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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 코트 차림에 검은 장갑과 스키 마스크로 복면을 한 `총잡이' 2~3명이
모교인 컬럼바인 고등학교에 들어선 것은 20일 오전 11시15분이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점심을 먹으러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떨리는 `공포영화'와 같은 비극적 상황은 두 명의 총잡이들이 식당과 도서관에서
총을 난사하면서 시작했다.
사제폭탄도 투척됐다.
발사된 총알의 `표적'은 다름아닌 `소수민족'과 `운동선수'들이었다.
범인들은 킥킥 웃으면서 책상 아래로 숨는 학생들에게도 총부리를 들이댔다.
“우리들과 우리 친구들을 무시한 X들을 모두 죽여버릴 테다.”
총소리와 비명소리, 킥킥거리는 소리, 침묵 그리고 또 총소리.
이들의 인간사냥은 30분동안 계속됐고, 도서관은 유혈이 낭자한 생지옥으로 변했다.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밀러 화학선생이 기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밀러 선생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침착하게 강당으로 대피시킴으로써,
이들이 도서관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되는 비극을 막았다.
중무장 경찰특공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총기 난사가 일어난지 약 한 시간 뒤였다.
특공대는 범인들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사격이 시작됐다.
텔레비전 카메라맨들이 나타났다.
상황은 전국에 방송되기 시작했다.
희생자들은 두 개의 인근 병원에 보내졌다.
총기발사로 중상을 입은 5명은 덴버에 있는 스웨덴 의학센터로 운반됐다.
인근 클레멘트 공원 병원은 희생자들의 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아들과 딸을 찾아 헤매다녔다. 학생들이 바깥에 서서 흐느껴 울었다.
경찰 헬기가 하늘을 빙빙 선회했으며, 수백명의 경찰이 학교를 수색했다.
오후 1시께 경찰 진압팀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들은 아직 총잡이들의 생존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건물 내에 살아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20명의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놀란 학생들은 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경찰에 의해 인도돼 나왔다.
1시30분께 무장차량이 학교 현관에 나타나 호위에 나섰다.
또 다른 수십명의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갔다.
2시께 검은 색 코트가 아닌 검은 옷을 입은 3명의 젊은이들이 학교 근처 들판에서
무장경찰에 붙잡혔다.
수갑을 찬 이 세명은 뒤에 총잡이들의 친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명의 용의자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4시께 경찰은 도서관에서 숨진 2명의 용의자들을 발견했다.
상처로 봐서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분명했다.
이 두 용의자는 `중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용의자중 한 명은 반자동 화기 등 수많은 총기류와 방화장비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비디오 수업시간에 그들의 총을 소재로 한 비디오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의 집에서도 폭탄이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자 수를 처음엔 25명으로 집계했다가 15~16명으로 낮췄다.
용의자들이 학교에 폭탄을 여러 곳에 설치해 놓아 사망자 수의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부상자 가운데 7명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미국 교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히틀러의 생일을 택해 난사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미루어 극우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한겨레/4/22/99 -
* 학교 총기난사사건 배경
- 온 미국이 경악했다.
모든 텔레비전 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한채 21일 오후 내내 콜로라도주 덴버 근교의
리틀턴(인구 6만5천명)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공포의 현장을
방영했다.
현장소식을 전하던 기자들은 공포영화의 장면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사건이 특히 충격을 준 것은 사상자의 숫자가 엄청난 데다 잇따른 7건의
학교내 총격 사건 뒤 또다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이라는 점, 게다가 범인인 두 명의
18살짜리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친구들을 쏘아 죽이면서 낄낄 웃었는가 하면
흑인과 남미계 등 소수민족계 학생들과 학교에서 인기있는 운동선수들을
골라서 죽였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들은 사망 25명, 부상 21명이다.
