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죽거리 잔혹사
윤 형 돈
그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선술집에는
설익은 58년 개띠가 쭈그려 앉아있었다.
한 귀퉁이서 자작 술을 개 패듯 마시던 중
나의 일행과 마주친 것이었다.
한데, 이 친구 대뜸 다가와 던지는 말,
‘형에게 진중하게 충고 하나 하는 데, 너무 깐죽거리지 마!’
‘뭬~야? 깐족 깐죽대지마?
밉살스럽게 들러붙어 내가 쓸데없이 자꾸 말했다고?’
눈알을 하얗게 뜨고 던지는 비수는 거의 저승사자 급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니, 최근 문인협회 카페 댓글 나들이가 문제였다
(그럼 이 자가 무슨 협객이라도 된단 말인가?)
한때 비공인 ‘댓글 왕자’ 타이틀까지 보유한 체면이
여지없이 뭉개지는 처절한 순간이었다.
말대꾸로 분위기 띄우고 추임새 넣은 게
그렇게 잘못이란 말인가? 혹시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나?
가만 짚어보니, 얼마 전에 ‘간재미 보살’이란 시집도
낸 한 방 있는 친구였다.
“변방 하늘에 간재미 연 날거든 내가 보살이 된 줄 알아라.”
축시까지 써 준 기억이 새파란 데, 하필 여기서 망신을 주다니!
아하, 그래 맞아!
저 친구도 나처럼 간자미와 간재미가 확연히 구별 안 되는
재미없는 경우를 살고 있구나!
2014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