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총 페스티벌 시화전 작품 / 2024년 제4회 강서문화예술 페스티벌 26명 26편
2024년 강서예총 시화전 참가자 명단 및 시화원고
1 | 강용숙 | 산골의 밤 |
2 | 김다호 | 그림자 |
3 | 김용자 | 거울속 당신 누구요 |
4 | 김회순 | 화수분 반다지 |
5 | 백덕순 | 아버지의 얼굴 |
6 | 백상봉 | 소식(消息) |
7 | 서정원 | 민들레 |
8 | 신낙형 | 정원에 핀 장미꽃 |
9 | 신두업 | 그래, 그랬었지 |
10 | 신삼숙 | 그림자놀이 |
11 | 오동춘 | 물의 흐름 |
12 | 오선장-이계향 | 백암 온천장에서 |
13 | 유성대 | 수제비 |
14 | 은학표 | 인생 |
15 | 이병기 | 달에게 |
16 | 이영호 | 같은 하늘 아래에서 |
17 | 이청춘 | 쌀 한 톨의 바람 |
18 | 이혜너 | 산딸기 |
19 | 이효범 | 내 고향 |
20 | 장만숙 | 파도의 꽃 |
21 | 정명옥 | 오늘도 좋은 날 |
22 | 정성영 | 소나기 |
23 | 조윤진 | 기쁨의 연속 |
24 | 주명희 | 꽃병 |
25 | 최다원 | 사랑이란 |
26 | 호명자 | 아버지 |
산골의 밤
강 용 숙
동생은
산골할머니네 밤이 심심하대
그건 모르는 소리
어두움이 짙어지면
별들 총 총 총 내려와
은하수 이야기 들려주고
앞산에선 뻐꾸기 뻐꾹 뻐꾹
무논에는 개구리들 개골개골
풀섶에선 풀벌레 소근소근
나는 마법의 담요 타고
훨훨 우주여행을 떠나지
산골의 밤은 신비의 나라야.
-------------------------------------------------------------------------------
그림자
김 다 호
가끔은 소리 없이 내가 향하는 곳으로 스며들고 싶다
자연스럽게 녹아서 소멸하는
오래되어 스스로 산화하는 방법을 아는
묵은 것들이 모여서
특정한 존재 따위는 무시하더라도
무작정 따라오는 느낌이
엎치락뒤치락 늘어났다가 줄었다가
사무치는 치료는 통증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
흩어지고 망가져서 온전한 속내를 알아가는 동안
비루한 몸짓이 거부하여 바라보는 곳으로
눈물 글썽이며 매어두고 싶은
간단없는 그리움 따위는 상관하지 않기로 하지
다짐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말하고
말하려다 멈추면 스며드는 것을 다짐하더라도
나만을 향해
세상을 지켜주는 약속의 부표 같은
-------------------------------------------------------------------------------
거울속 당신 누구요
김 용 자
현관문을 나서며
매일 마주 보는 거울 속에
웬 낯선 여자가 서있다
머리 위엔 파뿌리 같은
엉성한 흰머리를 이고
구부정한 거북목 쭈글쭈글
골패인 얼굴
조화롭지 못한 임플란트
하얀 이를 히죽거리며
괴물처럼 나를 쳐다본다
당신 누구요? 나! 당신
-------------------------------------------------------------------------------
화수분 반다지
김 회 순
제사 지내고 남은 밤 곶감
명절 지나고 남은 떡 지짐이
사과 배 대추 산자 약과 수리미
반다지에서 꺼내 주시고
창호지 문구멍으로 망보시며
누가 올라 어서 먹어라
재촉하던 울할머니
저세상 떠나고
텅 빈 반다지 바라보니
할머니 그리워
닭똥 같은 눈물이 화수분처럼 쏟아진다
수리미:오징어
-------------------------------------------------------------------------------
아버지의 얼굴
백 덕 순
아버지의 집 하얀 정원에
나보다 오래 웃고 울어줄
동백나무 한 그루 심어두고 왔어요
가슴에 놀던 그날의 꿈나무
모두 떠나버린 빈자리
하늘 지붕 아래 홀로 누워
한 해 두 해 몇 해가 지나갔는가
재 넘어서자 뜨거운 손길
아버지보다 먼저 달려 나와
벙글거리는 꽃망울 속에
보고 싶어서 그리운
아버지 얼굴 그려 넣고
불러보고 이별하고 했어요
방울방울 떨어지는 꽃봉오리
붉어진 가슴 안에 품고 와
하늘 문 열고 묻어 두었어요.
