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그에게 너무 많은 재능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너무 빨리 그를 데려갔다. 그의 본명(김해경)은 지인의 아내 이름과 내 친구와 야당의 수장 아내의 이름과 남편 친구 아내의 이름과도 아주 비슷하다. 같지는 않다. 이상적인 남자, 이상한 시인, 이상의 이상한 시들을 하루 종일 베끼고 또 베꼈다. 난 하수다. 고수는 훔친다. 늦깎이 여대생의 달달한 여름 방학이 끝났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책 읽고 글 쓰다 허리가 박살 났다. 디스크라는 애칭의 추간판 탈출증(椎間板脫出症, Spinal disc herniation)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는 후회되고 현실은 힘들고 미래는 두렵다. 고기를 연하게 만들기 위해 침이 달린 기기로 문지르는듯한 통증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날카로운 칼날이 고기의 결을 끊어버린다. 영혼의 근육이 찢어지고 너덜거렸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신이 나를 유연하게 하려고 단련 중인가 보다. "잘 지내느냐?"는 말이 가장 싫다. 이번 생은 틀렸다. 지인들의 배려를 가장한 친절도 화난다. 물론 내 탓이다. 조울증, 우울증 약으로 지금은 심장을 고기 재듯이 재워두었다. 하루 종일 날뛴다. 밧세바와 다윗을 너무 늦은 인연으로 불륜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만든, 마지막 잔은 언제나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준비해야겠다.
나는 미래의 미래의 미래의 나를 잃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영원을 도난당했는지도 모른다. 절망은 노망이 오기도 전에 뇌를 장악했다. 네가 죽으면 네 세상이 끝나는 것이고 내가 죽으면 내 세상이 끝나는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천국의 계단을 밟으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 단조도 있을까? 지옥의 계단은 검은 건반뿐일까? 사뿐히 즈려 밟아본다.
거룩한 세종을 만나러 간다. 월인천강지곡을 들었다. 천 개의 강과 천 개의 달이 떴다 사라진다. 왕의 여자는 죽어서도 위로를 받는다. 그녀의 복을 훔쳐 오고 싶다. 이제 더 이상의 위로나 애도는 나에겐 없을 것이다, 내 미래를 누군가가 훔쳐 갔다. 줬다 다시 뺏었다. 내 비극이 누군가에게 위안 일 것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다.
오늘, 사치를 부렸다. 생애 처음으로 선풍기를 2단으로 켰다. 에어컨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땀구멍 하나하나에 피가 흐른다. 식당이나 외부에서 종이컵이 아까워서 물은 거의 안 마신다. 일회용품은 일 년에 12개도 안 쓴다. 혹시 쓰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쓴다. 골프장에서 종이컵 하나로 5년을 버텼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용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무신을 향한 유일한 애교이다. 음식도 하루 두 번, 죽지 않을 만큼만 먹는다. 맛집이나 OO빵은 먼나라 이야기이다. 대지의 신에게 잘 보이고 싶다. 신이 나 좀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 평생을 이렇게 구차하게 살았다.
불황은 또 올 것이다. 전염병도 그럴 것이다. 모든 게 돌고도는 허상이다. 지난 고통의 기록을 진하게 남길 것이다. 추운 겨울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보약을 달이는 자처럼 부채를 들고 터지고 갈라진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탕약을 끓일 것이다. 인생은 원래 슬픈 각본이다. 신의 의도이다. 수백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디선가 또 다른 슬픈 내가 환생해 낡은 서점에서 나의 글을 읽고 진득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모른다. 난 아무것도! 언제 내가 삶에 진심이었던가!
방송통신대 형성평가 날마다 3개씩 듣기
금주! NO 스팸 NO 새우깡 NO 술 NO .NO. 컵라면 ....
정신과 약은 그냥 얼마 남지 않기를 바라는 평생 함께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를 재본다.
소설(하찮은 이야기, 소설의 정의)이라 비웃었던 기록물 남기기
그냥 쓰고 또 쓴다. 쓰디쓴 삶을!
나를 위한 치유의 글, 이 글을 읽는 내내, 당신도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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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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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쾌할함을 잃어버린 내 자아를 찾아서!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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