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에 날씨가 확 달라졌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여 이불을 끌어 당겨 잠을 자는데
새벽에 마루에 앉아 책 읽는 일을 못 할 정도이다.
텐트에서 잘 때에는 침낭속에서 나오기가 싫어 한참을 내다 보다가 나오는데
그 참 모기가 입이 삐뚤어지게도 생겼다.
우리가 사는 드릉골 골짜기의 빛 색도 많이 변하여서
벌써 가을느낌이 난다고하면 내 생각만일까.
옥수수는 키도 크고 살도 쪄서 통통하니 잘 익어간다.
드목밭 집앞 밭 그리고 친정동네에 심은것까지.....
가을느낌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은 역시 오이풀과 잠자리이다.
초록바탕에 오이풀꽃색이 아주 잘 어울린다.
보통의 꽃들은 아래에서 위로 꽃을 피우는데 오이풀은 위에서 아래로 꽃이 피어 내려온다.
흔들리는 오이풀 꽃마다 거의 다 꽃을 피운것을 보니 가을이 확실하다.
아침햇살 반짝이는 옥수수밭에서는 검정찰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다.
이 옥수수는 일주일쯤 뒤에 나올 예정인데 암술의 색이 흰색 옥수수와 다르다.
흰색옥수수는 어릴때부터 암술이 붉은색인데 검정찰옥수수는 이렇게 연노랑색이다.
옥수수는 근친교배를 않으려고 암술과 수술이 꽃 피우는 시기를 달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더구나 곤충과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되는데
수술이 위에 있어 바람이 불면 바로 아래에 있는 암술로 떨어질 확률이 많으니
이렇게 머리를 쓰는 것이다.
그 세계를 알면 가장 놀라운것이 이 세상의 환경과 생물체의 개체를 지배하는 것이 움직이는 사람도
곤충도 동물도 아닌 바로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와 풀과 꽃들이라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위에 개꼬리라고 하는 수술이 4-5일쯤 먼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 암술이 이렇게 꽃을 피워
근친으로 인한 종족번식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 밭은 이상이 없다.
어머니는 만날 밭은 풀밭이고 생전 비료하나 주는 법도 없이 거저 농사를 짓는다고
잔소리를 하며 그들도 뭘 먹어야 잘 크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미생물발효제와 액비를 주고 있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이것을 잘 모르시고 알갱이로 된
화학비료를 의지하고 계신것이다.
텃밭에 검정찰옥수수가 익었기에 아뭇소리도 안하고 처음으로 좋은것을 따다가
압력솥에 물만 조금 넣고 쪄서 드렸다.
우리 엄마를 비롯하여 보통의 엄마들은 옥수수를 찌지 않고 물을 넉넉히 붓고 삶아 주신다.
그리고는 꼭 뉴-슈가 라는 단것을 넣어서 삶는데
작년에 나눔의기쁨님네서 솥에다 찌는 법을 배워서 그렇게 해 보았는데 단것을 넣지 않아도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 드려도 엄마의 고집을 꺽을 수가 없어서 오늘은 보시는데서 시범을 보였는데
정말 맛있다고 야단이셨다.
그러시고는 아예 점심도 옥수수로 때우셨다.
이렇게 옥수수를 찌면 옥수수의 단맛이 은은이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주의 할 것은 중간에 뚜껑을 열어 보지 말아야하고 또 뜸이 푹 들도록 넉넉히 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압력솥이 최고~
덕분에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며 밭으로 옥수수를 따러 갔다.
수박풀은 여전히 피고지고한다.
이 수박풀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보기가 힘들다.
아침에 잠시 피고서는 곧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퍼지기 시작하였는지 돼지풀이 우리밭가에도 자라기 시작했다.
이 돼지풀은 외국에서 들어왔는데 조건이 좋으면 2-3m씩 나무처럼 자라기도하고
조건이 안 좋으면 2cm의 작은 손가락크기로도 열매를 맺고 종족을 번식해 나가는데
한번 잠식을 하면 다른 풀들이 못 배겨나는 나쁜풀에 속하는 것이다.
원기소나무인 누리장나무가 예쁜꽃을 피웠기에 접사가 되는 카메라 가져오면 찍으려고 벼르었더니
벌써 다 지고서 열매를 맺었다.
무엇이든 때가 있는 것인데 올해는 또 기회를 놓치고,
아쉬운데로 올해의 누리장나무 사진을 찍어 두고~
옥수수밭에서 작은 노래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얼마나 많은 풀벌레들이 있으면 저렇게 연주소리처럼 들릴까.
옥수수밭 더덕밭 고구마밭을 지키고 있는 우리집개 포동이가 어제 덫에 걸렸다.
약을 사다가 발라 주려는데 자기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 줄 온통 소리를 지르고 야단 법썩이다.
그래도 금방 발견해서 많이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봄에 아기강아지던 포동이와 포순이 말썽도 꽤나 부리더니
지금은 의젓하니 밭을 지키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포동이가 치인 덫이다.
나도 새벽에 효소재료들을 채취하러 잘 다니는데 하마터면 큰일날뻔 하였다.
나는 옥수수를 따고 남편은 김장배추를 심기로했다.
