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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전남귀농학교 (흙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지혜의숲(신수오)
* 2월 4일 : 입춘 - 농사의 시작 파종은 춘분을 기점으로 하지만 농사는 2월 초순인 입춘 때부터 시작한다. 농사 시작의 핵심은 거름 만들기다. 거름은 작년 늦가을 한해 농사를 끝내고 만들었다가 입춘 때 거름더미를 뒤집어준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부드러워진 거름을 뒤집어주어 산소를 공급해주면 따뜻한 봄 날씨에 더 발효가 잘된다. 대보름 때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으로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지만 잡초를 태우면서 살균, 살충도 하고 잡초 씨를 태워 미리 제초작업도 겸해서 한다. 또 겨우내 추위로 들뜬 밀과 보리의 뿌리를 밟는 보리밟기도 해준다. 더불어 밭의 이곳저곳을 돌며 정돈도 하고 청소도 하며 문제 있는 둑이나 고랑을 손질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농사의 시작은 종자의 손질이다. 작년 가을에 갈무리 해둔 종자 주머니를 꺼내 공기도 쐬어주면서 문제 있는 씨앗들은 골라내고 좋은 놈들만 다시 골라 정성껏 선별하여 손질해둔다. 그래서 우리의 정월은 입춘 근방에 있다. 음력 설날이 입춘 즈음에 있기 때문이다. 설날이 입춘 이후에 오면 그해 봄은 춥다. 요즘은 온실이 발달하여 여름 작물도 이때부터 파종을 해서 모종을 키운다. 고추와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보통은 입춘 지나 우수나 경칩에 한다. * 2월 19일(우수) ~ 3월 5일(경칩) 입춘이 되었지만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입자가 들어가는 절기들이 다 마찬가지다. 입하가 되었지만 피부로는 아직 봄이고 입추가 되었지만 말복이 남았있고 입동이 되었지만 아직 가을 기운이 뚜렷하다. 봄을 비로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수 때이다. 우수 때 비가 오면 이는 풍념을 예고하는 아주 고마운 단비다. 겨울 땅의 언 기운이 녹기 시작하면서 봄 땅에서 새 생명을 솟기 시작한다. 우수의 따뜻한 기운이 점점 커져 경칩이 되면 겨울잠에서 개구리가 깨고 많은 벌레들도 깨어난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불어닥치는 게 꽃샘추위다. 입추가 지나 말복이 찾아오듯 입춘도 한참 지났는데 겨울의 남은 찬 기운이 봄기운을 시샘하면서 남은 모든 추위를 내뿜는다. 사람도 봄이 다 온 줄 알고 옷을 한 꺼풀 벗었다가 방심하면 감기 걸리기 딱 좋듯이 벌레들도 봄인줄 알고 땅 위로 나왔다가 매서운 꽃샘추위에 동사하고 만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오질 않으면 그해는 해충들이 극성을 부린다. 3월 20일 : 춘분 - '파종'의 시작 3월 20(21)일은 낮과 밤이 같은 춘분이다. 씨앗 파종은 춘분 이후부터 가능한데, 그 까닭은 이때부터 날씨가 영상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춘분 때 모든 작물을 다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단일성(短日性), 즉 해가 짧아도 잘 자라고 저온성(低溫性), 즉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봄 작물을 심는다. 가장 빨리 심는 작물은 감자로 춘분 때 심는다. 감자는 싹이 나는데 3주에서 한달 걸리기 때문에 싹이 났을 때는 이미 날씨가 매우 따뜻할 때라 냉해 우려가 없지만, 다른 봄작물들은 싹이 비교적 빨리 나오기때문에 일찍 심으면 냉해를 당할 수 있다. 낮이 길어지고 영상이 날씨라 해도 아직 변덕이 심할 때라 춘분 지나 4월 초 청명 때 심는 게 안전하다.
봄작물로 대표적인 것들은 잎을 먹는 채소 작물들이다. (얼갈이)배추, 알타리, 시금치, 상추, 쑥갓, 무, 홍당무 등이다. 4월 4~5일 : 청명과 한식 - 안전하게 '파종'할 때 청명이 식목일이다. 3월 말 춘분 때 날씨가 영상으로 돌아선다지만 확실한 영상의 날씨가 청명 이후 보장된다. 그래서 식목일을 이때로 잡았다. 또 청명은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한식(寒食)과 겨의 일치한다. 동지 후 105일 째는 되는 날이 한식이어서 청명과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난다. 한식 때가 되면 바람이 심하여 불을 지피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 하며, 또 중국 충추시대 때 산속으로 숨어 들어 불에 타 죽은 진나라 충신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이날만큼은 불을 쓰지 않은 찬 음식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춘분에서 청명 때는 아주 매서운 봄바람이 세게 분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나게 할 정도다. 이런 센 바람에 진짜 밥불을 지피기 어려웠을 것이다. 