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0일 (토) 맑음
일 정 : 티벳을 보내고 네팔을 맞는날~
오전 : 라룽라고개 (5050m)에서 설산 감상
오후 : 네팔 입국후 카트만두로 이동
티벳을 떠나 네팔로 가는 날이다. 고생을 많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아픔과 즐거움의
감정이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이곳을 떠난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봄날의 섬진강기슭
아지랑이처럼 몽실몽실 피어 오르지만 나를 계속 따라 다니던 그분(고산증)을 드디어
떨굴수 있다는 희망으로 새벽길을 나설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하며 간덴사원의 고개와 암드록쵸 고개 그리고 EBC를 넘어 가기 위한
고개를 넘으면서 티벳고개는 무척 높고 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 히말라야를
뚫고 가는 고개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유명한 국경도시 장무와 코다리를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두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아침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6시에 일어나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나 밤새 앓고 났드니
밥맛이 없어 입을 댈수 없다. 어제부터 식사를 거의 못해 뭐라도 먹어야 할텐데
입맛이 없으니 어쩌나~ㅠㅠ. 간단히 차한잔하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과자를 조금
먹고 버스에 올라 라룽라고개에 오르니 히말라야 영봉의 설산이 매우 아름답다.
( 라룽라고개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설산들~)
사열하듯이 늘어선 멋진 영봉들이 아픈 몸에 용기와 힘을 준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산들이 1000만년 전에는 바다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맨틀 아시아판과 인도양판이 충돌하여 매년 1mm씩 융기하여 지금의 히말라야가
생겼다 한다. 맨틀의 두께가 2900Km이니 10Km쯤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별일
아닐테지만 이렇게 직접 보고 있으니 자연과 시간의 위대함을 느낄수 있다.
바다 였다는 것이 믿기 어렵지만 곳곳에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되고 있으니 안 믿을수도
없다. 1년에 1mm씩 1000만년이면 10Km라 하니 바다밑이 세계의 지붕이 되고 말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벽해고산(碧海高山)이라 해야겠다.
부처님이 모든것은 끝없이 변하니(諸行無常) 현재 모습에 집착하지 말라 하셨는데 나도
부질없는 마음의 집착을 버려야 할텐데....
이곳에서 기념으로 작은 돌을 주워 왔는데 단단한 퇴적암인데 결이 예뻐서 책상 잘보이는
곳에 두고 지금도 자주 보고 만져준다. (퇴적암이니 이곳도 옛날에는 바다였다는 증거^^)
장무를 가는 고개를 넘기전에 마지막 검문소가 있는 작은 도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중국전통 국수종류였는데 여전히 입맛이 없어 국물만 조금 마시고 과일을 조금 먹었다.
(국경에 가기전의 마지막 검문소와 점심 먹은 작은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
( 마을뒷산이 푸른하늘과 대비를 이뤄 아름답다)
(인적이 드문 중국 국경 가까운 거리~)
점심을 먹고 버스에 오르는데 가래가 많이 나고 코가 막히고 식은 땀이 흐른다.
어제부터 급격히 나빠진 몸이 조금씩 더 안좋아진다. 그러나 이제부터 히말라야산 사이를
뚫고 버스가 갈텐데 크게 눈을 뜨고 봐야징. 그리고 네팔에 가면 고산증이 없어진다하니
희망을 품고 오늘 하루를 버티자~~아자아자!!!
오늘 가는 길은 눈이 조금만 와도 막힌다 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계속 맑다.
드디어 티벳과 네팔을 연결하는 협곡에 접어드니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험하다.
왼쪽으로는 절벽인데 위가 보이지 않고 오른쪽으로는 아래가 안보이는 계곡인데 계곡너머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비포장 도로라 먼지가 풀풀 난다.
우리 앞에 가는 트럭이 어찌나 먼지를 많이 품고 가는지, 전자 오락할때 방귀차를 뒤따라
가는 기분이다.
(장무로 가는 험한 계곡길의 입구)
(곳곳에 고드름이 얼어 있고 길 바닥에 빙판도 있어 아찔!!!)
(도로 표지판을 보세욤...굴곡이 어찌나 심한지 알수 있어욤~)
드디어 도착한 장무~
이곳은 심한 경사지를 깍아 만든 국경도시였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환전상들이 몰려와
환전을 하라 정신없이 만들고, 일행중 한분이 여권을 분실했다 해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떤뒤에 중국 출입국관리소에 들렀는데 이사람들 어찌나 꼼꼼한지...이궁!!
한국에서 사진 찍을때는 때빼고 광낸뒤 찍은 거고 지금은 몰골이 말이 아닌데 어찌
같을수 있는가? DNA 검사라도 하시지...ㅎㅎㅎ
(언덕위에 도시가 형성된 중국 국경도시 장무의 전경~)
(중국쪽에서 바라본 코다리와 우정의 다리~)
(계곡 너머 네팔의 높은 산들 중턱에 형성된 마을들~)
중국과 네팔을 이어주는 좁은 길에 차가 가득하다.
