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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 ‘개포동’ <눈을 뜨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평당 가격이 가장 비싼 동네는 어딜까?
압구정동? 대치동? 도곡동? 삼성동?
최근 5년간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강남구 개포동이다. 개포동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약 4,500만원으로 2위인 압구정보다 약 500만원, 3위인 대치동 보다는 약 600만원 비싸다.
최고가를 내놓지 않는 중심에는 평당가 5,500만원을 호가하는 개포주공아파트가 있다.
서울의 끝자락 대모산과 구룡산 아래 강남의 마지막 재건축 대상 저층아파트가 존재하는 곳이 개포동이다. 타워팰리스 66층 펜트하우스 거실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산자락 푸르름 가득한 시골 동네 같은 위치에 갈색톤 낡은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빙 둘러 초록잎사귀 무성한 산들이 보이고 그곳에 가보면 공기는 무주구천동처럼 맑다.
‘서울의 빈티지’ 건축소재는 달라도 유럽풍 고즈넉함이 있는 낡은 아파트가 1만 8,000세대의 개포주공이다. 1980년대 초 우리 아파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개포주공은 1982년부터 1984년 사이에 입주한 이제 24년, 25년 정도 된 아파트다. 1단지부터 4단지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이고 5,6,7단지는 14층짜리 중층 아파트다. 8단지, 9단지는 저층 아파트로 공무원 임대 아파트다. 이 중에서 저층 아파트가 유명한 것은 강남구인데다가 쾌적하고 학군이 좋으며 강남에 마지막 남은 조합설립인가나 안전진단 받은 저층 아파트 재건축단지이기 때문이다.
저층 아파트는 당연히 대지지분이 많고 개발이득도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개포주공 저층단지는 자기 아파트 평수의 130%를 초과하는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누가 봐도 재건축을 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았다. 더욱이 차세대 주거시설의 트렌드가 ‘자연 친화형 웰빙하우스’로 점철되면서 개포주공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재건축 투자자들로 몸살을 앓는다.
덕분에 1998년 1억 2,000만원이던 방2개, 화장실 1개의 15평 주공아파트는 1999년 1억 8,000만원, 2000년 2억 3,000만원, 2001년 2억 6,000만원, 2002년 4억 5,000만원, 2003년 5억 7,000만원, 2004년 5억 9,000만원, 2005년 7억 원, 2006년 8억 5,000만원, 2007년 9억 원으로 비온 후 죽순이 자라듯이 꾸준히 올랐다. 10년에 10배 정도…….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가, 개포주공이 보여주는 가격 변화 그래프다.
그 믿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경기여고, 숙명여고, 개포고, 중동고, 휘문고 등 강남 명문을 진학할 수 있고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도곡렉슬 등 국내 최고급 아파트 자녀들과 섞여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명문지역의 미래가치 100점 아파트가 바로 이곳, 7.5평, 10평, 13평, 15평, 16평, 17평, 18평, 22평, 25평짜리 개포주공 저층단지 아파트와 23평, 25평, 31평, 34평 중층단지 아파트다.
◆ 한번 사면 못 파는 아파트 <기다린다>
구룡산 정상에 서면 너른 평야 같은 개포동이 보인다.
서울의 끝자락, 293m 대모산과 283m 구룡산이 없었다면 지금 판교도 분당도 서울이 됐을 것이다. 왼쪽으로는 포이동이, 오른쪽으로는 일원동이, 양재천 건너편에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개포동을 감싸고 있다.
개포주공 아파트 중에서도 재건축을 향해 달려가는 선두 아파트는 환경 열악한 저층단지다. 그 중에서도 1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제일 빨리 가고 있다. 기존 가구 수 5,040세대로 단지가 가장 크고 땅도 넓다. 총대지면적은 11만 725평이고 기존평형은 11평, 13평, 15평, 16평, 17평, 18평이다.
용적률이 하향되기 전에는 18평은 65평을 받을 수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지금은 50평형이 목표평형이다. 1982년식으로 가장 먼저 입주했고 동일 평형 대지지분도 타 단지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단, 투기과열 지구 내에서 조합 설립인가가 난 후에 아파트를 사면 새 아파트 입주 시까지 되팔 수 없다는 것이 조합설립인가가 난 이 단지의 제약이다. 지금 매매 가능한 물건은 2003년 12월 31일 이전부터 조합원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팔 수 있다는 단서에 충족되는 아파트다. 조합원의 잦은 매매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고 판단한 재건축 규제다.
