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치성 태을도인 도훈
"인연과 노력"
2018. 11. 7 (음 9. 30)
입동인데 비가 옵니다. 절기는 어김이 없다 했는데, 요며칠 날도 푸근하더니 비가 부슬부슬 오는 데도 여전히 푸근합니다. 푸근한 탓인지 미세먼지로 목이 아팠는데, 내일 비가 더 내리면 미세먼지도 많이 씻겨나갈 것입니다. 금번 월요일에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에서 언니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나왔습니다. 올해 아흔넷인 어머니는 여전히 미소가 고우시지만, 통 걷지를 못하고 기력도 많이 떨어지셨네요. 날씨가 쌀쌀했으면 한국보다 훨씬 따뜻한 일본에서 지내시던 연로한 어머니께서 친척들 만나고 다니기 힘드셨을 텐데, 푸근한 날씨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도 해 떨어지면 많이 추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저도 평소에 만나기 힘든 친정아버지쪽 친척들을 두루 만나서 회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지난날의 크고 작은 서운한 앙금이 왜 없겠냐마는, 오랜만에 만난 자리이고 또 나이를 먹다 보니, 특히 저보다 한 항렬 위인 고모님들은 연세 때문에 또다시 얼굴 볼 기약을 하기 어려워서인지 더욱 반가워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에 제 형제와 사촌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습니다.
퇴근하고 부평까지 헤매고 가느라 저녁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 식당에 도착한 저는 대충 저녁을 먹고 아쉬운 마음으로 친척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 나누는 모습들을 폰카메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촌들도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서로 사진 보내주기로 하고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한국사람들이라 그런지, 특히 친정어머니의 기력 떨어진 모습을 보며 다들 말은 안해도 또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인지, 서로 아쉬워하는 마음에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약속한 대로 서로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카톡으로 보내는데, 사촌오빠가 저에게 답장으로 사진과 함께 좋은 글귀가 담긴 그림이미지를 끝에 붙여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제게 가볍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뜻하는 핑크빛 하트들이 가득 배경을 이루는 속에 ‘만남’이란 제목아래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입니다. 늘 그리운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는 내용이 담겨 있더라고요.
별로 학력도 길지 않고 직업도 그저 그런, 젊은 시절 후배와 술 마시다 우연히 옆자리 사람들과 시비가 붙은 후배와 옆자리 일행들을 말리다 심한 폭행으로 뇌손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절망 속을 헤매기도 했던 오빠였습니다. 하지만 정은 누구보다 많고 어른들 요구에 싫은 내색없이 어머니인 고모와 친척어른들께 항시 친절하게 봉사하는 오빠이기에, 그 메시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심한 성격이라 평소에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저를 은근히 질타하는 오빠의 목소리가 그 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증산신앙인들은 지금이 천재일우의 후천개벽기라는 것을 잘 알고, 그래서 이 시기에 태어난 것을 아주 행운으로 생각하고 긍지를 가집니다. 앞으로 오는 세상은 세계일가 통일정권이라는 것도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일가를 만들기 위해 증산신앙인들은 과연 어떤 노력을 해왔나 하는 생각이 그 글귀를 보며 문득 들었습니다.
증산상제님께서는 “나를 괴이고자 하면 먼저 네 부모를 괴이고, 나를 공경하고자 하면 먼저 네 형제를 공경하라. 가까운 것을 잊어버리고 먼 것을 능히 가까이 못하리라.” (정영규, 「천지개벽경」 pp260-261)고 하셨습니다. 나부터도 증산상제님을 만나고서도 한참이 지난 요즘에사, 태을도를 만나 새롭게 깨치고 나이를 먹어가며 뒤늦게 철들어 친척들도 쬐끔 챙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사촌오빠가 보기엔 아직도 멀었다 싶을 겁니다. 가족들, 친척들 챙기는 것이 아직도 한참 부족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또 상황을 살펴서 잘 조율하는 것도 아직 많이 미흡합니다. 하물며 세계일가 통일정권을 이루는 사명을 가졌노라 스스로 자부하려면 한참 멀었지요. 저 뿐만 아니라 우리 증산신앙인들도 증산상제님 말씀을 깊이 생각하고 좀더 분발해 가족사랑을 실천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증산상제님 말씀에 운수는 밖에서 안으로 우겨 들어오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학경 일장 장하에 보면 ‘물유본말(物有本末) 사유종시(事有終始) 지소선후(知所先後) 즉근도의(卽近道矣)’를 얘기하며 일의 순서가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수신제가(修身濟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고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구절 때문에 ‘제왕학(帝王學)’으로 불리기도 했던 대학경의 본질은 정작 ‘즉근도의(卽近道矣)’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증산상제님께서 수제자인 김형렬 성도에게 “선배는 대학경 일장 장하를 알아두어야 하나니라.”하시며 외어주셨다 했습니다. (「대순전경 p122 참고) 구도자(求道者)인 우리가 익히 외우고 알아두어야 할 내용인 것입니다.
우리가 ‘격물치지 성의정심’하여 ‘수신’-마음 닦고 태을주를 많이 읽어서 ‘제가’- 부모를 괴이고 형제를 공경하여 화목한 일가를 이루게 되면 ‘치국평천하’할 수 있는 운수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고,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키워온 우리의 역량으로 세계일가 통일정권까지 성사재인으로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근본이 어지러운데 그 끝이 다스려지는 법은 없다 하였습니다. 사랑 많은 사촌오빠가 보내온 글귀에 사랑과 노력이 부족한 저를 새삼 반성하며, 세계일가 통일정권의 천하사를 성공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인연인 주변의 가족부터 세세히 괴이고 공경하는 일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려 합니다. 그래야 "내가 우주를 주재한다 이르지 말라. 너희도 또한 우주를 주재하느니라."(정영규, 「천지개벽경」 p260)고 하신 상제님 말씀을 우리가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리가 ‘격물치지 성의정심’하여 ‘수신’-마음 닦고 태을주를 많이 읽어서 ‘제가’- 부모를 괴이고 형제를 공경하여 화목한 일가를 이루게 되면 ‘치국평천하’할 수 있는 운수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고,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키워온 우리의 역량으로 세계일가 통일정권까지 성사재인으로 이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