산불에 죽은 개자추 얘기도 봄바람에 불이 삽시간에 번졌을 것을 생각하면 한식은 분명 찬바람과 관계가 있는 명절이다. 여하튼 춘분이 파종의 시작이지만 아직 꽃샘추위를 방심할 수 없어 청명을 기준으로 파종하는 것이 좋다. 나무도 청명이 지나면 완연한 봄기운에 본격적으로 뿌리가 활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식목일에 묘목을 심는다. 4월 20일 : 곡우 - '모종'의 시작 4월 20(21)일 곡우 또한 농사에서 중요한 절기다. 곡우 지나면 서리가 완전히 가시기 때문이다. 곡우 때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 했다. 곡식에 좋은 비가 온다 해서 곡우(穀雨)다. 곡우 전에 모종을 사다 심으면 서리 냉해를 입는다. 이 때 시장에서 파는 모종들은 대개 하우스용이라 보면 된다. 곡우 지나 입하 때 심는 게 제일 안전하다. 여름 작물들은 열매를 먹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분적으로 뿌리를 먹는 것들도 있다. 여름작물들의 특징은 광합성으로 영양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햇빛이 좋아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 한다. 봄작물에 비해 장일성(長日性)이고 고온성(高溫性)이다. 논의 벼 빼고는 대부분 물이 잘 빠져야 하고 통풍이 좋아야 한다. 대표적인 작물들로는,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 수박, 참외, 옥수수, 고구마, 토란, 생강 등이다. 5월 5일 : 입하 - 안전하게 '모종'할 때 곡우부터 모종을 본밭에 아주심기를 할 수 있지만 중부 지방에선 아직 서리 기운이 남아있어 곡우 지나 입하 때 아주심기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입하는 양력으로 5월 5일쯤이니 어린이날 아주심기를 한다 생각하면 더 외우기 쉽다. 입춘이 피부로 느끼기에 아직 겨울이듯이 입하가 되었지만 여름 기운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5월 말 소만이 되면 낮부터는 제법 피부로 느낄만큼 여름의 기운이 드러난다. 말 그대로 작게(小) 점점 차滿) 오르는데 작은 여름이라 할만하다. * 6월 5일 : 망종 - 모내기의 시작 6월 초 망종은 까끄라기가 달린 곡식을 거두거나 심는 절기다. 망종의 망(芒)자가 바로 까끄라기 망자다. 겨울작물인 밀과 보리는 거두고 벼는 모내기를 한다. 벼는 4월 곡우 전 조팝꽃 필 때쯤 파종을 해서 한달 반쯤 키워 망종 때 모내기를 한다. 요즘은 뭐든지 빨리 심는 것이 유행이 되어 5월 말인 소만 때부터 모내기를 한다. 옛날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 지을 때는 봄가뭄이 들면 모내기를 하염없이 기다려 장마가 시작되는 6월말 하지에도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이를 하지벼라 하는데, 농으로 마냥벼라고도 한다. 마른 장마라고 장마 때 비가 오지 않으면 7월 태풍이 올 때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 망종(6월 5일)과 마을 축제 단오(6월 8일) 요즘은 소만 전에 벌써 다들 논에 모내기를 끝내지만 옛날엔 소만 지나 망종쯤부터 모내기를 시작한다. 망종(芒種)에서 망(芒)자는 까끄라기망자로 벼과 작물 중 까끄라기 나는 것을 거두고 새로 파종한다는 뜻이다. 보리나 밀을 거두고 벼를 모내기하는 철이다. 이 때쯤이면 음력으로 단오절과 일치한다. 4대 명절 중 추석이나 설날이나 한식은 조상들께 차례지내는 가족의 축제인 것과 달리 단오는 마을 축제이다. 그리고 4대 명절 중 제일 큰 축제였다. 그럼 단오 축제는 왜 했을까? 단오는 한마디로 모내기 행사다. 농사 가운데 제일 중요한 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것이다. 모내기 하기 전 일단 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여 놀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두레회의를 열러 마을의 모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단오는 우리 민족에게는 제일 큰 공동체 행사였기 때문에 식민통치 시기 저항의 뿌리를 드러내려 한 일제에 의해 없어지고 말았다. 6월 21일 : 하지 - 여름 작물 마지막으로 '파종'할 때 곡식들은 하지 전에만 심으면 수확할 것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늦게 심는 것은 가뭄이 심했을 경우가 제일 크지만 그밖에 다른 이유 때문에 늦게 심을 경우 하지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는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기점이다. 하지를 기점으로 여름 작물들은 육체 성장을 끝내고 생식 생장으로 넘어간다.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로 접어든 것이다. 일찍 심은 놈이나 늦게 심은 놈이나 하지를 기점으로 생장이 바뀌는 것이다. 때문에 하지 전에만 심으면 제대로 다 크지는 못해도 먹을 것이 달린다는 말이다. 