이에 따라 개포주공 2단지, 3단지, 4단지, 개포시영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서 조합설립 인가의 신청자격을 갖췄으나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있다. 재건축 진행도 미진한 상황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서 재산권 침해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해놓고 중간에 가둔 채 보유세금을 올리는, 특별한 상황에 처한 아파트가 개포 주공 1단지다.
개포주공 2단지는 1983년 입주한 32개동, 1400세대로 저층 아파트 중 가장 작은 평수인 7.5평과 가장 큰 평수인 25평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16,19,22평도 있으며 중앙난방식으로 땅면적은 29,331평이다. 개포저층단지중 유일하게 중앙 난방식이다.
나무 울창한 개포공원을 사이에 두고 2단지와 붙어있는 개포주공3단지는 2단지와 동시에 입주한 11,13,15평형, 1160세대의 아파트다. 대지면적은 19,347평으로 개포주공 중에서는 가장 작은 단지다. 3단지가 단지는 작지만 전철역과 버스정류장이 가깝다. 인접해 개포시립 도서관과 경기여고, 수도전기공고가 있어 자녀를 둔 수요자들은 3단지를 선호한다.
개포주공 4단지는 11평, 13평, 15평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민 아파트다. 기존 가구 수 2,840세대이며 총 대지면적 66,423평이다. 개포시영 아파트는 1984년식으로 역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기존가구 수 1970세대의 5층 아파트로 10평, 13평, 17평, 19평짜리 아파트가 있다. 단지와 이어지는 달터공원이 있어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쾌적하다.
개포주공 저층단지의 기존 용적률 70~80% 정도다. 이들 아파트가 200% 가깝게 재건축만 되어도 개발 이득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은 270~300%의 용적률을 찾아 먹은 저밀도지구 잠실, 반포와 비교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잠실, 반포와 다른 것은 용적률이 낮을수록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도 쾌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눈에는 낙후된 상가시설만 보완된다면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단지 내에 대중목욕탕이 있고 공판장에서 아이스크림과 야채를 사는 주민의 모습도 다정스럽다. 1980년대 초반 방2칸짜리 13평에서 주인과 세입자 2가구 7,8명이 살았던 아파트 단지가 개포주공 저층 아파트다.
◆ 경기여자고등학교 <한 가지를 이루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152번지.
교훈 ‘진 선 미’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라’
두말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고등학교다. 개포주공 3단지와 담장을 맞댄 경기여자고등학교는 1988년 정동1번지 덕수궁 돌담길 끝자락에서 개포동으로 옮겨온다. 1976년 경기고, 1980년 서울고에 이은 뒤늦은 강남이전이었다. 인프라 부족으로 아무도 먼저 가서 살려들지 않는 신도시 강남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었다.
1960년대, 1970년대 허리를 졸라매는 교복을 입은 경기여고생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No 1. 공립학교 경기여고 배지를 단다는 것은 얼마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 시대 최고의 프라이드였다.
경기여고가 옮겨 오면서 이름도 낯설었던 개포동은 뜨는 동네가 됐다.
경기여고를 나온 엄마들과 경기여고를 숭배했던 추억이 있는 아빠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딸을 경기여고에 넣기 위해 일찌감치 부터 이곳으로 옮겨왔다.
경기여고 덕에 개포초등학교, 개원초등학교, 개포중학교, 대치초등학교, 대청중학교도 덩달아 명문이 됐다. 고교 평준화 30년이 지났지만 경기여고는 지금도 여전히 선호도 상위랭킹의 명문학교다. 명문대 진학률도 어느 학교에 뒤지지 않고 동창회 파워 또한 쟁쟁하다. 지금 경기여고 졸업생이라는 것은 “강남출신”이라는 또 다른 자부심이다. 교정은 정동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왔고 유흥가나 업무시설이 없어 주변의 학습 환경 또한 최고수준이다.
