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항 ‘마음청정 국토청정’에서는, 불국토와 불국토에 사는 사람들의 진선진미(盡善盡美)한 모습을 독송하게 된다. 제3항에서 깨달음과 무차별의 공동체를 말씀하였기에, 이제 남은 법화(法話)는 이 공동체의 아름답디 아름다운 모습에 관한 묘사만 있으면 되리라. 실로 마음청정 국토청정[心淨 國土淨]에 관한 법화인 것이다. 마음청정 국토청정은 <유마경> 불국품에 나오는 말씀이다.
장자의 아들 보적의 질문이 참으로 신선하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이는 이미 선지식이리라.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킴 – 불국토의 청정 – 보살이 정토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수행’의 질문구성이 진정 원만하다. 그러니 세존의 답변 또한 천하의 명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세존이시여, 우리 오백 명 장자의 아들은 모두가 이미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 불국토의 청정을 듣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이 정토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수행에 대해 설해주십시오(유마경 불국품 ; 불교성전 4-3).”
“보적이여, 중생의 국토가 보살의 불국토다(衆生之類是菩薩佛土). 왜냐하면 보살은 교화할 중생을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고, 중생이 마음을 조복하는 것에 따라 불국토를 취하기 때문이다. (…) 왜냐하면 보살이 정토를 취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만약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 그의 마음이 맑음에 따라서 불국토도 곧 맑아지기 때문이다(當淨其心 隨其心淨 則佛土淨, 유마경 불국품 ; 불교성전 4-3).”
‘심정 불토정’의 결론 앞에는 ‘3심(직심, 심심, 보리심) - 6바라밀 – 4무량심 – 4섭법 – 방편 – 37도품 – 회향심 – 8난을 없애는 설법(說除八難) - 계행을 지키고 나무라지 않음(戒行不譏) - 10선’의 순으로 보살의 수행이 설해지고 있다. 유마경은 재가수행의 지침이기도 하지만, 그 문미(文味)가 고아하여 불교문학서의 백미라 할 만하다.
수행의 관건은 ‘마음’이다. 하여 불교성전은 “생각을 쉬고 헤아림을 잊어버면 마음이 그대로 부처”라는 <전심법요>의 마음법문, “9 곱하기 9는 원래 81임을 아는 것이 마음부처”라는 <백운어록>의 마음법문을 들려주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80화엄경 야마궁중게찬품)’를 체득한 원효의 일화(종경록)도 빠뜨리지 않으며, 이어서 ‘마음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나옹선사의 법어까지 전한다. 선사는 ‘마음’과 ‘생각’을 구별하고, 마음을 ‘옛 거울’과 ‘본래 가진 물건’에 비유하여 설득력을 높여 준다.
“무엇을 마음이라 하는가? 마음은 여러분 모두에게 있는 것이며, ‘자기’라 부르기도 하고, ‘주인공’이라 부르기도 한다. 언제나 이것에게 부려지고, 어디서나 이것의 계획을 따르는 것이다. (…) 한 ‘생각’도 생기기 전이나 한결같이 참되어 망념이 없을 때는 물들거나 더러움이 없다. 마치 ‘옛 거울’의 빛처럼 깨끗하고 움직임 없는 맑고 고요한 물처럼 밝아서, 호인(胡人)이 오면 호인이 나타나고, 한인(漢人)이 오면 한인이 나타난다. (…) 이것은 모든 부처와 조사의 경계이며, 또 여러분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써도 써도 다하지 않는 ‘본래 가진 물건’이다(나옹록 ; 불교성전 4-3).”
또한 마음은 불성과 법성으로 연결되어 이해된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불성이다. (…) 이른바 형상 없는 물건 이것이 모든 부처의 법인(法印)이며, 또한 그대의 본래 마음이다(수심결 ; 불교성전 4-3)”고 하였으며, “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있지 않고, 모든 법은 부동하여 본래로 고요하네. (…) 처음 발심하는 때가 깨달음을 이룬 때며, 생사고와 열반락이 항상 서로 함께하네(법성게 ; 불교성전 4-3)”고 하였다.
필경 마음이 청정한 이들이 모여 사는 청정한 국토의 극미(極美)는 극락세계로 표현된다. <불교성전>은 <아미타경>에서 설하는 극락세계의 모습을 시설(示說)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여기에서 서쪽으로 십만 억의 불국토를 지나면 극락이라는 세계가 있느니라. 그 국토에 아미타부처님이 계시면서 지금도 법을 설하고 계시느니라. 사리불이여, 저 국토의 이름을 왜 ‘극락’이라고 하는가 하면, 그 국토의 중생들에겐 아무런 고통이 없고 다만 온갖 즐거움만 누리므로 극락이라 하느니라(其國衆生無有衆苦 但受諸樂 故名極樂, 아미타경 1 ; 불교성전 4-3)”고 설하신 내용이다. 마음을 청정히 하여 왕생극락하는 것이 불자의 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