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세한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 한국의 동물민속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삶을 지키기 위한 원초적 본능으로 신앙미술을 창조했다.
바위그림 등이 그 초보적인 신앙미술이다. 신앙미술을 곧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된 동물상징으로 발전함으로써 생활문화와 사상, 관념, 종교 등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동물들은 원시시대 이래 인간에게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먹거리이기도 했다. 그 힘은 노동력으로도 이용되어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다. 한반도에서도 바위그림이나 동굴벽화를 비롯해 토우, 토기, 고분벽화 등에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동물들에도 제각기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와 상징이 숨겨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청동기시대의 반구대 바위그림에는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모습과 사냥장면, 사슴, 호랑이, 멧돼지, 소, 토끼, 족제비, 도마뱀, 고래, 물개, 바다거북, 새 등이 묘사되어 있다. 이 바위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생산활동인 고기잡이와 사냥 그리고 그 대상이 된 동물들을 표현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동물과 새 그림이 선사시대 바위그림 못지않게 자주 나타난다. 좌(左) 청룡(靑龍), 우(右) 백호(白虎), 남(南) 주작(朱雀), 북(北) 현무(玄武)의 사신(四神)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또한 상상의 동물인 봉황, 기린, 거북의 사령수(四靈獸)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구려는 북방에 위치한 까닭에 물짐승보다 날짐승과 뭍짐승이 많이 보인다. 새는 학, 꿩, 공작, 갈매기, 부엉이, 봉황, 닭 등으로 현실의 새도 있고 상상 속의 새도 등장한다. 동물로는 호랑이와 사슴, 멧돼지, 토끼, 여우, 곰 등 산짐승과 소, 말, 개 등 집짐승들이 그려져 있다.
신라의 동물상징은 주로 토우(土偶)라 불리는 흙 인형에서 나타난다. 얼핏 살펴보아도 개, 말, 소, 물소, 돼지, 양, 사슴, 원숭이, 토끼, 호랑이, 거북, 용, 닭, 물고기, 게, 뱀, 개구리 등이 눈에 뛴다.
십이지상(十二支像)은 통일신라 이래 근대까지 연면히 이어 온 우리 민족의 끈질긴 신앙과 사상의 산물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한편 불교조각과 교섭을 가지면서, 강력한 호국(護國)의 방위신(方位神)으로 채택되어 우리나라의 왕과 귀족의 능묘(陵墓)에 조각 장식된 십이지상(十二支像)은 세계에서 독보적 존재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양식과 형식을 전개하여 왔다.
백제 금동대향로에는 용과 봉황을 비롯하여 상상의 날짐승과 길짐승, 현실 세계에 실재하는 호랑이, 사슴, 코끼리, 원숭이 등 39마리의 동물상이 표현되어 있다. 또 연꽃 사이에는 두 신선과 수중 생물인 듯한 26마리의 동물이 보인다.
이 대향로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 가운데 특히 백제와 관련이 많은 곰, 남방계 동물인 원숭이와 코끼리, 백제 미술품에서 처음 나타나는 기마상, 영매로서 영생과 재생의 상징인 사슴 등에 주목할 만하다.
고려시대에는 북방의 사신(四神)과 중국의 십이지가 무덤의 호석, 현실벽화(玄室壁畵), 석관(石棺) 등에 각각 배치되어 신라 때 보다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민화에서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민화는 일상적인 생활과 밀착되어 세시풍속과 같은 행사용으로 제작하거나, 집안 곳곳의 문, 벽장, 병풍, 벽 등을 장식하거나, 또는 여러 가지 나쁜 귀신을 막는 주술적인 성격의 액막이 그림[門排]으로도 그려졌다. 민화(民畵]의 소재로는 새, 동물, 물고기 등이 있다. 특히 늙지 않고 오래도록 장수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십장생도(十長生圖)에도 거북, 사슴, 학 등의 동물이 들어있다.