경기여고 정문 앞에는 2003년 분당선 연장선 개포동역이 개통됐다. 개포동 역은 개포동의 강남 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연결선으로 3호선 도곡역과 연결되고 선릉역에서 2호선과 연결되며 강남구청, 압구정동, 뚝섬, 왕십리로 뻗어갈 계획이다.
◆ 개포주공 7.5평의 행복 <작은 만족을 얻다>
2004년 여름.
인테리어 업자 S씨는 38살에 이혼했다. 이혼 이유는 ‘아내를 사랑하기에 헤어지기로 했다.’라는 어려운 멘트로 대신했다. 10억 넘는 전 재산을 아내와 10살짜리 아들에게 주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남기고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집을 나왔다.
갈 곳은 물론 없었다. 친구 집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헤어진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3억 원 당신 통장에 넣었어. 오피스텔이라도 1채 구해봐. 고마웠어, 그리고 안녕.”
“아...오피스텔이라……나두 고마워.”
S씨는 이왕이면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매어있는 사업체가 문제였다.
이곳저곳 살만한 집을 찾아 헤매다가 얼마 전에 인테리어를 해준 기억이 있는 개포주공 7.5평을 떠올렸다. 지난 삶에 대한 회한과 가슴에 가득 담고 있는 열을 식혀줄 곳은 산속에 있는 작은 아파트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냈다.
S씨는 2004년 7월, 인테리어를 할 요량으로 개포주공 7.5평을 2억 6,000만원에 샀다. 당시에도 평당 3,5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아파트였다.
“엄청 비싸네. 방 한 칸짜리 아파트 치고는 금값일세…….”
“그 돈 주고 왜 그 작은 평수를 사냐? 나 같으면 강북에 34평을 사겠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내 인생에 기름을 뺄 필요가 있어. 될수록 작은 공간이 필요해 그동안 내가 너무 방만하게 산 것 같아서…….”
“어이구, 차라리 절로 들어가지 그러냐.”
침실 1개, 보조주방 1개, 낡은 창틀, 곧 떨어질 것 같은 화장실 문짝, 때에 쩔은 변기하나, 세면대 하나, 싱크대 1개, 4평짜리 모노륨바닥이 아파트의 전부였다.
S씨는 영화에서 본 ‘빠삐용 감옥’을 떠올렸다. 딱 여섯 발자욱을 걸으면 벽과 마주치는 공간, 다행인 것은 총 층5층에 2층집. 이른바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고 오르내림이 수월한 로얄층이었다.
때마침 삼성동 아이파크가 입주 중이었다. S씨는 그곳에 매달려 인테리어 공사를 몇 개 땄다.
“이거 다 뜯어내고 수입자재로 다 바꿔주세요. 마루판, 욕조, 변기, 싱크대 전부다 최고급으로요. 베란다 창틀은 다 뜯어내시고 시스템 창호로 바꿔주세요.”
안경 쓴 30대 후반의 여자는 제품이름을 줄줄이 대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S씨에게 지시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S씨는 삼성동 아이파크에서 뜯어낸 각종 자재를 트럭에 싣고 와 개포동 7.5평을 리모델링했다. 조금씩 조금씩 2달을 리모델링하니 ‘빠삐용 감옥’은 ‘러브하우스’가 됐다. 창가에는 작은 화분을 놓고 모델하우스에서 얻어온 꽃씨를 뿌리니 빨갛고 노란 꽃이 피어났다.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들러서 집을 구경하더니 눈이 둥그레졌다.
“이거 얼마 들었어요?”
“0원요.”
“아저씨 슈퍼맨이네요.”
“아주머니도 해드릴게요. 타워팰리스 걸로…….”
개포주공 2단지에는 7.5평짜리 소형아파트가 460세대가 있다.
4평짜리 방 1개와 1.4평짜리 주방공간이 1개있고 화장실 크기는 0.72평, 0.5평짜리 베란다도 1개가 붙어있다. 7.5평짜리 아파트는 평수는 작지만 개포주공 2단지에서는 대우받는 아파트다. 일단 총 세대수가 460세대로 2단지 전체 세대수 1,400세대의 30%이상을 점유하는 대표 평형이다. 따라서 7.5평짜리 아파트 집주인들의 허락 없이 개포주공 2단지의 재건축은 요원하다.
