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음악
남상선/수필가
여름 날씨가 기 싸움 순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그랬던지 어지간히 사람을 괴롭혔다. 여느 때처럼 3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시간이었지만 체육관엔 운동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 걸로 보아 더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불룩한 배를 안고 헐떡거리고 앉아 있는 체육관 접수창구의 김○화 여인의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얘길 하다 보니 이 여인은 30대 중반의 신혼으로 4개월 후이면 아기 엄마가 된다고 하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운동하러 오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고, 평소 트레이너 겸 파트너가 되어 배드민턴 쳐 주시던 이용만 형님도 나오질 않으셨다. 배드민턴이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어서 준비운동으로 체조만 하고 있었더니 좀 안 돼 보였던지 임신부 그 여인은 자신이 파트너로 배드민턴을 쳐 주겠다고 했다. 말은 고마웠지만 임신 중인 몸이라 걱정이 되어 사양하였다.
그랬더니 배드민턴을 잘 치진 못해도 아기 순산에 도움 되는 운동이 될까 해서 30분만 쳐 줄 테니 집에 가지 말고 같이 치자고 했다. 처음엔 임신부 뱃속의 아기가 걱정되어 사양했지만 너무나 착한 마음씨 따뜻한 배려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고마운 뜻을 받아들였다. 체욱관 직원인 그 여인이 아녔더라면 아침 운동 못하고 그냥 집에 올 뻔했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지상의 또 다른 천사 그 여인의 보기 드문 마음씨가 나를 통째로 사로잡았다. 남을 배려하고 가려운 데를 알아 그곳을 긁어 주려하는 예비 엄마의 비단결 같은 마음씨가 요즘 같은 세상이라 그런지 더욱 돋보이게 우러러 보였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면 방부제처리라도 해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씨였다.
배부른 몸으로 헐떡거리며 배드민턴 쳐 주던 그 여인의 모습이 집에 와서도 어른거렸다. 불룩 나온 배로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던 아주머니의 부담스러웠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배부른 임신부의 모습으로 하기 어려운 운동을 해줘서였던지, 아니면 고맙게 해 준 남다른 배려심에서였던지, 그 천사의 동산만한 배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머릿속을 떠날 줄을 몰랐다.
2,3일째 머릿속에 진을 치고 있는 생각 때문에 그냥 있기가 어려웠다.
아주머니의 착한 마음씨 배려심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생각을 그냥 두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불룩한 배에 연상해서 이끌어낸 생각이 바로 임신부에 관련된 태교음악 음반이었다.
생각했던 것을 미루고 실천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 집에 오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태교음악 음반이나 CD를 취급하는 악기점을 검색했으나 별로 탐탁한 데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자문을 구하고 물어서 도마동 <가람악기>를 찾아갔다. 태교음악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그 중 제일 브랜드가치가 있다고 하는 태교음악 C D를 사가지고 왔다. 다음 날 아침 운동할 때 전해주려고 했는데 마침 이용만 형님 내외분이 아침운동 차 함께 나오셨기에 모양새가 내 한 사람 뜻으로 준비한 것을 전하는 것보다는 세 사람 뜻으로 준비한 것이 좋을 것 같아 형님한테 드리고 전달하게 했다. 생각지 못한 의외의 선물이라 그런지 김○화 임신부는 아기가 좋아할 몫까지 모두 빼앗아 두 사람 분의 몫을 혼자 다 즐기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즐거워하는 표정과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왜 그리 즐겁고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 작은 정성으로 희열이 만면한 얼굴을 보니 내가 선물을 받은 것보다 몇 배 이상 느꺼워지는 즐거움이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음지에 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록펠러 자서전에 나오는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복’은 ‘좋은 일’도 되겠지만 나는‘즐거움’으로 의미를 새기고 싶다.
인사도 못한 아가야, 엄마 뱃속에서 엄마와 같이 있는 10개월 동안 태교 음악 잘 듣고,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 엄마 아빠에게 세상 제일가는 행복감 주길 바란다.
악아, 아가야, 태교음악으로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 엄마 아빠 마음 춤추게 해드리고, 보석같이 번쩍번쩍 빛나는 천하의 영재 수재로, 혼탁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주길 바란다.
얼굴도 못 본 아가야, 태교음악 듣고 몸과 마음 모두 성숙하여, 저만 생각하는 개천의 지렁이가 되지 말고, 우리 모두를 위한 천하의 용으로 꿈틀거려 주길 바란다.
아가야, 아가야, 태교음악이 엄마 마음이 되어 7,8월 작렬하는 폭양에 물이 없어 갈증으로 애타는 한 줄기 무궁화에게도 단비가 돼 주는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태교음악 들을 아가야, 적막강산에 향기 있는 꽃이 없어, 오갈 데 없는 벌 나비에게도 천리향 만리향 풍기는 또 다른 꽃이 되어 벌 나비 신바람 나는 춤으로 살게 해 주었으면 한다.