가로등이 밝아 곡식들이 알곡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깜깜할 때 짝짓기 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 소서(7월 7일) 대서(7월 22일)와 복날 - 벼가 나이 먹는 복날 복날은 음력도 아니고 양력인 절기도 아니다. 복날은 간지력(60갑자)으로 만든 날인데, 7월 초 소서 지나 오는 경(庚)자 들어가는 날이 초복이고, 열흘 뒤 두 번째로 경자 든 날이 중복이고 세 번째는 입추 지나 오는 경자 들어가는 날이 말복이다. 말복은 그래서 열흘이 아닌 스므날 뒤에 오기도 한다. 벼는 초복 때 한 살 먹고, 중복 때 두 살 먹고, 말복 때 세말 먹는다 했다. 이 때 벼와 함께 피도 쑥쑥 자라는데 오히려 벼보다 성장이 빠르다. 옛날엔 천상 피를 손으로 잡아줘야 했다. 복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김매기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먹는 게 개고기였다. 복(伏)자는 사실 개복자가 아니라 숨을 복자인데, 가을 뜻하는 경(庚)이 아직 땅에 강하게 남아있는 화(火)가 무서워 숨는다 해서 복날인 것이다. 8월 7일 : 입추 - 배추, 시금치 '파종'할 때 가을이 일어서기 시작한 입추지만 실제로는 아직 여름이다. 게다가 입추 지나 말복이 있으니 아직 한참 뜨거운 여름철이다. 그런데 왜 입추일까? 입추가 되면 열대야는 이젠 없다. 아침 저녁으로 이제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 가을배추를 파종한다. 가을작물들은 봄작물과 거의 같다. 말하자면 단일성(短日性)이며 저온성(低溫性)작물이다. 다만 봄엔 점점 따뜻해져서 나중엔 꽃대가 올라오지만 가을엔 점점 추워지기 때문에 꽃대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작물이 겨울 준비를 하느라 몸에 당분을 축적한다. 그래서 가을 작물이 더 맛있다. 입추 때 파종하는 것은 배추 외에 시금치가 있고 대부분은 입추 지나 처서 때 파종한다. 무, 쪽파, 갓, 상추, 등이고 알타리는 9월초 추분 때 심어도 된다. 알타리는 무가 적게 자란 것이라 보면 되는데, 그만큼 생육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8월 23일 : 처서와 백중 - 배추 '모종'과 무 '파종'할 때 처서가 되면 말복도 지나 한결 더위가 수그러들고 찬 기운이 새벽을 깨운다. 그래서 모기바늘이 꺾이는 게 처서 때다. 처서가 되어야 모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이제야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심는 김장배추는 입추 때 심지만 김장배추와 쌍을 이루는 무는 처서 때 심는다. 홍당무도 이때 심는다. 입추 지나 말복을 거치면 더위도 한결 가시지만 논에서는 마지막 김매기를 끝내고 났기 때문에 일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그래서 이때쯤인 음력 7월 15일은 농촌에선 큰 마을 명절이다. 일명 호미씻이라는 이름도 논호미질을 그만 끝내고 씻어둔다는 뜻에서 나왔고, 머슴생일이라는 이름도 머슴이 일년 중 제일 힘든 일을 끝냈다는 뜻에서 나왔다. 이때쯤이면 밭에서는 여름 작물들이 열매를 풍성이 맺는다. 이래저래 마을 축제를 벌이기에 딱 좋은 철이 온 것이다. 요즘엔 일찍 열매를 맺히는 개량종들이 대부분이라 잘 모르지만 토종 작물들은 대개 입추쯤부터 열매를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다. 9월 7일 : 백로 - 마지막으로 가을 작물 파종할 때 9월초 백로에는 마지막 가을 작물들을 심는다. 알타리, 쪽파, 시금치, 갓이 대표적이다. 무씨가 남았으면 알타리 대신 무를 심는다. 늦게 심었으니 무가 알타리만큼밖에 자라질 못하는데 맛은 더 좋다. 백로가 되면 밤이 춥고 찬이슬이 맺히는데, 아직 백중 이후 농한기가 남아있다. 옛날엔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친정집 다녀오는 때가 백로였다고 한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부터는 수확의 계절 이다. 추석이 이 근방에 있는 것도 수확과 관계가 깊다. 햇곡식을 제일 먼저 먹는 것이 추석이므로 추석은 한해 수확을 감사드리는 추수감사절과도 같다. * 겨울 농사의 시작 한로(10월 8일) 10월 초 한로가 지나면 겨울을 나는 작물들을 심는다. 곧 된서리가 오는 상강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대표적인 밀과 보리는 싹이 나서 세치 정도, 그러니까 검지 손가락 크기 정도 되어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추위를 버틸 수 있다. 너무 작게 자라 싹 정도이거나 너무 크며 동해를 입을 수 있다. 마늘은 입동 전에만 심으면 된다. 중부 지방에선 마늘을 종근으로 심으면 겨울 전에는 싹을 틔우지 않고 월동을 했다가 봄에 싹을 틔운다. 남부 지방에서 밀 보리 처럼 어느 정도 키워 겨울을 맞는다. 10월 23일 : 상강 - 배추 묶을 때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된서리가 내리는 절기다. 뜨거운 햇빛을 좋아는 여름작물들은 된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에 데친듯 잎들이 축축 흐느러져 처진다. 잎도 못먹고, 열매도 맛이 떨어지고 고구마 같은 경우는 땅 속에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덜하지만 된서리를 맞으면 보관이 오래가지 않는다. 