도 발목 통증을 호소하여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였다. 일행들의 부축을 받고 다리를 절뚝이며 힘겹게 뒤쳐져오는 박선생을 보노라니 걱정이 되어, 그라지에 다리를 건너며 아르노 강 주변경관을 보면서도 낭만이 느껴지지 않았다. 앞선 일행들을 쫒아 중세풍 건물 사이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정신없이 걷다보니 오전 11시경이 되어 산타크로체 광장에 도착했다.  

사진 6)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사진 7)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 피렌체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 8)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 오솔길을 따라 시내로 내려가는 중

사진 9)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에 올리브나무

사진 10) 내려가는 길목에 앉아 기타치며 노래하는 청년 

사진 11) 피렌체 시내로 들어가는 성벽 문과 전기줄에 매달린 구두

사진 12) 다리를 절뚝이며 일행들의 뒤를 힘겹게 뒤쫒아가는 박경원 선생

 사진 13) 아르노강 주변 풍경(뒤에 보이는 다리는 베끼오 다리)

사진 14) 그라지에 다리를 지나 산타크로체 광장으로 가는 골목길

사진 15) 산타크로체 광장과 성당

사진 16) 산타크로체 성당 앞 단테 석상

이 광장에는 아담하고 잘 균형 잡힌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산타크로체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프란체스코파의 고딕 성당으로 1294년에 착공하여 1443에 완성되었다. 성당의 좌측으로는 단테의 석상이 서 있다. 그런데 가이드는 산타크로체 성당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이 곧바로 광장 한쪽 골목에 있는 가죽상품 판매점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쇼핑시간을 무려 1시간이나 주는 인심을 베풀었다. 가게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었고 가죽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가방과 지갑, 여성재킷 등의 상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선물용으로 또는 자신이 쓰기 위해 제법 가격이 비싼 가죽가방을 고르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아내는 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60유로를 주고 지갑을 넣어 다니기에 알맞은 어깨걸이 작은 가방을 샀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광장으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보며 일행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빠 품에 안겨 골목을 지나던 귀여운 어린아이는 낯선 이방인의 얼굴에도 놀라지 않고 귀엽다는 아내의 손짓에 활짝 웃었다. 이날 우리를 안내한 현지 가이드는 다른 때는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다 모이지 않으면 짜증을 내었지만 쇼핑시간에는 아주 관대하여 시간을 지체할수록 얼굴 표정이 더 밝아졌다. 가게에는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계속하여 밀어닥쳤다. 우리는 오전 12시에 쇼핑을 마치고 골목길을 따라 어느 식당으로 이동하여 스파게티로 점심을 먹었다.

사진 17) 산타크로체 광장에서 이어지는 가죽상품가게 앞 도로 

사진 18) 가죽상품 가게

사진 19) 해맑은 미소로 반기는 어린아이

사진 20) 산타크로체 광장에 앉아 일행이 산 가죽가방에 대해 상품평을 하는 아내 

  사진 21)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

  사진 22) 동료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식당으로 이동하는 박선생

사진 23) 점심 먹은 식당 입구

사진 24) 점심 먹은 식당

사진 25) 점심 식사

우리는 점심 식사 후 다시 골목길을 따라 두오모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1시 10분경에 어느 모퉁이를 돌아서니 눈앞에 웅장한 모습의 두오모 성당이 나타났다. 두오모(Duomo)는 영어의 '돔(Dome)'과 같은 의미로 집을 의미하는 라틴어 '도무스(Domus)'에서 유래한 말이며, 이탈리아어로는 '대성당' 자체를 의미한다. 이탈리아에는 지역마다 두오모(대성당)가 있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 피렌체와 밀라노의 두오모라고 한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우리가 보지 못하여 두 성당을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퀠른 대성당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한다.

피렌체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으로 '꽃의 성모 교회'를 뜻한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에 의해 1296년부터 장장 140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 이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 외관이 단순하면서도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이 잘 조화를 이루어 화려하게 보였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 해도 한 장에 담기지 않을 만큼 규모가 거대하였다.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에서도 시내 중심에 우뚝 솟은 모습으로 눈에 띠었던 두오모의 돔은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걸작으로 높이가 106m에 이른다. 자세히 보니 돔형 지붕 꼭대기에 사람들이 어른거려 신기했는데 성당 안에는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좁다란 계단이 있다고 한다.

대성당 한쪽에는 피렌체 출신 화가 조토(Giotto)와 그의 제자 피사노가 함께 작업해 14세기 말에 완성한 높이 84m의 종탑이 있다. 대성당 내부 장식은 엄숙하고 장엄하며, 기베르티의 화려한 창문과 가티의 모자이크, 도나텔로가 만든 <비참한 막달레나 성>이 있고, 천장에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성당내부 모습이 궁금하였으나 들어가는 줄이 너무 길어 시간 관계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가 자기 편하도록 시간을 조작하여 쓸데없는 곳에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시간이 필요한 곳에선 서두르게 만드는 패키지여행의 단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사진 26) 점심 식사후 두오모 성당으로 이동 중

사진 27) 피렌체 두오모 성당 위성 사진

사진 28) 피렌체 두오모 성당 측면

사진 29) 피렌체 두오모 성당 돔형 지붕 전망대

 사진 30) 조토 종탑

사진 31) 대성당 앞면

 사진 32) 대성당 좌측면

사진 33) 대성당 전경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산 조반니(성 요한) 세례당은 보수공사 중으로 안전망으로 덮여있었고, 지베르티가 15세기에 구약성서 내용을 주제로 청동으로 만들었다는 '동쪽 문'만 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를 피웠다. 금박이 입혀진 이 문은 '천국의 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이름은 미켈란젤로가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로, 또한 이 문이 세례를 받는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점 때문에 붙여 준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후 1시 45분에 골목길을 따라 다음 코스인 단테의 생가로 이동하였다.

