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낮달
이영백
달달 무슨 달 남산 위에 떴지~ 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달은 서녘 하늘 낮에도 떠 있기 때문이다. 달은 시간에 따라 떠 있는 곳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달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계속 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달은 언제 그렇게 뜨는가? 우선 낮달은 오후 세 시쯤 보인다. 그것도 관심 있게 찾아보아야 보인다. 낮에는 태양 빛이 너무 밝기 때문에 그렇다. 잘 보이지 않는 그런 낮달도 사랑해 주어야 보인다.
달의 궤도가 태양을 도는 지구의 궤도보다 짧기 때문에 낮에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달은 지구를 약 27과 1/3일 주기로 공전한다. 하루에 약 13도 정도 동쪽으로 움직인다. 만약에 달이 자정에 남중했다면 다음날 자정에는 남중의 위치에서 13도가 모자라는 동쪽 하늘에 떠 있게 된다. 이처럼 달은 매일 뜨는 시간이 30~60분씩 늦어지기 때문에 “낮달”을 볼 수 있다.
달은 스스로 빛이 없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시켜서 보게 된다. 그러면 달의 빛은 왜 낮과 밤에 서로 달라 보이겠는가? 밤에 달빛은 노란 빛이고 낮달은 흰색처럼 보인다. 달에 의해 반사된 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시키면서 빛이 산란되기 때문에 밤에는 노란색으로 보이고, 낮에는 밝은 태양의 영향으로 하얀색으로 보인다. 달은 마치 우리들에게 과학을 가르친다.
낮달이 오후 세 시쯤 뜨고 나는 즐겨 술을 마신다. 그러면 낮달이 슬퍼한다. 낮에 술 먹은 이는 자기 조상도 몰라본다. 낮달이 뜨는 서러움에 나의 서러움이 동행한다. 그래서 서글퍼지는 사람들은 더욱 낮술을 마셔댄다.
낮달은 있는 척 없는 것처럼 존재할 뿐이다. 낮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이요, 내가 신다버린 신발짝이다. 그저 단체사진 속에 가려진 흐릿하고 희미한 내 얼굴 같은 존재가 낮달이다. 낮달은 존재가 약하여 슬프다.
그러나 마치 삶이 어려운 현실 사회 도회지에서 어울려 살면서도 나의 행복은 낮달뿐이다. 낮달은 흐릿한 나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며 그만 도회지에서 퇴출당한 낯이 선 사람일 뿐이다. 그것도 낮에 나온 반달 신세다. 완전한 온 달도 아닌 반달로 어디다 명함조차 내밀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이 도시가 한 없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럽다. 나는 낮에 나온 흰 달이기에 잘 보이지도 않는 존재다.
누구는 노란 슈퍼 문이라고 자랑 질을 하고 나는 쪽박이요, 신다버린 신발짝으로 낮달의 신세다. 그래서 나는 더욱 서글프다. 낮달 신세여! 나의 신세와 존재가 ‘있어도 없는 척’ 가련한 낮달일 뿐이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