상강 전에 여름 작물들은 갈무리를 다 해두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여름 작물들은 빨리 열매 맺고 빨리 갱년기가 찾아오는 것들이라 사실 상강이 아니라 한참 전에 좋은 시절이 다 끝난다.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은 특히 입추 지나면 별볼일이 없다. 고추는 그만큼은 짧지는 않지만 좋은 철이 지난 것은 마찬가지다. 토종들은 늦게 열매 맺지만 그만큼 늦게까지 열매를 맺는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호박이다. 조선호박은 암꽃, 수꽃이 달라 열매도 늦게 맺을 수밖에 없지만 입추 즈음 되면 한참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봄에는 애호박 심어 먹고, 여름과 가을엔 조선 호박 먹고 더 늦게는 늙은 호박 먹으면 된다. 상강 전에 가을 배추는 끈으로 묶어주어 보온을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곧 입동이 오면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무는 미리 거두어 땅에 묻고 무청은 시래기로 만들어두는 게 좋다. 11월 7일 : 입동 - 배추 무 수확과 김장할 때 입동이 되면 겨울 작물도 다 심고 수확도 다 마치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겨울 날 준비를 해야 한다. 땔감 준비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먹을거리 준비가 바쁘다. 역시 겨울 나는 데에는 김장이 핵심이다. 상강이후에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간혹 있어 무는 땅에 묻어두는 게 좋다. 무청은 시래기로 엮어 놓는다. 입동이 되어 김장을 담가야 하니 땅에 묻은 무를 꺼낸다. 김장 속을 담글 무는 되도록 큰 것이 좋다. 맛도 아삭아삭 좋지만 클수록 겨울 나기가 어려우므로 작은 것 위주로 땅 속에 남겨둔다. 동치미나 짠지는 되도록 작은 무로 하는 것이 좋다. 내년에 채종할 무도 작은 것이 좋다. 채종할 무는 무와 줄기를 바짝 자르지 말고 줄기부분이 살짝 얇게 남게 해주어야 한다. 거기에서 새순이 돋기 때문이다. 채종할 배추도 뿌리에 줄기를 약간 남겨두어 자른 다음 뿌리고갱이만 무와 함께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봄에 다시 심으면 새순이 나오고 곧 꽃대가 올라온다. * 소설(11월 22일)과 대설(12월 7일) 소설부터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설에는 눈이 적당히 내려주어야 내년에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 * 동지(12월 21일)와 크리스마스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점점 길어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동지를 정월로 삼은 듯 하다. 이때 쯤에 크리스마스를 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수의 탄생을 서기의 기점으로 삼았듯이 예수 생일을 새해 시작으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해를 중요시하는 유목민의 전통 때문에 동지를 기점으로 삼았지 않았나 싶다. 동지 때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야 내년 풍년이 든다고 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들이 청소가 되기 때문에 동지 때 날씨가 춥다면 겨울이 추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 것 같다. * 대한(1월 21일경)과 소한(1월 6일경) 겨울은 역시 1월이 최고다. 이 때 소한과 대한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화북지방에서 만들어진 24절기력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토착화된 측면의 하나로 소한과 대한의 관계를 얘기한다. 화북지방에선 당연히 대한 때가 추워 그 때를 대한이라 했는데 우리는 소한 때 더 추워 그런 속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리 겨울의 특징은 3한4온이다. 사흘은 춥다가 나흘은 따뜻한 흐름이 순환되는 것이다. 이 추위는 한해 농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겨울이 추워야 한해 병해충이 덜 극성을 부리는데 그냥 추워서도 안된다. 사흘은 춥다가 나흘 따뜻하면 벌레들이 봄이 된 줄아 겨울잠에서 깼다가 속아 별안간 몰아닥친 강추위에 얼어죽는다. 흙도 이런 추위의 순환에 따라 더욱 고와진다. 흙 속에 남아있는 수분이 추위 때문에 어는데 물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 딱딱한 흙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3한4온처럼 따뜻했다 추웠다 하면 더 효과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