악아, 엄마 뱃속에 있는 아가야, 태교음악이 너의 숨결이 되어, 햇볕이 그리워 몸부림치는 민초에게도 또 다른 따뜻한 햇볕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악아, 아가야,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 시린 가슴으로 사는 지구촌 가족에게도 온 누리를 다 녹일 수 있는 천하의 용광로 가슴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아내, 사위의 마누라가 임신했을 때에도 생각지 못 했던 태교음악 CD 선물이 며느리와 딸한테 왜 이리 미안해지는 것일까!
사랑하는 새아기야, 내 딸아, 우리 손주들을 위한 태교음악 선물은 못했어도, 다짐한 평생 새벽기도로 음반에 담은 천 배 만 배 마음을 하늘에 바치고 있다.
태교음악!
매일 아침 새벽 기도!
여기에 담은 소박한 늙은이의 마음을 모두 다 이루게 하소서.
첫댓글 탁월한 선물을 하셨네요~~ 엄마가 되고 보니 내 선물보다는 자식선물을 받을때가 훨씬 기분 좋고 감사하더라구요 ~
배부른 임산부의 모습이 전달됩니다. 순산해서 무럭무럭 잘 자랄거라 믿고요.
주위에는 좋은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남을 위한 민감한 배려!!
입장바꿔 생각했기에 그런 배려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폭염으로 연일 힘든데 선생님 건강 잘 챙기시고요 ^^
대견스런 일도 아닌데 찬사로 격려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기와 엄마에게 축복받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미라님 댓글 응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선생님의 센스있는 선물에 무척 감동받았을꺼 같네요♡ 저도 선생님처럼 베풀줄아는 삶을 살고 싶어요♡항상 귀한 기도로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을 모르시는 어머님들을 위해 아침마다 귀한시간 내주시는선생님을 볼때마다 제 인생의 나침반을 보고있는 듯한기분이 듭니다 ^^ 항상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김정아님 변함없는 성원 주시어 감사합니다. 우리 같이 글의 쥬인공처럼 선한 마음과 배려심으로
훈훈한 삶을 살아 보았으면 합니다. 새상 사람 모두의 삶이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김정아님 성원에 다시 한 번 느꺼운 감사를 드립니다..
아기한테 좋은 선물!
돈보다 귀하고 그 어느 것보다 귀한 선물 잘하셨습니다
고마움에 답할 줄 아는 샘의 마음도 대단하구요
더운 날씨에 이케 좋은 소식만 있으면 좋겠네요
에스윈님 말씀 한 마디에 자신감과 힘이 생깁니다. 앞으로 보다 훈훈한 글로
성원에 보은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스윈님 댓글 응원에 느꺼운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넓은 배려심과 이웃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수필이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엄시인님 관심과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보다 밝고 훈훈한
글을 써서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신한 부인에게는 더없는 좋은 선물이었겠습니다
작은 마음하나 놓치지않고 보답하는 그 마음이었지만 태교에까지 관심주는 그 마음이 좀 오버한듯하지만
서로 감동을 받았으니 영원히 기억에 남을만했겠어요. 늘 운동할 때마다 기쁜 하루 하루 보내실것 같은 보람 느끼실것 같네요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살면서 선물을 받기도 하고 주는 일도 많이 해 보았지만 이번처럼 기쁜 적은 없었습니다.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한 아가에 관련된 선물이라 그랬던가 봅니다. 앞으로도 받는 즐거움보다는
주는 즐거움으로 살고 싶습니다. ahrghk 님 관심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각박한 세상에 그냥 넘어갈 수 도 있는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배려가 더 숭고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색종이님 감사합니다.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제가 염치가 없군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는 우리의 삶이 우리 모두의 최대공약수가
됐으면 합니다. 색종이님 찬사의 응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하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근디, 임산부랑 함께 운동하시며 노심초사 하셨을 것 같네요.
고마운 상대방을 위한 기발한 선물이 감동입니다.
손녀 때 생각 못하신 선물 속에서 그 아기가 정서적 안정감과 따뜻함으로 잘 자라고 있을 것 같아 흐뭇합니다.
역시 남 작가님은 아름다운 한국의 선도자이십니다.🙇
높들꽃님의 댓글과 삽화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알 것 같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니다.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라
며느리와 딸 임신때 하지 못한 테교음악 선물을 타인에게 해놓고 많은 것을 깨달았으며 느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혜안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높들꽃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로 따뜻한 마음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클래식은 지루한 장르로 치부하며 가까이 하지도 않았어요. 제개도 꽤 오래 전으로 지난 추억인데요~ 집사람과 한 달에 한 번씩 산부인과로 검진을 받으러 가는 차 안에서는 언젠가 부터 클래식 음악 채널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배워서도 아닌데 아주 이상하지요? 요즘에도 여유로운 주말이 되면 감사한 마음으로 좀 더 휴일을 즐겨보고자 평소 보다 더 일찍 일어나 클래식 음악 채널을 틀어 놓고 모닝커피라는 것을 일부러 마셔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 삶은 꽤 많은 변화가 지금껏 일어났었고 앞으로도 매 순간을 행복하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태교음악에 그것이 또 임신부의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기대치 이상으로 전달 승화되어 이 세상의 또 다른 빛과 소금이 되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헌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