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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경전 논서 / 사경 스크랩 대지도론 제4권
파란하늘 추천 0 조회 169 18.04.10 23:5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대지도론 제4

 

 

8. 초품 중 보살(菩薩)을 풀이함

 

[] 다시 보살마하살1)들이 있었으니

[] [] 위로부터 세면 먼저 보살을 들고 차례로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차례로 해야 한다. 보살은 부처님의 다음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래로부터 센다면 먼저 우바이를 들고 우바새비구니비구보살의 순서가 되어야 하거늘 이제는 어찌하여 먼저 비구를 말하고 다음에 세 대중을 든 뒤에 보살을 말하는가?

[] 보살은 비록 부처님의 다음이지만, 번뇌가 다하지 못했으므로 먼저 아라한을 말한 것이다.

아라한들은 비록 지혜가 적으나 이미 익었고, 보살들은 비록 지혜는 많으나 번뇌가 다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아라한을 먼저 말한 것이다. 불법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비밀스런 것[秘密]2)이요, 또한 하나는 드러내 보이는 것[現示]3)이다. 드러내 보이는 것 가운데 부처님과 벽지불과 아라한은 모두가 복전이 되니, 그 번뇌가 다하여 남음이 없기 때문이다.

비밀스런 것 가운데 설하는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4)을 얻고 번뇌가 이미 단절되었으며, 6신통(神通)을 갖추어 중생을 이롭게 한다. 드러내 보이는 법인 까닭에 먼저 아라한을 말하고 나중에 보살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보살은 방편(方便)5)의 힘으로써 현전에서 5()에 들어가 5()을 감수하며 중생을 인도한다. 만일 그가 아라한 위에 있다면 모든 하늘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마땅히 의괴심을 내게 되리라. 그러므로 뒤에 말하는 것이다.

[] 아라한의 뒤에 있는 것은 그렇다 하겠는데, 어찌하여 우바새와 우바이의 뒤에 있는가?

[] 네 무리는 번뇌[]가 다하지는 못하였으나 머지않아 다하게 될 것이므로 통틀어서 성문의 무리[聲門衆]6)라 한다.

만일 네 무리의 중간에서 보살을 말한다면 그것은 불편해진다. 비구니의 경우, 무량한 율의을 받아 지니기에 비구의 뒤에 두고 사미의 앞에 놓는다. 부처님께서는 의법(儀法)이 불편하므로 사미 뒤에 비구니를 있게 하신 것이다. 이 보살들 역시 마찬가지로 마땅히 학인은 세 무리 위에 있어야 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뒤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또한 어떤 이는 말하기를 보살의 공덕과 지혜는 아라한이나 벽지불을 초월한다. 이러한 이유로 달리 말한다라고 했다.

[] 성문의 경전[聲門經]에서는 네 가지 대중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어찌해서 달리 보살 대중을 말하는가?

[] 두 가지 도가 있으니, 하나는 성문의 도요, 둘은 보리살타(菩提薩?)7)의 도이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네 가지 대중은 성문의 도요, 보살마하살은 보리살타의 도이다. 이러한 이유로 성문의 법을 설한 경의 초두에는 부처님이 어느 곳, 어느 장소에 계시면서 보살과 함께하셨다는 경우는 없고, 다만 부처님이 어느 곳, 어느 장소에 머무시면서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부처님께서 바라내(波羅柰)8)에서 다섯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니, 부처님께서는 가야국9)에서 천 명의 비구와 함께하셨다혹은 부처님께서는 사바제10)에서 5백 명의 비구와 함께하셨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갖가지 경의 첫머리에서 보살 약 천 인과 함께하셨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 보살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집을 떠난 이[出家]와 집에 머무는 이[在家]이다. 집에 머무는 보살은 모두 우바새우바이에 속한다고 말하며, 집을 떠난 보살은 모두 비구비구니 가운데 속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따로 말하는가?

[] 모두 네 가지 대중 가운데 있지만, 따로 말해야 된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 보살은 반드시 네 가지 대중에 속하게 되지만 네 가지 대중이 보살에 속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그러한가? 성문의 사람벽지불의 사람 혹은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는 사람 혹은 스스로의 삶을 즐기고 구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보살에 속하지 않는다.

또한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어 온갖 이름과 생사의 모습을 모두 끊어 삼계()를 벗어났기에 중생의 범주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성문의 사람 역시 아라한도를 얻고서 멸도한 뒤에는 더 이상 중생의 범주에 떨어지지 않거늘 하물며 보살이겠는가.

파라연우바시난(波羅延優波尸難) 가운데 게송이 있다.

 

이미 멸도해 자리[]가 없어도 다시 나오는지

영원히 멸했다면 나오지 않는지

이미 열반에 들었다면 영원히 머무르는지

원컨대 크신 지혜로 그 진실을 말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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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어로는 bodhisattva-mah?sattva. ‘깨달음을 추구하는 위대한 유정혹은 깨달음의 소질을 지닌 위대한 유정이라는 뜻. 소승의 수행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스스로 불도를 추구하면서 타인을 구제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대승의 수행자.

2) 범어로는 abhisa?dhidharma.

3) 범어로는 prak??ita-dharma.

4) 범어로는 anutpattika dharma-k??nti. 일체법의 생함이 없는 이치를 인정하고 안주함. 곧 일체법이 불생불멸임을 확신하는 것.

5) 범어로는 up?ya-kau?alya.

6) 범어로는 ?r?vakasa?gha.

7) 범어로는 bodhisattva.

8) 범어로는 B?r??asi.

9) 범어로는 Gay?.

10) 범어로는 ?r?va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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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적멸이란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인연과 이름과 모습을 파괴하나니

온갖 언어 길을 이미 초월하여서

일시에 다함이 마치 불이 꺼짐과 같네.

 

아라한조차도 온갖 이름을 다 끊었다. 그러니 하물며 보살은 온갖 법을 끊고 실상을 알고 법신(法身)11)을 얻었거늘 어찌 이름을 끊지 못하랴.

그러므로 마하연의 네 가지 대중 가운데서 보살을 따로 말하는 것이다.

[] 무슨 까닭으로 대승경전은 첫머리에서 보살 대중과 성문 대중을 다 말하는데, 성문경전은 첫머리에 비구 대중만을 말하고 보살 대중은 말하지 않는가?

[] 두 승()의 이치를 변별하기 위해서이다. 불승(佛乘)12)과 성문승13) 가운데 성문승은 협소하고 불승은 광대하며, 성문승은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스스로를 위하고, 불승은 일체를 이익되게 한다.

또한 성문승은 대개 중생이 공()함을 설하고, 불승은 중생의 공함과 법의 공함을 겸하여 말한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분별해서 이 두 가지 길을 설명하는 까닭에 마하연의 경전에서는 성문의 대중과 보살의 대중을 겸하여 말한다.

마하연을 찬탄한 게송이 있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능히 모두에게 즐거움과

이로움과 진실한 법으로써

위없는 도법을 얻게 하도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일체를 사랑하고 가여워하는 까닭에

머리나 눈까지를 보시하니

버리기를 마치 초목과 같이 하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청정한 계를 호지(護持)하기를

마치 이우(?)14)가 꼬리를 아끼듯 하니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위없는 인[無上忍]을 얻나니

몸을 찢거나 자르더라도

마치 풀을 끊는 것같이 여기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정진함에 싫증내거나 게으르지 않고

힘써 행하여 쉬지 않으니

대해를 헤엄쳐 건너는 이 같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한량없는 선정을 널리 닦아서

신통과 성도(聖道)의 힘을 얻고

청정하여 자재함을 얻네.

 

이 대승을 얻은 사람은

모든 법의 모습을 분별하여서

진실한 지혜를 깨뜨리지 않나니

이 가운데에서 이미 갖추어 얻네.

 

가히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한량없는 연민의 힘으로

치우친 두 법에 들지 않고

온갖 법을 균등하게 관찰하네.

 

나귀낙타코끼리 등의 탈것은

비록 같은 듯하나 견줄 수 없나니

보살과 성문승도 그와 같아서

크고 작음을 견줄 수 없네.

 

대자비로 축()을 삼고

지혜로써 두 바퀴를 삼고

정진으로 좋은 말을 삼고

계와 정()으로 재갈을 삼네.

 

참는 마음은 투구요

총지(摠持)15)는 고삐이니

마하연의 사람이 타는 승()

능히 일체를 건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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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범어로는 dharmak?ya.

12) 범어로는 buddhay?na.

13) 범어로는 ?r?vakay?na.

14) 이우(?牛)란 남방에 사는 소의 일종으로 자신의 긴 꼬리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마치 이우가 꼬리를 소중히 다루듯이 계를 지킬 것을 의미한다.

15) 범어로는 dh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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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의 경전은 첫머리에서 비구 대중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대승의 경전 첫머리에서는 보살 대중만을 말하지 않는가?

[] 마하연은 광대하여서 모든 승()과 모든 길이 다 마하연에 들어간다. 성문의 탈것은 협소하여서 마하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항하가 큰 바다를 받아들이지 못함은 그것이 협소하기 때문이요, 큰 바다가 모든 강을 다 받아들임은 그것이 광대하기 때문이다.

마하연의 법도 그와 같으니, 게송으로 말하리라.

 

마하연은 바다와 같고

소승16)은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이네.

작은 까닭에 큰 것을 용납하지 못하니

그 비유 또한 이와 같도다.

 

[] 무엇을 보리라 하며, 무엇을 살타라 하는가?

[] 보리17)는 모든 부처님 도[佛道]를 이름한다. 살타18)란 중생(衆生) 혹은 대심(大心)이라 불리니, 이 사람은 부처님들의 공덕을 모두 다 얻고자 하되 그 마음을 끊을 수 없고 깨뜨릴 수 없음이 마치 금강의 산과 같기 때문이다. 이를 대심이라 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모든 부처님의 법과

지혜와 계율과 선정으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니

이를 일컬어 보리라 하네.

 

그 마음, 움직일 수 없어

능히 참고 도를 이루려 하되

끊이지도 깨지지도 않기에

그 마음을 살타(?)라 부르네.

 

또한 좋은 법을 찬탄하는 것을 살()이라 하고, 좋은 법의 특징[體相]을 타(?, vat)라 하나니, 보살의 마음은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있기 때문이고, 일체 중생을 제도하기 때문이고, 일체법의 진실한 성품을 알기 때문이고,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행하기 때문이고, 일체 성현들이 칭찬하는 바이기 때문에 이를 보리살타라 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모든 법 가운데서는 불법이 으뜸인데, 이 사람이 그 법을 취하고자 하기 때문에 모든 성현들의 찬탄을 받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사람은 모든 중생들이 생사에서 해탈케 하기 위하여 불도를 구하니, 이를 보리살타라 한다.

또한 세 가지 도법을 모두 보리라 하나니, 첫째는 불도(佛道), 둘째는 성문도요, 셋째는 벽지불도이다. 벽지불도와 성문도는 보리를 얻어도 보리라 하지 않으니, 부처님 공덕 가운데 있는 보리만을 보리라 칭한다. 이를 보리살타라 한다.

[] 어느 경지라야 보리살타라 하는가?

[] 큰 서원을 세우고 마음이 요동치 않고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에 의해 보리살타라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으로 발심할 때에 서원을 세워 나는 부처가 되어 일체 중생을 제도하리라고 한다면 이를 보리살타라 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처음으로 발심할 때

부처되기를 서원한다면

이미 모든 세간을 초월해

세간의 공양을 받을 수 있으리.

