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사

[芝山]

<숲과문화> 종강

임진년 한 해 동안 ‘숲과 문화‘ 강좌를 개설하여 동양고전연구원에서 강의를 했던 시간이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학교를 정년하고 이년이 되던 때, 우연히 당시300수를 수강하기 위해 다녔던 동양고전연구원에서 수강생들 중에 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많으니 숲과 환경에 관한 강의를 개설해보라고 이경혜국장이 추천을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30여년 간을 그런대로 해왔던 일이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느끼고 생각한 대로 강의를 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나면 산행도 하고 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하면 즐거운 강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으나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산행을 많이 해보리라고 생각은 했으나 남지장사와 팔공산 갓바위 쪽, 고산골, 강정고령보, 초례봉, 그리고 시내 KBS 뒷산을 산보를 한 것이 고작 이었다.

 

남지장사(‘120331)                                팔공산(’120429)

  

앞산 고산골(‘120526)                        고산골 아이스케이키

    

강정고령보(‘120707)                        초례봉(20121024)

수강생은 15명쯤으로 많지 않았으나 같이 산행 할 때 움직일 수 있는 적당한 숫자였다. 임경빈 선생님이 지은 “나무백과”를 가지고 나무에 대한 수필을 읽고 또 나무에 대한 지식도 넓혀 갈 요량이었다. 사진 등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현장에서 설명도 하였다. 첫 시간부터 수강생들에게 나의 나무, 내 나무를 하나씩 정해보라고 이야기 했다. 전후 학기 동안 임박사 책에 있는 100여개가 넘는 나무에 대해 이야길 하였고, 나무와 숲에 대해 중요한 화두가 된 기후온난화, 그리고 우리 생활에 녹색창 가로수, 삼림욕, 숲치유, 산림의 공익적 가치, 그리고 우리나라의 숲의 조성의 역사 등에 관해 강의 테마를 잡아 나갔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관리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결국 지속가능한 인간생활을 향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수강생들이 오늘날 우리환경이 얼마나 위태롭고 조마조마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인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을까? 내가 한 강의 수준으로 큰 효과가 없었으리라 생각이 되어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임박사의 재미있고 느긋한 분위기의 ‘나무백과’ 수필집(?)을 다시 한 번 수강생들과 같이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무나 숲은 바로 우리의 자연환경이며 이들의 활력이 증진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생활의 활력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첫 시간에 약속한 대로 마지막 시간 (2012. 12. 12)에 그날 참석한 수강생들의 자기나무 발표가 있었다.

앞쪽에서부터 시작할까 했는데 앞에 앉은 수강생들이 뒤쪽부터 시작하자고 하여 항상 맨 뒤에 앉아 강의진행을 챙겨주시고 계시던 박은숙 사무국장부터 시작하였다.

일 년 동안 강의시간에 파워포인트를 작동시킬 때마다 뒤쪽 밖에 설치되어 있는 전기스위치를 끄고 올리느라고 왔다 갔다 수고가 가장 많아 미안했었던 분이다. 박 선생은 우리생활에 유용한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강조하면서 오디도 따고 누에를 길러 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뽕나무를 정했다고 하였다. 뽕나무는 항암제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뽕나무에서 나온 상황버섯은 효과가 높으며 그 가격도 매우 비싼 편이다. 뽕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그런 생활인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뽕나무를 정한 것같다.

 

뽕나무                                     굴피나무(숫꽃<左>과 암꽃<右>)

그 다음은 윤영희 선생, 항상 현장 산행 시 열성적으로 관찰하고 진지하게 나무를 바라보았고 매여동 초례봉 산행을 할 때 로프를 타고 내려 오면서 전신운동을 호되게 하셨던 분이다. 중국 소흥에서도, 황산에서도 나무에 관심을 많이 보여주었다. 앞에 나와 본인 나무보다 오늘 결석한 친구(우은미 선생?)의 나무를 굴피나무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주 아무데서나 나타나지는 않지만 없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살아가고 있는 굴피나무와 같은 인성을 가졌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대나무를 정한다고 한다. 아마 대나무처럼 곧고 당찬 성품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배롱나무 붉은 꽃             배롱나무열매             배롱나무 흰꽃

그리고 예쁜 모자를 쓰고 나오신 김미옥 선생, 하고 계신 생활이 잘 짜여져 있어서 항상 할 일이 많으신 분같았다. 초례봉 산행에서도 산 중턱까지 잘 올라와서 정상이 코앞인데 친구들과의 약속때문에 정상을 같이 밟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는 분이다. 내나무는 배롱나무를 정했다. 배롱은 청정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들어왔으나 사당이나 묘소처럼 성서러운 곳에 심어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특히 무더운 한여름 꽃들이 별로 보이지 않은 계절에 오랜동안 거의 100일 핀다고 하여 나무백일홍이 된 나무이다. 아마 김선생과도 많이 닮은 나무같은 그런 분위기의 나무이다. 

