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치 판단이 유산을 만든다
성수동과 청계천이 남긴 개발과 보존, 세운상가에 주는 유산 메시지
강충인
미래교육자
문화유산의 교육과 경제적 가치
문화유산은 눈으로 보고 유산의 스토리를 들으며 피부로 느끼고 기억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듣는 교육에서 보고 듣고 만지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교육으로 가치가 크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관광자원으로 글로벌 경제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개발을 부동산 정책으로 판단하는가?
문화적 가치로 판단하는가?
부동산 정책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지만, 문화적 가치 판단은 국가 유산으로 교육적 가치가 무한하다. 부동산 해결책은 눈에 보이는 현실적 인식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에 유산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유산은 과거에 남은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무엇을 보존하며, 무엇을 바꿀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필자가 본 성수동의 어제와 오늘, 청계천을 걸으며 뛰노는 물고기에서 문화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세운상가는 필자가 태어난 곳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길게 늘어있던 판자촌의 모습이다.
성수동과 청계천, 세운상가의 비운
성수동과 청계천은 그 선택이 도시의 풍경과 기억, 그리고 다음 세대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운상가의 명성은 국가 경제의 산실이었다.
유산은 역사의 기록이며 스로리텔링이다.
한순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역사다.
문화유산은 ‘가치의 판단’에서 시작된다.
국가유산은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을 말한다. 즉, 어떤 건물이나 장소가 유산이 되는지는 물리적 존재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이 지역의 기억, 생활문화, 산업사, 도시 정체성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같은 낡은 공장이라도 “철거해야 할 구조물”로 볼 수도 있고, “산업화의 흔적과 도시 재생의 자원”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하천도 “개발을 위해 덮어야 할 배수로”로 볼 수도 있고, “도시의 생태와 역사를 회복할 공간”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사회가 문화를 어떤 가치로 평가하는가 이다.
청계천 사례가 말하고 있다.
청계천이 세계적인 명소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판단보다 문화적 판단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화는 보존이고 친환경적 요소가 강하다. 경제성이 없어 보이지만, 문화적 가치를 통한 경제성을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문화를 통한 교육적 가치도 창출된다.
성수동 산업의 기억이 문화가 되다
성수동은 한때 서울의 대표적 공업지역이었다. 섬유·신발·가죽·인쇄 등 제조업이 집중되면서 공장과 작업장, 노동자들의 생활이 도시의 한 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변하고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빈 공장과 창고는 새로운 개발의 대상이 되었다.
중요한 선택은 낡은 산업시설을 단순히 철거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산업사를 증언하는 자원으로 볼 것인가이었다. 오늘날 성수동의 일부 공간이 문화·예술·창업·상업 공간으로 재해석된 것은 산업유산의 물리적 구조를 보존하거나 활용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성수동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공장의 기계와 벽돌, 넓은 천장과 창문, 노동의 흔적은 단지 과거 산업의 잔해가 아니라 도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가치로 보는 관점이다.
상업적 재개발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 건물의 외형만 남고 실제 생산활동·노동문화·지역공동체의 기억은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성수동은 ‘산업유산의 분위기를 빌린 상업지구’가 될 뿐, 진정한 산업문화유산이 되기 어렵다.
청계천, 덮인 하천을 다시 도시의 기억으로
청계천은 한때 서울의 생활과 산업, 그리고 도시 개발의 변화가 교차한 공간이었다. 도시화와 교통 문제 속에서 하천은 콘크리트로 덮였고, 그 위에는 고가도로가 놓였다. 당시에는 도로 확장과 도시 기능의 효율화가 우선적 가치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청계천이 지닌 역사적 가치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은 청계천을 단순한 도로 부지가 아니라 서울의 역사, 생태, 물문화, 도시 정체성과 연결된 공간으로 보기 시작했다. 결국 청계천 복원은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없다는 통념에 질문을 던졌다. 하천을 다시 열어 도시의 흐름과 시민의 일상을 연결한 것은, 과거의 개발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기준으로 도시를 다시 읽은 결과였다.
청계천의 사례는 문화유산이 과거의 유물만이 아니라 회복된 경관과 생활문화도 포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이 흐르는 풍경, 시민이 모이는 길,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는 공간은 후대에 새로운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보존과 개발은 대립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보존이냐 개발이냐”라는 질문은 흔히 양자택일처럼 제시된다. 그러나 실제 도시에서는 더 복잡하다. 문제는 개발 자체가 아니라, 개발이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에 있다.
가치 기준 개발의 방향 문화유산에 미치는 결과
단기 경제성 철거 후 고층·대형 상업시설 중심 개발 산업·생활·경관의 기억이 사라질 수 있음
도시 효율성 교통·주거·상업 기능의 확대 편의는 높아지나 지역 고유성이 약화될 수 있음
역사·문화 가치 기존 구조와 기억을 조사·보존·활용 도시의 정체성과 교육적 가치가 강화됨
지속가능성 생태·문화·경제를 함께 고려한 재생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유산 형성
성수동과 청계천이 세운상가에 말하고 있다.
성수동과 청계천은 모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의 선택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보존을 무조건 동결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보존은 건물이나 하천을 그대로 두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닌 역사와 기능을 이해하고 미래 생활과 연결하는 적극적 활용일 수도 있다.
세운상가는 그동안 여러번 산고의 고통을 지녔다.
남산과 종묘를 연계하는 방법으로 세운상가 역사를 보존하면서 할 것인가? 단순한 녹지로 연결할 것인가?
세운상가는 화재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한국 경제기술 요람으로 만들졌다. 한국전자기술의 요람으로 만들어지기 까지 한국인의 창조성과 섬세한 손기술이 만든 세운상가다.
무에서 유를 만들 듯이 세운상가에서는 수많은 장인들이 한국기술을 선도한 역사를 가진 명소중에 기술역사 명소다.
문화유산은 오늘의 선택이 만든다.
오늘 우리가 보존한다고 판단한 공장, 하천, 거리, 생활문화는 내일의 문화유산이 된다. 반대로 가치 있다고 인정하지 못한 채 철거하거나 균질하게 재개발된 공간은, 비록 새롭고 편리하더라도 도시의 기억에서는 사라진다.
성수동이 남길 유산은 화려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기술과 노동, 산업이 도시를 만든 과정이다. 청계천이 남길 유산은 복원된 물길 자체만이 아니라, 도시가 잘못된 개발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역사를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경험일 것이다.
문화유산은 결국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그 합의가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도시는 균질해지고, 역사와 생태·생활문화를 함께 고려하면 도시는 층위와 이야기를 지니게 된다. 성수동과 청계천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보존론도, 무제한적 개발론도 아니다. 과거의 가치를 읽고 현재의 필요를 반영하며 미래 세대가 새로운 유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균형의 원칙이다.
한국산업기술의 요람! 세운상가의 비운
세운상가는 비원이 지닌 비운처럼 한국산업기술 요람으로 비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기술의 산실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비원처럼 세운상가도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기술의 요람으로 유산이 될 수 있다.
5,000년 한국발명역사 문화유산이 말하고 있듯이 오늘의 세운상가의 비운이다.
문화유산은 정치가 아니라 역사로 판단하고 보존해야 후대에게 남기는 유산이 된다.
파괴자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추억속의 역사로 사라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