 

처음으로 발심하여 제9의 무애(無碍)19)에 이르러 금강삼매(金剛三昧)20)에 들기까지 이 중간을 보리살타라 한다.

이 보리살타에는 두 종류가 있나니, 비발치(?跋致)21)와 아비발치(阿?跋致)22)이다. 이는 마치 물러나는 아라한과 물러나지 않는 아라한과 같은 것으로, 아비발치의 보리살타라야 참된 보살이라 한다.

이 참된 보살이라는 이유에서 나머지 물러나는 보살 역시 보살이라 부른다.

비유하건대 네 가지 과위의 도를 얻은 사람과 같으니, 그를 참된 승려[]라 한다. 또한 그가 참된 승려이기에 나머지 도를 얻지 못한 사람들 역시 모두 승려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 어떻게 해서 보살의 비발치와 아비발치를 아는가?

[] 반야바라밀경<아비발치품> 가운데 부처님이 직접 아비발치의 모습을 말씀하시되 이러이러한 모습은 물러남이요, 이러이러한 모습은 물러나지 않음이라하셨다.

또한 만일 보살이 한 법만을 잘 닦고 잘 생각한다면 이를 아비발치보살이라 한다. 무엇이 한 법인가? 항상 한마음으로 모든 착한 법을 모으는 것이니, 부처님들은 한마음으로 모든 착한 법을 모으시기 때문에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으시는 것이다.

또한 보살이 한 법의 모습을 얻으면 그것이 아비발치의 모습이다. 어떤 것이 한 법인가? 바르고 곧은 정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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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범어로는 hinay?na. ‘작은 탈것이란 의미로 대승의 입장에서 상좌부 등의 전통적 출가주의 교단을 폄하해 부르던 말이다.

17) 범어로는 bodhi.

18) 범어로는 sattva.

19) 범어로는 ?nantarya.

20) 범어로는 Vajropamasam?dhi. 금강이 일체를 부수듯이 모든 번뇌를 부수어 버리는 삼매라는 의미이다. 유정(有頂, bhav?gra)의 최후에 모든 번뇌를 끊고 궁극의 경지를 얻는 삼매로, 이 삼매 직후에 진지(盡智)를 내어 아라한이 되고 무학(無學)의 성자가 된다고 한다.

21) 범어로는 vaivartika.

22) 범어로는 a-vaivart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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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정진을 이야기하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아, 그대는 정진을 찬탄하는가?”

그렇습니다, 선서(善逝)23)시여.”

아난아, 정진을 항상 행하고 항상 닦고 항상 기억하라.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게 하라.”

이와 같이 자세히 말씀하신 것과 같다.

또한 두 가지 법을 얻는다면 이때가 곧 아비발치의 모습이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온갖 법이 공함을 여실하게 알고 또한 온갖 중생을 생각하여 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아비발치의 사람이라 한다.

또한 세 가지 법을 얻어야 하나니, 첫째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원을 세워 불도를 이루고자 하되 마치 금강과 같아서 요동하거나 깨뜨릴 수 없는 것이요, 둘째는 온갖 중생에 대하여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뼛속에 사무치는 것이요, 셋째는 반주삼매(般舟三昧)24)를 얻어서 현재 계시는 모든 부처님을 뵙는 것이다. 이러한 때를 아비발치라 한다.

또한 아비담(阿毘曇)에서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보살이라 하는가? 곧 스스로 깨닫고 다시 남을 깨우쳐 주는 것을 보살이라 하고, 반드시 부처를 이루니 이것을 보살이라 한다.”

보리(菩提)란 누()가 다한 사람의 지혜를 이름한다. 이러한 사람은 지혜에서 생겨나고, 지혜로운 사람의 보호를 받고, 지혜로운 사람에 의해 길러지는 자이다. 그러므로 이를 보살이라 한다.

또한 아비발치의 마음을 일으키면 이로부터 보살이라 한다고 했으며, 다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만일 다섯 가지 법을 여의고, 다섯 가지 법을 얻으면 보살이라 한다. 무엇이 다섯 가지 법인가? 3악도(惡道)를 떠나서 항상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는 것이요, 빈궁하고 하천한 몸을 떠나서 항상 존귀함을 얻는 것이요, 남자 아닌 법()을 떠나서 항상 남자의 몸을 얻는 것이요, 모든 형상의 결핍됨을 떠나서 모든 감관이 갖추어지는 것이요, 잘 잊는 일[喜忘]을 여의고 항상 전생 일을 기억하는 숙명(宿命)을 얻는 것이다. 항상 온갖 악법을 여의고 악인을 멀리하며, 항상 도법을 구하고 제자를 거두어들이는 이러한 사람을 보살이라 한다.”

또한 말하기를 “32()25)의 업을 심은 뒤 이러한 사람을 보살이라 한다고 한다.

[] 언제 32상의 업의 인연을 심는가?

[] 3아승기겁을 지난 뒤에 32상의 업의 인연을 심는다.

[] 얼마나 되는 시간을 아승기(阿僧祇)라고 하는가?

[] 하늘이나 인간 가운데 능히 셈을 안다 하여도 궁극의 수효는 알지 못하니, 이것을 1아승기라 한다.

예컨대 하나에 하나를 더해 둘이라 하고, 둘에 둘을 곱해 넷이라 하고, 셋의 셋을 곱해 아홉이라 하고, 열의 열을 곱해 백이라 하고, 열의 백을 곱해 천이라 하고, 열의 천을 곱해 만이라 하고, 천의 만을 곱해 억이라 하고, 천만의 억을 곱해 나유타(那由他)26)라 하고, 천만의 나유타를 빈바(頻婆)27)라 하고, 천만의 빈바를 가타(迦他)28)라 하고, 가타를 지나면 아승기라 하

나니, 이와 같이 세어서 3아승기가 된다.

첫째 아승기를 세어서 차면 둘째 아승기를 세고, 둘째 아승기가 차면 셋째 아승기를 센다. 마치 산수법과 같아서 하나로부터 세어 백을 다 세면, 다시 하나에 이르러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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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범어로는 sugata.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로, ‘번뇌를 끊고 마지막 목적지에 훌륭히 도달한 분이라는 의미이다.

24) 범어로는 praj??sam?dhi.

25) 범어로는 dvatri??a-lak?a?a. 32상이란 부처님과 같은 위대한 인간이 지니는 상서로운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말한다. 원래 인도에서 전륜성왕이 지닌 특징으로 알려졌던 것이 부처님에게 전용되었다고 한다. 32대인상(大人相)이라고도 한다.

26) 범어로는 nayuta. 나유타란 지극히 큰 수를 가리키는 말로 천만, 천억 혹은 여기에서 말하듯 천만억에 상당한다.

27) 범어로는 bimbara.

28) 범어로는 g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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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보살도 한 아승기가 지나면 다시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처음의 아승기 동안에는 내가 부처를 이룰 것인지 이루지 못할 것인지를 모르고, 둘째 아승기 동안에는 마음으로는 비록 내가 부처를 이룰 것임을 아나 입으로 내가 부처를 이루리라하지 못하고, 셋째 아승기에는 마음은 명료히 자기가 부처를 이를 것임을 알고 입으로도 말하되 두려움이 없이 내가 오는 세상에는 부처를 이루리라발언한다.

석가문부처님께서도 과거의 석가문부처님으로 부터 자나시기불(剌那尸棄佛)29)에 이르러 최초의 아승기가 되니, 이 동안의 보살은 여자의 몸을 영원히 여의셨다.

자나시기부처님으로부터 연등부처님까지가 두 번째 아승기다. 이 동안의 보살은 일곱 송이의 청련화로 연등부처님께 공양하고, 사슴 가죽의 옷을 깔고 머리칼을 풀어 진흙을 가리니, 이때 연등부처님께서 그 자리에서 수기를 주시되 그대는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라 불리리라하셨다.

연등부처님으로부터 비바시30)부처님까지가 셋째 아승기이니, 만약에 세 아승기겁이 지나면, 이때 보살은 32상의 업의 인연을 심게 되는 것이다.

[] 32상의 업은 어디에다 심는가?

[] 욕계에서 심고, 색계나 무색계는 아니다. 욕계의 5() 가운데 인도(人道)에서 심는 것이다. 사천하(四天下)에서는 염부제(閻浮提)에서 남자의 몸으로서 심고 여자의 몸으로는 심지 못한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실 때 심고 부처님이 나타나시지 않을 때엔 심지 못하며, 부처님 몸에 의해 심고 다른 곳에 의해서는 심지 못한다.

[] 32상의 업의 인연은 신업구업의업 중 어느 업으로 심는가?

[] 의업으로 심고, 입이나 몸의 업으로는 심지 못한다. 왜냐하면 의업은 예리하기 때문이다.

[] 의업에는 6()이 있다. 32상의 업은 이 의업이 종자가 되는가? 아니면 이 5()이 종자가 되는가?

[] 의식(意識)으로 심고 5식으로 심지 않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5식은 분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까닭에 의업으로 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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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범어로는 Ratna?ikhin.

30) 범어로는 Vipa?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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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모습[]31)을 처음으로 심는가?

[] 어떤 이는 말하기를 발이 편안히 서는 모습을 먼저 심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먼저 편안히 선 뒤에야 나머지 모습의 인연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이는 말하기를 검푸른 눈의 모습을 최초로 심는다. 이 눈이 있어야 대자(大慈)로써 중생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한다.

이러한 두 이야기에 옳은 말이 있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모습이 인연 화합할 때 최초로 심는 것이다. 어째서 반드시 발을 안립(安立)하는 일이 최초가 되겠는가?

[] 한 생각으로 심는가? 여러 생각으로 심는가?

[] 서른두 가지 생각으로 서른두 가지 모습을 심고 하나하나의 생각으로 하나하나의 모습을 심는다. 하나하나의 모습에 백 가지 복덕이 장엄되어 있는 것이다.

[] 어느 만큼을 하나의 복덕이라 하는가?

[] 어떤 이는 말하기를 업보가 있으니, 전륜성왕이 사천하에서 복락을 받아 자유자재한 것을 한 복덕이라 하고, 이와 같은 백 복덕이 한 모습이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석제환인이 되어 두 하늘에서 자유자재하게 되는 이것을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이 되어 욕계 안에서 자유자재하게 되는 이것을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보처(補處)의 보살32)을 제하고 나머지 모든 중생이 누리는 복덕을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천지의 겁이 다한 뒤에 모든 중생들의 복덕을 함께하기에 삼천대천세계가 과보로서 성립되는데 이것을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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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범어로는 lak?a?a.

32) 범어로는 sa?nik???abodhi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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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이 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비유로써 알 수도 없다. 삼천대천세계의 일체 중생들이 모두 눈이 멀었을 때 어느 한 사람이 치료해서 고쳐 주면 이것이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일체의 사람들이 모두 독약에 중독되었을 때 어느 한 사람이 치료해서 낫게 하거나, 모든 사람이 죽게 된 것을 어느 한 사람이 구제해서 벗어나게 하거나, 모든 사람이 계를 깨뜨리고 바른 견해를 깨뜨렸을 때 어느 한 사람이 가르쳐서 맑은 계행과 바른 견해를 얻게 하거나 하면 이러한 것들을 한 복덕이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비유할 수 없나니, 이 보살이 세 번째 아승기에 들어가서 마음과 생각을 많이 움직여서 32상의 인연을 심으니, 이러한 까닭에 이 복덕은 헤아릴 수가 없고 오직 부처님만이 능히 아신다고 했다.