2년동안 발생한 학교총격 사건의 사망자가 모두 합쳐 14명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날의 사고가 얼마나 끔찍한 대형사고인지를 알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사건발생 뒤 연방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왜, 어떻게 이런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며 “어쩌면 그 정확한
원인은 영원히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범인들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건발생 뒤 많은 전문가들은 총기입수가 너무나 손쉬운 미국의 사회여건,
폭력심리를 부추기는 저질 텔레비전 토크쇼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 폭력적 언어가
난무하는 랩 음악 등 천박한 대중문화, 따뜻한 사랑이 결여된 가족관계,
그리고 민병대와 백인 우월주의 등 극우적 급진파들의 극단적 혐오감정 확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총기문제는 대형 총기사고가 터질 때마다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어느 나라건 사춘기 시절에 엄청난 좌절과 절망, 소외감에 시달려
충동적인 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은 높은 법인데, 유독 미국에서 마구잡이 총격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총기와 폭발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국적
여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 가운데 20%가 총과 칼 등 무기를 소지한 채
등교한 경험이 있으며, 10%는 총기를 소지한 채 등교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 등 대도시의 고등학교에는 아예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어,
이를 통과해야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정과 학교, 지역공동체가 이번에 사건을 저지른 범인과
같은 문제아들에 대한 공동대응을 하지 못함으로써 이런 끔찍한 대형사고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온갖 진단에도 불구하고 총기소지가 너무나 쉬운 미국사회에서
또다른 대형 총기사고를 막을 길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 학교 폭력
지난 20일(4/99)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고교생 2명의
총기난사 사건은 세계를 경악시킨 공포의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백주에 자동소총과 사제폭탄으로 15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20여명을 부상케 한
이 극악한 범죄는 바다 건너 남의 일만으로만 여길 수 없는 세기말적인 병리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의 범행동기가 원한이나 치정 등 구체성을 띤게 아니라 종잡을
수 없고 즉흥적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93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0건의 학교 총기사건을 분석해보면 연령층이 11세까지
낮아지고, 살해대상도 학생 교사 부모 등 무차별인데다, 동기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등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번 범인들은 죽음, 폭력, 종말론을 숭배했으며 히틀러와 전쟁에 열광했고,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멸시하는 '백인 우월주의자' 행세를 해왔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을뿐, 그것이 무고한 인명을 미치광이처럼 살상한
동기의 전부라고는 단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10대들이 저지르는 미국 학교 총기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쉽게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미국의 총기문화가 직접적인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광인 범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폭탄제조 법을 익혀 사제폭탄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문제를 총으로 해결하는 영화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영향도 10대들을
도덕적 불감증과 인명경시 풍조에 빠지게 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10대 총기난동 사건이 부유한 중산층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을 드러낸다.
풍요속의 10대들은 '삶에 대한 공허감'을 느끼고 있으며,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군중속의 소외감' 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미국식 '열린 교육'의 실패가 학교를 전쟁터, 학생들을 아류 테러리스트로
만들 만큼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시켰 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무감각이 낳은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도 따끔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이런 점에서 예외지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학교폭력과 왕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을 둘러싼 유해환경
또한 10대들의 가치관을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우리는 총기소지를 엄격히 규제해 왔으나 최근 러시아 등을 통해 저격용 소총류가 대량 밀반입되고 있는 추세여서 안심할 수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총기류 단속 강화와 함께 청소년들의 교육 문화환경을
되짚 어 봐야 하겠다. -4/22/99/동아 -
*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다
올 한해 3만여명의 교사가 교단을 떠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초.중등교사 25만6천여명의 12%에 가까운 숫자다.
이중엔 교원정년단축에 따른 불가피한 퇴직자도 있다.
불안한 공무원연금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앞당겨 퇴직하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해야 할 상황은 명퇴 교사의 산술적 급증에만 있지 않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교직헌신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환멸과 좌절밖에 없다는
교사들의 집단체념이 '명퇴 러시' 를 몰고온 근본 요인이 아닌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7일까지 접수될 명퇴 신청자는 62세 미만 교사가 1만2천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년단축에 따른 퇴직자 9천명, 이미 지난 2월에 퇴직한 9천3백여명을
합치면 3만여명이 된다.
이중 62세 미만의 순수 명퇴지원자의 80%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점에 깊이 유의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3천1백여 신청자 중 2천여명이 초등교사다.
왜 유독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를 집단적으로 떠나는가.
첫째 이유가 근무여건이 아직도 열악하다는 점에 있다.
잡무와 격무에서 조금도 해방되지 않은 채 전근대적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당 수업시간이 32시간 남짓이다.
하루 5시간 이상의 수업을 맡고 교사 평균 73건의 잡무를 처리해야 한다.
중등학교의 경우 주당 평균 24시간 수업에 44.9건의 잡무를 처리하니 상대적으로도 초등교사의 짐은 너무 무겁다.
