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보다 10배 늘어"
미국 멕시코만에서 침몰한 원유시추시설에서 '하루 원유 유출량이 기존 추정량의 10배인 5만배럴 이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미 앨라배마 현지신문 '모바일 프레스-레지스터'는 1일 미 해양대기청(NOAA)의 기밀문서 내용을 인용, "해저 원유를 끌어올리는 수직관에서 원유 유출 지점 2곳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꼬여 있는 수직관이 더 훼손됐다면 원유 유출량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한자릿수(an order of magnitude) 더 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밀문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저 원유는 하루 5000배럴이 아닌 5만배럴 넘게 바다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양이면 멕시코만 연안 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사고 발생 당시 시추시설 사용자인 영국석유회사 BP는 하루 1000배럴의 원유가 유출되고 있다고 했지만, 며칠 만에 5000배럴까지 확대된 것을 시인했다. 하지만 유출량 5만배럴설까지 제기되면서 미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인 '엑손 발데스호(號)' 사고를 연상시키고 있다. 1989년 엑손 발데스호는 26만배럴의 기름을 유출하면서 1900㎞에 이르는 알래스카 연안을 초토화시켰다. 2007년 우리나라 태안반도에서 유출된 기름량은 7만8000배럴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 오바마 정부 관리들이 'BP가 이번 사태에 대해 오판을 하고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BP는 사건 발생 초만 해도 기름띠가 해안에 도달하기 전에 방제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지금까지 별 성과가 없다. '감압 유정'을 뚫어 분출압력을 줄이려는 시도도 2~3개월이 소요되고, 기름을 태우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해저에 분산제(dispersant·기름을 작은 입자로 분해해 널리 분산시키는 것)를 살포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최악의 환경재앙 오나…
유정 봉쇄 아직 성공못해, 하루 최대 5만배럴 유출 "새우에서 기름냄새 진동"
오바마 추진정책 타격…
연안 원유시추 올스톱 "오바마版 제2 카트리나"
지난 20일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시추시설 폭발로 시작된 기름유출 사태가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사태가 발생한 지 12일을 넘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최대 5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멕시코만 일대가 급속히 오염되고 있다.
길이 200㎞, 폭 112㎞의 거대한 기름띠가 본토 해안까지 밀려올 조짐을 보이자 루이지애나주, 플로리다주,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 등 4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은 16개 부처의 연방정부 인력 2000여명과 군병력 5000여명, 방제 관련 항공기와 선박 300대를 투입,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번 사고가 난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을 임차해 사용한 석유회사 BP는 잠수 로봇을 동원, 사고가 난 해저 유정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미시시피주의 어부들이 잡은 새우에서 이미 디젤 기름 냄새가 가득하다고 보도했다. '패스 크리스천' 지역의 어부 리처드 보사지(Bosarge·42)는 15살짜리 아들이 자신과 같은 연배가 될 때까지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다며 "현장 사진이나 찍어서 이를 박물관에나 보관하라"며 체념했다. 루이지애나주 정부는 연안 일대의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 일부 어장을 폐쇄했다. 이 지역은 굴과 새우 등 어족 자원이 풍부했지만 기름 오염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이 최근에 입장을 바꿔 추진하려 했던 신규 연안 원유 시추작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백악관은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지침이 만들어질 때까지 신규 연안 원유시추 작업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의 데이비드 액설로드(Axelord) 고문은 방송인터뷰에서 "멕시코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이를 막을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때까지 신규 시추 허가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런 방침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뉴욕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8센트(1.15%) 오른 배럴당 86.15 달러를 기록했다.
▲1일 멕시코만 해저 유정에서 새어 나온 기름띠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부 사우스패스 해안 근처까지 몰려왔다(왼쪽). 지난달 29·30일 테라 위성이 촬영한 사진(가운데)에 거대한 기름띠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루이지애나주 포트잭슨에서 조류보호단체 회원들이 기름을 뒤집어쓴 북방가넷부비새를 수건으로 닦아주는 모습.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 논란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했다며 이를 '오바마판(版) 제2의
카트리나 사태'에 비유했다. 2005년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은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루이지애나 주 일대가 큰 피해를 보았지만 늑장대응으로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이 지난 2일에야 피해지역을 방문했다.
멕시코만의 기름유출 사태는 초대형 법정 공방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BP와 사고를 낸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과 관련된 업체에 대해 대규모 소송을 제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