[] 보살은 얼마나 되는 시간에 능히 32상의 인연을 심는가?

[] 극히 더디면 백 겁이요 극히 빠르면 91겁이니, 석가모니보살께서도 91대겁 동안을 행해 32상을 갖추셨다.

경에서 말하듯이, 아주 먼 과거에 불사(弗沙)33)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때 두 사람의 보살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석가모니라 했고 또한 한사람은 미륵(彌勒)34)이라 했다.

불사부처님께서 석가모니보살의 마음이 순수하게 맑아졌는가를 보시기 위해 관찰해 보시니, 그의 마음이 아직 순수하게 맑아지지 않았으나 제자들의 마음은 이미 다 순수하게 맑아졌고, 미륵보살의 마음은 이미 순수하게 맑아졌으나 제자들은 아직 순수하게 맑아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이때 불사부처님이 이렇게 생각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속히 교화시키기 쉬우나 여러 사람을 빨리 감화시키기는 어려우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불사부처님은 석가모니보살로 하여금 속히 부처를 이루게 하기 위하여 설산에 올라가 보굴(寶窟) 속에서 화정(火定)삼매에 드셨다.

이때 석가모니보살이 외도의 선인이 되어 산에 올라가 약을 캐고 있었는데, 불사부처님이 보굴 속에 앉아 화정삼매에 들어 광명을 내뿜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자 환희하며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한 발을 들고 서서 차수(叉手)한 채 부처님을 향하여 일심으로 바라보되 잠시도 눈을 깜박이지 않고 77야를 있었다. 여기에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천상천하에 부처님 같으신 이 없으시고

시방세계에서도 견줄 이 없도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내 모두 보았으나

그 어느 것도 부처님에 비할 바 아니네.

 

77야 동안 세존을 자세히 관하되 조금도 눈을 깜박이지 않으시니, 이로 인해 아홉 겁을 뛰어넘어 91겁 만에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으셨다.

[] 석가모니보살은 총명하고 아는 것이 많아서 능히 갖가지 게송을 지을 수 있을 것인데 어찌하여 77야 동안 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는가?

[] 석가모니보살은 그 마음을 귀중히 여겼고 많은 말을 귀중히 여기지 않았다. 만일 더 많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더라면 마음이 어지러워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77야 동안에 오직 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셨다.

[] 석가모니보살은 어찌하여 마음이 순수하고 맑아지지 못했는데, 제자들은 마음이 순수하고 맑아졌으며, 어찌하여 미륵보살은 마음이 순수하고 맑아졌는데 제자들은 순수하고 맑아지지 못했는가?

[] 석가모니보살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은 많고 자신을 위하는 생각은 적었으며, 미륵보살은 자신을 위하는 생각은 많고 중생을 위하는 마음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바시부처님으로부터 가섭부처님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의 91겁 동안 32상의 업의 인연을 다 심어 모으고, 6바라밀을 성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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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범어로는 Pu?ya.

34) 범어로는 Maitr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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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섯인가? 곧 단()바라밀35), 시라((尸羅))바라밀36), 찬제(?提)바라밀37), 비리야(毘梨耶)바라밀38), ()바라밀39), 반야(般若)바라밀40)이다.

[] 단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일체에 능히 베풀어 걸림이 없고, 몸으로써 보시할지라도 아끼는 생각이 없는 것이니, 마치 시비왕(尸毘王)41)이 비둘기에게 몸을 보시한 것과 같다.

석가모니부처님의 본생은 시비(尸毘)라는 왕이었는데, 그 왕은 귀명구호다라니(歸命救護陀羅尼)를 얻어 크게 정진하되 자비한 마음이 있어 모든 중생을 보기를 마치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같이 하였다.

그때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으셨는데, 석제환인이 수명이 다해 임종하게 되자 이런 생각을 했다.

어디에 부처님의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 계실까?”

곳곳에 물었으나 의문을 풀지 못한 채 모두가 부처가 아님을 알았다. 그러자 곧 하늘로 돌아가 근심에 잠겨 앉아 있었다.

이때에 요술에 능한 비수갈마천(毘首?磨天)42)이 물었다.

천주(天主)43)께서는 어찌하여 근심하고 계십니까?”

석제환인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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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범어로는 d?na-p?ramita. ()d?na이다. 베풂을 행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이라고도 한다.

36) 범어로는 ??la-p?ramita. 시라(尸羅)??la. 계를 지니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

37) 범어로는 k??nti-p?ramita 인욕을 행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이라고도 한다.

38) 범어로는 v?rya-p?ramita. 노력을 다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비리야(毘梨耶)v?rya이다.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라고도 한다.

39) 범어로는 dhy?na p?ramita. ()을 닦아 완전한 마음의 평온을 이룸을 말한다. 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이라고도 한다.

40) 범어로는 pr?j??p?ramita.

41) 범어로는 Sivi. 석존은 전생에 한때 시비왕이었는데 그 몸을 비둘기에게 베풀었다고 한다.

42) 범어로는 Vi?vakarman.

43) 범어로는 Deva-in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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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체지를 갖춘 분을 찾고 있는데 만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있다.”

비수갈마가 말했다.

보시지계선정지혜를 갖추신 대보살이 계시는데, 그는 오래지 않아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석은 게송으로 말했다.

 

보살이 큰 마음을 일으키고

물고기 새끼와 암수(菴樹)의 꽃,

이 세 가지 일의 때는 많으나

결과를 맺는 때는 심히 적다네.

 

이에 비수갈마가 말했다.

이 우시나(優尸那) 종족인 시비왕은 지계정진대자대비선정?지혜로써 오래지 않아 부처를 이루실 것입니다.”

석제환인이 비수갈마에게 말했다.

가서 시험해보면 보살의 모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비둘기가 되라. 나는 매가 되리라. 그대는 거짓으로 겁을 내면서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거라. 내가 그대의 뒤를 쫓으리라.”

비수갈마가 말했다.

그는 대보살인데 어찌 그런 일로써 그를 괴롭히겠습니까.”

석제환인이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도 나쁜 마음은 아니다.

순금은 시험해야 되듯

나도 보살을 시험하여

그 마음, 정해져 있는가를 알련다.

 

이 게송을 읊자마자 비수갈마는 스스로의 몸을 바꾸어 곧 한 마리의 눈과 발이 붉은 비둘기로 변했다. 석제환인은 몸을 바꿔 한 마리의 매로 변하더니 급히 날아 비둘기를 쫓았다. 비둘기는 곧장 날아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서 온몸을 떨면서 눈알을 굴리며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이때 여러 사람이

서로 말하기를

이 왕은 매우 인자하시어

일체를 잘 보호하시리라.

 

이 작은 새, 비둘기가

제집에 들듯이 돌아오니

보살의 모습이 이러한 것이매

오래지 않아 부처를 이루리라.

 

이때에 매가 가까운 나무 가지 위에 앉았다가 시비왕에게 말했다.

내 비둘기를 돌려주시오. 그것은 내가 받은 것입니다.”

왕이 매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이것을 받았다. 네가 받은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에 뜻을 세울 때 이 일체 중생을 받아들여 모두를 제도하리라하였느니라.”

매가 따졌다.

왕께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셨다면 나 역시 그 일체 중생이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나만은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고 게다가 내가 오늘 먹을 먹이를 빼앗으십니까.”

왕이 물었다.

그대는 어떤 먹잇감을 찾는가? 내가 일찍이 서원하되 어떤 중생이 아서 나에게 귀의하면 반드시 그를 구호해 주리라했다. 그대는 어떤 음식을 바라는가? 그것 역시 주겠노라.”

매가 말했다.

나는 바로 잡은 따뜻한 고기를 원합니다.”

이에 왕이 생각했다.

이와 같은 것은 얻기 어렵다. 스스로 산 것을 죽이지 않고서는 얻을 길이 없다. 어찌하면 좋은가. 하나를 죽여서 다른 하나에게 주어야 하겠는가.”

그리고 생각이 정해지자 이렇게 게송으로 말했다.

 

나의 이 육신은

항상 노사에 속하고

머지않아 썩어 없어지리니

그가 요구하니 마땅히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사람을 불러 칼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다리의 살을 베어 매에게 주니, 매가 말했다.

왕께서 비록 더운 고기를 나에게 주셨으나 고기의 무게는 의당 비둘기와 같도록 주셔야 도리에 마땅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왕이 말했다.

저울을 가져오너라.”

그리하여 살과 비둘기를 비교하니, 비둘기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왕의 살은 더욱 가벼워졌다.

왕은 다시 사람을 시켜 두 다리의 살을 다 베게 하였으나 역시 가벼워서 모자랐다.

다음에는 두 장딴지두 팔두 가슴등을 베어 온몸의 살을 다해도 비둘기는 역시 무겁고 왕의 살은 여전히 가벼웠다.

이때 왕의 가까운 신하들과 친척들은 장막을 쳐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물리쳤다.

왕의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시비왕이 말했다.

사람들을 막지 말라.”

왕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도록 허용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

모두 와서 나를 보거라.

큰마음, 위없는 뜻으로

불도를 이루기 소원하노라.

 

누구나 불도를 구하려면

이 큰 고통을 참아야 된다.

그 마음 견고하지 못하면

곧 그 뜻을 쉬어야 하리.

 

이때 보살이 피 묻은 손으로 저울을 잡고 올라서려 했다. 마음을 집중해 온몸으로 비둘기를 대신하려 했다.

매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일은 어렵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십니까? 비둘기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비둘기가 와서 내게 귀의했으니, 절대로 그대에게 줄 수는 없다. 나는 한량없이 몸을 잃었지만, 중생에게 이익을 주지는 못했다. 이제 몸으로써 불도를 구해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는 손으로 저울을 잡고 매달렸다.

이때 보살은 살이 다하고 힘줄이 끊어져서 자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아무리 올라가려 해도 떨어지니, 스스로를 꾸짖어 말했다.

그대 스스로 견고히 하여 미혹하거나 괴로워 말라. 모든 중생이 근심과 고통의 큰 바다에 빠져있다. 그대 혼자 큰 서원을 세워 모두를 제도하고자 했거늘 어찌하여 게을리 하고 괴로워하고 있느냐? 이 고통은 심히 적고 지옥의 고통은 심히 많으니, 이 모습으로 견주어 보건대 16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는 이제 지혜정진지계선정이 있건만 그래도 이 고통을 걱정하거늘 하물며 지옥의 지혜 없는 무리들이겠는가.”

이때 보살은 일심으로 저울에 오르고자 하여 매달리면서 곁의 사람에게 자신을 부축해 달라고 말했다.

이때 보살은 마음이 결정되어 후회가 없었으니, 모든 하늘용왕아수라귀신사람들이 모두 크게 칭찬해 말했다.

한 마리의 작은 새를 위해서 이와 같으니, 이 일은 희유한 일이로다.”

그러자 곧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대해에서는 파도가 일고 마른 나무에 꽃이 폈다. 하늘에서는 향기로운 비와 아름다운 꽃이 흩날렸으며, 천녀(天女)들은 노래로써 찬탄하였다.