-------------------------------------------------------------------------------
소식(消息)
백 상 봉
오가는 말 중에서 들어 슬픈 건
갔다는 한마디.
떠난 뒤 한발 늦은 연통連通이라서
회한이 남는다.
오가는 말 중에서 들어 기쁜 건
온다는 두 마디.
임 보다 한발 먼저 오는 귀띔에
기대가 넘친다.
무소식 희소식도 이어진 연줄
끊을 수 없는 연.
어쩌다 스쳐가는 바람소리도
놓치지 말기를.
-------------------------------------------------------------------------------
민들레
서 정 원
논두렁 밭두렁
길가 보도블록 틈새
어디서나 둥지를 틀고 산다
눈길 주지 않는 땅에서 피어나
설움 많은 삶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가슴으로
밟히고 으깨져도
다시 일어나
새 생명 품어 안고
산화하는
절망의 자리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꽃
민초의 길 하나
내 가슴에도
민들레 한 송이 피워내고 싶다
-------------------------------------------------------------------------------
정원에 핀 장미꽃
월랑 신낙형
앞산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시드니
연둣빛 짙푸른 잎새 나부끼는데
가지 사이 장미꽃 송이 활짝 펴서
정원에 맑은 향기 드리운다
벚꽃 접은 지 오래되어 봄빛도 희미한데
붉은 장미 꽃잎 펼치며 살랑이니
향에 취한 노고지리 지저귀고
노랑나비도 사뿐히 내려앉아 춤을 춘다
담벼락 줄기 타고 송이마다 향기 맺히니
꽃잎에 쌓인 향기 정원에 가득하고
가슴속에 그윽함 진동하는데
구름도 향기 따라 장밋빛 되어 흐른다
-------------------------------------------------------------------------------
그래, 그랬었지
신 두 업
주머니가 없다
아이의 배냇저고리
자라면서 늘어나고 커지는
그 주머니 채워주고파
자신의 삶 송두리째 저당 잡히고
반백을 이우고도 여전히 진행형
손주들 재롱까지 합세한 손전화
바탕화면 갤러리도 토깽이들로 도배
짝사랑에 빠진 고슴도치
자식 투정엔 귀 세우고
부모님 걱정은 잔소리로 흘렸지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무심히 지나쳐와 뒤돌아보니
아차, 거기에도 주머니가 없네
어머니 수의
-------------------------------------------------------------------------------
그림자놀이
신 삼 숙
해님 아래 나란히 서 있는
손녀와 할머니
와! 할머니 키가 나보다 커
손녀 뒤로 슬쩍
물러서는 할머니
하하! 이번엔 내가 더 크다
손녀 뒤에 바짝
붙어선 할머니
어! 내가 어디 갔지
해님
내가 숨겼지
-------------------------------------------------------------------------------
물의 흐름
오 동 춘
흘러
흘러야
내 목숨
가로 높이 막으면
서서히 돌아 흐르고
천길 절벽 만나면
씩씩히 뛰어 내린다
그 누가
그 암만
담 높이 막고 막아도
멈춤 없는 길
난 바다로 간다
-------------------------------------------------------------------------------
백암 온천장에서
悟仙丈이계향
백담에 洗心하고
백암에 洗身하니
가히 神仙의 숨결이로다
天下에 이보다 더
맑은 시간 어딨으며
밝은 풍류 어딨으리
구순 어머님 등에 업고
구순 아버님 손잡고
이곳에 쉼 얻었으니
하늘이 내린 孝의 터요
땅이 선물한 근본의 香이라
生死도 물 같아
버림 없이 사라지는
-------------------------------------------------------------------------------
수제비
유 성 대
대물린 양재기에 된장을 조금 풀고
석유곤로 심지에 불춤을 추게 했다
집안은 기염을 토한 덜 익은 장국냄새
빈곤의 덩어리를 뜯어서 넣었더니