7.5평 소유자는 당초 용적률 278%로 시뮬레이션 했을 때 25평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05년 2월, 개포주공 저층 아파트 재건축 용적률을 177%로 한 강남구청 주민공람이 시행되면서 예상평형은 18평으로 내려앉았다.
“18평 받아가지고는 재건축 안 할 겁니다. 요즘 누가 새 아파트 18평에 살아요?
지금 우리 집은 초소형 평수라 더 이상 낡을 것도 없어요. 우리 가족들이 다 사는 것도 아니고……500에 38만원 월세 받고 있는데…….될 때까지 기다려 볼 겁니다.”
개포주공 7.5평이 전 재산이라는 인근 슈퍼아주머니의 생각이다. 그래도 재건축 덕분에 아파트 가격은 쑥쑥 올랐다.
2000년 1억 원, 2001년 1억 4,000만원, 2002년 1억 9,000만원, 2003년 2억 3,000만원, 2004년 2억 7,000만원, 2005년 3억 3,000만원 2006년 3억 6,000만원, 2007년 4억 3,000만원. 추세선으로 보면 앞으로도 매년 평균 20%이상씩은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S씨는 녹음이 짙은 개포공원에 캔 커피를 손에 들고 앉아서 씩~웃음을 지었다.
“7.5평 아파트가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어요. 이 아파트 가지고 투자니 재테크니 옥신각신한다는 게 우습잖아요. 그냥 이대로 자연 가까이 있는 소형아파트의 매력에 묻혀서 욕심 없이 속에서 살다가 상황이 변하면 떠나는 거고……이곳에 와서 마음의 정리가 많이 됐습니다.”
‘딱’ 커피 캔의 뚜껑을 연다. 커피 향과 대모산 청정공기가 어울려 내가 밟고 있는 이 시간의 소박한 행복이 피어오른다. 세상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 15평 낡은 아파트에 종부세 선물이 온다 <길을 잃다>
개포주공아파트. 저층단지도 고층단지도 모두다 25년 된 낡은 아파트다. 20년 전만 해도 고층 단지에는 잘사는 사람들이, 저층단지에는 서민들이 살았다. 지금은 저층단지가 오히려 비싸졌다. 주거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난방시설이던 연탄아궁이가 도시가스로 교체되긴 했어도 방 2칸, 화장실 1개의 낡은 아파트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작은 평형 아파트 단지에도 불청객은 찾아왔다. 15평 이상 아파트에 종합 부동산세가 예고됐다. 자진신고 납부기간은 2007년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참여정부가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다.
올해 주택공시가격은 작년대비 평균 40%이상 올랐다. 15평형 기준으로 총 공시가격은 약 7억 원 정도…….덕분에 15평형, 16평형, 17평형, 18평형은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됐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엔 13평형과 11평형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될 것 같다. 최고 평수인 18평형은 1,000만 원 이상의 보유세가 올해 안에 내야 할 세금이다.
1981년 1,300만원에 17평형을 분양받은 택시기사 K씨는 한숨을 쉰다.
“처음엔 너무 무리였습니다. 겨우겨우 융자금을 다 갚고 이제 겨우 내 집이 되었네요. 그동안 집값은 많이 올랐고 이웃 사람들도 거의 다 바뀌었습니다. 이제 종부세까지 물어야 된다니.... 오른 집값만큼 경제력을 못 만든 제가 무능력한 사람입니다. 이제 집 팔고 양도세 내고 어디로 가야할지…….날 받아줄 곳은 서울에는 없어 보입니다.”
공판장, 목욕탕, 은행 없는 상가, 거실과 주방에 달린 30촉 백열등, 아파트 관리비 10만원, 전세 1억 2,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70만원의 서민 아파트에 날아들 종부세 고지서는 동네를 잘못 찾아온 주소 잃은 우편물이다. 낡고 낡아 페인트 벗겨지고 뚜껑 다 떨어진 아파트 우편함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라니…….
“어디 한번 둘러보세요. 여기가 어떻게 상위 1% 지역인가? 기가 막힐 따름이지요.”
‘종합부동산세’
‘프리미엄 재산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별명은 ‘세금폭탄’이다.