이처럼 우리가 가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동물은 바위그림, 고구려 벽화고분, 백제 금동대향로, 신라토우, 통일신라의 십이지상, 조선의 민화 십장생 등이다.
▶ 열두띠 동물의 구성
한국의 십이지는 시간신과 방위신의 역할로서 그 시간과 그 방향에서 오는 사기를 막는 수호신이다.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그 방위에 배열하게 된 관련 설화가 여럿 있는데, 동물의 발가락 수와 그때 그 시간에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는 것이 그 중 설득력이 있다.
십이지 동물 중 맨 처음에 오는 쥐는 앞 뒤 발가락 수가 다른데, 앞발은 홀수, 뒷발은 짝수로 특수하다고 해서 맨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가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시간을 표시할 때 그때그때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하나 들어 그 시간을 나타냈는데, 십이지 동물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쥐가 십이지의 첫자리가 된다. 그렇게 된 사연을 말해 주는 설화가 몇 가지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으로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썼기 때문이다.
선조대왕 때 어느 날 경연에 임하셨는데 쥐 한 마리가 어전을 지나갔다. 선조대왕은 매우 의심쩍은 기색으로 ‘쥐란 짐승은 저렇게 외모도 못생기었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많거늘 어찌하여 육갑(六甲)의 쥐로 십이간지 중 첫자리에 놓았는고? 경들은 그 까닭을 아는가? 하는 하교가 있었다. 그 때 유희춘이 대답하기를 '다름이 아니오라 쥐의 앞발 가락은 넷이오, 뒷 발가락은 다섯입니다. 그러 하온데 음양陰陽)하에 짝이 맞는 수는 음에 속하옵고 짝이 맞지 않는 수는 양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넷은 음수요, 다섯은 양수입니다. 여러 짐승 중에 한 몽뚱이에 이와 같이 음양이 상반되는 짐승은 쥐 이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하온데 원래 음기라는 것은 밤중이 되면 사라지고 뒤미처 양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하와 쥐로서 열두시 중에 첫 꼭대기에 놓아 자, 축, 인, 묘 등으로 나누게 된 것은 음에 속하는 앞발을 내디딘 뒤에 양에 속한 뒷발을 내디디는 뜻을 취한 것이니 즉 밤 열두시는 양기가 생기는 때인 까닭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 설화는 쥐의 앞발과 뒷발의 숫자가 다른 점을 음양오행으로 설명한 것이다. 십이지가 방위신과 시간신의 개념에서 시작한 후 오행가(五行家)들은 십간과 십이지에다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을 붙이고 상생상극(相生相剋)의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배열하여 인생의 운명은 물론 세상의 안위까지 점치는 법을 만들어 냈다.
▶ 띠동물의 어울림
동물의 생태적 특징을 사람의 성격과 운명과 결부하여 풀이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띠 문화 중 하나가 궁합이다. 각 띠 동물끼리의 어울림과 회피관계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반영하여 극명하게 설명하고 있는 궁합은 현재 전승되고 있는 동물 관념과 상징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궁합은 겉궁합과 속궁합이 있으며 겉궁합은 띠만 가지고 보는 것이고, 속궁합은 원진, 합, 오행으로 풀어보는 것이다. 즉, 겉궁합은 신랑 쪽의 띠와 신부 쪽의 띠만 가지고 삼합(三合)인가, 원진(元嗔)인가를 가려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다. 삼합은 서로 만날 때 서로 돕고 좋은 성격이 드러나고 나쁜 성격이 눌러지며 하나의 노력으로 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의 만남이 된다. 원진은 삼합과 반대로 사주(四柱)내에서 만나거나 서로 원진이 되는 사람끼리 만나면 나쁜 성격, 포악한 성격이 표출되어 남의 미움을 사기 때문에 둘이 노력을 해야 하나를 얻는 어려운 조건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런 관념의 저변에는 바로 자연생태계에서의 각 동물들끼리의 관계양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원문출처:국립민속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