둘이 같이 해도 되지만 해가 많이 올라오기전에 두가지 일을 다 해야하니 효율적으로 하자고 나눈것이다.
주인남자를 닮아 우리집에 작물들은 왜 그렇게 키가 큰지 모르겠다.
옥수수를 꺽을 때 그 이파리들이 날카로워 목 부분과 팔의 살을 잘 베이는데 지금 내가 뒤집어쓰고
일하는 것은 캐나다에 계신분이 그런사정을 알고 보내주신 것이다.
옷처럼 입을 수 있는데다가 아주 가벼워서 입은 것 같지도 않다.
효소재료를 채취할 때 벌 때문에 가끔 위험한데 이렇게 온통 다 뒤집어쓰니 안전하여서 얼마나 잘 쓰는지 모른다.
원래 두개를 보내 주셧는데 개밥바라기 님이 벌에 쏘이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해야 하는 사람이라
하나는 나누어 주었다.
남편이 배추모종을 심고 있는 이곳은 봄에 고구마를 심은 곳이다.
그런데 고라니녀석이 거의 100평은 이렇게 다 뜯어 먹어서 밭이 비어있게 된 것이다.
옥수수 따는 일이 조금 먼저 끝났는데 밭머리에 산초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딸지 알 수가 없다.
효소도 담아야하고 장아찌도 담아야하는데 기회가 있을 때 얼른 따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으러지기도 하고 새들이 따 먹기도하니 지금이 딱이다.
남편은 얼른 와서 도와주기를 바라는게 멀리서도 보이는데
이 기회란 놈의 특징은 자주 안 온다는 것과
왔을 때 얼른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통하니 잘 여물었다.
집에 가져와서 효소를 담았다.
산초효소는 오래 된 기침에 좋은 약이다.
그런데 산초가 독해서 기름으로 먹기는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효소를 담으면
맛도 상상을 초월하게 맛있고 몸에도 여러가지로 좋으니 올해도 효소를 담는다.
산초는 그 향이 너무도 진하여서 단독으로 하면 그렇고 이렇게 일반과일과 같이 담으면 좋다.
산초자체에서는 물이 별로 없어서 시럽을 끓인뒤 해야하는데
과일과 같이 하면 먹기도좋고 향도 좀 연해져서 음료용으로도 훌륭하다.
하는김에 양파효소도 담아 토굴에 가져다 두었다.
양파효소는 만병통치약이며 음식할 때 어떤음식에나 잘 어울리는데
누구나 담기도 편하니 한번 활용해 보시길
자세한 담는법과 양파의 효능에 대해서는 효소이야기방에다.....
지난번 세원이가 왔을때에 아이들이 오토바이에 올라가 놀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키가 어디로 가 버렸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내 발이 없는것과 마찬가지인데 이틀이나 답답해 하다가
전화로 물어보니 뭐라고 하기는 한데는데 알 수가 없다고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가장 유력한 아는이일 하진이를 좀 오라고 해서 현장검증을 시켰더니
쫄랑쫄랑 걸어 와서는
"여깃잖아 그것도 못찾아......"
자기 딴에도 꽤 답답했나보다.
약간 원망섞인 목소리와 째려보는 눈길로 키 있는 곳을 알려준다.
요기에다 요렇게 걸어 놓은것을 엉뚱한 곳만 찾아 댔으니
정말 등잔밑이 어둡다 어두워~
효소 담은 것들을 토굴에다 잘 넣어두고.
오후부터는 옥수수의 박스작업을 하였다.
이 옥수수의 박스작업이 보통일이 아니다.
밭에서 따온 옥수수는 너무 지저분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약을 전혀 안치니 더 그런편이다.
겉껍질을 일일이 벗겨내고 갯수를 세어 넣어야 하는 것이라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그래도 다행인건 요즘은 진딧물이 있는 것과 벌레가 좀 있더라도
이해를 해 주는것인데 3년전만 하더라도 벌레가 나왔다고 야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남편 아무렴이 새참을 좀 해 달라고해서 얼른 들어가 신김치국물과 된장을 좀 넣어 국수를
끓였다.
일하다가 먹는 국수는 왜 그렇게 맛있는지....
저녁초대를 받았는데 메뉴가 삼겹살이라는데 맛있는 깍뚜기 때문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
이 깍뚜기는 엄마가 담아 주셨는데 어찌나 맛나는지 들락날락 거리며 자주 집어 먹는다.
무엇을 먹어도 맛나게 먹는 남편 확실히 먹을복은 거기서 오나보다.
부지런히 택배를 마련하여 오늘의 물량을 보내고
하늘을 보니 7월 초엿새달이 거기 넘어가고 있다.
오늘이 초엿새인데 배가 저것밖에 안 불러서
어쩌려고 언제 불러서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될래~
정선의 잘 생긴 남자가 저녁을 차려 주셨는데
모닥불을 피워 솥뚜껑에 구워 먹고 800고지 깊은 산골의 밤을 만끽하였다.
그곳은 벌써 가을냄새가 진동하였다.
첫댓글 짭짭... 저두 먹을복은 ....많은디 ㅋㅋ 그나마 먹을복 때문에 저도 요렇코롬 사는가부죠????
국수 넘 맛있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