사진 34) 세례당 천국의 문

단테(Dante,1265~1321)는《신곡》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최대의 시인이다. 피렌체대학, 볼로냐대학에서 수사학을 공부하고 한때 피렌체의 행정장관으로 활약하였으나 반대당에 의한 정변으로 실각하고 추방되었다. 그 후는 이탈리아 각지의 궁정과 프랑스에서 방랑생활을 했고, 만년에는 라벤나의 영주(領主)에게 몸을 기탁하다가 그 곳에서 병사하였다. 그의 최대 걸작인 종교적 서사시 《신곡》은 방랑 중에 집필하기 시작, ‘지옥편’, ‘속죄편’을 완성하고, 만년에 ‘천국편’을 완성하였다. 기독교적 세계상을 장대한 상징의 형태로 예술화하여, 사상적인 깊이, 창조적 상상력, 고뇌와 정열의 강렬함, 언어의 아름다움으로 해서 비할 데 없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두오모 광장에서부터 좁은 골목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어가니 단테의 생가가 나타났다. 단테가 1265년에 태어났으므로 생가라면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에 지어졌을 텐데 그동안 정비를 잘했는지 건물 상태가 양호하였다. 주차타워처럼 생긴 건물의 벽면에는 단테의 흉상이 부착되어있었다. 가이드가 흉상 앞에서 설명에 열중하고 있을 때 마당에는 어느 할머니가 한손에 종이피켓을 들고 바닥에 물을 부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아내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였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전혀 몰랐었는데 다녀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돌바닥에 단테의 얼굴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테의 생가 외관만 살피고 오후 2시 10분경에 베키오 궁전이 있는 시뇨리아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사진 35) 단테의 생가

사진 36) 단테의 생가 앞에서 뭔가를 설명하는 할머니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하였다. 시뇨리아는 13세기 중엽부터 16세기초까지 이탈리아의 독특한 독재적 정부 형태를 말한다. 광장 한쪽에 서있는 베키오 궁전 (Palazzo Vecchio) 은 14세기 초에 세워졌으며 지금은 피렌체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 앞에는 르네상스 시대 조각 작품들이 서있었다. 그중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David〉상은 복제품이며, 진품은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고 한다. 시청사 옆으론 고가사다리차가 서있고 청사 입구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에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데 영화 촬영 중이라고 하였다. 배우들을 한번 보기 위해 청사 안을 기웃거렸으나 얼굴도 못보고 오후 2시 50분경에 광장 한쪽에 있는 바다의 신 넵튜누스(Neptunus)상 뒤에 모여 오전에 보았던 산타크로체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37) 베키오 궁전

 사진 38) 시뇨리아 광장에 가득한 관광객들

사진 39)  반대편에서 본 시뇨리아 광장 모습

사진 40) 다비드 상과 시청사 출입문

사진 41) 여러 모양의 인물 석상

 사진 42) 바다의 신 '넵튜누스'상의 뒷모습

우리는 오전에 가죽상품 쇼핑 후 그곳 판매점에 맡겨놓았던 물건들을 찾아 버스에 올라 오후 3시 30분에 피렌체 남쪽에 있는 로마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오후 5시 15분경에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매우 깔끔하였고, 주차장 위로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되어있었다. 고속도로 어느 지점을 지날 땐 산위에 형성된 마을도 보였다. 오후 7시 30분경이 되어 버스는 드디어 로마시 외곽의 어느 식당에 도착하였다. 가이드는 식당에 들어가기에 앞서 바로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올리브기름과 비누 등을 파는 곳이었는데 일행들은 피렌체 가죽 상품 가게에서 이미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인지 이곳에선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우리는 잠시 구경만 하다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랜만에 된장국과 상추쌈으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해는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을 아름답게 남기며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조금 더 이동하여 오후 9시경에 빅토리아 테르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많이 피곤하고 시간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날 저녁 몬테카티니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또 다시 경험해 볼 기대를 갖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곳은 로마시내의 변두리인 탓에 어디에 들어가 한잔 할 수 있는 마땅한 데가 없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도로변 어느 슈퍼에서 맥주와 음료수를 사서 한잔 마시는 것으로 일정을 마감하고 호텔에 복귀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 43) 오전에 쇼핑했던 가죽제품 판매점 골목(틈새로 보이는 건물은 산타크로체 성당)

사진 44) 고속도로 휴게소(주차장 위로 태양광 발전설비)

사진 45) 산 위에 형성된 도시

사진 46) 저녁을 먹은 식당과 기념품 가게

사진 47) 기념품 가게 내부 모습

사진 48) 저녁 식사

사진 49) 식당 앞에서 본 석양

사진 50) 빅토리아 테르미 호텔

[대지날개]

감동입니다~~25년전 사전지식도 없이~~ 촌아이가 먼 신기한 나라에 가서 즐거워했던 기억을 어슴푸레
또 새록하게 떠오리게 합니다~~
이태리 여행기는 천천히 읽어보아야겠어요~~넘 잼납니다~~ㅎㅎ~~

[비스마르크]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뜨개천사]

긴 글~~날짜 별로 쓰신다고 넘 고생했습니다 잘 쓰신 글 잼나게 읽게해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