버스가 더 이상 못간다 해서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코다리를 향해 걸어 가는데
길이 나빠 여행용 가방의 바퀴가 고장난다. 10 여년간 나의 많은 짐을 날라준 고마운 가방이
이곳에서 드디어 임무를 마치는구나.
그나저나 아구~~~몸도 힘든데 이것을 들고 가야 하다니..ㅠㅠ
(코다리로 가는 길에 가득한 화물차들~작은 규모의 무역상들인듯)
(중국쪽에서 바라본 계곡 너머 네팔의 산들~)
(중국과 네팔을 이어주는 우정의 다리 위의 풍경~)
무거운 짐을 들고 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네팔 국경도시인 코다리이다. 네팔포스트님이
지인과 함께 마중을 나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입국수속을 마친뒤 버스정류장에
오니 많은 사람이 버스위에 타고 있다. 버스위에 짐을 싣는것도 이채로운데 사람까지
타고 있으니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길을 다니는 네팔사람들 손에는 커다란 짐이 들려있다.
이불과 전자제품이 대부분인데 네팔 사람들에게는 중국물건이 인기 좋은가 보다.
전에 우리도 일본에 갔다 올때 코끼리 밥솥을 들고 오지 않았던가?~ㅎㅎㅎ
네팔 출입국 관리소 벽시계를 보며 2시간 15분을 돌려 현지시간에 맞춘다.
15분이 뭐람??? 경쟁국이며 대국인 인도에 대한 반감으로 인도시간과 조금 틀리게
하기 위해 15분을 더 돌려야 한다니 참으로 옹졸한 사람들...중국 사람들이 금리인상
할때 0.27% 조정하는것이 미국,일본,유럽의 0.25%와 다른것을 보이기 위한것이라
하는데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일 아닌듯 한데 그냥 편하게 하시지~
버스에 오르니 조수가 있다. 길이 워낙 험해 조수가 옆의 낭떠러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가면서 가야 한다니 역시 히말라야협곡의 고갯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위에 까지 사람이 많이 탔고 길을 가는 사람들은 봇짐을 가득~)
(코다리 길가의 가게들~)
드디어 도착한 카트만두..
티벳에서 이곳에 오면 천국에 온거라 한다. (네팔포스트님의 말씀)
그만큼 티벳의 환경이 사람 살기에 척박하다는 이야기인데 한결 숨쉬기 편해진듯 하다.
(카트만두 밤거리 모습~)
4시간 넘게 달린 버스가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몸이 안좋은 나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호텔에 빨리 가서 푹 자고 싶은 생각뿐인데~~~몸을 먼저 씻고 저녁을
먹자고 한다. 그러면 술자리로 이어지고 시간이 늦어 질텐데....ㅠㅠ
어쩄든 호텔에 들러 간단히 씻고 모어댄김치에 가니 맛있는 깍두기와 찌게 냄새가
후각(嗅覺)을 유혹한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식탐(食貪)인가.
너무나 힘들었던 몸도 달콤한 밥 냄새와 김치, 찌게 냄새에 기운을 차린다.
한국음식~~~너무 맛있는 깍두기^^ ...우와!!! 정말 넘 넘 맛있다.
먼저 호텔에 돌아와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꿈나라를 찾아간다.
쿤둔, 티벳에서의 7년 영화 장면을 회상하며 오늘 떠난 티벳을 다시 한번 맛본다^^
첫댓글 사진 정말 꼼꼼하게 찍으셨네요. 여행기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예쁜 돌멩이 ...부럽다^^
돌멩이 하나도 가지고 올껄 아쉽당. 다음에 한번 더 가요~돌멩이 가지러^^ 내꺼라도 드려야 겠네요
모뎀김치 깍뚜기 ...군침이 도네요...ㅋㅋㅋ
정말 맛난 깍두기였어요~ 갑자기 배고프당...ㅎㅎㅎㅎㅎ
40에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15년뒤 히말라야에 함께 가자고 약속을 했네요...이젠 12년 남았는데 과연 갈수있을지...나그네님 글을 보면서 잠시 12년뒤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어보네요.^^고맙습니다아~^^
가실수 있을거에요. 얼마전에 70 넘으신 일본의 할머니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셨다고 하드라구요. 대단한분이세요. 건강 관리 잘하시면 언제든 가실수 있겠죠^^
사진도 멋있고 글도 재밌어요. 덕분에 앉아서 여행 다녀 온것 같아요ㅋㅋ 잘보았습니다.
앉아서 사진과 글로만 보는 여행보다 배낭을 짊어지고 직접 떠나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살아있는 여행을 해보세요. 티벳과 히말라야는 정말 좋은 곳이에요. 강추~~^^
나그네님 글과 사진없었으면... 기쁨이 배가 됩니다
어차피 여행 다녀 온 기록을 하는건데요. 재미있게 봐 주신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