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순국하기까지 48세 짧은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보재 이상설 선생를 재조명하는 것이 이번 기획취재의 목적이다.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와 중국 용정시, 연길시를 해외 취재했다.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관계자와 한·중 사학자를 만나 소중한 자문을 듣고, 선생과 관련된 자료 연구에도 매진했다. 공부하고 정리하며 당초 계획대로 10회 기획연재를 마무리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은 것처럼 허전함이 앞선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선생의 대쪽같은 일대기에 흠을 낸 것같은 두려움이 있기때문이다. 자서전 집필 부탁을 받은 위당 정인보 선생도 그러했듯이 취재도중 만난 대다수 사학자들도 보재 선생을 상찬하다못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생의 큰 그릇을 헤아리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엔 선생이 남긴 유고와 유품이 전무한 것도 선생의 족적을 연구하는데 걸림돌이다. 묻어넘어가는 심정으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모쪼록 본보의 '마지막 선비-보재 이상설 선생'의 기획기사가 선생의 본연을 숭모하고 후세에 교훈이 되길 바란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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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보재 이상설 선생이 순국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선생의 고향인 충북 진천군은 지난해 충북발전연구원에 숭모사업 전반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같은해 11월21일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보고회에선 숭모사업의 방향으로 ▶선생의 학술적 고증과 가치발굴(학술세미나, 인물평전, 만화, 자료집 간행) ▶선생의 가치와 문화원형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지역 문화예술인과의 연계사업 추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배포) ▶선생에 대한 기억과 기념공간 조성(기념관, 표지석, 흉상, 보재테마거리 조성 등) ▶진천군민과 함께하는 보재숭모사업 추진(기념사업회 확대, 지역사회교과서 수록, 청소년 교육프로그램개발, 공무원 교육 등) ▶국적회복 추진(국가보훈처 협의 및 법률 개정 추진) ▶ 다른 인물 선양사업과 협력 및 상호 시너지 유도를 제시했다.
다양한 의견과 방법이 제시됐지만 이를 실현하기에는 벌써부터 상당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숭모사업의 세부적 콘텐츠는 지자체나 민간예산으로 가능할 수 있어도 기념공간 등 현충시설은 국고지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못하다. 진천군은 선생의 기념관 건립을 위해 50억원의 예산을 세우고 국비 15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가보훈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분권교부세를 통해 현충시설 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가 가능했으나 내년부터 분권교부세가 폐지되면서 지자체의 현충시설 건립은 자체예산으로 추진해야하기 때문이다. 진천군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로부터 현충시설 사업에 대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정부의 대책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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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도 연구용역 결과 제시된 기념관 건립과 표지석, 흉상, 보재테마거리조성 등 일련의 기념공간 조성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최소한의 기념관 건립이나 기존 기념관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 처음 시도한 수학캠프 등 컨텐츠 발굴은 눈여겨 볼만 하다. 지난 7월28∼29일 우석대학교 진천캠퍼스에서 우석대 주관으로 열린 보재 이상설 수학캠프에는 도내 중학생 85명이 참가해 충북 진천출신인 선생을 기렸다.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로만 알고있었던 보재 선생이 근대수학교과서를 처음 펴낸 대수학자였음을 처음 알게된 뜻깊은 행사였다. 또한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 학생 2명이 참가해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학을 즐기고 실력을 겨루며, 중국 용정에 첫 근대학교인 서전서숙을 설립한 선생의 뜻을 기리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중국 학생들을 인솔한 이경호씨는 "학계·공무원·기업가 등 조선족 몇명이 뜻을 모아 '후대를 사랑하고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어 조선족 청소년들을 후원하고 있다"며 "이번 수학캠프 초청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학생들의 중국 방문때 홈 스테이를 준비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파견 연구원으로 함께 행사를 지켜본 연변대 역사학부 김태국 교수는 "중국 조선족 학생과 한국 학생이 100년이 지나 보재 선생을 통해 뜻깊은 교류를 가진 것 같다"며 "갈수록 민족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는 양국의 현실이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역사를 잊지않고 미래를 꿈꾸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우석대와 진천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성과에 크게 만족해하며 내년도에도 보다 충실한 행사를 약속했다.
진천군은 또한 내년중 청소년 역사탐방을 구상중이다.