이런 격무와 잡무에 시달리며 교사의 긍지와 헌신을 각오한다 해도 돌아오는 것은 촌지나 체벌문제에 따른 사회의 냉대뿐이다.
심지어 파렴치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교사의 자존심과 긍지를 세울 아무런 장치가 없다.
50대 교사들이 영어와 컴퓨터를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고령교사 기피현상까지 있다.
차라리 이럴 바엔 차제에 학교를 떠나자는 게 일반적 정서로 자리잡는 것이다.
특히 40, 50대 중견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학교를 떠날 경우 빈 자리를 메울 대안이 없다.
교육대학 졸업자의 대부분이 졸업과 함께 취업이 되니 대기자가 없다.
중등교사의 학과전담교사 대체로 메운다지만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제대로 될지도 걱정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정부의 교육개혁이 교사들을 짧은 기간에 너무 흔들어 놓은 탓도 있다.
교사가 개혁의 주체인 데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았으니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과도기 혼란으로 치부하지 말고 초등교사의 짐을 덜어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사로서 헌신할 수 있는 자긍심을 제도적으로 심어줘야 한다.
잘못된 초등교원 수급체제도 고쳐야 한다.
일반대학의 교육대 편입을 장려하고 강화된 경쟁교육으로 초등교원의
질적 향상도 도모해야 한다.
초등교육의 현장을 교사 스스로 기피하는 3D업종으로 방치한 채
교육개혁을 외칠 수는 없지 않은가. - 99/4/14/중앙 -
* 여성차별 논란
"교단 여성화 방지"-"남녀평등 위반" 맞서. 올해 청주교대는 95년부터
폐지했던 신입생 성별 모집 제한 비율을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교육대학들이 따르고 있는 '한쪽성'이 전체의 70∼75%를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4년만에 다시 부활시킨 것.
학교측은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탈락하는
여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규정을 없앴었다. 하지만 여학생
비율이 계속 늘어나 전체의 95%를 넘으면서 교수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초등학교들이 '남자 교사를 달라'고 하고, 교사 임용권 을
가진 시·도 교육청이 '교단의 여성화'를 우려한다. 우리로서도
모르는척 할순 없지 않은가"….
결국 교수회의 투표를 거쳐 올해부터 '여성 할당량 75%'를 다시
도입했다.
99년 전체 신입생 351명중 남자는 88명, 여자는 263명. 전체에 서
차지하는 여학생 비율은 75%로 97년(남자 12·여자 339) 96.6%,
98년(남자 26·여자 333) 92.8%에 비해 예상한대로 훨씬 낮아졌다.
현재 공주교대를 제외한 전국 10개 교육대학들은 신입생 선발 에
여성이 몇 % 이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쿼터제'를
따르고 있다. 이같은 관행은 교사들의 성비 분포를 어느 정도
고르게 한다는 취지에서 83년 처음 나왔다. 당시 교육부는 '특정성을
가진 교사가 초등학생 교육을 좌지우지해선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대학 신입생 모집에 남녀 비율을 3:7정도는 유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권장 사항으로 내세웠다. 말이 특정 성이지, '교 단의
여성화'를 지적한 말이다. 그뒤 대부분의 교육대학들은 성비
할당제를 '학칙'처럼 적용해왔다.
교대 입학 때는 물론, 재학 중이나 교원임용시험 합격률에서도
여성이 단연 앞선다. 초등학교 교사란 직업이 '여성에겐 좋고, 남
성에겐 안 좋은' 것으로 인식되서인지 똑똑한 여학생들은 계속 교대문을
두드렸다. 때문에 남녀 교사간 숫적 차이는 할당제 도입 후에도
계속 크게 벌어져, 전체 합격자가 60∼70명인 지방에는 합격자중
남자가 한두명 밖에 안되는 곳까지 나왔다.
청주교대를 비롯해 "지원 비율이 높은 여자 수험생들이 성적에
관계없이 불이익 당해선 안된다"며 할당제를 없애는 대학들도
나왔지만, 다시 적용하려는 분위기이다. 전주교대는 이미 성비 제한을
두기로 했고, 마지막 남은 공주교대도 교수 회의를 통해 재도
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자교육대학'도 아닌데 자꾸
여학생들만 들어와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학교들 얘기다.
