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을 다녀와서
<가는 길에>
오늘도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평소와 같이 골프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리에서 막 일어나자마자, 산악회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산행에 가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대구 비슬산에 간다고 한다. 이곳은 당초 4월 19일에 가려고 했었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된 곳이었다.
지금 일어났는데 갈 수가 있겠느냐고 했더니, 기다리겠다고 한다. 오늘 산행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빵과 물을 사놓겠다고 한다. 나는 허겁지겁 배낭을 챙기고 옷을 있는 대로 주워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카메라와 스틱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바지도 겨울바지였다. 여행이나 산행을 할 때에는 항상 하루 전에 모든 준비를 하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걸어 우체국 앞에 갔으나 버스가 없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동아서점 앞에 버스가 보이고 총무가 손짓을 한다. 차에 올랐으나 분위기가 냉랭한 느낌이 들었다. 나 때문에 20분이 늦었으니, 제시간(05:30)에 출발하지 못한 회원들의 아쉬움이 배인 것이리라. 총 21명이므로 나를 제외하면 총 400(20명이 20분씩)분이나 기다렸으니, 할 말이 없다.
버스는 평창을 출발(05:50)해서 마지삼거리에서 주천으로 향했다. 주천에서 제천으로 가는 중간의 도로 한 복판에 지프차를 세워놓고, 스톱하라고 수신호를 한다. 버스가 서자, 이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1시간 정도가 걸려야 차량이 통과할 수 있으니 돌아서 가라고 한다. 버스는 어쩔 수없이 입석리를 지나 태백에서 제천으로 통과하는 자동차전용도로에 올라 제천으로 향했다. 출발할 때 20분이나 늦은데다, 이 길로 돌아서 가면 또 다시 20분이나 늦는 것이다.
제천에서 기다리는 일행이 2명이 있어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늦는다는 연락을 했다. 일행이 늦은 것을 아는지, 운전기사는 열심히 달렸다. 드디어 제천IC부근에서 2명을 태우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렸다. 일행이 모두 차에 올랐기 때문에 총무의 사회로 회장을 간단한 인사와 전 회장의 비슬산 산행 안내가 있었다. 끝으로 오늘 내가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총무가 메시지를 넣었다고 했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일행은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을 먹지 못했다. 버스는 안동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취하며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는 엊저녁에 많이 먹었고, 오늘 아침에 허둥지둥했기 때문인지, 별로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총무가 나누어준 떡으로 아침을 때웠다.
오늘 날씨는 맑고 깨끗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햇빛은 아무 거리낌 없이 대지의 생물을 어루만져주었다. 안동을 지나자 산야의 풍경이 평창과는 완연하게 달랐다. 산에는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고, 산 벚꽃은 붉은 빛에서 흰색으로 갈아입으며 꽃잎을 바람에 맡긴다. 들에는 이팝나무가 군락을 이뤄 하얀 옷을 입고 있다. 아마 밤 깊은 달빛 아래서보면 저 모습은 더 청순하거나 애처롭게 보이리라. 또한 과수원에는 연분홍 복숭아꽃과 흰 사과꽃이 활짝 피어 벌 나비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대구에 거의 도착해서 공업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내가 다니던 길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아직 공단을 조성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빈 공터가 많이 남아 있었다. 도로는 넓었으나 아직 완전히 입주가 되지 않아서인지, 교통량은 극히 적었다. 지금이 “비슬산 참꽃축제” 기간이었다. 비슬산 소재사로 가는 길옆에는 축제위원들의 활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행은 유가사주차장까지 버스로 가서 거기서부터 비슬산 정상을 밟고, 소재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물론 정상을 밟은 후, 내려가는 길에 대견봉 자락에 넓게 펼쳐진 진달래군락지를 보는 것은 당연하리라.
버스가 유가사 쪽으로 방향을 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슬산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타고 온 차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버스로 단체산행을 하는 사람보다 승용차로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도로는 편도 1차선이었으나 ,주차장은 이미 만원인 것 같았다. 특히 북쪽에서 오는 도로와 마주치는 사거리에서 많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지체되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가는 사람보다 더 빨랐다. 이제 차들이 거의 꼼짝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앞에 가던 버스에서 사람들이 슬슬 내리기 시작했다. 일행도 그들과 같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생각했던 대로 사거리에서는 교통순경이 통제를 하고 있는데, 유가사와 소재사 쪽으로는 올라가는 모든 차들을 막고 있었다. 일행이 걸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거리를 지나자 모두 걷는 사람들이라 차도 전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상당히 급경사도 있었으나, 모든 사람은 끼리끼리 얘기하며 잘 올라갔다. 드디어 일행이 유가사주차장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네거리에서 유가사로 걸어가는 일행 모습>
첫댓글 대구에 있는 산을 구경 하게 되었군요. 평창에서도 뻐스가 갔으니 전국에서 모여온 차가 길을 막을 수있었겠습니다, 건강 할때 많은 곳을 보는것 좋은 일이라 생각됨니다.
정말 복잡했어요. 요즘이 "비슬산 참꽃축제기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