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총무과 인사담당은 일반직 공무원 5,200여명에 대한 인사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부서이다. 흔히 인사계장이라고 불리는 인사담당사무관은 교육감의 신임을 받아 인사업무를 실전 지휘하는 핵심요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 자리에 내가 앉게 되는 행운을 얻어 일을 해보니 어쩌면 인사계 차석이 인사계장보다 더 중요한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남교육청은 인사담당사무관을 중심으로 6급인 차석 2명과 여러 명의 7급 직원이 교육감소속 지방공무원들의 인사와 복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인사의 큰 부분은 교육감을 보필하여 인사계장이 그리지만 5급 이하 지방공무원들의 신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무평정과 전보의 실무적인 부분은 2명의 차석이 일을 나누어 처리하고 있다.
인사의 최종 결재권자인 교육감을 비롯한 결재라인에 있는 간부들은 물론 인사계장 조차도 수많은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인사작업 내용을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모든 직원들의 신상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까지 꿰뚫고 구체적인 인사실무를 수행하는 인사계 차석은 사실상 막강한 권력을 가진 숨은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인사계 차석 한 자리가 비게 되어 1.1.자 인사에서 과연 누가 그 자리에 가게 될 것인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상당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6급 선임 직원이 그 자리에 앉아 실력을 행사하다가 우선적으로 사무관으로 승진하거나 승진할 요건을 갖추고 나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 관례에 따라 본청 6급 선임 직원 중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며 물망에 오른 후보자가 여러 명 이었고, 그 중 어떤 이들은 각종 연줄을 동원하여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 관례를 깨고 비교적 경력이 낮은 사람 중에서 덕망이 있고 역량이 뛰어난 직원을 발탁하여 천거하였다. 박종훈 교육감시대의 인사계는 권력을 행사하는 부서가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제 경남교육청 인사계 차석은 자신의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별다른 이익도 누리지 못하면서 오직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조직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가 되었다.
나는 이번에 차석을 중심으로 인사계 직원들이 휴일도 없이 나와 1.1.자 인사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인사 대상자 개개인의 고충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비록 그 충정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사발령이 있고 나면 감사보다는 원망의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지만, 최선을 다해 일을 한 뒤 느끼는 가슴 뿌듯한 보람은 그 어떤 보상보다도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모습들이 경남교육청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들의 소신과 보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사방에서 날아오는 부당한 인사 청탁을 막아내는 일일 것이다.
2015. 12. 22. 오마이뉴스 http://omn.kr/fp3b
2015. 12. 30. 경남신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167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