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개원한의사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에 한약조제약사의 참여여부를 놓고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산하 첩약보험 시범사업 TFT(위원장 임장신)와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한의사와 한약조제약사, 한약사가 함께 참여하는 첩약 한시적 시범사업에 대한 찬반투표(한의사 회원 대상)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총 투표인 5037명 중 찬성의견은 641명으로 전체 약 12.7%, 반대의견은 4396명으로 전체의 약 87.3%로 집계돼 첩약 한시적 시범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후 첩약보험 TFT는 “시범사업에서 한약조제약사는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보건복지부를 압박하자, 대한약사회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첩약 건보 시범사업을 의욕적으로 내놨던 복지부는 해법을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한방분업’으로 반격
대약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는 직역 이기주의를 중단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한방분업 실시에 앞장서라”고 한의계 주장을 반박했다.
대약은 성명에서 “최근 한의계의 한약조제약사를 제외한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 실시 망언은 국민건강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이 마치 자신들의 몫 인양 착각하는 직역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약의 특수성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첩약에 대해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결정한 것은 국민의 의료보장성을 확대하고, 보험제도를 통해 첩약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촉진하겠다는 정책적 선택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약은 한의계가 건정심 합의사항을 번복하고 첩약 보험급여 사업의 도입 취지를 호도하면서 한약조제약사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한방분업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만을 취하려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한약분쟁 과정에서 한방분업의 조기 실시에 합의한바 있는 한의계가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한약사와 동일한 직능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약조제약사의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한약 전문직능인의 수를 최소화시켜 의와 약을 독점하고 한방분업을 회피하기 위한 기만술에 불과할 뿐이란 것이다.
대약은 “한의계가 국민건강 증진에 대한 진실된 의지가 있다면 먼저 한방분업을 통해 국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라며 “겉으로는 첩약에 대한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응하겠다 하면서, 안으로는 한방분업을 회피하겠다는 불손한 정치적 속내는 지독한 이기주의적 직업 단체다운 망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약은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겠다는 한의계 주장에 따라 보험 재정이 독점되고 건정심 결정사항이 파기될 경우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은 당연히 백지화돼야 할 것”이라고 밝혀, 한약조제약사가 쳡약 건보 시범사업에서 배제되는 경우 이 사업의 추진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내우외환’ 에 힘겨운 한의협 첩약보험 TFT
한의협 첩약보험시범사업 TFT는 첩약 건보 시범사업 협의에 본격 나서기 이전에 당장 한약조제약사의 시범사업 진입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반대 여론이 높은 일선한의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고 있다.
첩약보험 TFT는 5일 “한약조제약사는 한약전문직능인이 아니다. 자격 없는 양약사는 한방건강보험 진입 시도를 중단하라”면서 한의계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낸 대한약사회 주장을 재반박하며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상황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한약조제약사들의 첩약 건보 시범사업 의지를 꺾는 것도 사실상 어렵지만, 복지부가 보건의약단체 중 정치력이 막강한 이들을 배제하고 시범사업을 벌인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첩약보험 TFT는 이날 성명에서 "한약조제약사는 한약사 제도가 도입되며 한의사에서 한약사로 이어지는 한약 직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양약사들의 기득권을 인정한 경과조치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제도에도 경과조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약사회의 주장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100종 처방 조제에 대한 자격증에 불과한 한약조제약사가 한방건강보험으로 들어오는 것은 한약분쟁때 합의한 이원화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첩약보험 TFT는 “1996년 전혀 전문성 없는 시험으로 3만명에 달하는 한약조제약사가 대량 배출됐지만, 이들은 현재 한약시장의 2.6%를 점유하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이는) 한약의 전문가는 한의사임을 국민들이 인정한 것으로, 한약조제약사가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약사회의 한방분업 실시 주장에 대해 첩약보험 TFT는 "한약에 관한 한 한의사의 파트너는 양약사가 아니라 한약사"라며 "자격없는 양약사들이 개입하고 나서는 것이야 말로 아무 권한도 없으면서 한약을 차지하려고 하는 심각한 직역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특히 첩약보험 TFT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한약조제약사가 첩약 건강보험 논의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국가 재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양약사는 한의약 전문 직능인이 아니고 한방분업은 약사회가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