힘겨운 몸부림을 치면서 떠오른다
미쳐서 파닥거리는 풀장 속 거지 떼들
허기진 입안에다 한 수저 떠 넣으니
뜨거워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어서
그대로 넘기고 보니 가슴이 슬퍼진다
-------------------------------------------------------------------------------
인생
은 학 표
집도 절도 없이 세 들어 사는 주제에
한 평생을 건곤일척하고 산 게지
덤으로 살다가 수명이 다하는 날은
연기도 없이 화장장 주인이 되어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날릴 테니
지금까지 목숨 부지했으면 그만이지
세상 구경하고 갈 때는 땡전 한 푼도
소유 못하는 빈털터리 나그네인 것을
모두가 새옹지마 나무아미타불인 것을
인간사 욕심에 눈 먼 포로가 된 탓이지
있고 없고가 삶을 뒤바꿔 놓았을 뿐
잘나고 못나고 위아래가 따로 있겠느냐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임금왕자 붙였더냐
삶이라 어차피 자기가 파놓은 함정인 것을
-------------------------------------------------------------------------------
달에게
이 병 기
네가 태어난 이후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구름 헤치고 흘러가는 네가
나 사는 모습과 같아
물안개 지핀 강가에 띄운 몸
어젯밤은 유난히도 빛났다
물 젖어 흐르는 모습 청초하여
서쪽으로 산과 계곡을 지나가면서
어둠을 한 주름씩 걷어주었고
구름 속에 깃든 몽상과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낮이 너무 환하여 눈부셨다면
너의 은은함은 내 영혼에 쌓이면서
싹을 틔우기 시작하였고
공유하는 시간은 언제나
영혼의 눈빛을 새길 수 있어 황홀하였다
-------------------------------------------------------------------------------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 영 호
멧돼지들이
주택가에 나타났다고 야단이다.
겨우내 힘들고 배고파 찾아왔는데
잔인한 인간이
문전박대도 모자라 총으로 사살하고 말았다.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은 굶어 죽고 말았다.
산속 야생동물들의 수난 시대
로드킬(Road kill)의 안타까운 모습
오늘도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온다.
강가에 물고기들이
바닷가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삶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나요
-------------------------------------------------------------------------------
쌀 한 톨의 바람
연호 이청춘
수많은 동료 중에
우수 종자 선정되어
대를 잇는 영광 안았네
춘 사월 목련꽃 가슴 열고
벌 나비 품을 때
거울처럼 맑은 물에
뿌리내려 한 해를 준비하지
천둥 번개 가슴 졸이며
태풍이 몰아치면 서로 뭉쳐 버텨 냈고
아랫배 부풀어 올라 산고도 겪어야 했지
넓은 벌 건너온 상큼한 바람 안고
하늘 선물 따끈한 햇살 받으며
녹색 머리 황금빛으로 변하면
다 여물었구나 가슴 뿌듯했지
우리가 일생을 바쳐 올리는 쌀밥
한 톨이라도 남겨져 버림받으면
살아온 한 생이 후회스럽지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
산딸기
이 혜 너
송화시장 과일가게 앞
빨간 코 산딸기가
내 발길을 붙잡네
너 참 반갑구나
그동안 잘 있었니?
횡단보도 건널 생각 까맣게 잊고
마음이 고향으로 달려가네
가시넝쿨 헤치며 산딸기 따먹던 옛날이
빨간 입술 혀 내밀고 깔깔대던 친구야
내 마음도 산딸기처럼 빨갛게 익어가네
화곡동 시장 앞에
옛 고향이 펼쳐지네.
