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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동쪽 편에는 무데하르 양식으로 만들어진 히랄다(giralda)라는 종탑이 있다. 대성당 종탑인 히랄다 탑(La Giralda)은 오렌지 정원과 함께 유일하게 남은 12세기 말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의 한 부분이다.
같은 모양의 탑이 모로코의 마라케시와 라바트에도 있다. 17~18세기에 들어와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추가되면서 여러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이기도 하다.
100m에 이르는 히랄다 탑은 1198년 이슬람 사원의 탑인 미나렛으로 세워졌지만 세 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기저는 사방 약 14m의 정사각형, 벽두께는 2.5m나 된다.
히랄다 탑은 계단이 없고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슬람 시대에는 미나렛을 오르기 위해 말을 타고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탑 정상에 오르면 세비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28개의 종이 매시간 아름다운 소리로 종을 연주하는데, 축제 기간에는 종이 360도 회전하면서 엄청난 소리를 낸다. 탑 꼭대기에 한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있는 여인상은 ‘엘 히랄디요’라고 하는데, ‘엘 히랄디요’는 ‘바람개비’를 뜻하는 말로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처럼 회전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성당 입구 앞에 보면 히랄다 탑 위에 올려진 ‘엘 히랄디요’와 똑같은 조각상(Réplica del Giraldillo)이 있다. 가톨릭 세력의 최후 승리에 대한 믿음을 뜻하는 청동 조각상이다. 66그루의 오렌지 나무와 분수대가 있는 오렌지 정원도 있다.
히랄다 탑과 함께 옛 이슬람 사원의 일부가 남아 있는 장소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중앙 분수대는 이슬람교도들이 예배를 드리기 전 손과 발을 씻었던 곳으로 고트족 시대에 만들어졌다.
정원을 통과하면 대성당의 출구인 ‘용서의 문(Puerta del Perdón)’이 나타난다. 용서의 문을 빠져 나가면 재입장이 불가하니 나오기 전 놓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자. 우리가 선 곳이 용서의 문이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 반대편으로 간다. 입장료는 13유로다. 동쪽 광장 중앙에는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가로등 분수대(Fuente Farola)가 있다. 그 뒤로 하얀색의 작은 성당이 보인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도 보인다. 화려한 궁전(Palacio Arzobispal de Sevilla)도 있어 마치 중세의 도심에 있는 기분이다. 마차가 다니면서 그 운치를 더해준다. 세비야 알카사르(Sevilla Real Alcázar)로 간다.
세비야의 알함브라'로 불리는 알 무바라크 궁전 (알카사르)이다. 기존 서고트 시기 바실리카를 재활용하여 각 변이 100m인 정사각꼴 요새가 세워졌다. 11세기 후반 세비야 타이파국의 알 무타미드가 남쪽과 동쪽으로 각각 70×80m 정도씩 확장했고, 알 무바라크 궁전이라 명명했다.
11세기 후반 들어 칼리파들이 서쪽으로 대폭 확장하여 면적이 거의 2배가 되었고, 총 21개의 안뜰이 조성되었다. 이때 기존 궁전은 벽 외에는 허물어져 현재의 무데하르 건축은 후대에 일부 더해진 것 외에는 무와히드 시기의 것이다.
1184년에는 인근에 조선소가, 1196년에는 직물 시장이 세워졌다. 한편 알카사르 북쪽에 더해진 모스크가 현재의 세비야 대성당이다. 1248년 카스티야의 정복 후, 1360년대에 페드로 1세가 왕궁으로 지정한 후 현재까지 상층부는 스페인 왕가의 공식 왕궁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페드로 1세는 귀족들에게는 잔혹했지만 백성들에게는 공정했다고 한다. '잔혹한 왕'이자 '정의로운 왕'으로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별명의 보유자인 카스티야 왕국의 페드로 1세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성을 보고 반했다.
원래는 1170년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성이었던 자리에 그라나다와 톨레도에서 이슬람 장인들을 불러 모아 무데하르 양식의 궁전을 짓게 했다. 대성당과 가장 가까이에 인접해 있는 ‘사자의 문(Puerta del León)’이다.
통과하면 작은 정원을 지나 페드로 1세 궁전이 보이는 ‘파티오 델 라 몬테리아(Patio del la Monteria)’가 나오고 이곳을 통과하면 세비야 알카사르의 하이라이트인 페드로 1세 궁전 안에 자리한 ‘아가씨의 파티오(Patio de las Doncellas)’가 나타난다.
