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양념맛의 조화에 장어맛 지대로이더라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주도 매력은 처음 가서는 잘 모르고, 세번 정도는 다녀와야 제대로 느낀다.”
경험상 그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첫번째 방문 때는 약간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빼 놓으면 특별한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세번째 방문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제주는 내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렇듯 제주는 알면 알수록 매력을 발산하는 지역임에 틀림없다. 왜 그런지는 다 이유가 있다.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한 사람은 낯설기만 해서 뻔한 관광 코스로만 돈다. 누구나 다 가는 관광지와 음식점. 사정이 이렇다보니 별 볼 것도 없고 가격만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세번 더 찾다보면 유명관광지가 아닌 진짜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문득 바라 본 하늘, 푸른 바다, 현지인들과의 인연, 그리고 토착민들이 찾는 식당에서 느끼는 진짜 제주의 음식들.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제주 민속오일장(2,7일)은 규모가 제법 큰 재래시장이다. 제주에서 거둔 갖가지 채소들이 가장 많이 보이지만, 어른 손목만한 더덕을 비롯해 약재나 버섯도 즐비하다.
또 한쪽으로는 어물전코너가 있어 신선한 해산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장터 구경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먹을거리 아니겠는가.
내, 어린 시절 장날이 돌아오면 아버지는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장터로 향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오셨다. 북적북적한 국밥집에서 요기도 하고 탁배기도 한 잔 걸치는 재미로 장터를 찾았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러하였듯, 나 역시 이제는 장터의 허름한 주막집에서 국밥에 막걸리 한잔의 맛을 아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적거리는 장터 식당, 유달리 손님 많은 그 집
△ 잔치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북적거리는 광주식당, 제주 민속5일장이 서는(2, 7, 12, 17, 22, 27일)에만 영업한다
어물전 코너 바로 옆에 유독, 손님들로 북적북적 거리는 집이 눈에 띄었다. 언뜻 보면 단체손님이라도 받은 것처럼 빈자리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는 온갖 포장마차스런 안줏감들이 쌓여져 있었다.
△ 손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는 틈에도 상냥한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타고난 장사 체질인가 보다
아주머니 한분은 연신 불쇼를 펼치면서 동시에 몇가지 일을 더 해내고 있었다. 달인의 면모라고나 할까... 연탄불에 꼼장어를 굽고 있었다. 사진을 찍자 아주머니 왈, “사진 찍으려면 모델료 주셔야 하는데요.”
그리고 그 검붉게 구워진 곰장어는 어물전을 돌아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내 발걸음은 어느새 다시 그 식당 앞에 머물고 있었다.
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오만복이 대단한 껀수라도 건진 듯 말을 꺼낸다.
이처럼 많은 손님들이 이용한다면 뭔가 특별한 손맛이 있지 않겠어?”
내 경험상 소금구이는 정말 신선한 활 붕장어를 구울 때나, 아니면 손맛이 의심스러운 경우 둘 중에 하나여야 한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잡았다. 곧 찬 5종류가 차려진다. 고들빼기김치와 꽃게무침, 김치, 그리고 시금치와 콩나물이다.
△ 보기엔 평범해보일지라도 맛을 보는 순간 절대손맛에 탄복하게 된다
잘 익은 고들빼기 김치를 맛본 순간, 우리는 간만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맛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치 역시 제대로 된 발효의 풍미가 입맛을 돋궜다. 완벽하게 입에 착 감기는 맛이란... 꽃게무침을 먼저 맛본 오만복, 또 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 붕장어 양념구이, 보기보다 양이 제법 된다
역시나! 눈으로만 딱 봐도 신공스런 때깔이라니. 검붉은 표면에는 지금도 불이 타오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불맛이 지대로 배들어 보였다. 번철에 초벌구이을 한 다음 양념을 발라 다시 석쇠에 올려 연탄불맛을 가미한 요리다.
“오만복! 처음엔 쌈 하지 말고, 초장도 찍지 말고 그냥 붕장어 자체로만 맛봐봐.”
△ 금세 그리워지는 붕장어양념구이
정신없이 먹고 있던 오만복이 갑자기 세속적인 말을 꺼낸다.
“이거 가격이 얼마예요?”
“짝!”
막걸리 두병까지 합해서 14,000원에,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붕장어양념구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 바로 우리가 막연하게 물가 비싸다고만 생각하는 제주도라는 사실이 그저 믿기지 않을 뿐이다. 옥호: 광주식당 위치: 제주 민속5일장 내 어물전코너 옆 영업일: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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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