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화백이 꿈꾸는 화원 외 1편
아주 작은 입맞춤에도
터져버릴 듯, 도라지꽃 봉오리에
꿈꾸는 화원이 담겨 있다
보랏빛 그늘에 잠겨 있는
우수(憂愁)의 붓질로
훨훨 바람의 날개를 타고
삭막한 빌딩 숲을 벗어나
내님 가꾸시는 둥지에
나만의 알을 낳으려 한다
이 골목 저 골목 달려 보아도
어디 있는가?
나의 이야기, 나의 빛깔, 나의 노래여
흔들리는 눈동자 깊숙이
소용돌이치는 내님의 정원은
언제 어떻게
화폭에 임하시려는지
사슬 없는 사랑의 나라를 꿈꾼다
앵두나무 처녀
모내기 새참을 먹으러
마을 모정에 앉아 있는데,
저만치 고목이 된 앵두나무
등걸에서 돋아난 가지에
흰 꽃을 본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잘 익은 열매 몇 알
푸른 잎 사이로 인사를 한다.
명품 닮은 핸드백을 들고
짙은 입술연지를 찍고 왔던 모습이
앵두에 얼비쳐온다.
어릴 적 울타리 넘어 몰래 훔쳐봤던
앵두 따던 보송보송하던 얼굴이,
수돗물에 닳고 닳아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유난히 빨간 입술만 촉촉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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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철교 시 <B 화백이 꿈꾸는 화원><앵두나무 처녀> ( 시와시학 동인지, '신유목민의 하루', 2022. 11.)
김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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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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