다음은 숲과 문화 총무를 맡은 김성희선생, 강의 후에 식당에 가거나 산행을 하는 계획을 세우고 또 산으로 야외수업을 갈 때 연락을 하고 차타는 것을 정하느라고 항상 수고가 많은 분이다. 자기나무로 은행나무를 정한다고 했다. 은행나무 가을 단풍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고 그 은행이 생약으로 사용되는 것도 호감이 간다고 한다.

 

이어서 김주영선생, 동양고전연구원 카페를 맡아 음악과 사진을 올려주고 관리하는데 힘을 보태고 산행에서도 나무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봉덕동 옛집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의 봄철 새잎이 나올 적에 그 모양새가 예쁘고 정겨웠다고 한다. 우리자신의 꿈과 역사를 주변에서 같이 자라는 나무들이 함께 담고 자라 가는 것 같다. 가을의 단풍에 반하는 가하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작은 새싹이 자라는 모습에도 우리는 감명을 받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강원도에 살았다고 하신 오순희 선생, 느티나무를 내 나무로 정했다. 느티의 품격은 나무 중에 어른이 아닌가? 늠름하고 우람차고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함께 안아주어도 그래도 여분이 남는 풍성함은 소통을 원하는 넉넉한 마음 같다고 할까? 큰 느티나무 아래 누워 사방팔방으로 힘차게 벋어나간 줄기와 잎새를 올려다 보면 그 오묘한 공간배치에 감탄을 하고 만다. 크고 자상하고 그리고도 버릴 것이 없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 나무이다.

  

느티나무                                        생강나무

작년 11월 중국 소흥 여행 중에 미국국립공원을 섭렵하고 돌아오느라고 동참하지 못한 남경희선생, 초례봉 산행 때는 사슴처럼 산을 잘 타고 에너지가 충만했었던 분이다. 그분은 산에 오르면 초봄에 제일 먼저 노란색 꽃을 선보이는 생강나무로 정했다고 했다.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추위에서 눈을 떠는 새봄의 화신의 정령으로 제일 먼저 나타나는 생강나무, 아마 남선생과 많이 닮았을 것 같다.

언제나 서예로 한시를 자주 써서 칠판에 걸어 놓고 설명하는 단아한 모습의 황성숙 선생, 사위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에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내 나무는 팽나무로 정했다고 한다. 옛날 살던 길 언덕위에 아침 저녁 학교 갈 적마다 보았던 팽나무가 소녀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주는 모양이다.

 

                                  팽나무                                  수양버드나무

시조 시인인 박희정 선생, 수양버드나무를 자기나무로 정했다. 수양은 한시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인데 수양의 부드러운 모습은 회색, 직각의 도시의 삭막함을 감해주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시인의 눈에 보이는 수양의 가지는 어떤 모습일런지? 어느 한시 구에 새봄 버드나무  가지에 삼일우(三日雨)가 지나고 봄기운이 돌아오니 “細柳點點綠“이라 했던가?

학교 다닐 때 약학을 전공하셔서 약재로 사용되는 나무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명자 선생님, 산행 할 때나 강의시간에도 계속 쉬지 않고 적고 첵크하시던 열성적인 분이였다. 엄나무를 내 나무로 정했다고 했다. 엄나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뜰 안에 가까이 두 나무를 심어서 어느 정도 자라면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함께 묶어 붙게 만든 다음 윗 대궁은 한 가지만 길러 놓은 것을 행운목이라고 하였는데 이 엄나무 행운목에 대단히 관심을 가지신 것 같았다. 또한 엄나무의 새순이 드릅에 못지않게 향도 좋고 맛도 좋다고 하시는데 아마도 청도 별장 마당에 이미 엄나무를 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엄나무                                                자두나무(오얏나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장우 교수님, 사모님이 “숲과문화” 강의에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빠지지 않고 나오신 선생님이시다. 임경빈 박사의 나무백과에 나오는 한시에 대해 그 시의 근원을 밝혀 주시고 잘못된 곳을 지적해주고 고쳐주기도 하고 내 강의에 잘못된 한문도 바로 잡아주시기도 하여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 선생님은 6.25때 서울에서 피난 오면서 잠시 왕십리 근처에서 기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 할아버지가 오얏 장수를 하는 것을 눈 여겨 보았다고 했다. 그 혼란한 전쟁 중에서도 오얏을 팔아 생활에 보태시던 모습과 그 할아버지 아들의 인민군에 끌러가던 모습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미국 흑인병사의 추행을 말리다가 총 맞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길 그 후에 전해 들었다고 했다. 오얏나무에 얽힌 한편의 역사이야기였다. 아마도 그때 머릿속에 남아있는 자두나무가 이 선생님의 많은 생각과 어울려져 지금도 마음 속 깊이 남아서 되새겨지는 것 같았다.