-------------------------------------------------------------------------
내 고향
이 효 범
내가 자란 고향은
깊고 깊은 산골짝
해는 늦게 뜨고
일찍이 지는 곳
맑은 물이 졸졸졸
사계절 흘러내리고
아침엔 집집마다
송이구름 피는 동네
내가 살던 고향은
넓고 넓은 들자락
황금빛 벼가 무르익는
학다리 들판 삼십 리 길
두루미 때 날갯짓
뛰노는 고향
저녁엔 굴뚝마다
연기구름 피는 마을
-------------------------------------------------------------------------
파도의 꽃
장 만 숙
밀려왔다 밀려가는 밀당의 그리움
가슴 버겁도록 바다에 꽉 차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치솟는 그리움의 꽃이 되었다
긍정적으로 품고 배려하던 너
영혼의 씨를 바다에 뿌려 이야기하듯
파도에 실려 내게로 왔다 돌아가는 너
바다의 꽃이 되어 나를 반긴다
-------------------------------------------------------------------------
오늘도 좋은 날
정 명 옥
눈부시게 화려한 아침 햇살
활짝 핀 장미 꽃무리
파도처럼 밀려오는 꽃향기
녹음 짙은 수풀에선
산새들 합창 소리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하늘 향해
미소 지으며 손가락 하트 날리며
오늘도 좋은 날 만들자
-------------------------------------------------------------------------
소나기
정 성 영
캄캄한 하늘
벼락 치는 천둥소리
죄 많은 청개구리
겁먹고 통곡하니
덩달아 우는 맹꽁이
성난 얼굴로
한바탕 퍼 붓고는
시치미 뚝 떼고
눈부신 햇살 아래
일곱 빛깔 무지개
오뉴월 열기
시원스레 세상 한 번
뒤집어엎고서
뜨내기손님처럼
산 넘어가는 저 님아
-------------------------------------------------------------------------
기쁨의 연속
조 윤 진
꽃이 귀한 한여름
뜨거운 햇볕 피해 그늘에 앉아
보랏빛으로 피어난 맥문동
늘 푸른 잎은 보리를 닮았다지
추위가 매서운 겨울도 잘 견뎌
인동초와 견줄만 하더구나
짙은 보라색으로 피어
검은 진주 같은 씨앗을 매달고 나면
보리를 닮은 영양 가득한 새끼를 품는다지
보릿고개를 넘게 해 준 신통한 너는
꽃으로 열매로 뿌리로
네 꽃말처럼 내내 기쁨을 주는구나
진시황조차 불로초로 너를 탐했다니
네가 진정 기쁨의 꽃이로다
-------------------------------------------------------------------------
꽃병
주 명 희
말간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병에
장미를 꽂았어요
장미 한 송이는
너무 빈약했는데
병과 물에 비춰서
여러 개로 보여요
보는 방향에 따라
유리병 전체가
예쁜 꽃다발이에요
-------------------------------------------------------------------------
사랑이란
최 다 원
사랑이란
나직이 들려오는 내밀한 언어를
듣기위해 귀를 사알짝 여는 일이다
사랑이란 속삭임이며
가슴이 하는 언어
눈빛이 하는 언어
손끝이 하는 언어를
읽어 내는 일이다
사랑이란
자신을 녹이는 일이다
이기적일 수도 있는 자신의 생각보다
상대방의 그릇에
크기와 모양이 알맞도록
자신을 녹여 새로이
그 안에 담겨 태어나는 것이다
-------------------------------------------------------------------------
아버지
호 명 자
날마다 자식들이 보고 싶어
창밖만 내다보는 아버지
그리움을 표현 못해 헛기침만 하는 아버지
아버진 늘 하얀 눈사람으로 서 계시네요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보이는 눈물이 절반이에요
외로운 그 눈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버지의 사랑이었어요
아무 조건 없이 주기만 한 사랑
때론 자식들에게 상처 입어도
괜찮다, 괜찮다 감싸 안으며
저 먼 산 하늘을 보시네요
우리의 첫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인 아버지
늘 핑계 많고 잘못 많은 우리지만
녹지 않은 눈사람으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