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원(원장 도영)이 2월 17일 발간한 <불자 수행프로그램 현황 조사 보고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불교 수행처와 수행프로그램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참선, 간경ㆍ독경, 염불, 주력, 절, 사경, 위빠사나 등 전통 수행법은 물론 선무도, 동사섭, 사불,
명상아카데미, 아봐타 등 근래에 보급되고 있는 수행법을 포함한 12개 수행법, 52개 수행처에 대한
현황을 정리한 이 보고서는 불교 수행프로그램 연구의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수행프로그램의 완성도나 지도 지침, 체계가 미비한 곳이 많았고,
특히 조계종의 공식 수행법인 간화선 수행처의 경우 전통적인 <조사어록> 강의와 법문 외에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지침을 만들어 지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몇 곳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려웠다.
■설법과 문답 지도점검하는 선원 늘어
그러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과 법문, 지도지침을 통해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시도해서
예외적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선원과 단체도 있어 선 수행의 대중화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도심선원으로 잘 알려진 안국선원과 용화선원, 금강선원이다.
도심선원의 전형으로 조명받고 있는 서울 및 부산 안국선원(선원장 수불)은 종교를 믿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시킨 후, 선원장 수불 스님으로부터 활구 화두를 받아 1주일 용맹정진한 후
개별적인 점검을 받는다.
이후 공부가 무르익으면 ‘좋은 인연’의 정신을 화두삼아 일상생활 속에서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한다.
인천 용화선원(선원장 송담)은 당대의 선지식인 전강 스님의 제자인 송담 스님의 지도아래
정통 활구선을 닦고 있다.
재가선원은 보살선원과 시민선원 두 곳을 운영할 정도로 참여열기가 높으며,
송담 스님이 직접 한 달에 한번 정기 법문을 통해 정진을 독려하는 전통 선원이다.
서울 금강선원(선원장 혜거)은 조사선 수행을 원칙으로 하되, 입문자들을 위해 여래선 수행의
장점도 도입해 실참을 가미하고 결국 조사선으로 회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염불, 참선, 주력, 사경 등이 실로 하나의 도리인 점을 강조하고 경전 공부, 참선, 금강경 사경,
백일기도 등을 두루 행한다.
조사선의 전통 수행법인 법문과 문답을 강조하는 단체는 원명선원과 무심선원, 보림선원이다.
20여년전부터 삼매체험 선수련회를 열고 있는 제주 원명선원(회주 대효)은 조사선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문답식 수행법을 지도한다.
좌선위주의 간화선을 강조하지 않고 ‘법문 듣기’와 문답을 통한 참구방법을 사용한다.
업장과 지혜의 유무에 관계없이 곧바로 자기 마음을 보고, 깨달음의 본래 그 자리를 이해하여
그 자리에서 생활과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선 수행법이다.
재가 수행단체로 이름 높은 부산 무심선원(선원장 김태완)은 ‘법문’을 매우 중요시한다.
일대일 입실지도, 소참법문, 대중법문이 중요한 공부형식이며 작위적인 공부를 반대하는
‘무위법(無爲法)’을 강조한다.
의심나는 점은 언제든지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점검해주는 지도점검이 친절하다.
백봉 김기추 거사의 제자들이 공부하는 서울 보림선원(주지 묵산)은 거사풍(居士風)의 설법과 좌선이
주요 공부법이다.
재가자들이 24시간 공부할 수 있는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무상법신이 유상색신을 굴린다’는 등
새로운 화두라는 의미의 ‘새말귀’를 제시한다.
■참선 이외 수행법도 체계화 필요
간화선에 대한 ‘보조 수행(助道行)’의 개념으로 조사된 여타 수행법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지도 지침, 체계가 미비한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염불, 주력, 사경, 절 등은 아직 기복적인 요소가 많아 불교교리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수행법의 특징과 수행처 현황은 이러하다.
△간경 및 독경은 기본 수행
간경 및 독경은 수행의 지침이며 기본이다.
경전을 수지독송함으로써 부처님의 근본 뜻이 마음 속에 드러나 , 그 마음을 밝히면
바로 깨닫게 되는 것을 피경조심(披經照心)이라 한다.
단순히 암송이 아닌 경전에 대한 이해를 필수로 한다.
각 단위 사찰이나 교양대학, 강원을 비롯한 승가교육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 간경단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광주 자비신행회, 금강경독송회, 서울 보림회 등이 대표적이다.
△염불은 쉽고 친숙한 수행
아미타불을 원불(願佛)로 모시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해 삶에서는 안심입명을 얻고
사후에는 극락왕생을 성취하기 위한 수행이다.
정토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가 곧 극락임을 체득하기 위해
염불로 정진한다.
지난 해 입적한 청화 스님은
염불하면서 자신을 회광반조하는 염불선을 제창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삼국시대부터 가장 친숙한 수행법의 하나로 현재 제6차 만일염불결사회가 결성돼 건봉사,
동산반야회, 정토사 등의 사찰이나 신행단체가 적극적인 염불수행운동을 벌이고 있다.
△업장소멸과 지혜얻는 주력
천수다라니를 10만번 염송함으로써 지혜의 눈을 열고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 대표적인 주력수행.
능엄주, 아비라 법신진언 기도 역시 이런 목적 이외에 산란한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부처님의 가피력을 생활 속에서 느끼는 기초수행이며 광주 자비신행회, 경기도 하남 정심사,
경기도 광주 우리절 등 대부분의 사찰에서 행해진다.
△심신 단련과 인욕수행의 절
업장참회, 심신의 단련, 인욕력 및 삼매력의 증진을 가져오는 절 수행은 여타의 수행법보다
쉽게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양평 법왕정사는 호흡법을 가미한 차별화된 수행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다.
실수(實修)를 통해 삼매력을 보다 빠르게 증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절을 가르치며
신체적인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행법도 강의된다.
도선사, 봉은사, 부산 감로사, 마산 금강정토사, 통도사 부산포교원 등이 대표적인 수행처다.
△사경은 전법의 주요 방편
경전을 필사하는 것으로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주요 수단이자 신심과 집중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행해졌다.
최근 현대인의 수행법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나 전문가 부재로 아직 이렇다 할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사경연구회, 직지사 사경원, 능인선원 사경원, 구룡사 불교문화센터, 삼광사, 사천왕사 등에서
정기적인 사경을 하고 있다.
△떠오르는 남방 수행법, 위빠사나
몸, 느낌, 마음, 대상에 대한 마음챙김(sati)을 통해 무상, 고, 무아를 체득함으로써
괴로움의 소멸인 열반을 이루려는 수행이다.
1980 년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꾸준하게 전래되고 있는 남방의 수행법으로
크게 마하시와 고엔카 계통이 있다.
초기불교 가르침에 따라 좌선과 행선을 함께 수행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과 느낌에 대한 관찰도 중시한다.
주기적인 법문과 면담으로 수행의 효과를 한층 높여준다.
서울 보리수선원, 남양주 봉인사, 천안 호두마을, 김해 다보선원 등이 대표적인 수행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