반드시 성불하시리라.”

이때 사방의 신선들이 모두 모여와서 이렇게 찬탄했다.

이는 참으로 보살이다. 반드시 일찍 성불하실 것이다.”

그러자 매가 비둘기에게 말했다.

이렇게 시험해 보았으나 끝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니, 이는 참으로 보살이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자비의 땅에 돋으신

온갖 지혜의 나무를

우리들은 공양할지언정

근심걱정 드려서는 안 되리라.

 

비수갈마가 석제환인에게 말했다.

천주여, 그대는 신통력이 있으니, 이 왕의 몸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켜 드려라.”

석제환인이 말했다.

내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이 왕께서는 스스로 서원을 세워 그 마음 몹시 기뻐하며, 일체 중생 모두가 불도를 구할 생각을 일으키게 하신다.”

제석이 다시 왕에게 물었다.

그대는 고통스럽게 살을 베어도 마음이 괴롭고 다하지 않는가?”

왕이 말했다.

내 마음은 기쁘니, 괴롭지도 않고 다하지도 않는다.”

제석이 말했다.

누가 그대의 마음이 다하지 않는 줄을 믿겠는가?”

이때 보살이 진실한 서원을 세웠다.

나는 살을 베이고 피가 흘러도 성을 내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다. 일심으로 번민함도 없이 불도를 구하는 자이기에 내 몸은 곧 본래와 같이 회복되어지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몸은 다시 본래와 같이 회복되니, 사람과 하늘이 이것을 보고는 모두 크게 감격해 기뻐하면서 말했다.

처음 보는 일이로다. 이 대보살은 반드시 부처를 이루실 것이다. 우리들은 정성을 다하여 공양드려야 하리라. 원하옵건대 빨리 불도를 이루시어 저희들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때 석제환인과 비수갈마는 제각기 하늘 세계로 돌아갔다.

이와 같은 갖가지 모습을 단바라밀의 원만함이라 한다.

[] 시라바라밀은 어떻게 원만해지는가?

[]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청정한 계법을 보호해 지니기를 마치 수타수마(須陀須摩)44)왕이 겁마사파타(劫磨沙波陀)45)대왕 때문에 목숨을 버리게 되었더라도 금계(禁戒)를 범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옛날에 수타수마왕이 있었는데, 이 왕은 정진하고 계율을 지키며 항상 진실한 말을 했다. 어느 날 새벽에 수레를 타고 채녀들을 데리고 동산에 가서 노닐려 했다. 성문을 나서는데 어떤 바라문이 와서는 구걸하며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큰 복덕을 지니신 분이시고 저는 빈궁한 자이니, 가엾이 여기시어 적당히 베풀어 주옵소서.”

왕이 말했다.

좋다. 그대가 요구하는 대로 주리라. 그러나 내가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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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범어로는 Sutasoma.

45) 범어로는 Kalm??a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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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을 남기고 동산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면서 즐기는데, 이때 녹족(鹿足)46)이라 불리는 두 날개 가진 왕이 허공으로 날아와서 궁녀들 사이에서 왕을 잡아가니, 마치 금시조가 바다에서 용을 잡아가는 것 같았다. 궁녀들이 통곡하니 온 동산이 진동하고 성 안팎이 깜짝 놀라 슬픔에 잠겼다.

녹족은 왕을 지고 허공으로 날아가서는 머무는 곳에 이르러 99명의 왕들 틈에다 놓으니, 수타수마왕은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녹족왕이 말했다.

위대한 찰리왕이시여, 그대는 어찌하여 어린 아기처럼 울고 있는가? 사람이 나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이별이 있는 것이다.”

수타수마왕이 대답했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신용을 잃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늘 아침 성문을 나올 때 어떤 바라문이 와서 나에게 구걸을 하기에 돌아오거든 주겠노라고 했다.

항상할 수 없음[無常]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의 마음을 저버려서 스스로 남을 속이는 죄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우는 것이다.”

녹족왕이 말했다.

그대의 뜻이 그처럼 거짓말을 한 것을 두려워 하니, 그대를 다시 돌아가도록 허락하노라. 7일 동안 바라문에게 보시를 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라. 만일 7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나에게는 두 날개의 힘이 있으니, 그대를 잡아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

수타수마왕은 본국으로 돌아와서 마음껏 보시를 하고 태자에게 왕위를 넘겨 준 뒤에 백성들을 모두 모아 놓고 참회의 말을 했다.

나는 지혜가 온 백성에 두루하지 못하고 다스리는 법이 법답지 않았다. 다만 진심으로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떠나노라.”

온 나라의 백성들과 친척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만류했다.

원컨대 대왕이시여, 의지를 굳게 하시어 이 나라를 자비로써 보호하소서.

녹족귀왕(鹿足鬼王) 같은 이의 말을 개의치 마시고 무쇠 집을 짓고 날랜 군사를 배치하셔야 합니다. 녹족이 비록 신이라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진실한 말은 으뜸가는 계율이요,

진실한 말은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다.

진실한 말은 작지만 크고

거짓말은 지옥에 빠진다.

 

나는 이제 진실한 말을 지키니

설사 몸과 목숨을 잃을지라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길을 떠나 녹족왕에게 이르렀다. 녹족은 멀리서 보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신용을 잃지 않았다. 일체의 사람은 모두 몸과 목숨을 아끼는데 그대는 죽음에서 벗어남을 얻었거늘 다시 신용을 지키러 왔구나. 그대는 큰 사람이다.”

이때 수타수마왕이 진실한 말로 찬탄했다.

진실한 말을 하면 사람이요, 진실치 못한 말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진실한 말을 찬탄하고 거짓말을 나무라니, 녹족왕이 듣고 신심(信心)이 깨끗해져서 수타수마왕에게 말했다.

그대는 지금 이 법문을 잘 말해 주었다. 이제 그대를 놓아 주노니, 그대는 이미 풀려났다. 그리고 99인의 왕들도 그대에게 주겠으니, 마음대로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라.”

이렇게 말하자 백 명의 왕이 제각기 자기의 나라로 돌아가니, 이러한 갖가지 본생의 모습이 시라바라밀의 만족함이다.

[] 찬제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만약에 어떤 사람이 와서 때리고 가죽을 벗기고 몸을 갈기갈기 찢고 생명을 빼앗더라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니, 마치 찬제비구(?提比丘)47)가 가리(迦梨)48) 왕에게 손코를 다 베이어도 요동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던 것과 같다.

[] 비리야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어떤 이가 큰 마음으로 부지런히 힘쓰기를 마치 대시보살(大施菩薩)49)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 한 몸으로 큰 바다를 퍼서 다 마르게 하되 마음이 확고해 게으름 피우지 않거나, 혹은 불사부처님[弗沙佛]50)을 찬탄하면서 77야 동안 한 발을 들고 눈을 깜박이지 않은 것같이 하는 것이다.

[] 선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마치 온갖 외도들이 선정 속에서 자재를 얻는 것과 같다. 또한 사리선인(?梨仙人)51)이 좌선할 때는 들고나는 호흡이 없어져서 새가 상투 속에다 새끼를 쳐도 요동치 않았고, 나아가서는 새끼가 날아가기까지 요동치 않았다.

[] 반야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보살은 큰 마음으로 생각하고 분별하니, 마치 구빈타(?嬪陀)52) 바라문이 대신(大臣)으로서 염부제를 일곱으로 구분하되 큰 성작은 성마을주민들까지도 모두 일곱으로 나눈 것과 같다. 반야바라밀도 이와 같다.

이 보살은 6바라밀을 원만하게 성취하고 가섭(迦葉)부처님 계신 곳에서 제자가 되어 청정한 계행을 지니고 공덕을 행하여 도솔천(兜率天)53)에 태어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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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범어로는 Kalm??ap?da. 음역해서 겁마사파다(劫磨沙波陀)라고도 한다.

47) 범어로는 k??ntibhik?u.

48) 범어로는 Kali.

49) 범어로는 Mah?ty?gavat-bodhisattvamah?sattva.

50) 범어로는 Buddha Pu?ya.

51) 범어로는 ?a?khy?c?rya.

52) 범어로는 Govinda.

53) 범어로는 Tu?ita. 욕계(欲界) 6천 가운데 네 번째 천. 미래불이 되는 보살의 주처로서, 미륵보살이 법을 설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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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살은 어찌하여 도솔천상에 태어나시고 그 위에나 그 밑에는 태어나시지 않았는가? 그가 큰 복덕이 있는 분이라면 응당 마음대로 태어나실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인연과 업이 익으면 마땅히 여기에서 태어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아래 세계에서는 결()과 사(使)가 두텁고 탁하며, 위 세계에서는 결과 사가 날카롭다. 도솔천은 결과 사가 두텁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아 지혜롭고 평온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타나실 시기를 놓치기를 원하지 않은 까닭이다. 아래 세계에 태어나면 목숨이 짧아서 수명이 다하여도 아직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고, 위 세계는 목숨이 너무 길어서 수명이 다하기 전에 부처님이 나타나시는 시기가 지나간다. 곧 도솔천의 수명은 부처님이 나타나실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은 항상 중도(中道)에 계셨기 때문이다. 도솔천은 욕계의 여섯 하늘과 범천(梵天)의 중간이니, 위로 셋, 아래로 셋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하늘에서 내려온다면 반드시 중앙 지방[中國]에 태어나시며, 한밤[中夜]에 영신[]을 내리시고, 한밤에 가비라를 나오시고, 중도의 진리를 행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시고, 중도의 법을 사람들에게 설법하시다가 한밤에 무여열반에 드신다. 중간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중간 하늘에 태어나시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서 보살은 도솔천에 태어나서는 네 가지 방법으로 인간을 관찰한다. 첫째는 때를 관찰하고, 둘째는 땅을 관찰하고, 셋째는 종성을 관찰하고, 넷째는 태어날 곳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때를 관찰하는 것인가? 때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부처님은 그 가운데에서 태어나신다. 첫째는 인간의 수명이 84천 세일 때요, 둘째는 인간의 수명이 7만 세일 때요, 셋째는 인간의 수명이 6만 세일 때요, 넷째는 인간의 수명이 5만 세일 때요, 다섯째는 인간의 수명이 4만 세일 때요, 여섯째는 인간의 수명이 3만 세일 때요, 일곱째는 인간의 수명이 2만 세일 때요, 여덟째는 인간의 수명이 백 세일 때이다.

보살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신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백 세일 때 부처님이 나오는 시기에 이른다.”

이것을 때를 관찰한다고 한다.

어떤 것이 땅을 관찰하는 것인가? 부처님들은 항상 중국에 태어나신다. ??보물이 많이 나고, 음식이 풍미하고 아름다우며, 그 국토가 청정하다.

어떤 것이 종성을 관찰하는 것인가? 부처님은 두 족성 가운데 태어나시니, 찰리 혹은 바라문이다. 찰리 종족은 세력이 크기 때문이요, 바라문 종족은 지혜가 크기 때문인데 당시에 귀히 여기는 자를 좇아 부처님께서는 탄생하신다.