2003년 10월 29일 생겨나 2005년 8. 31대책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2007년 공시가격 발표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발휘하게 됐다. 2007년에는 과표적용율이 80%이고 2008년에는 90%, 2009년에는 100%다. 6억 원의 과세기준이 되는 바(BAR)가 그대로 유지되면 2009년이면 우리나라가 보유세 세계 최고국의 반열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보너스로 재산세 과표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5%로씩 올라간다.
추가 서비스로 재산세에는 재산세액의 20%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세와 재산세 과표의 0.15%인 도시계획세가 붙고 종합부동산세에는 종부세액의 2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가 얹혀진다. 세상은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집을 가졌으면 힘들게 하겠다는 눈먼 정부의 거품정책은 점점 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전쟁과 같은 상황. 적을 향해 폭탄을 날리다 보면 아군도 다칠 수 있고 정글의 우거진 나무를 없애기 위해서 무작정 뿌려댄 고엽제는 보호해야할 민간인도 피해자로 만든다.
◆ 재건축이익환수제 <억지를 쓰다>
개포주공 주민들이 더욱 혀를 차는 황당 사건은 2006년 5월 24일에 생겨났다.
이른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이다.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한 이익은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간다는 법률이다. 소형평수의무비율, 개발부담금, 임대아파트, 기반시설부담금제에도 무덤덤하던 개포주공 주민들이 공판장 앞 치킨 집에서 생맥주잔을 놓고 쓴 소리를 낸다.
“기가막히구만. 별의별 법을 다 만드네그려. 아예 집을 가져가던가…….쯧쯧.”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은 재건축사업 시작시점인 추진위원회승인일이나 재건축조합인가일로부터 재건축사업 종료일인 준공인가일까지의 아파트가격 상승금액이 정상주택가격의 상승분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매기겠다는 새로운 법률이다.
이 법률은 2006년 9월 25일부터 시행중이다.
“누가 부동산가격을 올리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부동산 가격 올리는 사람이 여기사는 주민입니까? 무능력한 정부관료입니까? 황당할 따름입니다.”
개포주공아파트는 온갖 풍상을 다 겪는 가련한 아파트다.
잠실주공과 반포주공이 누린 재건축 성공신화를 지켜보아왔고 재건축 기대감을 소재로 10년 동안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올랐으며, 무차별 규제의 한가운데에 서있어 재건축은 현실 불가능한 사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억지로 누르기만 하는 미련한 곰 같은 정부와 온갖 루머를 퍼트리며 기대치를 부풀리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하이에나 같은 투기꾼들. 투자와 주거 사이에서 갈길 잃은 개포주공은 강남의 마지막 남은 어린양이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 <총알받이가 되다>
대치동.
국내 최대의 학원가이며 명문학군의 대표지역이다. 이곳에 73,000평의 큰 땅이 있다면 평당 얼마쯤 할까? 시행사나 건설사들에게 입찰을 붙여서 아파트를 짓게 해준다면 틀림없이 1평당 1억 원 이상 써내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3호선 대치역과 적당히 상업화된 당대 최고 학군을 낀 아파트타운, 특급주거지. 그곳에 네모반듯한 평지 7만 3,000평을 깔고 앉은 재건축대상 중층아파트가 은마아파트다.
1979년식 4,424가구로 31평형이 2,674세대, 34평형이 1,750세대인 복도식 아파트다.
31평형은 대지지분이 14.6평, 34평형은 16.3평이다. 31평형은 방3개에 화장실 1개, 34평형은 방 4개에 화장실 2개다. 오래 버텨서 돈 불리기 재건축을 기대한다면 이런 경우 당연히 34평형을 사야한다. 화장실이 2개라 용도가 우월하고 재건축에 들어가면 큰 평수가 아무래도 더 큰 평수의 새 아파트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도 거절당하고 근래 들어 쏟아지는 재건축 규제로 지치고 지친 은마는 31평과 34평의 이격간격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은마 재건축은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이유는 딱 하나.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강남 중층 재건축의 대명사가 됐기 때문이다. 시골 사람들도 보상금을 받으면 일단 은마를 산다. 지명도 높고 떠들썩한 것은 뭐가 되도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은마는 실제로는 강남의 달동네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늘 둘러싼 빈 공지는 주민들 차량으로 발 디딜 곳 없이 꽉차있고 시설한지 오래돼 수압도 약하고 난방도 열악하며 설비와 배관이 낡아 거실 라지에타는 큰 소음을 쏟아내고 수도꼭지에서는 녹물이 흘러나온다. 복도식 아파트로 공용공간은 음침하다. 집주인은 대부분 떠나고 교육기반시설을 쫒아서 각지에서 전입 온 세입자가 총세대의 70%를 점령한 전세가격 2억 5,000만 원짜리 강남의 서민군락지다.