진천지역 학생을 중심으로 도내 30여명 규모의 탐방단을 구성해 중국 용정을 중심으로 선생의 발자취를 답사할 계획이다.
이들 몇몇 숭모사업은 나름 의의와 성과가 충분하나 대상이 학생이어서 진천군민이나 충북도민 나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생을 알릴 수 있는 큰 그림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선생에 대한 학술적 고증은 가장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선생은 한국 독립운동사에 단재 신채호 선생 이상의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후세들의 연구 노력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라며 "흩어져있는 선생의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일련화하는 기초조사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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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원도 "백화점식 나열만으로 숭모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선생의 진정한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상징적 사업이 필요하다"며 "선생은 동북아평화론에 대해 누구보다 일찍 눈을 뜬 선구자로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평화포럼 등의 사업"을 제안했다.
컨텐츠와 큰 그림을 그리기까지 숭모사업을 전체적으로 주도할 주체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이제까지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매년 4월22일 숭렬사 사당에서 열리는 제향과 간헐적인 학술행사, 해외 유적지 정비 등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숭렬사 사당 한켠의 선생 기념전시관은 닫혀있기 일쑤고 그나마 몇개에 불과한 전시물도 색이 바래거나 뒤틀리고 안내문 글자마저 틀려있을 정도로 관리가 부실한 상태다.
2017년 선생의 순국 100주년을 계기로 진천군과 국가보훈처, 광복회, 이상설선생 기념사업회, 경주이씨 화수회 등 관련 주체들이 절대적으로 연대해야하는 이유다.
충북발전연구원도 당시 용역 보고회를 통해 가칭 (사)이상설선생 숭모시설 건립위원회를 발족할 당위성을 제기했다.
민족의 지도자인 선생의 숭모사업이 특정 집단이나 단체, 개인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된다. 평생을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선생은 연해주에서 한인사회의 갈등과 내분으로 심한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동지들은 합세하여 조국 광복을 이루라"는 선생의 유언을 결코 잊지말고 숭모사업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끝> 글 / 박익규
사진 / 김용수
"쉽게 다가서는 미래지향적 기념사업 추진 하겠다" 이재정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보재 선생이 보여주신 삶과 교육과 애국의 가치를 현대적 상황에 맞게 알리고 실현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경직되고 엄숙한 분위기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어서 다양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기념사업과 청소년들이 누구나 쉽게 찾아와 체류할 수 있는 기념사업을 진천군과 함께 실행해 보재 선생의 애국애족의 정신을 후세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기념사업회는 보재 선생의 항일독립운동의 구국정신을 추모하며 조국을 위하여 신명을 바친 선생의 숭고한 애국 혼을 길이 후세에 전하고자 다음과 같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째, 보재 선생의 국내외 활동 등에 대한 독립운동사의 역사 연구와 자료 수집입니다.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학술적으로 연구하여 초기 독립운동에 관한 세미나 개최와 근대 조선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로서의 학술적 자료 수집 및 연구, 보재 선생의 전집 발간, 유적지 탐방(중국 용정시 서전서숙,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둘째, 보재 선생의 조국을 위한 독립운동사상과 애국정신을 선양하는 홍보 사업입니다. 수학교실, 논술교실, 물리교실, 자연과학교실 등 학술행사와 보재 선생의 이름을 사용한 상품 및 축제마련, 공중파 TV 방송의 다큐멘터리 제작 진행, 보재 선생에 대한 안내용 책자와 만화전집 발간과 함께 보재 선생의 국적회복을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보재 선생의 숭고한 애국 혼을 추모하는 추모제와 동상, 기념관 건립 및 성역화사업입니다. 보재 선생의 순국 기념일을 국민화 함께 추모하는 추모제 사업을 진행하고 기념동상 건립과 순국 100주기를 기념하는 이상설 기념관의 성역화 사업과 유지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넷째, 보재 선생의 애국독립정신을 후세에 계승하기 위한 관련 사업입니다. 보재 선생의 교육적 철학을 기리는 장학회 조성과 국제교육문화특구 프로그램과 연계한 교육사업 진행, 청소년 탐방 프로그램 및 다양한 체험활동 개발, 보재 선생의 수학교육자, 독립운동가, 양명학자 선비 등 다양한 이미지 개발 사업, 캐릭터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