어떤 것이 태어날 곳을 관찰하는 것인가? “어떤 여자[母人]가 능히 나라연(那羅延)54)의 힘을 가진 보살을 잉태할 수 있으며, 또한 스스로 청정한 계법을 잘 지키고 지닐 수 있겠는가?” 이처럼 관찰하고 나서는 오직 중국 가비라바(迦毘羅婆)55)의 정반왕후만이 능히 보살을 잉태하실 수 있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도솔천에서 내려와 바른 지혜를 잃지 않고 모태 속으로 들어가셨다.

[] 어찌하여 일체의 보살들은 마지막 몸이 하늘에서만 내려오고 인간에게서는 오지 않는가?

[] 보살은 상도(上道)를 타고 온다. 6도 가운데서 천도(天道)가 가장 높다. 또한 하늘에서 내려오실 때의 갖가지 상서로운 감응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니, 만일 인도(人道)로부터 오신다면 인간의 갈래에는 이런 상서로움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은 하늘은 공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 모든 인간은 때 묻은 마음으로 서로 상속해서 어머니의 태에 들기 때문에 온갖 삿된 지혜와 어울리게 되거늘 보살은 어찌하여 바른 지혜로 어머니의 태에 들었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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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범어로는 nar?ya?a. 천계(天界)의 역사(力士), 견고(堅固)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55) 범어로는 Kapilasas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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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가 말하기를 때 묻은 마음이 서로 이어질 때 온갖 중생은 삿된 생각으로 어머니 태에 들지만, 보살은 잘 기억하여 잊지 않는 까닭에 바른 지혜로 어머니 태에 든다고 한다. 중음(中陰)56)에 머무를 때엔 중음에 머무르는 줄을 알고, 태에 들 때엔 태에 드는 줄 알고, 가라라(歌羅羅)57)[수태된 지 7일째로서 적백의 정()이 화합한 시기]일 때는 가라라에 머무는 줄을 알고, 알부타(?浮陀)58)[14일이 되는 시기로서 누에와 같은 포상(胞狀)이 된다.]일 때는 알부타임을 알고, 가나(伽那)59)[수태 21일이 되는 시기로서 응결된 버터()와 같다.]일 때에는 가나임을 알고, 5(?)60)일 때에는 5포로 머무는 줄을 알고, 태어날 때에는 태어나는 줄 알아 이 모두를 기억하여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른 지혜로 어머니 태에 든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중음에 있을 때 자신이 남자이면 어머니에 대해 애정을 품고 생각하기를 이 여자는 나가서 따를 사람이다하고 아버지에 대하여는 미워하는 생각을 낸다.

만알 자신이 여자라면 아버지에 대해 애정을 품고 생각하기를 이 남자는 나가서 따를 사람이다하고 어머니에 대하여는 미워하는 생각을 품는다.

이와 같이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보살에게는 없다. 보살은 먼저부터 이미 이는 아버지이고 이는 어머니이며, 어머니가 능히 내 몸을 키워 주리라. 나는 부모에 의지해 몸을 내고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으리라고 안다. 이 깨끗한 마음으로 부모를 억념하고 상속해서 태로 들어가니, 이를 바른 지혜로써 태에 든다고 하는 것이다.

이 보살이 열 달이 차도록 바른 지혜로써 기억을 잃지 않고 있다가 태에서 나오면 일곱 걸음을 걷고 입을 열어 외치기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몸이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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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범어로는 antara-bhava. 생존을 떠나 다음 생존을 받기까지의 중간적 존재를 말한다.

57) 범어로는 kalala.

58) 범어로는 arbuda.

59) 범어로는 ghana.

60) 범어로는 pe?in. 영글진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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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관상보는 이[相師]에게 데리고 가서 보여주며 묻기를 그대는 내 아들을 보거라. 진실로 서른두 가지 큰 인물의 특징이 있는가? 만일 참으로 32상을 구족하고 있다면 반드시 두 가지 법이 이루어질 것이다. 곧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난다면 부처님이 되리라했다.

관상보는 이들이 말하기를 대왕의 태자께는 실로 32상이 있으십니다. 만일 집에 계시면 전륜성왕이 되실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시면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입니다했다.

다시 왕이 어떤 것이 32상인가?”라고 물으니, 상사는 대답했다.

첫째는 발바닥이 안정되고 평평하게 선 모습61)이니, 발바닥이 모두 땅에 닿아서 바늘 하나 용납할 틈도 없이 꼭 닿습니다. 둘째는 발바닥의 이륜(二輪)의 모습이니, 천폭(千幅)과 테와 바퀴가 있습니다. 이 셋은 자연히 성취된 것으로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하늘의 장인바치인 비수갈마(毘首?磨)62)도 이렇듯 묘한 모습은 지어내지는 못합니다.”

[] 어째서 짓지 못하는가?

[] 이 비수갈마 같은 하늘의 장인바치들은 없어지거나 숨지 않는 지혜를 가졌지만 이 윤상은 착한 업으로 얻어진 것이다. 하늘의 장인바치들은 태어나는 과보에서 의례히 이 지혜를 얻지만 윤상은 선근(善根)을 행한 지혜로 얻는다. 비수갈마 등은 한 세상의 수행으로 얻은 지혜이지만 윤상은 한량없는 겁 동안 수행으로 생긴 지혜이다. 그러므로 비수갈마도 만들지 못하니, 하물며 다른 장인바치이겠는가.

셋째는 손가락이 긴 모양63)이니,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단정하고 곧아서 부드럽게 이어지며, 손마디에 높낮이가 있다.

넷째는 발꿈치가 넓고 평평한 모양[足?廣平相]64)이다.

다섯째는 손발가락 사이에 그물이 있는 모양[手足指?網相]65)이니, 마치 기러기발가락을 펴면 곧 드러나고 오므리면 곧 사라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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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범어로는 suprati??hitap?datala?.

62) 범어로는 Vi?vakarman.

63) 범어로는 dirgh??guli.

64) 범어로는 ?yantap?dap?r??i.

65) 범어로는 j?la?gulihasta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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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는 수족이 유연한 모습[手足柔軟相]66)이니, 부드럽기가 마치 섬세한 겁파털[劫波?] 같아서 다른 이의 수족보다 수승하다.

일곱째는 발등이 높고 풍만한 모양[足趺高滿相]67)이니, 발을 땅에 디디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다. 발바닥 색깔은 붉은 연꽃 같고 발가락 사이의 그물[]과 발 주변의 색깔이 참산호빛 같으며, 발톱은 맑은 적동(赤銅) 같으며, 발등은 순금 빛이고 발등 주변에 난 털은 푸른 비유리(毘琉璃) 같다. 이렇듯 그 발 전체가 장엄하고 예쁘니, 마치 온갖 보배를 단 신발이 갖가지로 장엄되어 있는 것 같다.

여덟째는 이니연(伊泥延)의 종아리68) 같은 모양[伊泥延膊相]69)이니, 마치 이니연 사슴의 허벅지같이 차츰차츰 가늘게 뻗어 있다.

아홉째는 똑바로 서면 손이 무릎에 닿는 모양[正立手摩膝相]70)이니, 구부리거나 고개를 들지 않고 서서 손으로 무릎을 만질 수 있다.

열째는 음부가 드러나지 않는 모습[陰藏相]71)이니, 마치 잘 길들인 코끼리나 말의 그것과 같다.

[] 보살이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었다면 제자들이 무슨 인연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음부를 보았는가?

[] 뭇 사람들을 제도하고 뭇 의혹을 끊기 위하여 드러나지 않는 음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또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께서 말이나 코끼리로 변하여 제자들에게 보이면서 나의 숨은 음부의 모습도 이와 같으니라하셨다.”

열한째는 몸의 너비와 길이가 균등한 모습[身廣長等相]72)이니, 마치 니구로다(尼拘盧陀)73)나무와 같이 보살의 몸도 가지런해서 중앙에서 사방으로의 길이[]가 균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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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범어로는 m?dutaru?ap??ip?da.

67) 범어로는 utra?gacara?a.

68) 범어로는 ai?eyaja?gha.

69) 범어로는 ani?eyaja?ha.

70) 범어로는 sthit?navanat?j?nupralam-bab?hu.

71) 범어로는 ko?agatavastiguhya.

72) 범어로는 parima??ala.

73) 범어로는 nyagr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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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째는 터럭이 위로 향한 모양[毛上向相]74)이니, 몸의 털이 모두 위를 향해 누워 있다.

열셋째는 한 모공에 하나의 터럭이 자라는 모습[一一孔一毛生相]75)이니, 터럭이 어지럽지 않고 푸른 유리 빛이며, 털들은 오른쪽으로 나부끼어 위로 향해 있다.

열넷째는 금빛을 띠는 모습[金色相]76)이다.

[] 무엇이 금빛인가?

[] 무쇠가 금 옆에 있으면 돋보이지 못한다. 지금 현재의 금도 부처님 계실 때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부처님 계실 때의 금을 염부나금(閻浮那金)77)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염부나금을 큰 바다 안의 전륜성왕이 다니는 길의 금모래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금모래를 금산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금산을 수미산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수미산을 삼십삼천의 영락(瓔珞)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삼십삼천

의 영락의 금을 염마천(焰摩天)78)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염마천의 금을 도솔타천(兜率陀天)79)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도솔타천의 금을 화자재천(化自在天)80)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화자재천의 금을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81)의 금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고, 타화자재천의 금을 보살의 몸빛에다 견주면 돋보이지 않나니, 이러한 빛을 금빛 모습이라 한다.

열다섯째는 한 길이나 되는 빛을 내는 모양[丈光相]82)이니, 사방으로 모두 한 길[]의 광명으로 둘러싸인 채 부처님이 그 복판에 계시는데, 단엄함이 으뜸이다. 마치 여러 하늘이나 여러 왕들의 보배 광명이 밝고 맑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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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범어로는 ?rdhv?graroma.

75) 범어로는 ekaikaroma.

76) 범어로는 suvar?avar?a.

77) 범어로는 jamb?nada-kanaka.

78) 범어로는 Yama.

79) 범어로는 Tu?ita. 욕계(欲界) 6천 가운데 네 번째 천. 미래불이 되는 보살의 주처로서, 미륵보살이 법을 설하고 있다고 한다.

80) 범어로는 Nirm??arati.

81) 범어로는 Paranirmitava?avartin.

82) 범어로는 vy?maprab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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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째는 섬세하고 엷은 피부 모양[細薄皮相]83)이니, 먼지나 흙이 몸에 묻지 않는 것이 마치 연꽃잎에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다. 보살은 마른 흙산 가운데서 경행(經行)을 해도 흙이 발에 묻지 않으니, 마치 수람풍(隨籃風)이 불어와서 흙산을 날려버려 먼지가 되게 하더라도 한 티끌도 부처님 몸에는 들어붙지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열일곱째는 일곱 곳이 융만한 모습[七處隆滿相]84)이니, 두 손두 발두 어깨목덜미 등 일곱 곳이 모두 두툼하고 단정하며 그 빛이 청정하여 다른 이의 몸매보다 수승합니다.

열여덟째는 양 겨드랑이가 융만해 있는 모습[兩腋下隆滿相]85)이니, 지나치게 나오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열아흡째는 상반신이 마치 사자와 같은 모양[上身如師子相]86)이다.

스무째는 크고 곧게 뻗은 몸의 모양[大直身相]87)이니, 모든 사람 가운데서 몸이 가장 크고 곧습니다.