페드로 1세가 이슬람 장인들을 불러 모아 그라나다 알함브라 성의 나스르 궁전을 모티브로 만든 곳으로 무데하르 양식의 절정을 볼 수 있다. 중앙 연못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파티오를 둘러싸고 있는 페드로 1세 궁전 내 대사의 방은 우주를 상징하는 천장 무늬의 화려함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페드로 1세 궁전 관람이 끝나면 알카사르 뒤편의 르네상스 정원에 나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그로테스크한 머큐리 연못도 있다. ‘그로테스크(Grotesque)’는 괴기스럽다는 뜻으로, 용암을 사용해 벽면을 액자화 시킨 모습이 독특하다.
그밖에 카를로스 5세의 방과 소성당,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파티오도 좋다. 파티오(patio)는 스페인과 남아메리카의 건축에서 위쪽이 트인 건물 내 안뜰을 말한다. 좁은 골목을 걸어서 숙소 방향으로 간다.
작은 광장은 카페가 자리 잡고 있고 급수대(Fuente de la plaza de la Alianza)도 보인다. 로드리고 카로(Rodrico Caro)길로 이어진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올려놓고 잠시 쉰 다음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메트로 파라솔을 찾아간다. 골목길을 간다. 산타크루즈 성당(Iglesia de Santa Cruz)이 나오고 유명한 대저택(Casa de Salinas)가 나온다. 아랍풍의 파티오가 있는 유서 깊은 주택으로 화려한 건축 양식과 우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저택이다.
필라토스 광장에 도착했다. 동상(Monumento a Zurbarán)은 비둘기가 머리에 앉아있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 Francisco de Zurbarán 1598 ~ 1664)은 스페인의 화가로 주로 수도사 , 수녀 , 순교자 를 묘사한 종교화와 정물화 로 유명하다.
뛰어난 명암법을 강력하게 사용하여 "스페인의 카라바조 " 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황금시대의 아이콘이자 스페인의 위대한 역사적 화가 중 한 사람에게 헌정된 이 기념상이다. 작품은 도시 중심부의 카사 데 필라로스(Casa de Pilaros)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1929년에 제작되었다.
조각가 아우렐리오 카브레라의 작품이다. 받침대에는 마카레나 아치의 부조와 예술가의 고향인 푸엔테 데 칸토스의 문장이 있는 부조가 있다. 대 저택(Casa de Pilaros)은 궁전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 조각상이 가득한 안뜰이 있으며 예술품 컬렉션을 소장한 궁전이다. 입장료가 있어서 그냥 돌아선다. 걷다가 기타리스트(Escultura de Niño Ricardo) 기념상을 만났다.
뛰어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니뇨 리카르도(Niño Ricardo)를 기리는 동상이다. 그는 플라멩코의 모든 스타일을 마스터했지만 그에게 경쟁자가 없었던 곳은 판당고였단다. 판당고(fandango)는 3박자나 6박자의 활발하고 야성적인 에스파냐의 춤곡을 말한다.
니뇨 리카르도(Niño Ricardo)로 더 잘 알려진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매뉴얼 세라피오(Manual Serrapio)의 조각상은 탄생 100주년인 2004년에 개관되었다. 세비야 의회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세비야의 플라자 델 크리스토 데 부르고스(Plaza del Cristo de Burgos)에 그의 모습을 기념하는 기념물을 건립했다.
비가 내린다. 분위기가 서늘하고 무거워보인다. 산페드로 광장을 거쳐 메트로폴 파라솔(라스 세타스 데 세비야 Setas de Sevilla)로 간다.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목재 건축물이다.
산타 크루즈 지구 북쪽 끝과 마주하고 있는 메트로폴 파라솔은 안달루시아의 큰 버섯이라고도 불리운다. 총 3,400여 개의 폴리우레탄 코팅을 한 목재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8년여에 걸쳐 만든 지구상의 가장 큰 목재 건축물이기도 하다.
버려진 광장이다시피 했던 엔카르나시온 광장(Plaza de la Encarnación)에 새로운 현대 도시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비야의 옛 산업이었던 직물 산업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건축물이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세비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 위에는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고, 입장료에 포함된 무료 음료 한 잔을 이곳에서 바꿔 마실 수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 위에 펼쳐진 전망대 길은 그늘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해가 질 때 찾아가는 것이 좋다. 특히 노을이 질 때 올라가면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세비야를 감상할 수 있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발렌시아의 예술과학 단지처럼 세비야의 메트로폴 파라솔도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대 건축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파라솔이 설치된 곳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세비야 주민들의 커뮤니티 시설이자 시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세비야에서 보기 힘든 현대적 건축물이다. 고고학 박물관도 있다. I LOVE SEVILLA 라는 글씨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찍는다. 재미있다. 광장 이름이 Plaza Mayor이라고 씌어있다. 버섯 모양의 조형물 아래를 거닐고 앉아서 쉬어도 새롭고 기분이 좋다. 방문한 사람들도 모두 즐거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