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논현동의 유래

[빗새]

■ 지명으로 풀어본 한국사

● 강남구 논현동의 유래

-논이 많았던 고개-

논현동論峴洞의 논현은 논고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고개를 넘는 골짜기에 논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호구총수』의 광주 언주면에 논고개論古介라는 기록이있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논고개를 한자음으로 취음取音한 표기가 논고개이며, 이를 다시 석독 한자로 바꾼 것이 논현論峴이 된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

논 고개는 지금의 영동 사거리에서 강남 우체국 뒤 동남쪽으로 이어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이전 아미가 호텔) 맞은 편 부근에서 오른쪽은 강남웨딩홀(이전 마샬웨딩 프라자), 왼편은 구 중원 예식장을 끼고 올라가는 고개를 의미하는데, 옛날에는 이곳에 이르는 골짜기 양편에 많은 논이 있어 논고개라 칭했다 한다. 특히 현 강남우체국에서 고개로 이어지는 곳은 장벌이라 지칭했는데, 여기에도 많은 논이 있었다. 흔히 강남우체국에서 논현천주교회 쪽으로 이어진 지금의 고개를 논고개로 소개한 과거의 기록물 몇 개가 있어 혼란을 일으키는데, 이곳은 개발 이전에는 정도正道라 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논고개를 지나 경복 아파트 부근을 경유하여 봉은사나 선릉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옛길의 모습이다.
논고개에서 비롯된 논현동의 옛 자연 마을은 지금의 영동사거리 쪽을 따라서 부처말, 비말, 절골, 정산, 언구비 순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산기슭에 길게 휘어 선 언구비-

언구비는 자연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은 언구비로 강남개발 이전에는 80여 호나 되었으며 주막도 있었다. 어구비의 위치는 영동 사거리 논현빌딩 대각선 쪽의 영풍빌딩 방향으로 휘어져서 신성 빌딩 뒤 골목길을 따라 가다 논현 지하도 부근에서 강남 대로를 가로질러 영동약국 옆 골목 쪽으로 굽어져 서남쪽으로 죽 이어 자리 잡은 지역이다.
마을 앞 대로는 제일생명 빌딩 부근에 있던 고개(스무 고개)로 이어지는 데, 이 길의 서편에 있던 마을 앞 논 건너 산기슭으로 길게 휘어 늘어선 마을이 바로 시흥군 신동면의 언구비이다.

언구비를 보통 응구비라 칭하는데, 그 유래는 불확실하다.『한국지명총람11의 서울편을 보면

(광주 유수留守가 나라 산의 진陣터를 개간하여 동민의 생계를 열어 주었으므로 그 구해준 은혜를 기리는 비를 세운 데서 유래했다.)

고 하고 또『강남구지』에도 같은 내용의 유래와 함께

(조선 말인 1811년(순조 11) 세도정치로 사회가 혼란할 때 도둑이 창궐하여 민폐가 많게 되자 의협심이 강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아홉 선비가 주동이 되어 의병을 조직해 도둑을 물리치고 민가를 보호했기 때문에 이곳 주민이 아홉 선비의 공적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언구비彦九碑를 세워 전하게 되었으나 이 비석을 일제말기에 없앴다.)

고 되어 있다 그런데『강남구지』나『동명연혁고』에서는 모두 비말을 일명 언구비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이 점으로 보아 비말에 있었던 비석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을 착각하여 언구비를 언구비彦九碑로 이해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비말과 언구비는 각각의 분리 된 자연 마을이었다. 비말은 현재 학동로와 논현로가 교차하는 강남우체국 앞 논현 사거리 북서쪽 모퉁이 근처(현 한빛은행 뒤 동국대 한방병원 건물 부근) 마을로 한국전쟁 때까지 5호 가량의 이씨 집성촌이었고, 언구비는 개발 이전에 정씨, 김씨, 백씨 등의 주된 집성촌으로 80여 호나 되는 큰 자연 마을이었다.

비말은 옛날 이곳에 비碑가 세워져 있었던 데서 유래된 이름이나 이 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없어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비를 우물에 묻었다는 설만이 기록되어 있다. 한편 언구비 마을의 토박이였던 이들은 웅구비용구비)라고 칭하였고, 그 이외의 방언으로 안언구비를 안웅구비(안응구비)나 안구비로 칭하는 사례가 있다.

언구비나 안언구비의 유래는 불분명하나 구비는 굽이'와 '엔은 언덕의 고어 '언'에 어원을 둔 것으로서 구바와 합성된 것이 아니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개발에 의해 고개가 없어졌지만 개발 이전에는 영동 사거리의 영풍빌딩 남쪽에서 서쪽으로 굽어진 곳이었므로 굽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고, 제일생명 빌딩이 있는 언덕고개까지 이르는 길 양쪽 마을을 언구비라 했는데, 서쪽 언덕 굽이로 이어져 자리 잡았으므로 언구비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길 왼쪽은 광주군 언주면 관할이었으며 오른쪽은 주로 시흥군 신도면 관할이었다.

안언구비 또는 안구비는 언구비에 대해서 안쪽에 위치한 마을이란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현재의 삼정호텔 북쪽 오목한 골짜기인 논현동 176 현대빌라 및 성우빌라 부근의 언덕에 8구가 거주하였다.


-정씨의 묘소가 있던 정산 마을-

정산 마을은 정씨의 묘소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정산은 영동사거리에서 영동시장 입구를 약간 지나 논골 노인정이 있는 논현동 주변 마을로 10호 미만의 이씨 집성의 작은 마을이었다.


-절이 있던 절골-

절골은 사동寺洞으로 칭하기도 했는데, 비말에서 서쪽으로 한 거리 떨어져 자리 잡은 7~8호 정도 되는 백씨 집성촌이었다. 절골은 논현종합골프클럽 연습장 부근으로 일제 시대에는 이곳에 마을 공회당이 있어 논현동의 회의가 열릴 때면 부처말, 비말, 절골, 정산, 언구비의 모든 주민이 여기에 모여 의논하였다고 한다. 절골은 옛날 절이 있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나 절이 없어진 시기는 불확실하다.


- 월봉암이 있던 부처말-

부처말은 현재 학동파출소 근처 마을로 월봉암月峯庵이라는 작은 사찰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일명 부처댕이로 칭하기도 한다. 이 마을은 염씨 집성촌이었다·

[백세청풍]