스물한째는 어깨가 원만하고 좋은 모양[肩圓好相]88)이니, 일체의 잘 갖추어진 어깨 가운데서 이와 같은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스물둘째는 40개의 치아가 있는 모양[四十齒相]89)이니, 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다른 사람들은 치아가 32개이고, 몸의 뼈가 3백여 개이며, 머리의 뼈는 아홉이다. 보살은 치아의 뼈가 많고 머리의 뼈는 적으나, 다른 사람은 치아의 뼈가 적고 머리의 뼈가 많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몸매와는 다르다.

스물셋째는 치아가 가지런한 모습[齒齊相]90)이니, 모든 치아가 균등하여 굵은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들쑥날쑥하지도 않다. 치아가 조밀하게 들어차 있어 모르는 사람은 치아가 하나라고 생각하며, 치아 사이에는 털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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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범어로는 s?k?macchavi.

84) 범어로는 saptotsada.

85) 범어로는 cint?ntar?a?sa.

86) 범어로는 si?hap?rv?rdhak?ya.

87) 범어로는 b?had?juk?ya.

88) 범어로는 susa?v?ttaskandha.

89) 범어로는 catv?ri??addanta.

90) 범어로는 aviralad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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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째는 치아가 흰 모습[牙白相]91)이니, 설산(雪山)의 광채보다도 희다.

스물다섯째는 사자와 같은 뺨의 모양[師子頰相]92)이니, 마치 짐승의 왕인 사자의 평평하고 넓은 뺨과 같다.

스물여섯째는 모든 맛 가운데 최고의 맛을 얻는 모습[味中得上味相]93)이니,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은 음식을 입에 넣으면 일체의 음식이 모두 최상의 맛을 이룬다. 그것은 왜냐하면 모든 음식 가운데 가장 좋은 맛의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가 없는 사람은 그러한 인연을 일으키지 못하므로 최상의 맛을 얻지 못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보살이 음식을 집어 입에다 넣으면 이때 인후의 양쪽 주변으로부터 감로(甘露)가 흘러 나와 여러 맛과 어울린다. 그 맛이 청정하기에 맛 가운데 최고의 맛을 얻는다.”

스물일곱째는 큰 혀의 모습[大舌相]94)이니, 이 보살의 큰 혀는 입에서 나와서는 온 얼굴을 덮으며 나아가 머리카락 살피까지 덮는다. 하지만 다시 입으로 들어가도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일은 없다.

스물여덟째는 범()의 소리를 내는 모습[梵聲相]95)이니, 마치 범천왕의 입에서 다섯 가지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곧 첫째는 깊기가 우레 같음이요, 둘째는 맑고 투명하게 울려 퍼져 멀리까지 들리며, 듣는 이는 모두 기뻐함이요, 셋째는 마음으로 공경하고 사랑함이요, 넷째는 분명해서 알기 쉬움이요, 다섯째는 듣는 이가 싫어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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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범어로는 kukladanta.

92) 범어로는 si?hahanu.

93) 범어로는 rasaras?grapr?pta.

94) 범어로는 prabh?tajihva.

95) 범어로는 brahmasv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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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음성도 그와 같아서 이러한 다섯 가지 소리가 입에서 나오면 가릉비가(迦陵毘伽)96)의 소리가 되니, 마치 가릉비가 새의 소리처럼 사랑스럽다. 또한 북소리와도 같으니, 마치 큰 북 소리처럼 깊고 멀리 울린다.

스물아홉째는 짙푸른 눈의 모습[眞靑眼相]97)이니, 마치 아름다운 청련화와 같다.

서른째는 소의 눈썹 모습[牛眼睫相]98)이니, 마치 소의 눈썹이 길고 잘 생겨 어지럽지 않은 것과 같다.

서른한째는 정수리에 육계가 있는 모습[頂?相]99)이니, 보살은 뼈 상투가 있어 마치 주먹이 머리위에 있는 것 하다.

서른둘째는 흰 터럭 모양[白毛相]100)이니, 흰 터럭이 눈썹 사이에 났는데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다. 희고 맑은 것이 오른쪽으로 돌았고, 길이가 다섯 자나 된다.

관상보는 이가 말했다.

대왕의 태자께서 지니신 서른두 가지 위대한 이의 모습은 이와 같습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이 상호들을 구족했던 것이다.

[] 전륜성왕도 32상이 있고 보살도 32상이 있다. 어떤 차별이 있는가?

[] 보살의 상호는 일곱 가지가 전륜성왕의 상호보다 뛰어나다. 첫째는 맑고 예쁨이요, 둘째는 분명함이요, 셋째는 장소를 잃지 않음이요, 넷째는 구족함이요, 다섯째는 깊이 들어감이요, 여섯째는 지혜를 따라 행할지언정 세속을 따르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멀리 여의는 법을 따르는 것이다. 전륜성왕의 상호는 그렇지 않다.

[] 어찌하여 상()이라 하는가?

[] 알기 쉽기 때문에 상이라 한다. 마치 물이 불과 다른 것은 그 모습[]으로부터 알려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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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범어로는 kalavi?ka. 히말라야 산중에 사는 새. 혹은 극락정토에 사는 새라고도 한다. 호성(好聲)?미성(美聲)?미음(美音) 등으로 한역.

97) 범어로는 abhin?lanetra.

98) 범어로는 gopak?manetra.

99) 범어로는 u????a??r?a.

100) 범어로는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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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살은 어찌하여 32상에서 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는가?

[] 어떤 이는 말하기를 부처님이 32상으로 몸을 장엄하고 있는 것은 단정하고 어지럽지 않기 위함이니, 만약에 그보다 적으면 몸이 단정치 못하고, 많으면 부처님의 몸이 어지럽다. 32상은 단정하고도 어지럽지 않아서 더할 수도 없고 줄일 수도 없다. 마치 불법을 더할 수도 없고 줄일 수도 없듯이 몸의 모습 역시 그와 같다고 한다.

[] 보살은 어찌하여 상호로써 몸을 장엄하는가?

[] 누구나 부처님의 몸의 상호를 보고는 마음속으로 믿음이 청정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상호로써 몸을 장엄하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들은 모든 일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몸의 빛깔위력종성가속(家屬)101)지혜선정해탈 등 모든 일이 다 수승하시다. 만일 부처님의 몸이 장엄스럽지 못하면 이러한 일이 문득 부족할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아눗다라삼먁삼보디가 이 몸에 머무시는데, 만약에 몸의 상호가 장엄스럽지 못하면 아눗다라삼먁삼보디가 이 몸에 머무시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호귀한 집 딸에게 장가를 들려면 그 여자는 먼저 사자를 보내 말하되 만일 나에게 장가를 들려거든 우선 방을 장엄스럽게 꾸며 지저분한 것을 없애고 향훈(香薰)을 바르고 평상과 걸상을 설치하며, 이불자리휘장천막번기일산꽃 등으로 장식해야한 합니다. 그런 뒤에 제가 당신의 집으로 갈 것입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도 그와 같아서 먼저 지혜의 사자를 미래에 태어나실 보살에게 보내어 말하되 만일 나를 얻고자 하거든 먼저 상호의 업을 닦아 스스로를 장엄하라. 그런 뒤에 내가 그대의 몸에 머무르리라. 만일 몸을 장엄하지 않으면 나는 머무르지 않으리라한다.

그러기에 보살이 32상의 업을 닦아 스스로의 몸을 장엄하는 것이니,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기 위함이다.

이때 보살은 점점 자라서 늙음병듦죽음의 고통을 보고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한밤에 집을 나와 6년 동안 고행을 하다가 난타(難陀)102)라는 바라문의 딸이 올리는 몸에 이로운 열여섯 가지 공덕을 갖춘 꿀[石蜜]103)과 유미죽[?]을 드시고 보리수 밑에서 18천억의 마라의 군대와 마라의 군중을 부순 뒤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얻으셨다.

[] 어떤 공덕을 얻어야 부처라 하는가?

[] 진지(盡智)104)와 무생지(無生智)105)를 얻기 때문에 부처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은 10()4무소외(無所畏)18불공법(不共法)을 얻어 세 가지에 통달하고 장애가 없어 세 가지 마음이 그친다. 즉 첫째는 제자가 가르침을 받고는 공경하고 존중하여도 부처님은 기뻐함이 없다. 둘째는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서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아도 부처님은 근심치 않는다. 셋째는 공경하고 존중하거나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거나 마음에 변함이 없다. 크게 자비로우며 37조도품과 일체법의 총상(總相)106)과 별상(別相)107)을 모두 다 알기 때문에 부처님이라 한다.”

[] 어째서 불도를 얻기 전에는 보살이라 하고, 불도를 얻은 뒤에는 보살이라 하지 않는가?

[] 불도를 얻기 전에는 마음에 애착이 있어 아눗다라삼먁삼보디를 구하려 한다. 그러므로 보살이라 한다. 이미 불도를 얻었다면 다시 부처님의 갖가지 특이한 큰 공덕을 얻는 까닭에 다시 다른 이름이 생기니 일컬어 부처님이라 한다.

비유하건대 왕자가 아직 왕이 되지 못했다면 일컬어 왕자라 하거니와 이미 왕이 됐다면 왕자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보살 역시 그와 같아서 불도를 얻기 못했다면 보살이라 하지만 이미 불도를 얻었다면 부처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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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범어로는 j?ti.

102) 범어로는 Nanda.

103) 범어로는 madhumaireya.

104) 범어로는 k?ayaj??na.

105) 범어로는 anutp?daj??na.

106) 범어로는 sarvadharma-lak?a?aj??na.

107) 범어로는 svas?m?nya-lak?a?aj??na. 사물에 존재하는 특별한 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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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의 가르침 가운데 마하가전연니자(摩訶迦?延尼子)108)의 제자들은 보살의 정의를 그처럼 설명했다.

한편 마하연(摩訶衍)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은 생사 속의 사람이라 마하연의 경전을 읽지도 외우지도 않고 큰 보살도 아니다. 모든 법의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스스로가 영리한 근기이고 지혜롭다 여기어 불법 안에서 토론을 전개해 모든 번뇌[結使]와 지혜와 선정과 근() 등에 대해 정의하건데 도리어 곳곳에 실수가 있다. 그러니 하물며 보살에 대해 논할 수 있으랴.

비유하건대 힘이 적은 사람은 작은 개울을 뛰어 건너려는 것과 같으니, 그조차 지날 수 없거늘 하물며 큰 강을 건널 수 있으랴. 큰 강에서 빠져 죽을 것이 틀림없다고 아는 것이다.”

[] 무엇을 실수라 하는가?

[] 위에서 말했듯이 3아승기(阿僧祇)가 지나야 보살이라 한다. 3아승기 동안에 머리골수뇌까지를 보시하여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나니, 이는 아라한이나 벽지불들로서는 미치지 못하는 바이다.

옛날 보살이 대살타바(大薩陀婆)109)로 있을 적에 큰 바다를 건너는데 모진 바람이 불어와서 배를 부수거늘 여러 장사꾼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머리칼이나 손?발을 잡아라. 그대들을 건너가게 해 주리라했다. 여러 사람이 잡자마자 칼을 뽑아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으니, 바다의 법은 시체를 머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110) 때마침 질풍이 불어 와서 기슭에 이르렀다.