이곳에도 종부세는 어김없이 날아들었다. 2007년 공시가격 48% 증가로 34평형 보유세는 526만원이 됐다. 은마는 기존 용적률 185%로 1:1 재건축 대상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위치가 좋아 매수세가 여전히 살아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전세 끼고 10억 원으로 살만한 미래가치가 있어 보이는 강남 아파트가 은마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는 그만큼 유명한 한보건설이 시공사다.
1977년, 아무도 살지 않았던 강남, 그리고 하천주변 습지에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물량인 4424세대의 매머드 단지가 섰다. 맨션아파트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시공사는 처음 들어보는 한보건설, 때마침 불어 닥친 부동산 바람은 한보를 30대 그룹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정태수 사장은 수십 년간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 상층부를 한보사옥으로 썼다. 시초에 큰돈을 벌게 해준 그곳이 ‘되는 자리’라는 강한 믿음 때문이었다.
한보돌풍은 건너편 미도아파트로 이어져 중대형 2,434세대를 시공하고 대치동을 점령했다.
그로부터 30년.
승승장구하던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은 감옥을 드나들다가 고액체납 1위자가 됐고 한보소유 은마상가는 경매에 붙여서 새 주인을 찾았다.
재건축이 되기만 하면 동부센트레빌이 안 부러울 은마아파트. 그러나 은마는 아직까지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도 새로운 생각을 해내고 있다.
땅이 넓고 복도식이라 리모델링을 해도 좋으련만 인근의 성공한 재건축만 바라본 은마주인들에게는 양이 차지 않는다.
“땅의 절반을 떼 줄 테니 남은 땅에 주상복합을 짓게 해주세요.”
잠실주공 5단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이곳에서도 나온다. 정부도, 서울시도, 아파트 주민도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 돼야 본래의 합리적 사고를 되찾게 될 것 같다. 지금당장 풀어줄 것 풀어주고 내놓을 것 내놓고 적정 용적률로 재건축을 해 적정평형을 찾게 된다면 국내 최고 가격 아파트가 서고도 남을 만한위치와 공간. 때를 놓쳐 ‘옛날에는 최고가 은마아파트 자리였다.’는 말을 듣게 되지나 않을까? 세월의 변화에 따라 최고 지역이 옮겨가는 두려움…….그 적정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이 지금 은마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다.
◆ 한강 Big 3. 청담동 한양, 삼익, 삼성동 홍실 <바람을 맞다>
한강 프리미엄 시대. 한강 조망권 수억 원.
수요 충분하고 꾸준히 가격이 올라가는 아파트 조건 1순위, 조망권…….
삼성동 I' PARK 옆에는 강변으로 늘어선 3군데 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있다. 청담동 한양과 삼익, 삼성동 홍실. 이 아파트들이 강남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블루칩이다.
가장 큰 이유는 희소가치를 지닌 볼 것 많은 구역에 위치한 한강변 아파트라는 것이다.
이중 청담동 한양아파트가 종전 아파트를 철거하고 ‘GS자이’로 재건축 중이다.
1981년식 구한양아파트는 672세대를 헐고 708세대를 새로 짓는 중이다. 종전 12층 아파트는 27층에서 35층의 고층아파트로 변모하고 있다.
종전평형은 18, 29, 32평이다. 당연히 종전 18평 소유자는 21평을 받고 29평 소유자는 33평을, 32평 소유자는 36평을 받기로 했다.
