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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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해수욕장은 물이 맑지도 해변이 크지도 않아서 이름난 곳은 없는 듯 했다. 다만 마래터널 근처에 검은 모래 해변인 만성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차창 밖으로만 휘리릭 봤다. 검은 모래라봐야 새카만게 아니니까 그저 흙과 자갈이 섞인 평범한 땅 같을 뿐이다. 길을 물어보느라 차를 세웠던 '담배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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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터널. 일제시대때 조선인 노역자들을 동원하여 뚫은 터널인데, 미처 마감을 못해 바위 표면이 자연 그대로 드러나 있다. 1대의 차만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차폭 때문에 건너편에서 차가 오면 중간 중간 만들어 놓은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진행을 할 수 있는 독특한 터널이다. 건너편에서 차들이 수시로 들어오니 차마 차를 세울 수가 없어서 흔들리는 사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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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물놀이가 과했던지 유진이는 드라이브 중간 즈음부터 잠들어버렸다. '진남관' 앞에 다 와서 깨워보려 했으나 꽤나 깊이 잠든 유진일 도저히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이 유진이에게 관심이 있을 턱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유진이만 차에 두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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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좌수영 객사로 사용되었다는 '진남관'. 뭐, 볼게 있겠나 싶었지만 실제로 보니 꽤 웅장해 보였다.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건물이라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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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도 68개씩이나. 건축 기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문화유산해설사 할아버지들이 다른 여행객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를 어깨 너머 듣고 있자니 이순신 장군의 전투 이야기만 장황하게 하는 바람에 계속 듣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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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는 나중에 이 사진들을 보고, "나 빼고 둘만 데이트한 거야??"라며 샐쭉해했다.
나 원 참,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을 때는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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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런 사진밖에 못찍는 거냔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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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코스는 유진이를 위해 준비된 '해양수산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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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가 저 물고기를 보고 뭐라뭐라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 -.-;; 발이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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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이, 그 유명한 '홍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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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해양수산과학관의 아주아주 독특한 점은, 본 전신관 옆에 수족 체험관이 있어서 직접 물고기를 만지고 잡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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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유진이도 좀 낯설어서인지 표정이 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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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사람이 자기들을 만지면 얘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냐. 당연히 체험관의 물고기들은 얼마 못살고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느라 체험관 한 옆에서 수백마리의 치어들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물고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이런 체험관을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진 부친 왈, "이름에 괜히 '수산'이 붙은 게 아니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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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 선명한 눈빛! 유진인 별로 꺼려하지도 않고 물고기를 잘 잡았다. 잘 잡은 정도가 아니라, 같이 들어갔던 아이들이 전부 다 가고, 체험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잡은 물고기를 또 잡아보고, 못잡아 본 물고기에 다시 도전하는 시도를 반복했다. 저 끈질김... 은 필시 아비를 닮은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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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 앞.
오늘의 해넘이는 수묵화 같은 풍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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