거룩한 자비가 이러하거늘 그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보살이 두 번째 아승기겁에서 행이 다 차고 아직 세 번째 아승기겁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연등불(燃燈佛)111)이 계신 곳에서 부처가 되리라고 수기를 받았다. 곧 바로 허공으로 올라가서 시방의 부처님을 뵙고 허공에 서서 연등부처님을 찬탄했다. 그러자 연등부처님은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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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범어로는 Abhidharmavibh???.

114) 범어로는 Acala.

115) 범어로는 ??ra?gamasam?dhi.

116) 범어로는 vy?kara?a. 미래에 대한 예언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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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한 아승기겁을 지나면 반드시 석가모니라 불리는 부처가 되리라.”

수기를 얻는다 함은 이러한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그 시절은 아직 보살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 어찌 큰 실수가 아니겠는가.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3아승기겁을 지나지 않은 동안에는 부처님의 상호도 없고, 부처님의 상호의 인연을 심는 일도 없거늘 어떻게 그가 보살임을 알겠는가? 보살은 모든 법은 먼저 형상이 있은 뒤에 그 실()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만일 모양이 없었다면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마하연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기를 받고 부처가 되어 허공에 올라서 시방의 부처님을 뵈었으니 이 어찌 위대한 상호가 아니겠는가? 부처님에게서 수기되어 비로소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처가 될 수 있었다면, 이는 곧 위대한 상호이다. 이 위대한 상호를 버리고 32상을 취하니, 32상은 전륜성왕에게도 있다. 여러 하늘이나 마왕들도 곧잘 이 상을 만들어 내며, 난타(難陀)나 제바달 등도 모두 32상이 있다.

바발례(婆跋隷)112) 바라문은 세 가지 상호가 있고 마하가섭의 부인도 금빛 상호가 있었다.

요즘 사람들에게도 각각 하나 혹은 두 개의 상호는 있나니, 푸른 눈긴 팔상체가 사자 같음 등 갖가지로 많거나 적거나 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이 상호만을 소중히 여기는가? 도대체 어느 경에서 ‘3아승기겁 동안에 보살은 상호의 인연을 심지 않는다하였는가?

예컨대 난타가 비바시불을 목욕시켜 드리고는 청정하고 단정하게 될 것을 서원한 것과 같은 일이다. 곧 그는 어느 벽지불의 탑에 푸르고 검은 칠을 해주고 벽지불의 상()을 만들고는 나는 항상 금빛 몸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서원하였으며, 또한 가섭불의 탑 가운데 층계를 만들어 주었다.

이 세 가지 복덕의 인연 때문에 세세에 즐거움을 받고,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단정한 몸을 얻었으며, 이 복덕의 나머지로 가비라바의 석가 종족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서른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청정하고 단정했으며, 출가하여서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5백 제자 가운데서 난타 비구가 단정함이 제일이다고 하셨으니, 이 모습은 얻기가 쉽거늘 어찌하여 91대겁(大劫) 동안에 심어서 나머지 한 겁 동안에 상호를 얻는다 하는가? 이것이 큰 실수이다.

[] 그대가 말하기를 처음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지 안 될지 모르며, 둘째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 줄은 알지만 자기 입으로 말을 하지 않고, 셋째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 줄도 알고 남에게 이야기도 한다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어디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가? 어느 경에 그런 말이 있는가? 성문법의 삼장에서 말했는가? 아니면 마하연 가운데에서 말했는가?

[]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비록 부처님께서 직접 3장 가운데에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나 뜻으로 보아서는 이와 같다. 아비담비바사(阿毘曇?婆沙)113)의 보살품 가운데 이와 같이 설해져 있다.”

마하연 가운데 초발심을 설하기를 이때 내가 부처를 이루리라는 것을 안다고 한다. 아차라(阿遮羅)114)보살과 같은 이는 장수부처님[長手佛]에게 처음으로 발심한 때 금강좌처에 이르러 불도를 이루기까지 그 중간에 뒤바뀌거나 부정한 마음이 나지 않았다.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115)에는 네 종류의 보살이 네 종류의 수기(受記)116)를 받는다고 한 것과 같다. 곧 아직 발심하지 않았는데 수기를 받는 경우, 발심했을 때에 맞춰 수기를 받는 경우, 이전에 수기를 받았건만 자신은 전혀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경우, 이미 수기를 받았는데 자신도 다른 사람도 모두 아는 경우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둘째 아승기겁에서 수기를 받은 줄을 아나 스스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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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범어로는 B?vari.

113) 범어로는 Abhidharmavibh???.

114) 범어로는 Acala.

115) 범어로는 ??ra?gamasam?dhi.

116) 범어로는 vy?kara?a. 미래에 대한 예언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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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량없는 아승기겁 가운데 공덕을 지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하셨는데 어째서 3아승기겁이라 하는가? 3아승기겁이라 하면 분량이 있고 한도가 있다.

[] 마하연 가운데 비록 그런 말씀이 있으나, 나는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다.

[] 그것은 큰 실수이다. 이것은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으로,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이니, 그대는 거슬려서는 안 된다. 그대는 마하연 가운데에서 나왔거늘 어째서 말하기를 나는 전혀 믿을 수 없다하는가?

또한 마하연의 논의는 이 가운데에서117)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말하기를 32상의 업의 인연은 욕계에서 심지 색계나 무색계에서 심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무색계에는 몸도 빛도 없기에 32상은 몸을 장엄하는 것이므로 그곳에서는 심을 수 없다 함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색계에서야 어찌 심지 못하겠는가? 색계에는 여러 범천왕이 있어 항상 부처님께 최초의 법륜을 청했다. 이는 지혜가 청정하므로 능히 불도를 구하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32상의 인연을 심지 못한다 하는가?

또한 인간 가운데에서는 심을 수 있지만, 다른 길에서는 심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사가도(娑伽度)118)용왕은 10() 보살119)이요,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120)용왕은 7주 보살121)이요, 나후아수라(羅?阿修羅)122)왕 역시 큰 보살이거늘 어찌하여 다른 길에서는 인연을 심지 못한다 하는가?

또한 그대는 인간 가운데 염부제(閻浮提)123)에서만 심고, 울달라(鬱?羅)124)에서는 심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가운데 울달라 사람은 나라는 주체[吾我]가 없이 즐거움에 집착하고 영리한 근기가 아닌 까닭에 안 된다고 해도 구타니(?陀尼)125)와 불바제(弗婆提)126)의 두 곳은 복덕과 지혜와 수명이 염부제보다 수승하거늘 어찌하여 심지 못한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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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곧 마하연경 가운데에서를 말한다.

118) 범어로는 S?gara-n?gar?ja. 사가라(娑伽羅)라고도 한다.

119) 부처님의 지혜의 물로써 관정을 받는 관정주(灌頂住) 보살을 말한다.

120) 범어로는 Anavataptan?gar?ja.

121) 불퇴전의 지위에 머무는 보살을 말한다.

122) 범어로는 R?hu asurar?ja.

123) 범어로는 Jambudv?pa. 인도를 가리킨다. 수미산을 둘러싼 4대주(大洲, catur- dv?paka) 가운데 하나로, 수미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반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남섬부주(南贍部州)라고도 한다.

124) 범어로는 Uttarakuru. 수미산을 둘러싼 4대주 가운데 하나. 수미산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장방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구로주(北俱盧洲)라고도 한다.

125) 범어로는 Apara-God?n?ya. 수미산을 둘러싼 4대주 가운데 하나. 수미산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우화주(西牛貨州)라고도 한다.

126) 범어로는 P?rvavideha. 수미산을 둘러싼 4대주 가운데 하나. 수미산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반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승신주(東勝身州)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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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대는 한 생각으로 한 상호의 인연을 심는다 하는데, 이 마음은 손가락을 튀기는 사이에 60의 생()이 멸하지만 한 생각 동안에 머무르지 않고 분별치도 못하거늘 어떻게 능히 대인상(大人相)을 심겠는가? 이 대인상은 깨닫지 못한 마음으로는 심을 수가 없나니, 그러므로 여러 생각이 화합하여야 한 상호를 심는 것이다.

마치 무거운 물건을 한 사람으로서는 멜 수 없고 반드시 여러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것처럼 이 상호의 인연을 심는 것도 반드시 큰 마음과 여러 생각이 화합해서 비로소 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복상(百福相)이라 하니, 백 가지 큰 마음과 생각이 복덕을 심는 까닭에 이를 백복상이라 한다. 한 생각으로 한 모습을 심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이라도 한 생각으로 한 일을 심지 못하거늘 하물며 백복상이겠는가.

그렇거늘 어찌하여 석가모니보살의 마음은 아직 순수하게 맑아지지 못했는데 그의 제자는 마음이 순수하게 맑아졌고, 미륵보살은 마음은 순수하게 맑아졌는데 제자는 마음이 순수하게 맑아지지 못했다 하는가? 이러한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3127) 가운데에도 마하연 가운데에도 이런 말은 없다. 이 말은 그대의 짐작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대는 다만 석가모니보살이 보굴(寶窟) 안에서 불사불(弗沙佛)128)을 뵈옵고 77야 동안 한 게송으로써 찬탄한 것만 보았을 뿐이다. 미륵보살도 갖가지 방법으로 불사불을 찬탄하였으나, 다만 아바타나경(阿波陀那經)129)에 말씀되지 않아서 그대가 알지 못함은 인연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문득 말하기를 미륵의 제자들은 마음이 순수하게 맑아지지 못했다하는데 이런 것이 모두 그릇된 실수이다.

또한 그대가 말하기를 보살은 모든 물건을 모두 보시하여 아끼지 않기를 마치 시비왕(尸毘王)130)이 비둘기를 위하여 매에게 살을 베어 주고서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하였는데 재물이나 보배로써 보시하면 낮은 보시라 하고, 몸으로써 보시하면 중간 보시라 하며, 갖가지 보시 가운데서 마음이 집착되지 않는 것을 높은 보시라 한다. 그렇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중간 보시를 찬탄하여 단바라밀을 원만히 한다고 하는가? 이 보시는 비록 마음에 자비함이 많으나 지혜로움을 아는 것과 지혜로움을 알지 못함이 있다. 마치 사람들이 부모나 친척을 위하여 몸을 돌보지 않거나 혹은 주인을 위하여 몸을 돌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알게 되는 바이니, 비둘기를 위하여 몸을 아끼지 않은 것은 중간 보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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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범어로는 tripi?aka.

128) 범어로는 Buddha Pu?ya.

129) 범어로는 Avad?na-s?tra.

130) 범어로는 ?i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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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살이 일체 중생을 위하고 부모를 위하고 주인을 위함은 모든 사람을 위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몸을 아끼지 않는 것만으로는 단바라밀의 원만한 성취라 하지 못한다.

[] 비록 일체 중생을 위한다고 해도 그 마음이 청정한 것은 아니다. 나의 몸이 주체[吾我] 없음을 알지 못하고, 받는 이가 사람도 아니요 주인도 아님을 알지 못하며, 보시한 물건에는 진실한 성품이 하나라고도 말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한다. 이 세 가지 일에 마음이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청정치 못하다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복덕의 과보는 받을지언정 곧장 불도에 이르지는 못한다.