이번 시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서울에 손자 애를 돌보러 간 조인숙선생은 대추나무로 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메일로 다음과 같은 그 연유도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어딜가든 잎이 반짝여 대추나무인지 잘 알 수 있고, 열매가 작지만 쓰임새나 많고(특히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양 또한 앙증맞지요. 우리 역사에도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조금 종류가 다르지만 성경에도 많이 나오지요? 안동에 있는 저희 시집 입구에 많이 심어져 있어 다음에 갈 때 한 나무를 내 나무로 찜해 놓겠습니다. 정해놓고 보니 대추나무의 유용함이 새록새록 많이 생각납니다.”

  

                          대추나무 꽃과 열매                          석류나무 꽃과 열매

그리고 동양고전연구원 조이사장 사모님 임경희 선생님, 오늘은 참석하지 못했으나 석류나무를 정한다고 했다. 집 정원에도 석류가 심어져 있고 석류가 부인들에게 좋은 약효가 있다고 하면서 좋은 나무라고 설명을 한 적이 생각이 났다.

멀리 밀양에서 고전번역원 학업중인 이경혜선생, 어떤 나무를 내 나무로 정했는지 연락을 받지 못했으나 이미 나무를 정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리하여 ‘숲과문화’ 첫 시간에 약속했던 내 나무 정하기는 모두 잘 마무리 되었다.

내 나무는 과거와 관련 되어 정해진 것들이 많으나 앞으로 주의 깊게 생각하여 시를 쓰거나 이사 간 친구 집에 선물로도 내 나무를 심고, 아들 손자들이 태어날 적에 기념이 될 생일날이나 결혼 그리고 승진 축하 등에도 내 나무를 심어주고 기르게 하면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 그 나무가 커가는 것처럼 그기에 덧붙여 가는 이야기도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적에 내 나무와 함께 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엉성한 제 강의를 일 년간 수강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가 강의록으로 정해 준비했던 임경빈 선생의 “나무백과” 6권을 차분하게 숙독하시어 나무가 모여 숲이 되고 숲이 모여 이룬 환경이 바로 우리가 사는 생활공간임을 새록새록 기억하시고 작은 나무 하나 하나를 사랑으로 감싸고 안아 길러 우리 생활공간이 더욱 아름답게 가꿔질 수 있도록 동참하시길 바랍니다.

일 년 동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지산 드림

* 개인사정으로 “종강사“가 한 달이나 늦게 올려져 죄송합니다.

[渡河]

언 땅이 녹고 봄이 오면, 산에는 생강나무, 들에는 산수유, 숲과나무를 수강하고서 확실히 구별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일일이 메모를 하셨는지 경의롭습니다.
겨울나기 잘하시고 새봄에 강의실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芝山]

일년 동안 변함없이 배려해주신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솔바람]

무거운 가방을 매시고 늘 분주하게 수업을 준비하시던 선생님 모습이 생각납니다. 열등한 학생을 열성적이라 봐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나무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 관심이 생겨난 시간이었습니다.

[반농]

자두와 얽킨 슬픈 이야기를 기억하여 주시니... 그리운 선생님과 동학들을 모두 한번 북한산성에 모시고 와서 현장 수업을 듣게 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율리안]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정한 뽕나무... 나무들이 다 그렇지만. 뽕나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대표적인 나무같아 정했습니다. 잎 열매 상황버섯까지.... 저도 마음만은 그나무를 닮아 아낌없이 주는 그런 유용한 사람으로 살아 보고 싶다고 할까요.

[김성희]

나무와 숲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세상을 보는 창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