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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의 추억일기 18
- 하모니카 -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바이얼린이나 색스폰 같은 고급 악기들을 일반인이 쉽게 대하면서 악기도 대중화가 많이 되었다. 요즘엔 퇴임 후의 여가로 악기 연주를 배우는 이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어는 것이든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악기를 한 가지 쯤은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다. 6070세대들의 학창시절엔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산업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기에 개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도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대체로 시골 청소년들에겐 하모니카가 유행하였고, 도시 청소년들에게는 기타가 꽤나 인기있는 악기였다.
우리 마을의 유일한 고등학생인 어느 형은 하모니카를 책가방이나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시시때때로 불어댔다. 여름날 저녁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서 하모니카를 불어대면 나도 모르게 그 소리에 빠져들곤 했다. 내가 하모니카를 처음 대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시집간 큰누나 집에 갔을 때 매형님이 불던 것을 달라고 보채서 가져온 것이 하모니카와의 인연의 시작이다. 악보도 연주 방법도 모르면서 틈만 나면 혼자 마구 불어댔다. 그렇게 해서 하모니카를 배우게 되고 지금 이 시절까지 언제나 하모니카를 지니고 다녔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개울가 바윗돌에 올라앉아 불기도 하고, 뒷동산 소나무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불곤 했다. 청년이 되고 더 나이가 들어서는 등산을 할 때 산마루에 올라 불기도 했다. 오동나무에 귀뚜라미 울어대는 고즈녁한 달밤에도, 오랜 타관 생활에 고향집이 그리워질 때도, 나이가 들면서 삶이 허허롭고 고독감에 휩싸일 때도 하모니카는 언제나 마음을 의지하는 일상의 반려였다. 하모니카 소리는 요란한 기교를 부리는 것보다 차분하고 다소곳이 들리는 무기교의 소리가 한껏 정겹고 여운이 있다. 하모니카의 음률은 추억의 리듬이고 애환 서린 인생살이인 것이다. 이것저것 낡은 것까지 여나무 개 서랍 속에 남아있는 것들을 들여다 보니 하모니카에 깃든 내 삶의 흔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018. 5.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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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난 생각 하곤 했지
움막에 어둠이 내리면
창가에 안자 무슨 악기라도
하나 다룰줄 알면 하는생각
음악은 사람을 감상에 빠지게 하고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주는 마력
서로서로 안부을 걱정 하며
감사한 하루가 되길 서로 기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