반야바라밀다에서 설하듯이 세 가지 일[三事]을 얻어도 안 되고 또한 집착되어서도 안 되니, 그것을 단바라밀의 원만함을 구족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반야바라밀을 능히 대지(大地)와 성곽과 취락을 분별해서 일곱으로 나누며, 이것을 반야바라밀의 원만한 성취라 하는 것이다. 이 반야바라밀은 한량도 없고 끝도 없어서 마치 큰 바닷물과 같다. 모든 하늘이나 성인아라한벽지불에서 초행의 보살[初行菩薩]에 이르기까지도 그 끝을 알지 못하고 10()131)에 머무는 보살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대지의 10성곽과 10취락을 일곱으로 나눌 수가 있으며, 그것을 반야바라밀의 원만한 성취라 말하는가?

이와 같은 산수의 법에서 대지를 나눈다고 함은 세속의 반야바라밀이 차지하는 아주 일부일 뿐이다.

예를 들어 마치 큰 바다에서 한 두 방울의 물 같은 것이니, 실제의 반야바라밀은 3세에 걸친 모든 부처의 어머니[佛母]라고 하며, 일체법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이 반야바라밀은 오는 바도 없고 가는 바도 없으니, 그 어디에서 구하여도 얻을 길이 없다. 마치 환술 같고 메아리 같으며, 또한 물속의 달과 같아서 보자마자 문득 잃어버린다.

성현들께서는 항상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에 비록 반야는 한 모습이지만 갖가지 이름과 말로써 이 반야바라밀다이 모든 부처님의 지혜의 보배 창고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러니 그대의 말은 크게 틀린다.

또한 그대는 말하기를 네 가지 관찰이란 곧 시기를 관찰하고, 토지를 관찰하고, 종족을 관찰하고, 태어날 곳을 관찰함이다. 인간의 수명이 8만 세 일 때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시고, 765432만 세일 때 부처님이 나타나시고, 인간의 수명이 백 세 일 때 부처님이 나타나시니, 이 같은 시기를 말한다고 했다. 만일 부처님들께서 중생을 항상 가엾이 여기신다면 어찌하여 여덟 가지 시기에만 부처님이 나타나시고 다른 때에는 나타나시지 않는가?

불법은 시기를 기다리지 않나니, 마치 좋은 약은 먹자마자 병이 낫듯이 불법도 그와 같아서 시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 보살이 중생들을 가엾이 여긴다 해도 부처님들이 때를 기다리는 일은 없다. 사람은 8만 세를 지나면 장수(長壽)로 즐거움이 많고 염애(染愛) 등의 번뇌[結使]도 두터워지며 근기는 둔하여 교화할 만한 때가 아니다. 만약 백 세 이하의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단명으로 괴로움이 많고 성냄 등의 번뇌가 더욱 두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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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범어로는 Buddha Pu?ya.

129) 범어로는 Avad?na-s?tra.

130) 범어로는 ?ivi.

131) 범어로는 ?as?bh?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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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거울 때와 괴로울 때는 모두 도를 얻을 시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지 않는 것이다.

[] 모든 하늘들의 수명은 천 만 세를 넘고, 전생의 인연이 있어 비록 즐거움이 많고 애욕에 물드는 일이 두텁지만 능히 도를 얻으니, 하물며 인간 세상이랴. 인간세상은 크게 즐거움이 없고 서른여섯 가지가 부정한 까닭에 교화하기 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수명이 8만 세를 지나더라도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실 것이다. 이때에는 사람들이 병이 없고 마음이 즐거우며 모두 영리하고 복덕이 있으니, 복덕 있고 영리하기 때문에 도를 얻기가 쉬운 것이다.

또한 사자고음왕불(師子鼓音王佛)132) 때에는 인간의 수명이 10만 세요, 명왕불(明王佛)133) 때에는 인간의 수명이 7백 아승기겁이요, 아미타불(阿彌陀佛)134) 때에는 인간의 수명이 무량 아승기겁이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말하기를 “8만 세를 지나서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시지 않는다하는가?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마하연경에는 그런 일이 있겠지만, 우리 성문의 법에는 시방불(十方佛)135)이란 없다. 오직 과거의 석가모니불과 구진야(拘陳若)136) 등 백분의 부처님과 미래의 미륵불 등 5백 부처님이 계실 뿐이다.

[] 마하연론 가운데 갖가지 인연으로 3세와 시방의 부처를 설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방세계에는 노(?)()() 등 모든 번뇌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각각의 땅에 나타나신 것이다.

경에 말씀하시기를 사의 번뇌가 없다면 부처님들께서는 세상에 나타나시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또한 환자가 많으면 약사(藥師)도 많은 법이다. 그대들의 성문법인 장아함(長阿含)가운데 비사문왕(毘沙門王)137)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이렇게 물었다.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옵고

또한 석가모니부처님께도

목숨 바치어 귀의합니다.

 

그대의 경에서는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을 말할 때 머리를 조아려 귀의한다 하였고, 석가모니부처님에게는 목숨을 바쳐 귀의한다고 하였다. 이것만으로도 현재에 다른 부처님이 계시는 것이다. 만일 다른 나라에 부처님이 안 계시다면 어째서 먼저 3세의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다시 석가모니부처님께 목숨 바쳐 귀의한다 하였겠는가?

이 왕은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하고 있다가 석가모니부처님에게서 도를 얻어 경애하는 마음이 무거웠기에 목숨을 바쳐 귀의하며, 다른 부처님에게는 다만 머리만을 조아렸던 것이다.

[] 부처님의 입으로 말씀하신 바에 의하면 한 세간에 두 부처님이 나타나시지 않고 한때에 두 전륜왕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하셨으니,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현재에 다른 부처님이 계실 수가 없을 것이다.

[] 비록 그런 말이 있기는 하나 그대는 그 말의 뜻을 잘못 알았다. 부처님의 말씀은 한 삼천대천세계에서 한때에 두 부처님이 나오시는 일이 없다는 뜻이지 시방세계에 현재의 다른 부처님이 계시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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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범어로는 Si?hadundubhisvarar?ja.

133) 범어로는 ?lokar?ja.

134) 범어로는 amit?bha. amit?yus. 아미타(阿彌陀)amit?의 음사어이다. 무량광(無量光)무량수(無量壽)라고 하며,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미타(彌陀)라고도 한다.

135) 범어로는 Da?adigbuddha.

136) 범어로는 Kaundinya.

137) 범어로는 Vai?ram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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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하의 세계 가운데 한때에 두 전륜성왕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이 큰 복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대적하거나 세상을 함께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천하에는 한 명의 전륜성왕이 있듯이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삼천대천세계에 두 부처님이 나오시지 않는다.

부처님과 전륜성왕은 경에서 한 종류로 말씀하셨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다른 사천하에 다시 전륜성왕이 있다고 믿으면서도 다른 삼천대천세계에 다른 부처님이 계심을 믿지 않는가?

또한 한 부처님으로서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지 못한다. 만일 한 부처님이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하신다면 다른 부처님이 필요치 않고 오직 한 부처님만 나타나시겠지만, 모든 부처님들의 법이 그렇듯 제도할 중생만을 제도하고는 멸도하심이 마치 초가 다하면 불이 꺼지는 것 같다. 유위의 법은 무상하며 성품이 공하기 때문이니, 이런 까닭에 현재에 다른 부처님이 계셔야 하는 것이다.

또한 중생들이 한량없다면 그들의 고통도 한량이 없다. 그러므로 위대한 마음을 지닌 보살이 나와야 하고, 또한 한량없는 부처님도 나타나시어 중생들을 제도하심이 있는 것이다.

[] 경에서 말씀하시듯이 한량없는 세월 동안에 부처님이 가끔 나타나심이 마치 구담바라(?曇婆羅)138)나무의 꽃이 때때로 한 번씩 피어나는 것 같다. 만약에 부처님이 시방에 충만하다면 부처님은 나타나기 쉽고 구제하기도 쉽거늘 어찌하여 만나기 어렵다 하는가?

[] 그렇지 않다. 한 대천세계에서 부처님이 한량없는 시간을 지나 가끔씩 나타나신다는 말이지 온갖 시방세계에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죄 있는 사람들이 공경할 줄 모르고, 부지런히 도를 구해 정진하지도 않나니,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한량없는 시간을 지나 때때로 한 번씩 나타나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이 중생들은 온갖 죄의 과보 때문에 악도(惡道)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 동안 부처님의 이름을 들은 적도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랴. 그러므로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 만일 현재의 시방세계에 많은 부처님과 보살이 계시다면, 지금 모든 중생이 죄악과 고통이 많거늘 어찌하여 와서 구제하지 않는가?

[] 중생들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죄의 때가 매우 깊기에 비록 갖가지 남는 복이 있더라도 부처님을 만날 공덕이 없기 때문에 부처님을 뵐 수 없다. 이런 게송이 있다.

 

좋은 복의 과보, 아직 가깝지 않고

쇠퇴한 죄악, 아직 제하지 못했기에

지금 큰 위덕 지니신 분 뵙지 못하고

힘을 지니신 분 만나지 못하네.

 

큰 위덕의 여러 성인들

마음에 분별이 없어서

모든 이에게 자비 베푸사

한꺼번에 제도하려 하시네.

 

중생들의 복덕이 익어지고

지혜와 근기도 영리해지면

혹은 제도의 인연을 드러내어

즉시에 해탈을 얻게 하네.

 

마치 대용왕(大龍王)139)

원을 좇아 많은 비를 내려 주듯이

죄와 복은 본래의 행을 좇아

각각 받음과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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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범어로는 udunbara.

139) 범어로는 Mah?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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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스스로 복덕이 있거나 스스로 지혜가 있는 이라야 부처님이 능히 제도하시고, 만약에 복덕과 지혜가 없으면 부처님이 제도하시지 않는다면, 스스로 복덕과 지혜가 있는 이는 부처님의 제도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리라.

[] 이 복덕과 지혜는 부처님의 인연에서 나온 것이니, 만약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시지 않는다면 보살들이 10()140)의 인연과 4무량의(無量意)141)와 뒷세상의 죄복의 과보와 갖가지 인연으로써 교화해 인도하시며, 만약에 보살이 없을 때에는 갖가지 경에서 말씀하듯이 사람들이 그 법을 얻어 복덕의 인연을 행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에게 비록 복덕과 지혜가 있으나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지 않았다면, 이 세계에서 과보를 받아도 도를 얻을 수가 없다. 만약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신다면 여기에서 비로소 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큰 이익이니, 마치 사람에게 눈이 있더라도 해가 뜨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니, 해가 떠서 밝아지면 보이는 것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에게 눈이 있거늘 해가 무슨 필요가 있으리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다. 곧 두 가지 인()과 두 가지 연()에 의하여 능히 바르게 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는 남에게 법을 들음이요, 둘째는 스스로가 속으로 법답게 사유함이다. 복덕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또한 착한 마음과 예리한 근과 지혜를 낳는 일이기 때문에 여법하게 사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에 의해 제도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갖가지 오해[違錯]가 있다.

이제 반야바라밀의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기에 더 이상 자세히 다른 일을 거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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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범어로는 Da?aku?ala. 열 가지 선한 행위로서, 불살생(不殺生)?불투도(不偸盜)?불망어(不妄語)?불기어(不綺語)?불사음(不邪淫)?불악구(不惡口)?불양설(不兩舌)?불탐욕(不貪慾)?부진에(不瞋?)?불사견(不邪見)을 말한다.

141) 범어로는 Catv?ryapram???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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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4.11 06:04

    첫댓글 감사합니다
    일심 광명 화신 아미타 아미타 아미타불()()()

  • 18.04.11 08:44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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