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7권
7. 현화품(現化品)
63) 큰 위덕(威德)이 있는 인연
부처님께서는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니구타(尼拘陀)나무 아래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는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아내로 맞이하여 갖가지 음악을 즐겨 오다가, 그 아내가 임신이 되어 열 달 만에 한 남자 아이를 낳으니, 아이의 몸매가 매우 부드럽고 얼굴빛이 곱고 윤택할 뿐만 아니라 그 단정하고도 수승 미묘함이 이 세간에 드물 정도이므로, 부모와 친척들이 아이를 보고 모두 기뻐하여 이름을 위덕(威德)이라 하였다.
아이가 점차 장대할수록 부드럽고 온화하며 조순(調順)했으므로 보는 이마다 사랑하고 존경하며, 멀고 가까운 곳에서 모두 믿고 따랐다. 그러던 차에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 유람하던 도중, 니구타나무 아래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과 80종호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도 그를 위해 4제법을 선설해 주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어서 돌아가 부모에게 도에 들어갈 것을 말씀드렸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뜻에서 허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하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아이의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과 8해탈(解脫)을 구족함으로써 모든 천상ㆍ세간 사람들이 다 우러러 존경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위덕(威德)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그 몸매가 부드럽고 낯빛이 선명하여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세존을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그러자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 91겁 때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이 바라날국(波羅捺國)에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신 뒤 열반에 드시자, 그 당시 반두말제(槃頭末帝)란 국왕이 그 사리를 거두어 높이 1유순의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저 탑 위에 시들어진 꽃이 먼지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 꽃 위의 먼지를 털어 깨끗이 해 둔 다음 발원하고 떠나갔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91겁 동안 지옥ㆍ아귀ㆍ축생 따위의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사람으로 태어나 얼굴빛이 빛나고 큰 위덕을 갖추어 하늘 쾌락을 받아 오던 중, 이제 또 나를 만났기에 위덕을 지닌 그대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시들어진 꽃 위의 먼지를 털어 깨끗이 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이 위덕 비구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