미니 아이파크인 청담 GS자이는 당초 아파트에 18평 소형아파트가 있어 소형평수의무비율 이라는 재건축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사업계획승인까지 어려운 난관을 통과했다. 2001년 에 안전진단통과 및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니 2006년 철거 및 착공까지 딱 5년이 걸렸다. 2010년 1월이면 한강변에는 전세대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프리미엄 아파트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1월 재건축승인인가를 받아서 기반시설부담금, 개발이익환수금의 규제는 피했지만 2층, 3층에는 36세대의 원치 않는 임대아파트를 넣어야 했다. 그러나 종전의 방 2개, 화장실 1개의 18평 소형아파트는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과 양면 발코니를 가진 21평형 한강 조망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베란다를 트면 7평 정도의 전용공간이 늘어날 것 같다. 동호수 추첨도 상식적이다. 저층부터 상층부까지 종전 층수를 기본으로 낮은 층은 낮은 층을, 높은 층은 높은 층을 배정받을 권리를 갖는다. 다만 평형별로 타입에 따라 한강 조망 방향과 각도가 달라진다.
이런 경우라면 2007년 7월의 동호수 추첨이 있기 직전이 매물을 살 때다. 추첨전이라야 조합원끼리의 동호수 조정이 가능하고, 동호수 추첨이 끝나면 로얄층에 당첨된 로얄평면 아파트는 수억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과감히 물건을 사는데도 제약이 따른다. 2007년 3월부터 시행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으로 대출이 어렵고 기 대출된 아주비도 승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목돈이 준비될 수 있어야한다.
청담동 삼익 아파트는 5년 전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주민들은 당시만 해도 땅면적 19,863평의 롯데캐슬이 삼성동 아이파크를 능가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파크보다 땅면적이 크고 단지 내부가 평지인데다가 청담대교를 따라 강남으로 들어오는 7호선 철교의 열차풍경 등 한강 조망권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모든 게 수월했다.
1980년식 인데다가 재건축 조건을 갖추고 있어 2001년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200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은 진행이 안됐다. 지금 이 아파트의 재건축을 막고 있는 것은 전용면적 60㎡이하를 총 세대수의 20%, 85㎡이하를 40% 지어야하는 소형평수 의무비율제도이다.
2003년 9월에 다시 생겨나 2004년 5월에 확대된 이 제도는 총세대수 888세대로 기존 아파트 평수가 35, 46, 54평형인 삼익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최악의 규제다. 용적률을 2배로 늘려주지 않는 이상 전용 25평인 35평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전용면적 18평짜리 25평형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중층 아파트인 삼익아파트의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1998년부터 2003년 9월 이전까지에는 이 법의 적용이 배제되어왔다. 따라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같은 성공한 재건축 투자가 나올 수 있었다.
바로 옆 단지 홍실아파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02년에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아놨지만 용적률 210%에 소형평수의무비율의 규제는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법이 있는 한 기존평수 31평, 35평, 54평 384세대인 홍실아파트에게 재건축은 그림의 떡이다. 홍실아파트는 1981년식 아파트로 청화기업이 시공했다. 청화기업은 이태원 청화아파트, 영동 해청아파트, 대치동 청실아파트 등을 건설했다.
홍실은 총 층12층으로 6개동, 7,760평의 네모난 부지를 가진 한강 조망권 아파트다. 봉은초등학교가 단지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바로 옆에 삼성동 아이파크가 있어 제대로만 지어진다면 신축 후 아파트 가격형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입지조건을 갖췄다. 선정된 설계회사는 삼성동 아이파크와 같은 건원건축이고 시공사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2001년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규제에 묶여, 재건축 법규가 바뀌기 전에는 키가 닿지 않는 곳에 포도를 바라보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같은 꼴이 됐다.
강남은 못 말리는 동네다. 서울시내 100채의 아파트 중 10채가 강남구에 있고 그 가격은 턱없이 비싸다. 1억 원 이상의 외제차를 모는 사람의 35%가 강남에 살고 4500개의 입시학원이 이곳에 있으며 서울대 정시 모집 합격자 중의 절반이 8학군 출신이다.
정부는 강남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강남 재건축을 규제하고 동탄 신도시를 내놨지만 상황은 엉뚱하게 바뀌기만 한다.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각도로 보지 않으면 들어오기 힘들고, 그 안에서 앞서가기 어려운 특별한 동네... 그곳이 강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