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보기
1. 여명(Daybreak)
가끔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면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쉽게 볼수 없는 장면들을 목격할 때는 더군다나 황홀경에 빠지게 되지요.
그래서 가끔 몰래 하늘에 올라가 지구를 바라보고는 합니다.
2. 태양의 춤(Dance of the Sun)
이른 아침 드디어 하늘에 동이 틉니다.
어둠을 뚫고 빛이 솟아 오릅니다.
태초의 빛이 인류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듯 오늘도 하늘은 우리의 희망을 밝혀줄 빛이 되어 비추기 시작합니다.
3. 헤라의 질투(Envy of Hera)
맑은 날 저녁노을이 질 때 하늘에서는 엄청난 춤의 향연이 벌어지고는 하지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밀납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까루스의 이야기까지 실제 영화를 보듯 펼쳐집니다.
상상의 결과가 아니라 실제 하늘에서는 매일같이 그런 춤의 향연과 신들의 이야기가 사랑노래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 경멸과 모멸, 심지어 수치심 가득한 음모까지...
4. 아무르강의 연민(Love of Amur)
인간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
인간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일,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비굴함까지...
결국 모두가 너무나 강한 태양빛에 가려 잠시 동안 아무 생각없이 색맹처럼 하얀 백지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눈이 멀지는 않을테니 잠시 그대로 있어도 좋습니다.
5. 아무르강의 열정(Passion of Amur)
송화강과 우수리강이 만나면서 아무르강은 본격적으로 ‘큰강’(아무르강은 큰강이란 뜻)이 되어 흐릅니다.
아무르강은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며 바이칼호에 이르기까지 장장 4,500여킬로미터를 흐르는 세계 8번째로 큰강이지요.
가히 지구의 젖줄이라 할만합니다.
한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여름이면 본래의 강이 되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6. 아무르강(Amur River)
한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있던 강이 흐르기 시작하면,
잠자던 모든 생명체 역시 환희의 빛을 발하며 동토였던 대지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합니다.
쉬지않고 태어나고 자라고 그렇게 신의 축복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면 그 생명들은 또다시 동토의 얼음장 밑으로 스며들게 되겠지요.
생명을 잉태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기적같습니다.
아무르강이 흐르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꿈틀대는 생명의 환희는 그래서 우리를 춤추게 합니다.
7. 아무르강의 여름(Summer of Amur)
언제인가 프랑스의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의 사진전 포스터와 책 표지는 하트모양의 섬(Heart of Voh)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인도양 어딘가서 담았다는데 저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다면 연인들은 반드시 저섬에서 프로포즈를 해야만 할 것같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구를 바라보는 일은 사랑의 시작입니다.
지구라는 자연에 대한 사랑,
‘바라보기’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역시 ‘바라보기’에서 시작합니다.
자기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대한 사랑 역시 진솔한 눈으로 ‘바라보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라보면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게 됩니다.
무심코 지나친 모든 것들 속에 내재된 아름다운 것들.
그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어쩌면 그 아름다움은 바로 우리의 초상화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자화상을 찾아가는 일이 바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대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바라보다보면 어느틈엔가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교감도 이루어지겠지요.
8. 탯줄(Navel String)
인간에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있는 존재는 물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강은 생명의 젖줄일 수밖에 없지요.
헌데 문득 생명체가 강을 먹고 자라는 게 아니라 강이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은 어쩌면 지구의 탯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칩니다.
지구의 생명체에게 하늘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생명을 존재케 하는 탯줄...
그래서 강은 지구의 탯줄입니다.
9. 무지개(Rainbow)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되면 첫사랑의 묘한 황홀감같은 걸 느끼게 됩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저 곳에서 내 유년의 추억이 서려있는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누군가는 그래서 첫사랑을 애절한 고통이라고도 하지만 그런 고통이라면 얼마던지 감내하고 싶다는 욕심이 납니다.
10. 시베리아의 사랑(Heart of Sibirskij)
지구의 모습이 저처럼 아름답기만 하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아름다운 모습이 많은 데도 우리는 그걸 보지 못하고 지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작가만 ‘사랑의 섬(Heart of Voh)’을 볼수 있는 건 아니지요.
누구나 바라보기 시작하면 어디선가에서 아름다운 자기만의 사랑의 형상을 볼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설마 사랑의 징표를 만날줄 누가 알았을까요?
여름에는 아무르강의 열정으로 흐를테지만 한 겨울에는 저렇게 하얀 사랑의 징표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가요?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떠나보세요.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피어나는 사랑의 묘약.
문득 얼음위에 댓님자리 깔아놓고 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황진이의 춤사위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합니다.
11. 사랑의 섬(Island of Love)
아무르강이 드디어 바이칼호에 이르면 숨을 헐떡이며 흐름을 잠시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바다를 만납니다.
흑해,
그곳에는 또다른 사랑의 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의 묘약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금빛 사랑, 금빛 꿈, 그리고 금빛 환상의 향연...
비록 그 사랑과 꿈, 환상이 조금씩 병들고 시들어 가더라도 이까루스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12. 일몰(Sunset)
이제는 서서히 지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구에 발을 딛고 앞을 향해 두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구에 도착할 때 쯤이면 우리의 '희망'도 마중나와 있을거라 고대해 봅니다.
첫댓글 이뭐꼬님의 멋진 글을 읽으며 나도 저렇게 글을 쓸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한길의 사진기행’을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이곳에 소개하는 사진들은 모두 제가 직접 촬영한 것들입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마음대로 퍼가셔도 좋습니다.
부족한 사진과 글에 대해 애정어린 말씀주시면 고마울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이곳에 이뭣고다리 사진을 올리신 분이 '한 길'님이시군요.
이처럼 멋진 사진들을 직접 찍으셨다니,
그렇다면 비행기나 열기구 또는 행글라이더를 타고서 찍으신 것 같은데,
아무르강까지 어떻게 가서 찍었는지 매우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어쨋든 님은 사진으로써, 저는 글로써, 이곳을 "들어가서 쉴만한 장소"로 만들어 봅시다.
한길님이 찍으신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줄기와 땅, 해와 하늘 ....
말없이 주변에 순응하고 이웃과 어우러지는 일상의 조화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길님, 고맙습니다. 다음 ‘한길의 사진기행’이 기다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