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녀(2)
마대위는 소녀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꼬맹이, 네가 독을 풀었냐?”
소녀는 마대위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당신은 멀쩡할 수가 있죠?”
독을 풀었다는 것을 확인한 마대위는 버럭 소리쳤다.
“이런 썅! 당장 해독약을 내 놓지 못해!”
마대위의 욕설에 소녀의 표정이 앙칼지게 변했다.
소녀는 코웃음을 치며 소매를 살짝 흔들자, 갑자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대위는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숨이 턱 막히더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계집아이가 부옇게 보이며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그때 갑자기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마대위는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금마동에서 대종사에게 대력금강기를 전수받았을 때에 느꼈던 기운이다.
아찔해지던 정신이 한순간에 돌아왔고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짧은 순간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을 보자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고 이내 조소를 흘렸다.
‘이 계집애가 독을 뿌렸는데 대력금강기가 그 독을 막아 낸 게 분명해.’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다시 소녀의 멱살을 움켜쥔 순간, 마대위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신음성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객점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무공을 배우지 않은 마을 주민이나 유람객들이었다.
아마 독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으…….”
그때 홍소미가 탁자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신음성을 토했다.
하지만 능운엽과 두사빈 그리고 오행마인은 벌써 탁자 주변에 쓰러진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 이런…….”
마대위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소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멱살을 잡은 손에 왈칵 힘을 주었다.
그제서야 소녀는 겁먹은 표정으로 소매를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 등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냄새들이 연이어 풍겨 나왔다.
그러나 마대위는 안색을 살짝 찌푸렸을 뿐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기가 막혀 죽겠다는 듯 소녀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 이럴 수가…, 설마 만독불침!”
짝!
“악!”
마대위는 소녀의 뺨을 사정없이 연달아 후려쳤다.
“이년, 너는 신독문의 문인이냐?”
소녀는 두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독기를 뿜어내며 소리쳤다.
“가, 감히 날 때리다니…….”
“말로 해서는 안 될 년이로군.”
평소의 마대위 같았으면 결코 아이를 때리는 짓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동료들이 어이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그의 눈은 이미 반쯤 뒤집혀 있었다.
마대위는 소녀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리고는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꺄악!”
소녀는 마구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건장한 사내의 힘을 당해낼 수 없기에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마대위는 소녀를 끌고 나무 의자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나무의자를 발로 차 박살내더니 부러진 나무토막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소녀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퍽!
“꺄악!”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마대위는 멈추지 않았다.
“나, 나중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고…, 악!”
마대위가 매몰차게 몇 대 더 때리자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흑흑,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흑흑흑.”
그제서야 마대위는 몽둥이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해독약.”
소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능운엽 등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몇 걸음 채 걷지도 못하고 푹 쓰러졌다.
호되게 몽둥이질을 당해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퍽!
“악!”
하지만 마대위는 인정사정 없이 쓰러져 있는 소녀의 엉덩이를 한 차례 더 후려쳤다.
소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조금씩 뿌렸다.
“아!”
순간 능운엽 등이 신음성을 흘리며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대위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해독해 줘.”
소녀는 사방을 엉금엄금 기어 다니며 쓰러진 사람들을 모두 해독시켜 주었다.
잠시 후 일행들이 모두 정신을 차렸지만 내공은 전혀 일으킬 수가 없었다.
마대위는 객잔 한쪽에서 벌벌 떨고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내공이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 정말 죽고 싶어?”
다시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는 마대위의 모습에 소녀는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바, 반 시진. 반 시진만 기다리면 내공이 돌아와요. 정말이에요.”
마대위는 소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후 얼굴을 바짝 디밀고 갈아마실 듯 말했다.
“만약 거짓이면 네년을 발가벗겨서 객잔 지붕에 매달아주마.”
소녀는 사시나무 떨 듯 떨며 머리를 연신 끄덕였다. 마대위가 왠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으로 보였던 것이다.
소녀에게 있어 악몽 같은 반시진이 흘렀다.
능운엽 등 운기조식을 취하던 일행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완전히 해독이 된 것이다.
홍소미의 눈이 가장 먼저 뜨였다.
그리고 오행마인 중 금마인이 눈을 떴고, 능운엽과 나머지 오행마인은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그들을 바라보며 마대위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때, 내공이 돌아왔어?”
홍소미가 머리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5할은 돌아왔어요.”
“5할? 겨우 5할이라고?”
마대위가 다시 으스스한 눈빛으로 소녀를 노려보았다. 순간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급히 소리쳤다.
“하, 하루가 지나면 완전히 회복 되요. 정말이에요.”
마대위는 다시 하루라는 말에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소녀를 잡아채 한 손으로 들고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이따위 신독문은 당장 엎어버려야겠어.”
말을 마친 마대위는 단호한 걸음으로 객잔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마, 마 공자!”
홍소미가 급히 그를 불렀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마대위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히히힝!”
잠시 후 말 울음소리가 울리더니 마대위가 소녀와 함께 어디론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대위의 뒤를 쫓아 능운엽과 나머지 일행들도 황급히 달려 나와 말을 집어탔다.
그리고는 마대위가 사라진 방향으로 급히 달려갔다.
한 날건달의 행보로 인해 강호 무림에 풍운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첫댓글 잘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허~ 놀랄일이네?
즐독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