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21일 금요일
정출날인 일요일 기상이 좋지 않은 관계로 어렵사리 선박을 수배했다해서 후포로 향한다.(회장단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한다)
우들선배님과 강원장, 안관장, 바라쿠다, 부실이, 문혜, 구름, 킴스, 장대맨, 바우
무려 10명의 지거 들이 한 배를 타게 됐다.
자정쯤 후포에 도착
휴(休) 모텔에서 후발대를 기다린다.
새벽 3시30분 기상,
문을 연 식당이 없는 고로 인근 편의점에서의 도시락 식사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맛없는 식당보다 훨씬 낫다)
오늘 승선 할 선박은 7.93톤 통발어선 광덕호로 지깅전용선이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우리낚시계의 현실이다.
저마다의 희망을 안은 채 왕돌 인근 해역을 향해 달려간다.
약간 흐린 날씨에 살짝 꼴랑대는 파도! 갈매기도 라이징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물 밑에 고기는 있다.
이윽고 배가 멈추고 선상 스피커에선 53m 수심을 알려준다.
늘 그랬듯 ..... 첫 입수는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바다 속 대상어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내가 선호하는 210g 테코지그를 가라앉히고
넷, 다섯, 여섯을 세며 감아 들이는 순간 강력한 당김이 온다.
별반 큰 힘을 쓰지 않고 올라온 녀석은 약간 야윈 부시리로 오늘의 호조황을 예고하는 첫 고기다.
일단 예감이 좋다.
업그레이드 된 전동릴 채비에 오토코 메탈지그 250g을 달아 동해지깅의 새로운 장르를 실험하는 우들 선배님은 무려 8마리의 굵은 방어 랜딩에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터진 게 더 많았다.
지난 출조에서 감당키 힘든 대물을 걸었다가 정비 불량으로 쇼크리더가 날아간 강원장
오늘은 비장함이 엿보이면서 간간히 대물을 랜딩 하는 모습이다.
파핑과 지깅을 넘나들며 마릿수를 더해가는 문혜는 열정도 대단하지만 점차 자세가 안정되어간다.
닥터꾼과 더불어 바다를 누비던 왕년의 엄청난 내공 소유자 바라쿠다는 초반 멀미로 잠시 쉬는 것 같더니
후반부에 그의 주특기인 딥 지깅으로 연실 걸어냈다.
마스트에 자릴 잡은 안관장에게 히트가 잦았고 노련하게 대상어를 리드하는 모습은 초심자들이 배울 점이 많다.
선미와 선수를 오가며 부지런히 마릿수를 더해가는 장대맨도 잠을 설쳐서인지 약간 피로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열정을 보이며 랜딩을 계속한다.
지난 2연속 챔피언인 부실이는 선미에서 조용히 여러 마리의 방어를 추가하고
구름은 멀미가 왔는지 쉬다 하다를 거듭하면서도 억척스러움을 보이며 계속 낚아낸다.
후반에 지깅으로 강한 집중력을 보인 킴스는 유독 굵은 방어를 연타로 낚아냈다.
만선 (滿船) 그리고 조기귀항 (歸港)
결과적으로 충분하고도 넘치는 조과였다.
구성원들의 능란한 테크닉과 일사분란한 팀웤, 광덕호 선장님의 탁월한 포인트 쵸이스가 일궈낸 결과였다.
일찍부터 활동한 클럽선배로써의 당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면
함께한 팀원들 모두가 오늘의 넉넉한 조과에 대해서 더욱 겸손했으면 한다.
그리고 고기의 크기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 모두가 됐으면 하는 소망이다.
다른 장르지만,
견지낚시를 예로 들면 처음 견지에 입문한 사람들이 어쩌다 소발에 쥐잡기로 소위 멍짜를 낚고 나면 그 다음부턴 그 이하의 고기를
시답잖게 여기다가 결국엔 흥미를 잃고 그만두는 계기가 왕왕 있다.
결과물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과정을 즐기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나는 블루쏠트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지깅을 하고 싶다.
또 한 가지는 고기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뙤약볕아래 망망 바다에서 온종일 간신히 한두 마리를 낚아 한 토막씩 나눠 가지면서도
그 조차도 즐거웠고 힘든 시간들 역시 서로를 격려하면서 지거가 완성 되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언제부터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우리 클럽 출조에서도 고기욕심을 내는 분위기가 간간히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이거나 나이든 선배의 노파심이길 바란다.
귀항 후 손질하는 시간에 광덕호 선장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지금까지 여러 클럽과 지깅을 나갔지만 낚시 후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해 준 팀은 처음이고
팀 분위기도 유독 좋아보여서 당신도 보기에 편하고 흡족했다는 ..........
다시 본론으로 ......
오늘 운 좋게 첫 고기를 낚아 받은 돈으로 조촐하나마 저녁식사 비용으로 했고
아홉마릴 낚은 최다어상으로 문혜가 기증한 귀한 향초를 상품으로 받았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11월 13일 정출 땐 푸짐한 감자탕으로 선상식사를 준비할 계획임.
첫댓글 새로 20년은 젊어지셨네요.
연 이은 조행기!
내용도 맘 깊이 새겨보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용.
진구가 안보이니까 정출 재미가 반토막이네 . 속히 복귀해라 보고싶다
조행기가 너무 심금을 울리네요.
수고많이하섷어요.
형님 현장에 있는거 같아요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
11월정출에 또다시 첫고기 입니다 화이팅 입니다
첫고기는 경도가 잡으면 되고..... 지금처럼 열정이 넘치는 멋진 취미생활이 되길 바란다.
홧팅!!!
바우형님.. 조행기 멋 집 니 다 ..ㅎㅎ. 우들형님 포함해서 원초적 선배님들의 강세가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저희야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선배님들의 이런 모습은 항상 출조 후 많은 배움과 뿌듯함으로 남습니다. 최근 이런 저런 일로 항상 함께하진 못했지만 선상낚시 , 지깅낚시계의 매너 하면 불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불쏠의 전통은 짧은 기간에 이뤄 진것은 아니겠지요. 여하튼 진한 몸맛 본 것 다시한 번 축하드립니다. 물쏠 회원님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부러웡.....
돌아보니 지깅대를 흔들며 다닌 세월이 10년이네..... 좋은 날들이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아우들과 바다에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라도 돌아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그런 추억의 세월로 기억되었으면 좋겠군,
우리클럽을 끌어갈 자네를 비롯 모든 구성원들이 지금처럼 열정을 갖고 배려해 주고 살가운 분위기를 만들면서
이어가리라 믿는다. 단순히 젊은 한때의 취미에 국한되지 않는 멋진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로 여긴다면
행동도 조심스럽고 너그러워지고 풋풋한 마음이 들거라 믿어.
11월 정출에 참가하지? 형이 감자탕 끓여 갈거니까 망망 바다위에서 뼈다귀 뜯으면서 재밌게 보내자구^^
@바우 네 형님. 감자탕 기대 됩니다. ... ㅎㅎ ^.^ 망망대해에서 먹는 감자탕 맛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조행기에만 달인이십니다. 감자탕 먹겠다고 숟가락들고 후포로 달려요???
맛깔나는 조행기 즐겁게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