98년 9월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서울시내 전체 초등교사
2만1456명 중 남자는 22%(4711명), 여자는 78%(1만6745명)를 차지
한다. 물론 할당제를 통해, 여교사 비율을 많이 낯춘 결과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성비를 제한하는 이유로, 초등학생들이 여 성
교사들만 접하면 성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여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든다. 특정 성별에 의해 교육이 치우치면 안된
다는 논리로, 남녀 중 한쪽 성에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각 교육대학의 신입생 입시 요강에도 '어느 한쪽 성'이라 고만
나와 있지, 그 성이 '여성'이라는 언급은 없다. '초등학교 현장
학습지도상 초등교사의 성별 분포를 고르게 하기 위하여 특 차 모집
및 정시 모집 지원자의 합격자 사정에 있어서 남녀 어느 한쪽 성이
모집 정원의 75%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신입생 을
선발한다….'(서울교대 99년 입시요강 중).
하지만 교대에 여성들이 대거 몰린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여학
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선 "초등학교 교 사
대부분이 여성인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같은 조항은 없다"며
법적으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석연 변호사는 "권장 사항이더라도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면,
남녀평등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하는 사항으로 볼 수 있다"
며 "여교사 증가로 나타나는 폐해가 교육받을 권리 같은 기본권까
지 제한해가면서 규제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르칠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
'여학생 쿼터제'에는 교육적 측면과 함께, 초등학교 운영상 문 제도
얽혀있다. 초등학교들은 여교사들이 많아지면서 운동회나 야 영
같은 학교 행사를 벌일 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돌발사태 처리, 교외 생활지도 외에 올해부터
없어진다는 교사들의 '숙직' 문제에서도 여교사는 늘 껄끄러운 존재였다.
서울시교육청 초등학교 담당인 한 장학사는 "학교 경영상 남자 교사가
이롭다고들 생각해서 그렇지, 사실 능력 면에서 여교사들이 나은 건
사람들도 안다"며 "여교사들은 학교보다는 가정을 우선한다고 보는
시각도 깔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대측으로도 할당제가 반길 것만은 아니다. 성적이 낮은데도
'남자라는 이유로' 입학한 남학생들이, 교사 임용고시에 줄줄이
탈락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라는 것. 서울교대는 이 때문에 "성비
제한으로 인한 남녀간 성적 차이가 입시 총점의 5%를 넘지 않도록
한다", "특차에는 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부가 사항을 두 고
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박성민 사무관은 "성비 할당제 외에 여
성채용 목표제처럼 남성채용 목표제를 둘 수도 있다"며 "그래도
최근 점수가 높은 남학생들이 교대에 많이 입학하는 분위기라 다
행"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93년부터 병역의무자에게 가산 점수를
주는외에 또다른 '남자 교사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반발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업에서
남성들이 숫적으로 우세하고, 이 분야가 여성들에게 선호되는데
여기에서조차 남성들이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니냐", "'선생은 여 자
직업으로는 괜찮다'면서 근무 조건을 개선해주지는 않고, 남녀
성별에 제한 둔다는 게 말이 되냐"….
"권장 사항이라고 하지만 교칙이나 다름 없어요. '균형있는 교 육을
위해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고득점을
받아놓고도 탈락하는 여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영 불편합 니다.".
입시관리위원으로 면접에 들어갔다는 모 교대 남자 교수의 말 이다.
- 여교사에 배우면 여성화?
교육-심리학자들 "심각하지 않다"
과연 여교사에게 배운 아이들은 여성화될까.
교대 입학생 모집에 '여성 할당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이 가
어릴수록 한쪽 성을 가진 교사만 접하면 제대로 된 성 역할을
배우지 못하고 여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대부분의 교육
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는 말 못한
다"면서도 "제도로 묶어놓아야 할만큼 절대적이진 않다"고 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또래집단·선후배·부모 등 타
인들중 일부로, 24시간 여교사와 지내는 게 아닌 다음에야 심각하
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 소아청소년 전문 정신과의사 소은희
씨는 "교사 뿐 아니라 아버지와 친척, 또래 친구들을 통해 남성을
접할 기회가 많을 뿐 아니라, 학교 밖 다양한 경험이 정체성 형성 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97년 '초등교원 남녀 성비 불균형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세 미나를
연 이화여대 이성은 교수(초등교육학과)는 "가부장적 논리 를
합리화시키려는 이런 제도는, 여학생들은 물론 교사를 지망하 는
남학생들까지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서 "수업 지도에 는
여교사가, 체육 같은 생활 지도에는 남교사가 나은 것으로 설 문
조사결과 나왔다"고 했다.
아동 교육전문가들은 '균형잡힌 교육'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도
한다. 연세대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장인 이영 교수(아동학과) 는
"여교사가 많아지면 아이들이 여성의 역할 모델에 많이 노출되 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별은 물론, 전공이 다른 교사를 접하도록
교과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교사 여성화=학생들의 여성화'라는 시각도 있다. '조직 의
여성화에 따른 남학생의 행동특성 비교'라는 교육학 전공자의 한
논문에는
"여교사담임 집단은 문학·미술·음악적 흥미를 많이 보였고,
남교사 담임 집단은 실업·정치·물상적 흥미를 많이 보여 여교사특성이
남학생들에게 무의도적으로 전달돼 여성화시킨다"
고 돼 있다.
"접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 연한
게 아니냐"며 "이를 '여성 할당제' 논리 근거로 삼는 것은, 어찌 보면
여성화를 남성화되는 것에 비해 열등하다고 보는 데서 나온
것같다"는 지적도 많았다.
- 교육대학 정원과 여성 할당량 서울 440 75%, 부산 360 75%,
대구 520 70%, 인천 560 65%, 광주 360 75%, 춘천 400 75%,
청주 350 75%, 공주 470·전주 300 75%, 진주 405 75%,
제주 120 75%. (자료·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 /3/19/99/chosun -
* 고등학교를 없애라
21세기에 맞이하게 될 사회의 모습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제퍼슨의 아이들:교육과 미국문화의 희망’이라는 책을 펴낸
레온 보트슈타인 미국 바드(Bard)대학 학장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그는 고등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쓸모 없는 간이역에 불과하므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틀을 갖춘 고등학교라는 제도가 21세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존폐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청소년은 과거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좀더 빨리 사회 생활에 적응하게 하고
독립시킬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창의력과 활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고등학교라는 울타리에
가두지 말고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여건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또한 통상 16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기존의 교육제도는 급변하는
미래의 환경 변화와 조화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된다.
‘속도(speed)’가 중시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인간이 습득하고 활용하는 지식의 내용도 시시각각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명이 짧은 지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체득하는 것은 의미가 반감된다.
마지막으로 학력(學歷) 파괴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이다.
학력보다 실력이 개인의 능력을 판가름하기 시작했다.
세계 컴퓨터 업계를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하고 19세에
마이크로 소프트(MS)사를 설립했다.
최근 세계 인터넷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손 마사요시(孫正義)는
고등학교 1년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2주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버렸다.
- 정신-육체 성장속도 빨라
그 뿐만 아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지(誌)는 자체 선정 4백대 기업인 가운데 고졸 혹은
대학 중퇴자가 15%에 해당하는 58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교육을 받았다고 성공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고등학교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 자체의 중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의 틀을 요구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앞으로 지식이 개인의 경쟁력의 원천이고,
교육은 지식의 습득과 활용 능력을 배양시켜 주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이 갖는 중요성과 변화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교육 실상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현실적으로는 교육부문에 대한 공적인 투자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 규모는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공교육비 지출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다른 한편, 교육 목표가 지적 역량의 배양보다는 진학과 이를 통한 학력 취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개인적인 학습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교육과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과제를 일일이 나열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변화의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교육 부문에 대한 공적 투자의 증대가 필수적이다. 공교육비 지출을 늘려 교육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이분화되어 있는 공교육과 사교육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 학력파괴는 보편화 현상
둘째, 정규교육 이수기간을 근본적으로 조정, 단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사회와의 교감이나 상호작용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만으로는 다양한 숙련과 지식을 습득하기가 어렵다. 또한 장기간 교육을 받음으로 인해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를 놓쳐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급변하는 지식을 원활히 습득할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다. 사회 생활과 교육 영역간 지식 교류와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고, 지식의 재충전을 위한 2차적 교육 욕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을 염두에 둔 계획(百年之大計)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래의 환경이 급속하게 변한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백년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교육제도의 유연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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